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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40화 (140/526)

<140화 > 훈로서리라

"이해야 간다마는 그래도 참거나좀 더 온건하게 의견을 표출하지 그랬느

냐. 무릇 화는 복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액을 끌어오는 것이라, 항상 입과 혀

를 조심해 야 하느니 라."

진성은 시선을 슬슬 피하는 대마녀에게 타박을 하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

만 말과는 다르게 말투는 그렇게 화가 묻어 있지 않았고, 그의 얼굴에는 미

소가 떠올라 있었다.

"본디 복과 손님은 비슷한 면이 있는 법. 여유가 넘치고 성격이 좋은 이에

게는 흔쾌히 찾아오지만, 화가 많고 주위에 폐를 끼치고 다니는 이에게는 쉬

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러한 성질 때문이니라. 하니 앞으로는 옳은 일

을 하여도 그 강도를 잘 조절하고, 분노가 아닌 설득의 형태로 나타나도록

해야할것이니라. 알겠느냐?’,

"네, 네? 네….’,

대마녀는 진성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에게 폐를끼쳤으니 크게 혼이 날 것이라고생각을했는데,도리어 가

벼운 충고만 듣고 끝나지 않았는가. 심지 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 마녀가 한

말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그뿐만 아니라 은근히 잘했다

는칭찬도 안에 섞여 있기까지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한 말도 혼을 냈다기보다는 그냥 '잘하긴 했는데

그냥 넘어갈수는 없으니까 한마디만 하겠다.,라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같기도 했다.

그러니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다만 그 뒤에 있었던 수습을 보아하니 나의 말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있음은 잘 알았다. 참으로 기쁘고 기쁜 일이니 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

랴? 대마녀야,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보아라.’,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손바닥을 앞으로 내 밀었다. 그러자 대 마녀는 이 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싶어 우물쭈물하더니, 잠시간의 망설임 끝에 오른손

을 그 손바닥 위 에 슥 올렸다. 마치 대형견이 사람 손바닥 위에 자신의 앞 발

을 올리는 것 같은 모양새 같았다.

진성은 자신의 손 위에 올라온 대마녀의 손을 살포시 쥐고는 자신의 왼손

을 내밀어 무언가를 피워내기 시작했다.

꿀렁.

진성의 소매에서 녹아내린 황금이 액체처럼 흐르며 진성의 손바닥에 모

이기 시작했다. 여러 지류에서 모인 냇물이 호수가되는 것처럼 한 덩어리를

이루고, 한 덩어리가된 황금은 티끌이 쌓여 산이 되는 것처럼 몸집을 불려 나

가며 산 비슷한 형태를 이루었다.

그리고 적 당한 크기 가 된 황금은 나선형으로 이 리 저 리 몸을 배 배 꼬더니

길쭉한 막대기 모양이 되 었고, 그 막대기의 끝부분은 넓게 펼쳐진 원판이

되 었다. 이윽고 원판은 여러 갈래로 잘리더니 서로가 몸을 겹치고 또 겹치며

모여 꽃의 형상을 이루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장미 였다.

황금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본 대마녀는 그 빛에 현혹이라

도된 것 같았다. 그녀는 진성의 손에 들려 있는 황금 장미에서 눈을 떼지 못

하였고, 진성은 그 황금 장미를 손가락으로 슬쩍 집어 들더니 자신이 붙잡고

있는 대마녀의 오른손에 가져다 댔다.

꿈틀.

그러자 황금 장미의 끝부분이 마치 뱀처럼 움직이더니 대마녀의 손목을

휘 감았고, 길쭉한 막대 기였던 줄기는 이 리저리 휘 어지는 덩굴처럼 마녀의 팔

목을 감싸는 팔찌 가 되 었다. 그리고 피 어오르려는 꽃봉오리 형태의 황금

장미는 제 몸을 얇고 작게 바꿔 팔찌 장식물로 적당한 크기로 변했다.

그 결과 대마녀의 오른 손목에는 아주 자그마한 황금 장미를 그대로 엮어

만든 것 같은 아름다운 팔찌 가 자리 잡게 되 었다.

"앞으로도 주위에 덕을 베풀고 좋은 일을 하라는 의미로 내 간단한 주물

을 만들어 선물한 것인즉, 앞으로도 나의 말을 가슴에 잘 담아두어 잘 실천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니라.’,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대마녀의 손등을 스윽 쓸어내 렸다. 그리곤 간지 러

워하는 그녀를 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순수해 보였는

지, 대마녀는 순간 진성의 미소가 자신의 팔에 걸린 황금 팔찌와 비슷한광채

를 뿜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잘 간직해야 할 것이야. 그리하겠느냐?"

"아, 네….’,

"간단한액막이의 힘이 있으며, 삿된 것을물리치는힘이 있느니라.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터. 다만황

금이라는 것이 현혹하는 기질이 있으며, 꽃 역시 그 아름다운 모습과그 향기

에 이끌려 오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 만 이는 큰 해 가 되는 것은 아니 며 ,

오히려 꽃이 찾아온 벌과 나비에게 꿀을 주어 꽃가루를묻혀 번식하듯 너 역

시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그들에게 복을 준다면 이는 더 커다란복이 되

어 돌아올 것이 니라. 잘 기 억해두거라.’,

진성은 간단하게 팔찌의 능력에 관해 설명하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걸

어갔다.

대마녀가손을 쓴것인지 쓸데없는 장식물들이 모조리 사라져서 휑한분

위 기를 풍기고 있으나, 도리 어 그 휑한 모습이 진성 에 게는 더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익숙한 모습이로다.,

그는 그렇게 걸어가다가 문득 벽 한구석에 적힌 낙서를 발견했다.

예술품이 걸려있던 자리에 적은 것 같은 낙서는 얼마되지 않은 것처럼 선

명한 검은색이 었다.

낙서는 꽤 기하학적인 문양이 었다.

사람이 손으로 그린 낙서 라기보다는, 무언가 그림 에 조예 가 있는 사람이

영감을 받아 만든 것 같은 형상. 예술적 인 가치 가 있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그

렇다고 대답할 법한, 꽤 잘 그린 그림 이 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낙관처럼 정사각형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좁쌀

만 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왔다감-봄&겨울』

봄.

겨울.

그 두 단어만 보고도 진성은 이 낙서를 누가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엘라와 아나스타시 아 자매의 짓이 분명했다.

■그러고보니 그러했지.담비 역시 내가 따끔하게 지적해서 고치기 전까지

곳곳에 영역 표시를 하듯 제 가 다녀간 흔적을 남기는 것을 즐겼다.,

진성은 회귀 전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동료를 떠 올렸다. 그리고 향수

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낙서를 손으로 스윽 쓰다듬으려고 할 때, 그의 뒤 에

서 목소리가 들렸다.

"은인, 그거 지우면 안된답니다〜’,

진성이 고개를 돌리자 조금 열린 문에서 아나스타시아가 고개만 빼꼼 내

민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진성이 쳐다보자배시시 웃더니 한껏 귀

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추억인데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될까용?"

그리고 진성이 그 말에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 문 안쪽에서 바삐 뛰어오는

발소리 가 들렸다. 두두두 하는 발소리와 함께 뛰 어온 엘라는 아나스타시 아

의 입을 콱 틀어막았고, 그 과정에서 작게 열렸던 문은 활짝 열리게 되 었다.

편해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던 엘라는 아나스타시아의 입을 꽉 막은 채로

진성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낙서해서 죄송해요. 지우셔도 된답니다! 아니, 제가 지울 테니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엘라의 말에 아나스타시 아는 눈을 부릅뜨더 니 몸을 바둥거리 며 그녀에

게 벗어났다. 그리곤크게 소리쳤다.

"아니에요! 지우지 말아주세요!"

"아니, 언니….’,

"동생! 언니 명령이에요! 방금 한 말을 취소하고 어서 내 의견에 동의하세

요!"

콕콕.

"꺅! 이게 무슨!’,

아나스타시아는 어린애 특유의 넘치는 힘과 재빠른 몸놀림으로 엘라의

몸을 잡고 이 리저리 재 빠르게 움직 였다. 그녀 가 방심 한 틈에 뒤 쪽에 자리

잡았고, 콕콕 찌르는 행위로 그녀를 공격했다. 엘라가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아나스타시아를 잡으려고 했지만, 마치 엘라의 패턴을 모두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는 아나스타시 아를 잡을 수는 없었다.

"아진짜! 대체 뭐 하는 거예요!’,

!..

!.

.....

코코코

"꺄악!"

이러한 행위는 엘라가 분노를 터뜨려도 계속 이 어졌다.

"취소 취소!’,

"그래요廚잘했어용廚"

아나스타시아는 엘라가 항복을 선언하자 그제야 공격하는 행위를 멈췄

고, 바닥에 주저앉은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 만 엘 라는 자신의 머 리를 쓰다듬는 아나스타시 아가 얄밉 다는 듯 흘겨

보았고, 천천히 기회를 보다가 그녀가 슬쩍 한눈을 판 사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곤 문 안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문을 쾅 닫아버리고 자신의 몸을 기대서 그녀가 밖으로 빠져나오

지 못하게 막았다.

쾅쾅!

"동생! 이게 무슨 짓인가요!’,

"그냥 거기서 그러고 있도록하세요!’,

"동생-! 우리의 작품을 지켜야해요! 이건 예술이에요! 예술은 지켜줘야

해요!’,

엘라는 온몸으로 문을 막으며 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상황이 민망했는지 그를 보는 엘라의 얼굴에는 민망함이 꽤 묻

어 있었다.

"그…. 헤 어 박. 언니 가 꼭 여 기 다가 그림을 그려봐야겠다고 고집을 피워

서 …. 제 가 책 임 지고 지 우도록 할게요."

"그림이라.’,

진성은 다시 한번 낙서를 바라보았다.

기하학적 인 모양새 .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영감을 받아 단숨에 그려낸듯한문양.

진성은 문양을 보고, 휑한 복도를 보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 각해보았다.

문양이 복도에 잘 어울리는가?

그렇다.

예술품이 놓일 텐데, 그때도 어울리는가?

그렇다.

문양 자체에 특별한 힘은 있는가?

모른다.

그래.

모른다.

진성은 문양을 바라보았다.

문양에서는 그 어떠한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 마나, 마력, 자연력

등의 에너지는 한톨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직 문양은그림이자 벽 일부로

만 존재 할 뿐이 었다. 그리고 문양은 그가 알고 있는 그 어 떠 한 주술과도 연

관이 없어 보였으니, 안전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면서 사고를 치던 회귀 전의 담비를 떠올려본다면 …

만약 이 문양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면 없애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이 분

명했다.

진성은 허공을 쥐어서 근처 빈방의 문을 열었고, 거기서 하얀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그는 하얀 종이 한 장을 문양 위 에 덮듯이 올려놓고는, 종이 위쪽을 손으

로 이리저리 문질렀다.

마치 잘 배어들게 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가만히 종이 위에 손을 올려놓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대로 종

이를 벗겨내었다.

"어머.’,

진성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고 있던 엘라는 깜짝 놀라 탄성을 내지를 수밖

에 없었다.

벽에 그려진 문양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신에 문양에 붙어있던 하얀종이에 그림이 이사라도 한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진성은 엘라에게 그 종이를 내밀었다.

"프라우 빈터. 손님에게 어찌 낙서를 지우는 허드렛일을 시키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낙서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추억이 담긴 것인데 함부로 취급

할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는 환하게 웃었다.

마치 아까 대마녀에게 지었던 순수해 보이는 웃음과도 닮아있었다.

하지만 아까 지었던 것이 소년의 웃음이라면 지금 짓는 것은 청년의 웃음

이었다.

"여기 프라우 빈터의, 프라우 렌츠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받아주시겠습니

까?’,

그는그렇게 말하며 엘라의 손위에 종이를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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