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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08화 (108/526)

볽 108화 > 르노르망이 속삭이듯

진성은 빅토르가 자신의 앞에 와서 앉자 말을 하기 시작했다.

!...

........

"관상, 관상이라. 이는참으로 신비롭지만 덧없어 학문과 미신의 사이에 있

는 것이다. 이는 기계를 사용하면 반드시 틀리게 되며, 사람을 직접 보고 파

악하면 맞아떨어지는 일이 잦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이는 단순히 사람의

생 김새는 그 자체 만으로 판단할 수 없기 에 생긴 문제 이며, 이성 이 아닌 본능

과 이성을 함께 사용해야 올바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성은 접시에 놓인 카피바라 고기를 잘분리하며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카피바라 통구이는 허공에 살짝 뜬 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잡아당기듯 쭈

욱 찢어지며 분리되 었고, 먹기 편한 크기로 찢겨나갔다.

"이는 기계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신비라. 하니 내가 자네의 관상을 보

고 미래를 점친 것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일이니라.’,

"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놈이 말은 잘하는군.’,

빅토르는 진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 모습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기도 했고, 사기꾼을 볼 때 느끼는 가소로움

또한 있었다.

"마녀도 아니니 나이는 보이는 그대로일 테고. 동양놈들이 우리보다 젊어

보이는게 있으니 내가느끼는것보다는 나이가 많겠지만, 그래 봤자성인이

될락 말락 한 놈 같은데 . 그런 놈이 인간의 신비니, 미래니 해봤자 믿음이 갈

것 같나?’,

그는 진성의 목을 살펴보았다. 사브르로 꿰뚫었던 부분은 흉터 하나 남지

않은 채 깨끗했고, 그 주위 에 불똥이 부유하는 것이 예사 주술은 아닌 듯했

다.

"그래. 주술은 어느 정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거랑 이거는 별개 지. 안 그

래?"

"하하하하! 빅토르. 자네는 이미 나에게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있어. 말

로는 믿지 못하겠다고는 하나, 자네의 무의식은 나를 믿고 있다는 말이야.’,

진성은 웃었다.

"믿음이 없다면 자네는 내 모가지를 잘라버리고, 이곳을 불바다로 만

들어 버 렸겠지 . 자네 는 사기 꾼으로 생 각되 는 사람을 앞에 두고 식 사 초대 를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야.’,

"크흠.’,

"식사라는 것은 신성한 것. 자네에게 있어 식사라는 것은 친분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뿐만이 아니 야. 자네는 대화할 가치 가 없고, 교류할 가치

가 없으면 절대로 같이 식사를 하지 않지. 식사라는 것은 자네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상받는 시간이자, 자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야.’,

빅토르는 진성이 자신의 과거를 또다시 입에 올리자 슬쩍 눈살을 찌푸렸

다. 그 모습이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 덮칠까 말까 고민하는 것과

같은 흉흉한 모습이 었지만, 진성은 그 모습을 보고도 겁을 먹기는커녕 더 환

하게 웃음을 지었다.

"묻겠네. 식사를 제외하고 자네가 살아있다고 생각한 시간은 언제인가?

자네는 언제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꼈는가? 진짜 당장 죽는 게 낫다 싶었던

스패츠나츠(Cne餡蛩徭3)훈련 때? 아니야. 수료식 날 군용 대검을 입안에 넣

고관통해 뺨에 상처를 만들었을 때? 아니야.’,

"너….’,

"폭력이란감미롭지는 않지만,쾌락에 가까운 것이지.원초의 본능에 가까

운 것이며,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네. 엔도르핀이 솟구치고,

시 야가 좁아지 고, 평상시 라면 고통을 느낄만한 것도 모두 잊어 버 리 게 해주

지. 그리고 승리 후에 다시 제정신을 찾으면 육체의 상처와고통을 잊어버릴

정도의 성취감이 따라오니. 이것만큼.’,

진성은 빅토르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있다는실감을 나게 해 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실감이라.’,

"하지만 모든 쾌락에는 역치가 존재하는 법. 사람이 고통에 적응하듯

쾌락에도 적응하는바. 어릴 적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은 군인을 두들겨 패는

것으로. 군인을 두들겨 패던 것은 서로 총칼을 들고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

그리고 총칼은 폭발로. 폭발은 더 큰 폭발로. 그리고 종국에는 그 어떤

폭발도 자네에게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지 못하게 되었지. 빅토르, 자네는 항

상 파괴를 곁에 두고 살아갈 사람이야. 사람이 죽는 것에 적응하고, 주위가

파괴되는것에 적응했으며,그모든것에 거리낌이 없으니."

그는 웃었다.

"이만큼 군주의 자리에 잘맞는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빅토르는 소년에 걸맞지 않은 웃음을 보았다.

"다만 군주의 기 질은 이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지. 아무리 냉 철하다고 한

들그릇이 작으면 사람의 머리 위에 설 수 없으며, 그릇이 크다고한들 거기

에 금이 가 있다면 하늘로 올라가려다 떨어져 버린 어리석은 이처럼 될 것인

즉. 거기서 나오는 것이 바로 관상이라는 것이네."

진성은 양손으로 과장된 몸짓을 보였다. 하지만 그 몸짓 하나하나에 불똥

으로 만들어진 빛무리가 따라오며 그의 모습에 신비함을 더해주었고, 그 빛

무리는 궤적을 그리며 그림 하나를 만들었다.

풍성한 갈기를 가진 수사자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르기를, 사람의 형상은동물의 형상에 대입하는 것으

로 그 기질을 알 수 있다 하였으니 . 이는 마음의 형상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

이며,그 형상이 곧운명에 대입되기 때문인지라! 이것이 바로서양의 관상학

이요, 점술사가 서양인의 운명을 점칠 때 보는 방법이 라!’,

수사자는 앞발을 들어 빅토르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네의 사각형의 이마는사자의 형상과닮았으니 자존심이 강할것이오,

자네의 털은 한창때의 수사자와 흡사하니 매우 용맹하리라. 몸에 난 흉한

상처는도전자를 이겨온우두머리 수컷(alphamale)의 형상이니 얼굴을 이

루는 틀은 사자와 같다. 마음의 형상이 얼굴에 드러 나 동물의 형상을 한 것

이 야심이 가득한 젊은 사자이니. 우두머리가 되었음에도 야심을 가지고 있

다는 것은 오직 왕을 노리는이밖에 없음이니! 이 어찌위에군림할자가 아

니라 할수있으랴?’,

"사자라.’,

"또한, 머리카락은 뻣뻣하나 단단하니 그 모습이 불꽃과 닮았으니, 이는

주위를 불태워 가며 자신을 빛냄을 말하는 것이 다. 불은 집 어삼키고 빛을 내

며 열을 발해 사람을 끌어들이고, 모여든 이들이 더 많은 장작을 넣어 몸짓을

불리는 것을 말하니. 이 역시 세력을 넓히고 만인의 눈에 들어온다는 것인즉,

이 역시 왕을 뜻한다.’,

허공에 불똥으로그려진 사자그림은뭉개지며 불꽃의 형상이 되었다.하

지 만 타오르는 불꽃은 다시 흩어지 며 별 무리 같은 모습이 되 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자네를 수호하는 별자리이 며, 자네가 태 어났을 때

환하게 빛나던 별 무리니. 이것이 바로 점성술에서 황제를 뜻하는 것이니. 이

는 누운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어 사자자리로 부른다. 자네가 12월 18일에

태 어 난 것으로 알려졌지 만, 실은 簆월 1 朴일에 태 어난 것을 생 각하면 모습을

감춘 사자의 형상이 라 할 수 있으리. 다만 궁수자리를 위 장하는 모습이 마치

사자 가죽을 뒤 집 어쓴 헤 라클레스의 모습과 흡사하니 . 이 또한 위 에 설 자

로서의 기질이 보인다 할수 있으리라.’,

"뭐?’,

빅토르는 진성이 자신의 진짜 생일을 말하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네. 내가 자네의 점을 봐주고 있는

데, 어찌 알았냐고물으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가?’,

별자리는 다시 흩어지 며 하나의 별만을 남겼다.

"보게. 이것이 바로레굴루스이며, 야심과 지위를 말하는 별이니.’,

하나 남은 별은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마치 떠다니던 불똥을 모두 그러모아 수명을 태워 빛을 발하듯이.

"다만 이 별은 힘의 맹신과 그로 인한 파멸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니. 군

대에서 명예를 얻은 자가 몰락을 하고, 억압과 폭력으로 쌓아 올린 지위 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네. 나이에 비해 가파른 진급을 하는 자네

에게 딱맞는별이 아니던가?’,

빅토르는 진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제 앞에서 환하게 타오르는 레

굴루스 모양의 불꽃과 대관람차가 만드는 빛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이

리저리 형상을 바꾸는 불꽃에 얼굴에 드리운 음영 역시 그 형상을 바꾸며 그

의 얼굴을 가리고 비추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이 가면을 쓰고 자신을 현혹하는 광대의 모습과도 닮았고, 어두운

밤 달빛에 춤을 추는 고목의 형상과도 닮았으며,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달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내려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는 생각했다.

이성으로 고민하고, 본능으로 길을 찾았다.

그리고이윽고.

"완전히 사기꾼은 아닌 것 같군.’,

그는 오른손으로 진성의 목을 쥐 어뜯는 대신에, 큼지 막하게 뜯겨 있는 다

리를 집어 입가에 가져갔다.

그리고는 한 입 크게 물었고.

"허, 이거 맛있군.’,

식사를 시작했다.

불 속에서 잘 익은 카피바라 바비큐는 껍 질은 바삭했고, 안에는 육즙이 가

득했다. 대신에 퍽퍽한 감은 있었으나그는목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보드카를 꺼내 꿀꺽꿀꺽 마심으로써 해결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맛은 돼지고기와 흡사했다. 거기에 시즈닝에

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러시아 사람의 입맛에 맞는 강렬한 맛과 함께 약간의

매운맛이 있어 고기를 계속해서 넘기게 해주었다.

게다가 짭짤하고 매콤한 시즈닝이 보드카와 너무나 잘 어울렸으니.

그는 순식간에 다리 하나를 해치우고 잘게 찢어진 고기조각을 집 었다.

"흠?’,

잘게 찢어진 고기조각에서는 담백한 맛이 났다.

"블라디보스토크쫘일搾徭밀HBOCT커맍)에서 먹었던 거랑 비슷한 맛이 나는데.

어떻게 조리한 것인지 잘게 찢어진 조각은 부드러운 식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그는 아까뜯었던 다리가 더 마음에 드는지 다리 하나를 더 집어 들

었고, 잘게 찢어진 조각을 다리 위에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러니까 좀 괜찮군.’,

"마음에 들어 하니 아주 좋군.’,

진성은호쾌하게 먹는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저 멀리에서 보드카하나와

잔하나를 허공에 띄워 가져왔다. 그리곤 뚜껑을 열어 보드카를 잔에 따르더

니 불똥을 하나 집 어넣었다.

화르르.

불똥이 들어간 보드카는 화염병에 불을 붙인 것처럼 타올랐다.

그 모습에 빅토르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뭘 좀아는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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