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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240화 (240/526)

<240화 > 주술 : 고래 꼬리 저주

그런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윌리 엄의 꿈을 보고 있자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였다.

사람의 꿈이 라는 것은 중구난방이 어 야 정 상이 다.

어 떤 날에는 기르던 개 가 사람처 럼 말 할 수도 있고, 어 떤 날에는 자신이

끌어안고 자던 베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지퍼로 뺨을 때리면서 '숨을

못 쉬겠으니까 그만 눌러!’라고 소리를 칠 수도 있고, 어떤 날에는 하늘을 날

아다니 는 마법 사 카피 바라 무리 와 무공을 쓰는 이 족보행 오리 너구리 천마

가 싸움을 할 수도 있다.

꿈이라는 것은 '이것이 바로 꿈의 공식이 다.,라고 딱 정해놓을 수 없는 기

괴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 야만 했다.

그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윌리엄이 꾸는 꿈은 모두 ,소녀,라는 존재와관련이 되 어있었다.

아무리 무의식에 남은 상흔이 커다랗다고 해도 이 렇게까지 집요하게 하

나의 주제만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아무리 무의식중에 커다랗게 각

인이 되어있다고 한들 사람의 뇌는 항상그때그때 집중하는 것이 달라지고,

평소에 얻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꿈은 무의식만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

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벌써 공격이 시작되었군.'

진성은 이것이 인위 적인 수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윌리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주술사는, 예언이 오기 전에도 꾸준히 공

격을 가하고 있었다.

집요하게 트라우마를 후벼파서 정신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정신을 흔들어놓고 귀신을 꿈에 집어넣는다…. 악령을 주로 다루는 강령

술사의 방식인데.,

악령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홀리거나 여러 가지 방식

으로 정신을 깎아 제대로 저항할수 없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악령들은 갖가

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정신을 빼놓았는데, 강령술사는 이러한 악령

들의 수작을 보면서 귀신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곤 했다.

즉, 이러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은 악령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 같았다.

'흠. 이해는 있으되 기본에서 벗어나지는 않았구나. 기상천외한방법 대신

에 쓰는것이 기본이라.정공법이 가장효율적이기는 하지만….흠,정공법을

중요시하는 자인가, 경지를 넘지 못한 것인가?,

다만 이해도가 있다는 것이 곧 실력을 의 미하지는 않는 법.

윌리엄을 공격하는 주술사의 방법은 기본에는 충실했으되 진성의 기대에

는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진성이 기대했던 ,강력한 강령술사의 저주 방법,과는조금 거리가 있는, 정

석에 가까운무언가였기 때문이다.

■저주까지 사용했으니 괜히 위험부담을 더 짊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

가?'

철-썩.

철-썩.

소리가 들렸다.

귀 가 아닌 머리로 느껴 지는 소리 .

뇌에서 갑자기 귀가돋아나들리는 듯한소리, 바닥에 누워있지만, 진동에

몸이 부르르 떨리며 소리가 온몸을 엄습하는 느낌이요, 눈을 감고 있자면 눈

꺼풀 너머로 누군가가 속삭이듯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어둠이 매질이 되어 입 안으로들어가소리를치는듯하고,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공간 자체가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거세게 흔들리며 괴롭히려

는듯 움직인다.

철-썩.

물웅덩 이 위 를 채 찍으로 후려치는 것처 럼 날카롭고 커 다란 소리 가 퍼진다

철-썩.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 물이 파문을 일으키

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 철썩거리는 소리를 중심으로 파도가 일어나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윌리 엄의 몸에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철썩 거리는 소리와 물방울이 비산하고 떨어지는 소리, 자그마한 조각배

에 거센 풍랑에 흔들려 언제든 뒤집힐지 모른다는 그 끔찍한공포, 자신이 있

는 곳이 배 안의 선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뒤집히고 흔들리기를 반복하는 어

둠까지.

그 모든 기 이한 감각 속에서 윌리 엄은 생 각했다.

'Fuck.'

또 시작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짜증을 냈다.

■이 빌어먹을 악몽은 대체 왜 계속되는 거야?,

철-썩.

저 빌어먹을 철썩거리는 소리.

저 소리 가 들리 기 시 작하면 항상 악몽이 찾아온다.

철썩, 철썩, 철썩. 빌어먹을 철-썩. 내가 여자 엉덩이 두들기는소리도 아니

고, 저 딴 소리 가 왜 계속 튀 어 나오는데 껬'

!

저 철썩거리는소리가 처음 났을때,윌리엄은 ,어떤 빌어먹을 놈이 움직이

지 못하는 내 몸을 발가벗기고 내 엉덩이를 두들기고 있는 거 아냐?,하는 생

각 때문에 공포에 질렸었다.

때마침 저 철썩 거리는 소리 가 들리는 날이 도수 높은 술을 진탕 마시고 인

사불성이 된 채 기절하듯 잠든 날이었던데다가, 그가 꼬시려고 했던 모델이

친구랍시고 데려온 사람들이 죄다게이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악몽?

꾸기는 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내 옆에 발가벗은 남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오는 공포가 더 강했고, 그 덕분에 윌리엄은 악몽보다도 더 악몽

같은 가능성을 떠올리며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공포에 질린 채 기상을 했었

다.

그렇게 일어난 윌리엄은 아주 다행히도, 정말로 다행히도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없고자신이 자기 전에 입고잔옷에는 아무런 흐트러짐이 없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는 온갖 욕설을 내 뱉으며 방 안의 물건을 이것저 것 다 깨부수며 화풀이

했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꼬시려던 모델을 그대로 차단해버렸다. 게다가

반쯤 잠든 채 떠올렸던 가능성이 너무 끔찍했던지라 한동안 술은 입에도 대

지 않았고, 시 간이 지 난 후에 도 도수가 높은 술은 되 도록 자제 하고 맥주로

대체하기까지 했다.

하지 만 윌 리 엄 기 준으로 '대 단한 노력 '을 했음에 도 저 철썩 거 리 는 소리 는

계속해서 들렸다.

눈을 감고 잠이 들까 싶으면 저 소리는 반드시 들렸고, 술기운에 못 이겨

기 절해도 저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게다가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있음에도 잠에 서 깨기는커 녕 깊숙한 곳에 끌려들어 가기 라도 하듯 항상 깊

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끝에는 항상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악몽.

끔찍한 악몽.

윌리엄의 과거의 트라우마를후벼파기라도 하듯, 어릴 적 그와친하게 지

냈던 소녀 '메리,가 나타났다. 게다가잔잔한 영화처럼 아름다운추억을그렸

다가도 그 끝에는 반드시 윌리엄이 어린 시절에 목격했던 소녀의 퉁퉁 불어

터진 시체 같은 몰골을 보게 된다.

철-썩.

'Fucking Arsehole!'

몸을 진동시키고 정신을 뒤흔드는 듯한 철썩거리는 소리.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파도가 치듯 물이 터져나가는 소음.

윌리엄은 이번에도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욕설을 내뱉었

다.

'씨발 엿 같은 예언을 봐서 그런가? 악몽 더럽게 많이 꾸네.,

놀랍게도 윌리엄은 이것이 누군가의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도 악몽을 많이 꾼다고 생 각할 뿐이 었다.

■빌어먹을. 요새 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으로서는 ■얼마나 멍청하면 악몽이 이렇게 연속적으로 나오는

데 눈치를 못 채 냐?,라고 타박할만한 상황이 었지 만, 윌 리 엄에 게는 이 러한

상황이 일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린 시절, 소녀가퉁퉁 불어 터진 시체로 나타난 것을 목격했을 때부터 악

몽이라는 것은 윌리엄의 일상이었으니까.

잠에 들 때마다 수시로 나타나는 것이 소녀의 얼굴이요, 기괴한 조형물에

대한 악몽이었다.

특히 목격 직후에는 몇 주 내내 소녀와 '더 크리스마스, 관련 악몽을 꾸었

을 정도였고, 이후 심리치료를 한 이후에도 잊을만하면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 계속해서 튀 어나오며 윌리엄을 괴롭히곤 했었다.

윌리엄에게 있어 소녀와 '더 크리스마스,가 나오는 악몽은 일상이었고, 그

의 삶의 일부였으며,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었다.

그랬기에 그는 지금 꾸는 꿈 역시 그것의 연장이라고 여겼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 이 있다면 저 철썩 거 리 는 소리 였는데 • • •.

■쯧. 악몽보다저 철썩거리는소리가더 짜증 나네.,

윌리엄은그것 역시 별것 아니라며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그냥 악몽이 진화한 것이 라고.

악몽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을 짜증 나게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그저 그렇게만 여겼기 때문이 다.

철-썩.

철一썩.

그렇게 철썩 거리는 소리는 윌리 엄의 또 다른 일상이 되 었다.

소리는 그의 '엿 같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악몽의 또 다른 부산물

이 자, 문을 열고 가게 에 들어 갈 때 울리는 종소리와 같은 존재 가 되 었다.

저 철썩 거리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 지고, 어둠이 흔들리는 것이 날이 갈수

록 거세 지고 있다는 것은 눈치 채 지 못한 채 말이 다.

철-썩.

철-썩.

두-웅.

그렇게 재앙은온전히 완성되어 윌리엄에게 찾아왔다.

철-썩.

『•••붉은몸, 붉은 뺨, 붉은 머리, 붉은 볏, 붉은 배, 붉은 등. 하얗되 피에 젖

어 붉게 변한 이빨,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항상붉게 젖어있는 목구멍, 피

가 들어차 있는 위 장, 꼬리 가 움직 일 때마다 튀 는 핏물, 핏물이 떨 어 지 며 물

들이는 새빨간 바다. 줄무늬를 타고 흐르는 피를 껴 안고 나타나는 야만의

징벌!』

윌리엄의 낙관적인 태도는 게으름이 었다.

눕 한 점의 고깃덩이도 먹을 수 없으니 그 까닭은 고기 자체가 피에 절어 끔

찍한 혈향이 풍기고 있음이고, 그 피 하나하나에 먹은 인간의 원한이 들어차

독처럼 작용하기 있기 때문일 것이오.존재 자체가곧저주이자 재앙이니, 흐

발네 스! 흐발네 스! 피의 재 앙이여 ! 끝이 없는 악의 를 품은 재 앙이 여! 한없이

거대한 거품과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드러내어라! 붉은 볏을

휘날리며 불길한 폭풍우와 나타나 보금자리를 부수라! 禳

철썩거리는 소리에 이상함을 느껴서 주술사에게 자문했다면 자신이 당하

고 있는 것이 저주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테니 이렇게 무방

비하게 노출되지는 않았으련만.

『 붉은 볏의 고래여, 꿈의 바다를헤엄치고 파도를 일으켜 안락한꿈의 배

를부수라!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화했던 것처럼 사악한 마법의 힘으로 헤엄

을 치고, 요정의 저주를 움직여 현실과 정신의 경계를 깨부수고 헤엄쳐 마땅

히 찢어먹어야할 것을 쫓아라! 이곳에 감히 그대의 영역에 들어왔다가 나간

무도한 자가 있으니, 꿈의 바다를 헤엄쳐 끝이 없는 악의를 담아 토막을 내

도록 하라!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고, 꼬리를 쳐서 배를 조각을 내고, 이끌

고 다니는 고래들에 게 그 피와 육신을 먹 여 그 끝이 없는 악의 에 피를 축이 라

! 禳

철一썩.

콰-앙

눕 징 벌하라! 부숴 라! 조각내 라! 배를 무너뜨리고 사람을 끌어내 어 갈기 갈

기 찢어라! 부서진 틈새에 끌고 온 고래를 넣으라! 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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