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화 > 훈로서리라
아스카 시대부터 싹을 틔우기 시작한 일본의 음양술은 시간을 더해가며
꽃을 피워 내었고, 대륙과는 별개의 일본만의 독자적인 특징을 갖게 되 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능력을 발전시켜왔는데 이것이 참으로 특이한 형태였
다.
일본 주술의 시작은 대륙이 었다. 대륙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주술은 일본
인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믿을 것은 제 몸뚱이와 재능밖에 없는 이들이 그것
을 탐닉하여 주술사가 되 었다. 그리고 주술을 처음 익힌 이들, 소위 말하는 ’ 1
세대,들은 다른 주술사들이 그러하듯 진리를 탐구하고 도를 구하고 다녔으
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본의 주술사들은 구도와 수행 대신 생존을 우선시
하게 되었다.
보통은 점술을 발전시켜 권력자의 비호에 들어가는 것이 주술사의 성질이
었지만, 이들은 수시로 전쟁이 일어나는 일본의 특성상 자신의 몸을 지키기
를 더 원하였고, 자신들의 안전이 대대로 이어지기를 갈망하였다.
산속에 숨어있으면 세금을 피해 도망쳤다면서 공격을 당하고, 마을에
있으면 강제로 징집을 당하고, 간신히 살아서 돌아오면 가혹한세금 때문에
굶어 죽는다. 주술을 익히고 있다고 재주를 자랑하면 등용은 되지만, 필연적
으로 주술을 남용하게 되어 몸이 끔찍하게 망가져서 죽는다.
게다가 다른 곳처럼 권력자와 친하게 지내 그 비호를 받는 것 역시 힘들었
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그친하게 지낸 권력자의 목이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
다.
암살자의 습격을 받아죽고, 상대편에서 날린 저주에 맞아죽고, 전쟁에서
죽고, 포로로 잡혀가고, 농민 반란의 와중에 죽고, 무인이 날리는 검기에 몸
이 토막이 나고, 태풍이나 지진에 의해 사망하기도 한다.
그리고그렇게 죽게 되면?
당연히 그 권력자와 친분을 쌓았던 주술사의 노력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아니, 차라리 허공으로사라지기만하면 다행일 것이다.
권 력 자와 함께 도매 금으로 묶여 처형을 당하거 나, 새로 부임한 권 력 자에
의해 '도구,로 전락하는 예도 다반사였다. 주술이 라는 것은 대 가가 문제 일
뿐이 지 그 효과 자체는 유용한 것이 많으니,생 명을 쥐 어짜기 만 한다면 유용
한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 까.
그리고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일본의 주술사가 추구하는 것은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다.
몸과 정신, 영혼을 단련하는 수행은 일상의 가혹함을 견디는 것으로 대체
되었다.
도를 찾는 것 대신에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는 것을 추구하였다.
정신의 확장대신에 일신의 안녕을 꾀하게 되었다.
생존.
주술사들은 오직 그것 하나만을 위해 주술을 익혔고, 남의 사리 사욕을 채
워주는 대신에 오직 자신의 몸만을 생각하는 이기 적인 면모를 보이게 되 었
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반복됨에 따라 일본의 주술은 생존과도주에 특
화된 형태가되었고, 점술이나의식 같은 형태의 주술은한없이 퇴화하게 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이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와중 특이점이 나타났으니.
바로 계 약자들의 등장이 었다.
계약자들은 자신이 제각각의 신들에게 선택을 받았다며 특이한 힘을 휘
두르고, 사람이 알 수 없는 지식을 무기로 세상에 개 입하였다. 그들은 과도
한 전쟁으로 인해 탄생한 악귀들을 물리치고, 겁 없이 돌아다니며 사람에게
해를 끼치던 악령들을 저 멀리 몰아내 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여 축복을 걸었으니.
그 범위는그들이 ■천하(天下),라고여기는곳.
즉, 일본 전체였다.
눕 가련한 삶을 사는 인간들을 위해 대신들께서 축복을 베풀었도다. 禳
『천하는풍족하게 될것이다.』
그들의 축복 아래서 모두는 행복해졌다.
무인은 더 빠르게 강해졌으며.
농민들이 얻는 알곡은 숫자가 더 늘어났고.
나무에 맺히는과실은 더 크고 달게 변했다.
사람들의 왜소한 신체는 변함이 없었지만, 적어도 어이없이 죽어 나가는
일은 훨씬 적어져 인구수가늘어나게 되었으니.
신의 은혜가 참으로 거대했다.
그리고 이러한 축복은 주술사에게도 평등하게 내려왔다.
위대한 신은. 초월종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였으니까.
그들은 인간에게 한없이 호의적이었으니까.
눕 주술이 라는 것은 잘못된 힘은 아니 나 사람의 몸과 영혼, 정신을 뒤트는
힘이다. 그런다고 한들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 형상이 심히 기
괴해지고 제 명대로 살지 못하게 된다. 禳
『 위대한 존재들은 주술로 도를 구하고 진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존중한
다. 정신의 가장 깊은 곳을 탐험하며 넓히고, 제 영혼이 뒤바뀌는 고통을 감
수하며 지식을 탐구하는 그들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禳
눕 하지만 너희는 대의(大意)를 품고 주술을 익히는 것이 아닌 오직 생존의
수단으로 주술을 익히고, 수명이 깎이는 폐해를 감당하며 생존에서는 점차
멀어지고 있으니 이것은 비극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눕 그러니 너희에게 몸을 지키고, 너희의 목숨줄을 길게 늘일 수 있는 것을
찾아주겠다. 禳
자신을 토신(兎神)의 계 약자라고 말한 이는 일본의 주술사들을 한데 모
아그리 말하였다. 그리곤 그들이 가진 지식을 한군데로 그러모으곤, 거기서
주술사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기 좋은 것들을 골라주었다. 그리고 그중에
는 주술로분류되었으되 주술이 아닌 것들 역시 끼어있었으니.
!..
!...
........
무지에 의해 주술로 분류되었던 것들은 체계화되었다.
대 가가 크지 않은 주술이 계 약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 고 이 렇게 정 리 한 것들은 술법 이 라는 이 름으로 포장이 되 었다.
눕 주술이 라는 것은 체 계 화되 지 않은 힘 이 며 , 모든 것을 포옹할 수 있는 거
대 함을 가지 고 있다. 하지 만 주술이 아님 에도 그 거대 함 속에서 파묻혀 있는
것이 있으니. 나는위대한대신의 힘을 빌려 너희에게 주술이 아닌 것을 골라
주었다.』
눕 다만 이는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기에는 그 표본이 너무나 적으니, 궁합이
잘 맞는 것들과 대 가가 적은 주술을 합쳐 보았다. 禳
눕 너희는 이것을 잘 간직하여 발전시켜 몸을 지키는 갑옷으로 삼아라. 禳
눕 그리하여 가혹한 대 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신의 몸을 지 킬 수 있게 힘
을길러라.』
주술사들은 계 약자의 은혜에 감복하였다.
그들은 계약자가 정리해준 주술과 비주술을 ■음양술(陰陽術),이라는 이
름으로 묶었고, 그것을 익히는 이들은 음양술사(陰陽術士), 혹은 음
양사(陰陽士)라고 불리게 되었다.
음양술사는 미 약하기 짝이 없는 음양술을 점차 발전시 켰다.
음양술은 계 약자들이 바꿔버린 일본의 환경에 걸맞은 형태로 진화되 었으
며, 밀도 높은 에너지와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혼과 백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발전하되 옛 주술사들의 집착을 잊지는 않았으니, 음양술
은술사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형태가 되었다.
직접 싸우는 것은위험했다.
그렇기 에 음양술사는 요정 모방체 를 만드는 주술을 흉내를 내 종이 에 그
림을 그려 종으로 부리는 주술을 만들었고, 이를 식신(式神)이라고 하였다.
음양술의 능력은 다채롭지 않았다.
주술이 아닌 것과 대가가 적은 것을 그러모았기 에 제 명대로 살기에는 좋
을지는몰라도, 일반적인 주술에 비해서는그 능력의 한계가 한없이 낮고그
위력이 보잘것없었으니.
이들은 그것을 대 체하기 위해 주물을 만들어 거 기 에 혼과 백 , 에 너지를
쑤셔 넣어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각인술(刻印術)이라하였다.
그외에도 자신의 목을 노리는 사람에게 숨기 위한공간을 만들기 위해 결
계술을 만들었고, 부적을 발전시 키고, 검과 화살에서 피해 적의 지휘관을 죽
일 수 있게 저주를 발전시켰다. 생존을 위한주술을 발전시키고, 일본에 널려
있는 에너지와 혼과 백을 재료로 사용하는 비주술을 주력으로 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그러는와중에도권력자에게 '전투용 소모품,이 아닌,반드시 있어
야만 하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점술도 익히고 길흉화복을 점쳤으니.
이것이 바로 현대까지 음양사가존속할수 있던 이유였다.
음양사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정의되었을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생존을 위해 권력과 손을 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머리가 바
뀌고 규칙이 바뀌어도 자신의 재주를 이용해 요직에 자리를 잡고 인맥을 쌓
으며 계속해서 명을 이어왔다.그리고 이는 일본이 세계대전을 거치고 현대
에 들어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리고 권력과 손을 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권력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
그들은 떠 오르는 별과 몰락하는 별을 구분할 줄 알며, 그들에 게 은혜를
팔고 원한을 사지 않는 방법을 아는 이들이 었다.
하지만 별이라는 것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법.
떠 오르는 것처 럼 보였다가 추락하고, 추락하는 듯하였다가 떠 오르는 것
이 얼마나 많은가.
과일이 겉보기에 좋아 보여도 시고 떫을 수 있으며, 황금의 빛이 탐스럽다
하여 도 그 안에 는 새 까만 쇳 덩 어 리 가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는 법 이 다. 그렇 기
에 그들은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파악하기 위해 노
력하며, 옥석을 가리기 위해 천금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옥이라고 생각되
는 이들에게 선을 대어 그들의 비호를 받고, 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체면치레 정도의 은혜를 베풀어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한다.
그래.
베풀어준다.
그들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다.
베풀어주는 것이다.
음양술이 라는 힘으로.
음양사라는 집단의 힘으로.
대체할수 없는 위치와 능력으로!
거래하듯 권력의 비호를 대 가로 음양술을 제공하고.
원한을 사지 않기 위해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은혜를베풀어준다.
생존을 위하여.
음양사라는 집단의 번영을 위하여.
평온하고 풍족한 삶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의무가 없이 권리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음양사는 평온한 삶을 위해 외부의 주술사가 일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만했다.
일본이 라는 축복받은 땅에 서 그 힘을 마구 휘 두를 주술사에 게 서 안보를
지키고, 외부의 주술사가 자신을 대신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우치 카와 료스케 에 대 한 조사가 끝났습니 다.’,
그것이 바로 집단의 존속을 위한, 일본의 안전을 위한 음양사의 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