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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33화 (133/526)

<133 화 > 둥지* 지어서

’’이 미 친 주술사 놈이 …. 나를 호구 새 끼로 아나. 어 디서 되 지도 않는 개

수작을 부려?’,

성 민혁은 어 이 가 없다는 듯 중얼 거 렸다.

그는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몸의 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그의 온몸에 기

가흐르며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가뜩이나 엄청난 신체 능력을 더더

욱 증폭을 시켜주었다. 게다가몸에 흐르는 기는 물처럼 흐르는 다른 무인과

는 다르게 기름과 비슷하게 끈적하고 진득한 형태로 흘렀다.

그는 끈적하게 뭉치는 기를 머금은 채 진성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달려들면 안됩니다!’,

하지만저 멀리서 덜덜 떨고 있던 장교의 제지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왜?"

"후, 후우.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됩니다! 공격하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더

커져요!’,

장교는 숨을 헐떡 이며 성민혁에게 달려오고는 소리쳤다.

"복채가 아니라삯입니다! 점술사가사기 치는 것 같은 게 아니에요!’,

복채.

그것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성민혁은 장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장교는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하려다가도, 진성의 몸에 달라붙은 지폐가

흐느적거리며 형상을 이루는 것을 보고 다급해졌는지 성민혁의 앞에 선 채

소리쳤다.

"삯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질문인가?"

장교의 물음에 지폐로 빼곡하게 휘감긴 머리통이 움푹 패며 입 모양이 만

들어졌다. 그것은 말을 하려는 듯 이 리저리 움직 이 더니 소리를 내뱉 었고, 장

교는그 말에 잠시 눈이 몽롱해졌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뺨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고는 성호를 그렸다.

"질문이 아닙니다! 마땅히 알려야하는것을 말하지 않아지적해주었는데

이것이 어떻게 질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장교의 말에 진성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삯이란 무엇인가. 삯이라는 것은 일했을 때 마땅히 주어져야하는 대가이

며, 무언가를 이용했을 때 반드시 내야만 하는 것이니. 이는 사람과 사람 사

이의 마땅한 예의 이며 계 약. 유형이든 무형이든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는

마땅한 대 가이 니 라.’,

"복채와의 차이도 말해야지요!"

"거 까탈스럽기도하구나.’,

진성은 장교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눈이 있어 야 할 곳이

움푹 패며 빈자리를 만들어내 었고, 꿈틀꿈틀 움직이는 잉크가 한 군데에 모

여 그림 으로 그린 듯한 까만 눈동자를 그려 내 었다.

눈동자는 장교를 쳐다보다가 슬쩍 휘 어지 며 호선을 그리 니 .

"어디서 주술 좀 주워들었나?’,

그 모습이 눈웃음을 짓는 것과 같았다.

"좋구나! 좋아.주술이란문화의 뿌리요, 문명의 씨앗이니.그것을 아는 것

만큼 교양 있는 이 가 없고, 이 에 관심을 가지는 이 만큼 훌륭한 이 가 없다. 그

래, 말을 해줘 야지. 주는 이 가 알지 못하는 것을 내가 어 찌 받을 수 있을까! 하

하하,그 전에.보자.그래, 어디 보자. 네 이름이 어찌 되는가.그래, 아이고.보

인다 보여. 보이-는-구-나.’,

눈을 이루고 있던 잉크는 미 간 부분으로 모여 커다란 눈동자 그림 이 되 었

다.

그림 속 눈동자는 실제 사람의 동공이 움직 이는 듯 팽창하고 수축하기를

반복하더니, 장교의 군복에 오바로크로 새겨진 이름 석 자를 읽어내 었다.

"그래. 천희수. 너 천희수야. 이름 석자가 참으로 잘 지었으니, 허. 작명에

크게 뜻을 가진 이가 지은 이름이로다.보자. 이름 석 자에서 읽히는 것이….’,

"점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냥 복채와 삯의 차이나 설명해주십시오!’,

"허.’,

진성은 자신의 말을 딱 잘라버리는 장교, 천희수를 보며 다시 웃었다.

"참 잘도 배웠다. 보아하니 네 글자로 이루어진 신을 섬기는 것 같은데, 너

에게 그것을 알려준 것은 필시 신성술사렷다. 하하하하하하!"

진성은 미친 듯 웃었다.

그 웃음에 커다란 즐거움이 담겨 소리를 품었으니, 그 웃음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긴장에 간신히 서 있는 군인들의 다리에 힘을 빠지게 해 주저앉히기

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웃음은 한참이 나 이 어 지 다가 시 간이 다 되 기 라도 한 듯 뚝 그쳤고,

진성은 순식간에 얼굴에서 눈을 지워버리곤 입만을 남겨 뻐끔거리기 시작했

다.

입이 뻐끔거릴 때마다 지폐가 진동하였고, 그 진동에 맞춰 잉크가 꿈틀거

리며 지폐에 그려진 인물들의 얼굴을움직였으니.

그 모습이 수많은 영혼이 각자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 같은 끔찍한 모습이

었다.

"복채는 점의 대가이니. 오직 그 인과는 점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것인즉.

점쟁 이는 점을 치기 위해 미래를 보고 대 가를 지불하였고, 점을 치는 이는 그

것을 들었으니 점쟁 이 가 지 불한 대 가만큼의 가치 있는 것을 내 밀 어 야 하는

것이다. 이는 오직 점을 중심으로 한 거래 인즉, 그 무게는 참으로 평등하고

또 평등하다. 거기엔 모자람도 더함도 없으니. 무형의 것이 가치가 있어보인

들 유형의 것과 비교해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으니 참으로 공평한 주고받

음이라!’,

"그런데 삯이란무엇이냐? 중간에 낀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일을 시

킨 이와 일을 한 이만이 있는 거래 인즉. 일을 받은 이는 만족할만한 대 가를

받아야하고, 일을 시킨 이는도의에 어긋나지 않는충분한대가를지불해야

만 한다. 이것이 바로 삯이 니라."

장교는 진성의 설명이 끝나자 성민혁에게 속삭였다.

"이해하셨습니까?’,

"아니.’,

하지 만 돌아오는 것은 당당하기 짝이 없는 대 답.

자신의 무지함을 결코 숨기려 하지 않는, 공자가 보면 '저것은 내 가 가르칠

수가 없는 사람이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도 남을 대답이었다.

장교는 '모르는 게 뭐 문제가되나?,라며 자신에게 오히려 되묻는 성민혁

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고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만 추출해서 쉽게 설명해주었다.

"복채는 정가만 내 면 되는데, 삯은 흥정을 해 야 한다는 소리 입니다.’,

"뭐 껬 그럼 내 가 저놈이 랑 흥정을 해야 한다는 소리 냐?"

"•••네, 뭐. 대충 그렇습니다."

"겨우 그거를 뭐 그렇게 어렵게 설명을 하고 있어. 거 서로 가격 합의만하

면 된다는 거 아니냐?’,

성민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진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봐, 주술사 양반. 무슨 개수작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똑똑한 양

반 덕분에 다 탄로가 났구만? 엉?’,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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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내가 주술에 당한 것도 대충 알겠고, 뭐 지불해야 문제 없다는 것도 이

해는 했어. 그러니까.’,

성민혁은 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두 번 접어 진

성의 발치에 집어 던졌다.

땡그랑.

"이거 받고꺼지시지.’,

그 말에 진성은 아주 작게 흐, 하는 소리를 흘렸다.

이윽고 작은 소리는 커 다랗게 변했고, 숨과 함께 토해졌던 짤막한 소리는

커 다란 웃음소리 가 되 었다.

"흐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H"

"하하하하하!"

미라는 웃겨서 참을 수 없다는 듯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마치 배꼽이 빠져버릴 것 같다는 듯, 배꼽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고 또

뒹굴었다.

그렇게 뒹굴던 미라가 손을 놓자 배꼽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생 기더니

거기서 무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사사사사사삭.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닮은 소리와 함께 뱃가죽에 뚫린 구멍에서 황

금 실이 튀 어 나오더 니 진성의 몸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가면을 만들어내 었

다. 가면의 형태는 아까와 엇비슷하지만, 더더욱 기괴한모습을 하고 있었는

데, 모자 부분에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쓸 법한 모자 형상이 만들어졌고 그

아래 에는 성민혁과 똑 닮은 얼굴이 새 겨졌다.

"세 가지 질문은 참으로 기이한 의미를 품고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설에서.’,

"신화에서.’,

"민담에서 수없이 등장한 것이 바로 세 가지 질문이니라.’,

진성은 성민혁의 얼굴을 밀랍으로 본떠 만든 데스 마스크(death mask)

같은 가면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고, 성민혁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겠다는 듯 가까이 가져다 대기도하였다.

그리고 진성의 몸에 그려진 얼굴과 가면의 입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

그 모습이 마치 여럿이 한 사람에게 달라붙어 정신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유대인을 내쫓으려 한 영주가 있었다. 영주는 세 가지 질문을 하였고, 그

질문에 대 답한 결과 유대 인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 었으니 이는 질문

에 대답해준 현명함의 대 가인즉. 아, 참으로 부럽고도 부럽다.’,

"저승사자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한소년은부귀영화와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아, 질문의 대 가가 참으로 값지구나. 너무나 부러워 어찌할 줄을 모

르겠다.’,

"왕의 세 가지 질문을 들은 아흐마드가 천사의 귀띔을 받아 정답을 말하

였으니, 그 앞길에는 오직 천사가 깔아놓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뿐이라. 아,

계약자 아흐마드. 천사의 계약자 아흐마드. 천사가 말한 비밀스러운 지식과

지혜로움을 품고 부귀 영화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았네. 아, 참으로 부럽고

도 부럽다.’,

"지혜를시험하는 세 가지 질문이 있으니 그것에 대답하면 현명한이가되

는 것이요. 그 현명함은 참으로 비범한 것이니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하다.

그러니 그 대가는 참으로 값진 것일 터 이니, 아. 참으로 복되고 복된 일이 다.’,

그렇게 여러 입으로 말하던 진성은 갑자기 꾹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실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내 가 대답한 것들은 지혜로움과는 거리 가 먼 것이 었던 바. 하니 오

직 나는 내가받았던 것과마찬가지로세 가지 질문을 던지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삯이 요, 자네 가 나에 게 지 불해 야 하는 대 가로다.’,

진성은 지폐에 감싸져 뭉뚝해진 손을 가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곤 가면의 입 가를 잡고 찢듯이 위로 올려 기괴한 웃음을 만들어내 었

다.

"내가올바른 질문에 올바른대답을하였듯.너 역시 올바른 질문에 올바

른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니라. 그것이 딱 세 가지일 것이니, 오직 그 세 가지만

답한다면 아무 문제 가 없을 것이니 라.’,

진성은 그 말을 내뱉고는 손을 들어 그들의 뒤편을 가리 켰다.

"또한, 위대한 쉐세프 앙크(Shesep ankh)의 힘이 서려있으니, 질문에 답

하기 전까지 길은 트이지 않을 것이요 너희 누구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으리

라.’,

인간의 욕망과집념이 담긴 지폐를붕대처럼 휘감고.

가짜로 만들어진 사람의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사람을 현혹하는 금속인 황금만을 껍 데 기처 럼 두르고 있는 인형.

진성이 조종하는, 진성을 대신하는 인형이 이집트에 존재했던 괴물을 따

라 하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이가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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