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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91화 (191/526)

볽 191화 > 저주가 마을을 덮치리라

사범은 진성을 보낸 후 전문가들을 다시 부르기 시 작했다.

뜬구름을 잡는 것 같았던 이전과는 다르게, '마나,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

었기에 전문가들을 수소문하는 것은 쉬웠다.

사범은 순식간에 두 명을 구할 수 있었다.

대동아전쟁 에 참전했던 조상들이 노획 한 물품들을 모아 박물관을 개 장

한지역유지.

민속학을 연구하는 학자.

사범은 둘에게 연락해서 자문했다.

가장 먼저 진성이 마나에 대해 설명을 한 것이 맞는지, 마나가 혼령과상호

작용을 해서 특별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마나의 잔재가 남아있다면 어떤 위

험 이 있는지,그리고 만약 마나가 남아있다면 그것을 쉽 게 찾을 수 있는지 에

대한 물음이었다.

사범은 내심 진성의 말이 틀리기를 바랐고, 자신이 지장보살을 두 조각으

로 잘라버린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 기를 원했다.

그는 결코 '남아있는 마나로 인해 다시 혼령이 힘을 얻어서 난리를 피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이 수련장을 담당하고 있는 동안 아무런 일이 발

생하지 않기를 원했다.

이것을 자기 보신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보신주의 에 찌들었다고 해도 좋았고, 제 몸 하나는 끔찍하게 챙 긴다고

비꼰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본래 일이라는 것은 터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책임은 한없이 가

벼울수록 좋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범의 소원은 이루어지기 가 힘들었다.

눕 마나에 대한 자문이라.좋습니다. 잘찾아오신 겁니다. 저는 미국의 로체

스터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쳤거든요. 적어도 이 일본에

서는 마나에 관해서는 권위자라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눕 제 가 한창 대학원에 있을 당시 교수님 께서 저를 폴리 네시 아 쪽으로 많

이 끌고 가곤 하셨지요. 하하하.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데 어찌나 당혹스럽던

지. 게 다가 문화도 맞지 않고 시 설도 낙후되 어 있는데 다짜고짜 그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하니 당혹스러웠습디다. 하지만지내다보니 그사람들의 순박

함에 저도 마음을 열게 되 었고, 그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할수있었죠.』

『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들의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폴리네시

아의 섬들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전사와 주술사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전사와 주술사들은 마나를 에너지로 사용해서 이능을

발휘했고, 현대에는도저히 이해 못할 야만적인-아, 이건 인종차별적인 말은

아닙 니 다. 그냥 말 그대로입 니 다. 정 말 야만인들이 나 할법 한 짓을 하곤 했었

거든요. 禳

눕 흠, 그래서 그때 보고들었던 것들이 지금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허허허, 이 나이를 먹고도 명확하게 박혀있었다는 것은 참….

본래 그 시절이 잘 기억나고는 합니다마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선명히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긴 했지요. 禳

눕 자.본론으로들어가볼까요? 일단 마나에 대한설명은….』

눕 일단, 이 정도만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끝이 없거

든요. 그리고 이 이상은 전공자나 알법한 내용인지 라, 생 략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눕 그런데 이거는 좀 흥미롭군요. 마나가 혼령과 상호작용을 할 경우라….

보자. 이거 관련한논문이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여기 있군요. 흞 문화

지 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나의 발달과정에 관한 연구」…여기 에서 혼

령과 마나의 결합이 나오죠.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를 사용한토템에 혼령…

그러니까 그지역에서는 조상령이나 수호령으로 취급했던 영혼이 깃들게 되

는 경우들이 있는데 ….』

눕 •••이스터섬에서 가장 거대했다고 하는 석상에서 거대한 마나가 깃들었

고, 석상을 가져가기 위해 접근했던 영국의 모험가들에게 공격하기도 했지

요. 이것을 본다면 물건에 빙의하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악령의 특성과 마나

는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자명합니 다. 禳

눕 마나의 잔재가남아있다면 어떻게 되냐고요? 하하하. 그거야뭐, 똑같

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겠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꿀을 엎질렀는데 거기 꼬

인 개미만 치운다고 해서 거 기 벌레 가 또 안 꼬이 겠습니까? 禳

학자라는 사람은 진성의 의 견과 흡사한 의 견을 내비쳤을 뿐만 아니 라, 사

범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크게 흥미마저 느꼈다. 게다가 진성이 그와비슷한

답변을 했다고 하자 학술적인 흥미마저 느끼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연락처

는 얻을 수 있는지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

눕 마나요? 아니 뭐 모르지는 않습니다. 작고하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모

은 물건들이 죄 다 그런 쪽이 었으니 까요. 하지 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것을 물

으시면 그건 또 곤란합니다. 알기는 아는데, 기껏해야 아마추어 수준이거든

요. 제대로 된 답변을 원하신다면 마나를 전공하고 있는 교수를 찾아가거나,

학자를 찾아가는 게 나을 겁니 다.』

눕 일단 마나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마나라는 것은

태평양의….』

『 •••이상입 니다.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라서 별다른 도움이 되 지 않았을 것

같은데 •••. 다른 질문 있으십 니까?』

『마나와혼령의 상관관계?』

눕 아 당연히 있죠. 악귀나 악령이 수준이 좀 높아지면 에너지를 쓰는 놈도

나오지 않습니까? 기를 이용해서 몸에 상처를 입히거나, 마력을 사용해서 염

동력을 사용하거나. 마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禳

『그런데 혼령이면,흠.뭐 빙의한물건에 따라서 가능합니다.아티팩트에

깃들어서 멀쩡했던 물건을 저주받은 물건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뭐 마

나로 만든 주물에도 그런 일이 있을 수밖에요. 禳

눕 그냥 의견이 그렇냐고요? 아뇨, 아버지가 겪었거든요.우리 박물관에

진열된 물건 중에 어린애 머리뼈랑 정강이뼈로 만든 완드(Wand)가 하나 있

거든요?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이 물건을 일본에 전리품이랍시고 가

지고 오셨는데,이놈이 말썽 을 부렸다고 합니 다. 밤마다 어린애 우는 소리 가

나지를 않나, 덜덜덜 떨면서 집안의 물건을 허공에 띄우고 휙휙 날아다니게

하지를 않나.』

눕 네, 폴터 가이 스트 현상이요. 그게 일어난 겁니다.』

눕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절에다가 신사에다가 신부님에다가…. 온갖 사람

을 다 모았다고 해요. 그리고 그 완드 안에 어린애 귀신이 들어있는 것을 확

인했고, 바로 정화작업을 거쳤다고 하죠. 禳

눕 뭐 저는 제 눈으로 보지는 못했으니 자세한 것은 알수는 없습니다만….

뭐 완드가 가지고 있는 주물로서의 힘이거나, 그게 아니면 그 안에 깃든 원혼

이 완드에 깃든 마나를 사용해서 장난질을 친 게 아니겠습니까? 禳

눕 어느 쪽인지는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날 이후 완드를 특

별관리를 하기 시작했지요. 부적을 덕지덕지 붙인 유리 상자 안에다가보관

해놓은 것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정화 의식을 하고, 귀신이 접근하지 못하

도록 금줄까지 쳐놓았습니다. 그리고 금줄 역시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고요.

『 어렸을 적에는뭐 저거 가지고 유난떠나싶기는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 각해보면 그게 맞는다는 생 각이 듭니 다. 또 혼령 이 깃들어서 난리 가 나면

곤란하잖아요? 禳

『 그래 서 혹시 나 해서 박물관 전체 에 다 부적도 붙이고, 금줄도 치고, 소금

도 놓고 그럽니다.』

지역 유지의 말 역시 비슷했다.

혼령과 마나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졌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 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고 말이 다.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일이라고 생생하게 이야기까지 하고 있으

니….

"제기랄.’,

사범은 자신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진성과 다른 두 전문가가 한결같이 말한다.

혼령을 치운 것은 잘했는데, 마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고.

그것을 어떻게든 치우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래, 그의견은 맞기는맞지.1

일리가 있다.

아니,분명히 저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찾느냐는 말이다.

장비를 이용해서 찾자니 산 전체를 들쑤시고 다녀야 하니 불가능할 것은

뻔했고, 그렇다고 기감을 펼쳐서 찾기에는 시간이 오랫동안 걸릴 것이 분명

했다.

기감이라는 것이 귀를 쫑긋 세우는 정도가 아니라, 기를 이용해 온 감각을

깨워 야 하는 것이 었으니 까.

신경이 곤두서니 피로도 많이 쌓이고, 기감을 펼치는데 기가 많이 소모되

니 오랫동안 켜놓을 수도 없고, 그리고 사범의 경지로는 이 기감을 넓게 펼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수련생들을 이용한다?

그것도 불가능하다.

훈련을 시키진 못할망정 기감을 켜고 마나의 흔적이나 수색하게 하는 것

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으니까.

■만약 그랬다가는 내 모가지 가 썰 리 겠지 .,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로 목이 썰리 거나, 아무리 온건해도 팔하나가 썰릴 것이다.

시현류는 전장의 무술이며, 병사의 무술이며, 일격필살의 무술이다.

단기간에 병사들을 훈련할 때 익히게 하기도 했고, 독기를 품고 있는 사람

을 살인 기 계로 만드는 무술이 기도 했다.

자기 수양을 위한무공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지극히 실전적인 무공.

그리고 이런 실전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독기가 가득하고, 몸

에 살기를 품고 있다.

이는 시현류의 초고수, 카즈오(計夫)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침이 없고, 잔인하고, 폭급하다.

'카즈오 대사범님….,

사범은 카즈오에 대해서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뒤, 결론을 내렸다.

■묻자.,

사람을 동원해 찾는 것도,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파는 것도, 수련생을 이용

하는 것도 아닌 제4의 선택 이 었다.

그냥 이 일을 묻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어차피 문제가 일어날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포탄이

같은자리를 때리지 않는것처럼 이런 문제가또 일어날확률은지극히 낮다.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어 야 하는 법.

사범은 괜히 설레발을 쳐서 자신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을 위에 알리는 것보다는, 그냥 조용히 일을 묻는 것을 택했다.

세 사람이 말한 '또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는 의견은 단순한확률

에 대한 말로 변했고, 앞서 방문했던 수많은 전문가가 그러했듯 거의 없는

확률을부풀려서 언급해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수작이 되었다.

.........

■마침 다음 주부터 폭우가 내린다고 하지껬 폭우가 내리면 나무에 붙어있

는 저 흉측한 얼굴들도 다 쓸려 내려갈 것이고, 수련생들이야 입단속을 철저

히 하면 그만이고. 전문가들은…. 관리비에서 좀 떼고, 내 돈을 좀 써서 감사

표시를 하면 되 겠고.,

사범은 그렇게 모든 것이 잘되리라 믿었다.

모든 것이 잊힐 것이라고.

위에 이야기가올라가지 않고,평온한일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

『저주가 마을을 덮치리라.』

『 하늘이 칼에 찔려 신음을 흘리고.』

『 마침내 쏟아진 눈물은 땅에 떨어져 피눈물이 될 것이다.』

『 산의 은혜를 잊어버린 자들은 저주받으리라.』

『 저주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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