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94화 (194/526)

<194화 > 산사태

직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린 칼은 단단하게 굳은 기를 내뿜었고, 내뿜어진

기는 그대 로 앞으로 나아가며 산사태를 그대 로 반으로 갈라버 렸다.

콰아아앙-!

아래로 흘러내리던 흙은 물을 강하게 후려쳤을 때, 혹은 북을 있는 힘껏

후려쳤을 때 날법한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솟구친 흙

은 중력의 힘으로 약간 솟구쳤다가 다시 바닥으로 쏟아졌고, 흐르는 토사에

다시 합류하였다.

카즈오는 반으로 갈려서 경로가 살짝 바뀐 산사태를 바라보며 다시 검을

들었다.

콰아아-앙!

카즈오의 검이 다시 한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굉음이 울려 퍼졌고, 카

즈오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갈라져 흘러내리던 산사태는 다시 한번 반토막

이 났다.

"히—야아아아아아아압!’,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카즈오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직선을 그리며.

그는 오직 내려치기 만을 반복했고, 검에 기를 잔뜩 불어넣은 채 검이 붓이

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붓에 하얀빛을 물감처럼

붙여서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그는 계속해서 선을 그렸고, 그 선이 겹치고 또

겹쳐서 굵은 기둥처럼 보이게 될 때까지 팔을 혹사했다.

그의 근육은 미 친 듯이 부풀어서 터 지 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되 었고, 시 야

를 가릴 정도로 내리는 폭우는 카즈오의 몸에 닿기 무섭게 열기에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어 퍼졌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자 카즈오의 주변에는 안

개가퍼지듯 뿌옇게 변했고, 카즈오가휘두르는 검의 경로가 마치 빛으로 면

을 그리는 것처럼 허공에 빛을 수놓았다.

콰앙-!

콰앙-!

파아아앙-!

그리고 그렇게 내려치 기를 반복함에 따라 산사태는 허공으로 튀고 아래

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수면에 포탄을 맞은 것처럼 높이 흩날렸다가 떨어지는 흙은 마을을 덮치

기 위해 질주하던 동력을 잃어버렸고, 카즈오를 피해서 흘러내리려던 산사

태는그의 칼질에 계속해서 조각이 나며 그세가점점 줄어들었다.

바다가 강이 되는 것처럼.

강이 쪼개져서 천(川)이 되는 것처럼.

천(川)이 쪼개져서 졸졸흐르는 시냇물이 되는 것처럼.

"후우우우-우우우

n

마침내 시냇물은 질량에서 오는 가속도를 잃어버리고 허무하게 장애물에

가로막히며 고여버리는샘이 되었다.

카즈오는 산사태 가 힘 을 잃 어 버 리 자 그제 야 숨을 돌리 려는 듯 뜨겁 고 깊

은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이제 되 었다는 듯 검에서 기를 거두고 검집 안에 집

어넣고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마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켜낸 마을의 모습을 말이다.

본래라면 나무로 된 집과 전봇대는 모조리 밀어버리고 콘크리트로 된 건

물은 흙으로 파묻어버 렸어 야 할 산사태 는 마을에 제대로 진입하지 도 못했

고, 마을의 외곽 부분에 약간의 피해를 주는 정도로 끝을 맺었다.

산사태에 합류해서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믹서기처럼 갈아버렸어야

했을 쓰레기는 마을 외곽 쪽에 세워진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 논밭에 어지

러이 널려서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어마어마한 양의 흙더미는 카즈오의

칼질에 그 끔찍한 질주를 멈추고 이곳저곳에 쌓여있었다.

그렇게 쌓인 곳 중에는 나무로 된 집 역시 있었다.

본래 라면 나무로 된 집을 이 리저리 밀다가 부숴 버렸어 야 했을 토사가 다

행히도 집의 佝층까지 덮치는 정도로 끝을 맺은 것이다.

치이이익-

카즈오는 자기 몸에 닿기 무섭게 수증기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빗방울이

내는 단말마를 들으며 옅은 미소를 지 었다.

■나는 산사태를 베었다.,

그는 비명을 질러대는 근육과 고갈이 된 단전에서 오는 공허함을 느꼈다.

당장이 라도 쓰러져 서 잠을 청해 야 한다는 듯 눈은 연신 감기 려고 했으며 ,

마치 심해에 들어온 것처럼 무겁고 축축 늘어지는 몸뚱어리는 그대로 주저

앉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평소라면 가득 차 있어야 할 단전에 기

가 모조리 고갈됨 에 따라 깊은 허무와 무력 감까지 느껴 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카즈오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을 준 채 꼿꼿하게 서서

마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보기만해도 기쁘다는 듯.

자신이 세운 위업의 결과가 바로 저것이라는 듯 말이다.

그는 자연재해에 속하는 산사태를 자신이 저지했다는 사실에 환희에 젖

어 있었다.

또한 자신의 무엇이든 벨 수 있다,는 신념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귀에 울려 퍼질 듯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의 소리를 감미로

운 음악처럼 느끼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았음에도 산더미처럼 쌓인 흙과 멀쩡한 마을의 모습은 그

대로 보이는 듯 보였다.

아마이 기억은 오랫동안이어지리라.

그가 검을 놓는 그 순간까지 .

아니, 어쩌면 그의 숨이 끊길 때까지일지도 모른다.

마을에 내려온 저주는 용기 있는 무사에 의해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태산이 팔을 뻗어 손짓하는 듯한 거대한 질량은 내려

찍는 검에 의해 조각이 났고, 물을 머금으며 집을 부숴 사람들의 고향을 잃어

버리게 하려고 했던 흙더미는 단순히 마을 외곽 부분만을 덮는 것으로 끝을

맺었으니까.

게다가 본래라면 산사태는 대피소 근처까지 들이닥치고 도로를 모조리

뒤엎으며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방해했어야만했다. 만약그렇

게 되었다면 사람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복구를 기다리며 대피소에서

먹고 자며 무기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생업에 종사하며 마을을

다시 활기 로 불어넣 었어 야 할 사람들은 무겁 게 내 려 앉은 공기 속에 서 무기

력에 몸을 바둥거리고 있어야만 했으리라.

하지만 카즈오의 위업으로 대피소뿐만 아니라 집 대부분이, 직장이 멀쩡

하게 보존이 되 었고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다시 원래 있

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간 사람들은 자신의 터전과

자신의 밥줄이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고, 금방 다시 원래대로돌

아갈 수 있으리 란 희 망을 품게 되 었다.

게다가 사람이 산사태를 막아냈다는 어마어마한 업적 덕분에 단순히 '어

떤 지방에서 어떤 재난이 있었습니다,로 가볍게 지나가야할사건이 화제가

되기까지 하였다.

눕 사츠마의 용, 산을 갈랐다! 禳

『사람인가,현세에 강림한용인가!무사의 위업!산사태를막다』

눕 시현류가 막아낸 산사태, 마을을 지 키 다』

눕 산사태 가 쏟아진 마을, 하지 만 그들의 얼굴에 피 어난 웃음꽃 禳

눕 재난을 맞이했음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주민들 禳

그 결과 마을을 복구하기 위 한 기금이 모이 기도 하였고, 전국에 서 봉사하

겠다며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으며, 가고시마의 한 업체에서는 '마을

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도움을주겠다,라며 중장비를잔뜩 이끌고 찾

아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쌓인 흙더미를 삽으로 퍼내고 포대에 담아트럭에 싣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고, 다 부서진 태 양광 패널과

나무 조각들을 치우면서도 활기찬 목소리를 내 었다.

산사태 가 끝났으니 까.

희망이 있었으니까.

재난이 있어도찬란하게 빛낼 내일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눕 쿠로츠루기미네의 산사태, 인재인가하늘이 내린 단죄인가? 禳

『 심층취 재 , 쿠로츠루기 미 네의 산사태를 예고한 예 지몽은 무엇인가!』

눕 지장보살의 저주! 쿠로츠루기미네의 산사태는귀신의 짓이었나?! 禳

눕 집중취 재 ! 산사태 를 일으킨 지 장보살의 저주를 추적한다! 禳

찬란하게 빛나는 빛이 있다면 짙은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단순한 산사태 로 끝나야 할 사건 이 화제 가 됨 에 따라 그것을 깊 이 파고들

려는사람들 역시 생겨났고,그렇게 이것저것 조사하던 기자들의 눈에 '지장

보살의 저주,라는 소재는 아주 매혹적 인 것이 었다.

그들은 미친 듯이 파고들어서 마침내 진상에 가까워졌다.

그리고그 결과, 시현류의 사범이 이 일에 깊게 관련이 있다는 것 역시 밝혀

지게되었다.

쿠로츠루기미네 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으며, 사범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위에 보고도하지 않은 채 전문가들을 불렀으며, 마침내 일을 해결하기는했

지 만, 그 후속 조치 를 제 대 로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그모든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죄 송합니 다! 죽을죄 를 지 었습니 다!’,

쿠웅!

사범은 무릎을 꿇은 채로 크게 소리를 치다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부복하

였다.

일본에서 도게자(土下座)라고불리는 사죄의 행동이었다.

사범은 너무 세게 박아서 피가 흐르는 이마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머리를 부복하였다. 엎어진 채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그의 얼굴에

서는 치 욕스러움과 약간의 공포, 그리고 무언 가를 결심 했을 때 나오는 책 임

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도게자의 의미는잘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목이 잘려도 괜찮다는 거냐?’,

"예! 다만 다른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 혼자서 독단적으로 행해

서 이렇게 된 것이니, 오직 저 혼자만을 벌하고끝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사범은 자신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한 원로의 목소리 에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목이 잘려도 괜찮다…라.’,

"오직자신만처벌해달라?’,

원로는 도게자를 하고 죽여달라고 소리치는 사범의 모습을 보며 눈을 빛

냈다.

[흠.]

[사나이다운 모습이긴 한데….]

[ 생 각해보면 죽을죄 까지는 아니 기도 하고….]

원로들은 더없이 비참한, 하지만 그렇기 에 역설적으로 당당하고 사나이

다워 보이는 사범의 모습을 호의 적 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원로들은 전

음(傳音)을 사용해 사범에 관한 이 야기를 나누었고, 이 야기를 나눌수록 점

점 긍정적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잠깐의 대 화가 지 나간 후.

카즈오가 그에게 다가갔다.

"너는 잘못을 했다. 알고 있겠지 ?"

"예!’,

"그렇다면 사나이답게 그 책임을 져라.’,

그리곤 사범을 일으켜주며 말했다.

"소홀했던 만큼, 남에게 폐를 끼친 만큼.’,

그는 피범벅이 되어버린 사범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목숨을걸고 뒷수습하도록.’,

사범은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카즈오의 자비로움에 감격하며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 답했다.

"예! 목숨을걸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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