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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217화 (217/526)

볽 217화〉꿀을 들고 한국으로

"공항 냄새, 공항 냄새가나.’,

잠옷 차림으로 나온 이 아린은 졸린 눈을 슬쩍 비 비고는 구겨진 잠옷을 손

으로 탁탁 털어서 주름을 폈다. 그리곤 사뿐사뿐 걸어와 먹이를 노리는 맹수

처럼 진성의 주위를 맴돌았으며, 잠을 자느라 망가진 머 리 카락을 휘 날리 기

도 했다.

그러다가 정수리로 진성의 팔을 꾹꾹 누르기도 하는 등, 잠에 반쯤 취한

채 동물 같은 행동을 계속했다.

"여러 문화권의 냄새가섞인 냄새.치즈 냄새…? 아니,고기 냄새인가? 응.

고기 냄새 에 왠지 짠 냄새 …. 거기 다가 약간의 비린내도 좀 나는 것 같은데

•••.나무 냄새도 나는것 같고….’,

그녀는 졸음 때문에 눈을 반개한 채 코를 쫑긋 움직 이며 진성의 몸에서 나

는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 잠에서 깨어나자 그러한 행동을 멈

추고 진성과 거리를 약간 벌렸으며, 냄새를 맡는 대신 초점이 또렷하게 잡힌

눈동자로 진성의 위 아래를 살펴보았다.

"흠.’,

이아린의 시선이 멈춘곳은 진성이 손에 들고 있는 짐.

꽤 커다란 크기의 캐리어였다.

그녀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광택이 눈부신 캐리 어를 참치통조림

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보았고, 어서 저 참치통조림을 따서 자신에게 달라

는 고양이처럼 눈빛으로 진성에게 요구했다. 이러한 이아린의 모습은 이리

저리 뻗친 머리카락에 더해져서 정말로 표범이나 사자를 연상케 했다.

"•••"

하지만 맹수의 눈으로 아무리 노려본다고 한들 진성이 그 요구에 따르는

일은 없었다.

진성은 눈빛으로 보내는 이 아린의 요구를 알아채 지 못했다는 듯 평온한

표정이 었으며, 졸음이 가시고 그 자리에 욕망이 들어차기 시작한 이아린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기 만 할 뿐이 었다.

그렇게 둘은 짧은 시간 동안 왠지 모를 긴장감 속에서 대치하였고, 그

침묵속에서 이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라비."

"왜 그러느냐?’,

"왜 이렇게 뜸을들여.’,

그녀는 진성에게 타박하듯 그렇게 말하고는 당당한 태도로 손을 내밀었

다.

쫙 펼친 손은 거침없이 진성의 앞으로 향했고, 어서 자기 손바닥위에 무언

가를올리라는듯손끝이 접히며 재촉까지 했다.

"여행 갔다왔으면 가지고 와야하는 거 있잖아.’,

이아린은 그만 빼라는 듯 내민 손으로 진성을 쿡쿡 찌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성은 캐리 어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이 아린의 손바닥 위에

무언가를 놓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통보를했을뿐.

"선물은 없느니라.’,

그러자 이아린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되돌아가기

라도 한 것처럼 아까와똑같은 표정, 똑같은 말투로 손을 내민 채 다시 말했

다.

"여행 갔다왔으면 가지고 와야하는 거 있잖아.’,

진성은 이러한 이아린의 행동에 똑같이 대응해주었다.

"선물은 없느니라.’,

진성 역시 시간을 돌린 것처럼 똑같은 어조로, 똑같은 미소를 지은 채 통보

했다. 그러자 그제 야 이 아린은 충격받은 얼굴로 진성을 바라보며 경악을 내

뱉었다.

"뭐…?’,

그 얼굴은 마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라며 무언으로항의하는듯한

얼굴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다고?!’,

아니.

무언으로끝나지 않았다.

이아린은 보법을 밟으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단숨에 진성의 앞까지 거리

를 좁혔고, 팔을 위로 올려 진성의 어 깨를 꽉 붙잡곤 그를 앞뒤로 흔들며 항

의했다.

"여행 갔다왔는데 특산품을 안사와?! 어디 갔다왔는데?!’,

"그건 비밀이니라."

"왜 비밀이야?! 기념품구할수 없는곳에 갔다왔어? 남극?북극? 아닌데

. 생선 냄 새 랑 짠 냄 새 나는 거 보면 바닷가 근처 이 거나 섬 나라일 테고, 식생

활 자체가 절여서 뭔가를 먹는 나라일 가능성이 큰데!’,

이아린은 평소에는 잘쓰지도 않는 머리를 팽팽 돌리며 진성이 어디를 갔

다왔는지 추리해냈다.

"아니지, 고기 냄새도 나는 걸 보니 육지 쪽인가? 그럼 유럽? 어쨌든 다녀

왔으면 기념품이 있어야할거 아니야!’,

그녀는 진성을 앞뒤로 흔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어깨를 꽉 부여잡

은 채 정수리로 그의 가슴을 종이라도 치듯 쿵-쿵 때렸다. 물론 그녀와 비교

하면 한없이 연약하기 짝이 없는몸을 가진 진성이었기에, 어린아이가 장난

으로 벽에 머리를 박듯이 아주 살살 박았다.

"아니, 면세점에서 뭔가를 사 올 수도 있었을 텐데!"

"면세점? 그런 데서 살 이유가 있느냐?’,

면세 점 이 라는 단어 가 들리 자 진성은 의 아한 듯 물었다.

거기서 이아린이 탐낼만한 물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장품과 의류는 이 양훈이 가지고 있는 광양 그룹의 자회 사의 것을 이용

하고 있고, 핸드백 이 나 신발, 드레스 같은 것은 일류 디 자이 너에 게 직접 받는

다. 시계 같은 것은 연을 맺고 있는 스위스의 일류 장인에게서 받아오고 있으

며, 가구 역시 전 세계의 가구 장인에게서 직접 받아온다. 거기 들어가는 재

료 역시 인맥이 없으면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것들임은 당연하다.

향수?

이 양훈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향수 회사에 주문해 만든 향수를 사용한다.

건강식품?

역시 면세점에서 살 필요가 없다.

그런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직접 구해온 귀한 것들을

수시로 먹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인맥과 돈을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영약이 될만한 것들을

구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내공을 늘리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니 면세점에 집착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야 했다.

진성은 의문을 품고 이 아린을 바라보았고, 이 아린은 답답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더니 목소리를 확 줄여서 진성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거 있잖아그거. 생명의 물.’,

"생명의 물?’,

"에이, 이 오라비 봐라.눈치가 없어,눈치가. 러시아 애들은 잘 알아듣던데.

이 아린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술말이야, 술.’,

"술이라…?’,

진성은 그녀의 요구에 피식 웃었다.

"나 역시 미성년자인데 어찌 그것을 사올 수가 있느냐?’,

"아 맞아, 그랬지…?’,

진성의 어이없다는 듯한 반문에 이아린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

렸다. 그리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진성을

빤히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오라비는 분명히 성인이 아닌데 왜 성인이라고 생각했던 걸

까…?"

이아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 중얼거렸고, 진성의 어려 보이는 얼굴

을 머리에 각인시키기라도 하려는듯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 이고는 그의 어깨를 잡은 손을 떼어내 었고, 대신에 그의 팔을

붙잡고 가자는 듯 힘을 주었다.

마치 동물이 옷자락을 입으로 살짝 물고 어 디론가 끌고 가는 것처럼 말이

다.

"이봐 오라비. 선물을 안 챙 겨왔으니 선물을 만들어서 라도 줘 야지 ?"

그녀는 마치 돈을 뜯는 것처럼 살짝 건들거리는 말투로 말하며 그를 저택

의 지하에 있는 어떤 방 앞까지 데려갔다.

끼익.

그녀 가 금속으로 된 문을 열 자 육중한 소리 와 경 첩 이 내 는 소리 가 조용한

어둠 속에 퍼졌고, 살짝 열린 틈새로 짐승 냄새가 확 풍겨왔다.

"흠.’,

털 달린 짐승에게서나 나는 냄새.

평 범 한 개 나 고양이 보다는 설치 류에 게 서 나 날법 한 냄 새 였다.

게다가 그 냄새에는 물비린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카피바라?"

"응. 카피바라."

그녀 가 안내 한 곳에는 카피 바라가 잔뜩 있었다.

얼핏 세어도 열은 넘을 것 같은 카피바라들은 제각기 마음에 드는 위치에

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떤 카피바라는 바닥에 딱 붙어서 뻣뻣해 보이는 털

을 축 늘어뜨린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어떤 카피바라는 구석에 만들어놓은 거

대 쳇바퀴의 위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기도했다.

그리고 대다수 카피바라는 지하에 만들어놓은 수영장에 들어가 있었는데

, 온천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속에서 축 늘어진 채 온천을 즐기는 할아버

지들처럼 눈을 감은 채 한껏 풀어져 있었다.

.

.........

그 모습은 마치 반쯤 녹아서 온천과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 지 기도 했

으며, 뻣뻣하면서도 묘하게 복슬복슬할 것 같은 털 뭉치들이 한껏 귀 여움을

뽐내 며 둥둥 떠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 기도 했다.

그리 고 이 러 한 카피 바라들은 문소리 가 들리 자 귀 를 쫑긋 세 우며 문 쪽으

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라면

당장 달려들어서 애교를 부리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열린 문 틈새로 이아린의 모습이 보이자, 카피바라들은 털을 바싹

세우고는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수영장 밖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카피바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번

개처럼 움직여 수영장 안으로 도망갔으며, 수영장의 계단부근에 있던 카피

바라들은 열심히 물장구를 치며 수심이 깊은 곳으로 헤엄쳤다. 그리고 겁이

라도 집어먹은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이아린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 아린과 눈이 마주쳤다 싶으면 덜덜 떨면서 물속으로 잠수했

고, 숨이 필요할 때만 슬쩍 코를 내밀고 다시 들어 가기를 반복했다. 물론 물

이 깨끗해서 물속의 카피바라가 훤히 보이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카피바라

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진성은 이 아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왜.’,

쿵.

이아린은 진성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고,

괜히 화가 나기 라도 하는지 슬쩍 발을 움직 여 문을 툭 쳤다. 하지 만 툭 쳤다

고는 믿 기 지 않을 정도로 육중한 소리 가 났는데,그 소리는 마치 종을 치는

것같이 웅장했다.

첨-벙!

끼익

당연하게도 그 소리를 들은 카피바라는 더 겁을 집 어먹었고, 아예 자신이

물고기라도된 것처럼 깊이 잠수했다.

"카피바라가 이렇게 겁을 먹을 만한 녀석들이 아니거늘. 어찌 겁을 먹는고

?"

이아린은 그의 물음에 당당하게 답했다.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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