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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237화 (237/526)

볽 237화 > 크리스마스 뒤의 악몽

잠을 자는 듯한 숨소리 .

그리 고 그 숨소리 에 맞춰 이 완되 는 근육.

’’스으一으一’,

어린아이가꿈에서 본 것을 그린 것 같은 문양의 위에서 진성은 편안하게

힘을 빼고 누웠다.

그는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약초를 태운 연기로 향을 입힌 떡 갈나무 토막

에머리를 얹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딱딱한 베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잠이 들기는

무리 였을 것이 나, 수면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약초의 향이 은은하게 코에

스며들고몸에 퍼지며 그의 정신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게 다가 잠이 들었을 때와 흡사한 호흡과 이완되 는 근육 역시 그가 잠으로

빠져들게 하기 에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

진성은 엄습하는 수마를 이기려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맡겼고, 천천히 감

기는 눈꺼 풀을 거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눈을 꼬옥 감았다. 그리고 얇은 한

겹의 눈꺼풀이 눈을 덮자 야트막하게 흘러들어오는 빛의 강약만이 눈에 들

어왔고, 그 빛 역시 진성의 의식과함께 서서히 검게 변했다.

검게.

서서히 검게.

"스..0.—으-”

검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진성의 정신은 무거워졌다.

어둠은 진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정신에 덕지덕지 들러붙었고, 추를

매단제물처럼 한없이 깊은 정신의 심해 속으로빠져들어 갔다.

빠진다.

내려간다.

끊임없이.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속도는 점차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진성이 외우는 잠이 든

사람의 호흡을 닮은 주언은 정말 잠에 빠진 사람의 그것으로 변화했다. 그리

고 근육은 한없이 풀어져 무방비하게 변하고, 정신은 깊게 아래로 가라앉아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정신이 떨어지는 것이 멈춘 것은 어중간한 곳.

정신의 깊은 곳도, 얕은 곳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어딘가.

그 중앙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작게 빛나는 불똥이었다.

검은 도화지에 반짝이 펜으로 점이라도 찍은 것처럼 작게 빛나는 그것은

진성에 게 이것을 보라는 듯 한껏 빛을 뿜어내 었고, 진성의 정신은 그 빛을 이

정표로 삼아 그곳으로 천천히 헤엄쳐갔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운 듯 먼 듯

애매한 거리에 있는 점은 진성의 시야에 들어왔고, 마침내 그 형상을 드러내

었다.

그것은 자그마한 불꽃.

불똥조차 되지 못할 티끌.

하지만 분명히 타오르고 있으며, 화기(火氣)를 품은 채 진성과 연결되 어

있었다.

화기를 품고 있으되 멀쩡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

진성의 몸에 함께 살다가 진성의 명에 따라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파고든

것.

이 것의 이름은 바로 흡충(吸蟲)이 라고 불리는 기 생충이 었다.

과거에는 디스토마(distoma)라고 불리며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던 기생충이며, 애벌레 상태일 때 피부에 파고들어 사람의 몸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녀석이 기도 했다.

이 흡충은 애벌레일 때 세르카리아(cercari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물

속을 헤엄쳐 다니 다가 물에 들어오는 사람의 피부에 파고든다. 그리고 꼬리

를 떼어버린 뒤 자신이 머무르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거기서 성체로 성

숙하여 번식하기 시작한다.

악수를 할 적 진성의 손에서 떠나윌리엄의 손바닥 피부 안쪽으로 파고든

세르카리 아는 순식간에 뇌 신경에 자리를 잡았고, 훌륭하게도 화기를 그대

로 머금은 채 성체로 성숙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잡은 성충은 진성의 몸에서 나왔던 것.

■보아라. 어미의 품을 떠 나 훌륭히 자리 를 잡아낸 자식 아. 본디 머나먼 길

을 떠나 일가를 세웠으되 그 뿌리는 변치 않으니! 한 열매에서 나온 씨앗이

집을 잊지 못하고, 하늘로올라간흙먼지가 땅을 잊지 못하여 땅에 떨어져 내

리듯 너 역시 제 어미의 품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니라!,

진성은 불씨를 피워올리는 성충을 보며 정신으로 외쳤다.

방울이 없음에도 방울이 있는 것처럼 흔들어 방울 소리를 내 었고, 적막에

감싸인 정신의 어둠을 매질로 삼아 자신의 의지를녹여내어 정신 속에 방울

소리를 내었다.

그는 입이 없음에도 소리를 쳤고, 눈이 없음에도 성충을 보았다.

성충의 몸과 진성의 육신은 저 먼 곳에 있다고 할지라도그는 거리를 초월

해 성충과 마주하였고, 오직 자기 몸에서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성충과교감

하여 실낱같은 끈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실은 모든 것을 초월했다.

시간.

공간.

육신.

진성의 정신은 그 모든 것을 무시해버렸다.

그의 정신은 정신에 가라앉아 있으되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벼웠고, 어둠

에 둘러싸여 있으되 그 무엇도 속박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웠고, 무겁고

끈적거리는 어둠을 진흙처럼 덕지덕지 매달았음에도 수은 속에서 느긋하게

물장구를 치는 괴물처럼 유영할 수 있었다.

그는 정신의 바닷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다른 생명과 연결한 뒤 투사하였

고,미미하기 짝이 없는데다가본래부터 진성에게 종속되어 있던 흡충은제

대로 의지도 내보이지 않은 채 그대로 진성에게 굴복하고 본능의 밑바닥까

지 끌어모아 모든 것을 진성의 손아귀 에 쥐 여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육체가 다르되 정신만은 어미의 품으로 돌아온 흡충을 손

아귀에 쥐 었으니 이는 그 육신의 통제권마저 손에 들어왔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바.

진성은 흡충의 정신을 더듬어 육체에 도달하였고, 그 육신의 위치를 알아

내었으며,그육신이 자리 잡은뇌 신경에 개입하는 힘마저 얻게 되었다.

화기(火氣).

불은 여러 개를 머금고 있으며, 불을 머금은 것 역시 여러 개인 바.

■땅에 서 타오르는 불이 하늘을 그리 워 하듯 하늘에 서 피 어 나는 불은 땅을

그리워하여 내리꽂히니.오,불의 뱀이여.빛을 머금은불의 뱀이여.화산의

거대함을 머금고 대지의 파편과 함께 하늘로 치솟고, 빛을 머금고 땅으로 떨

어지는 거대한 불꽃이여.'

진성은 강력한 의 지로 흡충이 몸에 품고 있는 기운을 변질시켰다.

타오르는 불꽃은 번쩍 이는 빛이 되 었고, 전기가 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뇌기(뗌氣)를 머금은 흡충은 뇌 신경에 자리 잡은 채 칩(Ch

ip) 이되었다.

물론 칩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서 진성이 그것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 었다.

미래의 과학자들이 매진해서 만들어낸 뇌에 삽입하는 칩(Chip)과 단순히

뇌기를 품은 자그마한 벌레 하나가 어찌 같은 선상에 놓였다고 할 수 있겠

는가.

진성이 원하는 것은 아주 최소한의 것.

칩 (Chip)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 생충을 자그마한 구멍으로 만들어 그곳

을 엿보려고 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 었다.

그리고….

치직.

치지직.

진성의 시도는 성공했다.

흡충이 만들어낸 자그마한 틈새가 진성과 연결되 었고, 정신의 어둠을 노

이즈로물들이며 서서히 윌리엄의 꿈을 눈앞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치직.

치一직.

꿈틀대는 노이즈는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이리저리 움직이 기를 반복하며

번져나갔고, 그것이 어느 정도 움직이자하나의 형태가 되었다.

그것은 알파벳이 었다.

눕 크--란-----

알파벳은 표류라도 하는 것처럼 노이즈와 함께 떠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떠 다니다가도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 도달하면 그 자리

에 붙은 것처럼 딱 붙었고, 뒤 집히 거나 비뚤어지는 것에 상관없이 그 자리 에

틀어박혔다.

그 모습은 마치 신문 활자를 오려서 만들어낸 편지 같은 느낌이었다.

눕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아주 엿 같은 녀석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글자는 흩어지며 영상이 되 었다.

소리와 글자를 머금은 영상이.

*

*

*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아주 엿 같은 녀석이다.

영국의 빌어먹을 날씨만큼이나 말이다.

옛날 런던에서는 스모그가 땅에 자욱하게 껴서 안개처럼 변했다고 했던

가?

한 모금을 마시면 기침 이 나오고, 계속해서 들이 마시 면 폐 가 아작이 나서

죽어버리는 죽음의 안개라고 했었지.

그 빌어먹을 스모그는 먹구름이 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기분을 잡쳐놓은

물건이 되 었고, 독은 없지만 엿 같은 물방울을 떨어뜨리 며 비싼 옷을 적시고

다른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박살을 내놓는 끔찍한 마물이 되 었다.

그리고 크리 스마스는 저 끔찍한 마물만큼이 나 더 럽고 역 겨운-

생각하기도 싫은 물건이다.

.

.....

크리스마스.

크펹리 —스_마_스.

오, 엿 같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만되면 집의 꼰대 새끼들은 나를교회에 끌고 가지 못해서 안

달이었다.

그러면 거기서 머리 벗겨진 까만옷 입은놈이 튀어나와서 나에게 말하지.

- 오, 크리스마스에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러면 뚱한표정을 짓고 있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비와 어미라는

작자들은 말한다.

-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한다.

기부가 어떠니, 대주술의식이 어떠니, 좋은주술 재료를 기부해줘서 고맙

다느니 하는 그런 수많은 이 야기 말이 다. 그런 이 야기를 듣고 있자면 자연스

럽게 열을 받게 되 고, 꼭 붙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 고 다른 곳으로 도망을 치

고싶게만든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지루함에 짜증을 낼 수밖에 없고, 이리저리 난

동을 부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그렇게 되면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신부가나에게 말한다

- 심심한가 보구나. 네 또래의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데 려 다주마.

나름 자애로운 척, 아이에게 친절한 척을 하는그꼬락서니 하고는.

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작자들은 허구한 날 나만 한 남자아이들을 추행해

서 신문에 실리곤 하지.

역-겨-운위선자 같으니.

위-선-자-!

그렇게 그 끔찍 한 위 선자의 손을 뿌리 치 고 그 뒤 를 따라가자면 구석 진 곳

에 있는 자그마한 방이 보인다. 그 방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 어노는 소리

가 들리고, 그 소리는 내 기분을 아주 엿같이 만들어주지 .

나는 이렇게 짜증이 나는데 너희는 왜 행복한지.

하, 짜증 나는 애새끼들 같으니.

- 여기서 잘놀고 있으려무나.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역-겨-운 크리스마스!

엿이나 먹으라지!

그리고 그 방의 문을 열면 그것이 있다.

크펹리 —스_마_스.

아이들이 '더 크리스마스(The Christmas)'라고 부른 역겨운 조형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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