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83화 (83/526)

<83 화〉요얼

"가장 먼저, 우리 호텔에서는 모든 객실의 문에 전자식 자물쇠를 사용하

고 있습니 다. 평상시 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정전 상태에서는 전자식 자

물쇠 가 방전되 는 경우가 종종 존재 합니 다. 자칫 잘못하면 고객님 들이 방 안

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문을 열어주시

기 바랍니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방

밖으로 나오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정전 상태 에서는 종종 도난 사건이 나 분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 다.

하여 고객분들께서는 귀중품을 몸에 지녀주시고, 객실의 문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경비원들이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경찰에 신고한 상태입니다. 만약 객실의 문을 열고 싶다면 경찰에 도

착한후에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禳

"또한, 정전 상태에서 어둠이 무섭다고 가스레인지를 켜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화재나폭발의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곧 정전은 해결될 것이니

절대로 불을 피우지 마시고 가만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 객실마다 비상용 손전등이 비치되 어 있습니 다. 손전등의 위 치는 객실 문

의 오른쪽 벽에 있으며,손전등은 최 대 1 孀시 간 동안 작동시 킬 수 있습니 다.

만약 그 이전에 작동이 멈춘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예비 건전지를 투입해 다

시 작동시켜 주십시오.』

"또한,손전등을사용하지 말아주십시오. 인간의 시야는 어둠에 금세 적

응할수 있으며, 광원을 만들어내면 빛에 익숙해지므로 어둠에 취약해지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어둠 속에서 무엇이 다가오더라도 인지할수 없으며, 습

격에 취약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둘의 말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야말로 사람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수 없

게 만드는 말들이었다.

"뭐야, 뭐가 진짜야?’,

이아린은 혼란스러운 듯 엘라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더 주며 그렇게 중

얼거렸다.

"방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은 똑같은데. 문밖에 있는 직원은 문을 열라

고하고, 방송에서는 문을 열지 말라고 그러고.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혼란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게다가 방송은 손전등을 사용하라고 하는데,직원은 빛을 만들지 말라고

하고. 어두운 상태를유지하려는 것을 보면 직원이 가짜인 것 같은데, 습격

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하니까 또 직원이 진짜 같기도 하고….’,

평소에 머리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아린이었기에 이러한 현혹엔

더더욱 취약했다.

그녀는 직원과 방송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이세린은 이아린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뺨을 후려 쳤다.

짜악!

"악!,,

뺨에 서 느껴 지는 고통과 함께 눈앞에 불똥이 튀 자 이 아린은 자신의 뺨을

때린 이세린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기로 강화가 되 어있었는데, 그 덕

분에 야간투시경을 사용한 것처럼 이세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세 린은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벌써 ! 벌써 홀렸어! 이 멍청이 같으니 !’,

이세린은 뺨을 쓰다듬고 있는 이아린에게 소리쳤다.

"이상한요정이 나타난다음에 직원이랑방송이 동시에 나오고있는데, 어

떻게 저걸 믿어! 둘다가짜야!’,

[그러하다. 둘다가짜이니라.]

이 아린은 그 외침 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지 었다.

"맞아. 내가왜 믿었지…?’,

"정신 약한 사람을 홀리는소리라서 그래. 넌 진짜오, 오빠 말처럼 명상도

하고, 정신수양도 해야해!"

정신이 약한 사람을 홀리는 소리.

[ 소리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인신공양을 하는 놈이라 그런지 사람

홀리는 솜씨는 기가 막히는구나. 아무리 네 언니가 정신이 약하다고 한들 무

인 이 었는데 이리 쉽게 홀리 다니. 아주 위험한 놈이 다. 사람 꾀어서 잡아먹 는

구미호 같구나.]

내 용도 교묘한 듯하지 만, 모순이 가득하다.

방송은 정전 때문에 모든 전자제품의 가동이 중지되 었다,라고 하였는데 ,

정작 방송을 하기 위 한 장비 역시 전자제품이 다. 즉, 앞뒤 가 맞지 않는 것이

다.

직원은 습격을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객실의 문을 활짝 열게 하려 하고 있

다.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서, 정작 ■무언가,가습격하려 했을

때 손쉽게 들어갈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어둠이 가득한 환경과 요정으로 인해 잔뜩 긴장해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교묘하게 앞뒤가맞지 않는 말을 양쪽에서 지껄인다면 현혹되지 않

을 수가 없다. 아무리 머리 가 좋은 사람이 라고 해도 이 런 상황에 서는 본능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고,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면 저 둘의 말을 꼼꼼하게 분석

하기보다는 기대고 싶을 테니까.

"둘 다 가짜라는 것은, 둘이 말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된다는 거겠죠.’,

이아린과 이세린의 사이에 안겨있던 엘라는 무언가 결심한듯 말했다.

"직원은 손전등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고, 방송은 손전등을 사용하라고 권

장했어요. 그리고 직원은 가스레 인지를 켜지 말라고도 했었죠.’,

엘라는 자신의 옷 안에 집 어넣었던 위습을 꺼냈다.

"하지만 이렇게 사역마를 통해 광원을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품 안에서 나온 위습은 나오자마자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

..

그 빛은 눈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방을 환하게 비추는 빛이었다.

마치 형광등을 켠 것처럼 거실은환해졌으며, 깜깜했던 방에 마침내 색이

돌아오게 되었다.

"고객님. 빛을 만들어내면 어둠에 취약해진다고 했을 텐데요. 지금 하시는

행동은 긴급 상황에서의 행동 수칙에 맞지 않는 행동이며, 고객님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아주 위험한 행위 입니다. 어서 그 빛을 없애시 기 바랍니 다.’,

눕 아아, 현재 호텔의 최상층에 한고객분께서 광원을 만들어내 빛을 밝히

셨습니다. 광원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는 손전등을 사용해주시 기 바랍니다

• 禳

"고객님. 어서 불을끄세요!"

눕 사역마를 이용해 불을 밝히는 것을 중지하고 비상용 손전등을 사용해

전력이 돌아올때까지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禳

"고객님 ! 불을 어서 끄셔야 해요!’,

눕 고객님. 이능을 통한광원 생성은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복구 작업에 차

질이 생기거나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간섭 현상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현재 소환하신 사역마를 돌려보내거나 무언가를 씌

워서 발하고 있는 빛을 줄여주시 기 바랍니 다. 禳

"어둠이라는 것은 몸을 숨기기 가장좋은 환경입니다. 지금 고객님께서는

광원을 만들어 안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모종의 힘으로 광원이 사라

지면고객님은다시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상태가되어 암적응이 될 때까

지 무방비 상태가되게 됩니다.보통 암적응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일반적으

로 15분정도가 걸리며, 특별한훈련을 받았거나눈을 강화한 사람이 아니라

면 빨라도 簆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고객님께서는 당장 빛을 서

서히 줄여서 다시 방을 어둡게 만드셔야합니다.’,

눕 스스로 빛을 발하는 계통의 사역마는 빛을 발하기 위해 특정 에너지를

소비 하는데,그 과정에서 위 험 변수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 다. 비 상 발전기 및

전력 계통의 물품들은 그러한위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수 있으므로 복

구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이에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님께서는 어서 빛을 줄여주시 기 바랍니다.』

"고객님. 제 말을 들으셔 야 합니다! 불을 끄셔 야 해요!’,

눕 아-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최상층에서 이능을 통해 광원을 형성하

신 고객님께서는, 지금 즉시 광원을 없애고 손전등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

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 다. 최상층에서 사역마를 소환해서 빛을 밝힌 고객

님께서는, 빛을 없애거나 사역마를 되돌려보내시기 바랍니다. 禳

이 아린은 정말 다급한 듯, 걱정된 다는 듯 소리 치는 목소리들에 질린 듯 중

얼 거렸다.

"무, 무섭네. 토끼야, 넌 안무서워?"

"무섭지 않아요. 저에게 직접 해코지를 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목

소리로 현혹하는 것밖에 못 하는 것들인데 무서워할 이유가 어디 있나요?’,

엘라는 조금 전까지는 몸을 떨었으면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빈약

하기 짝이 없는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야경이 보이던 창문은 방 안에 불이 들어오자 거울처럼 변해

엘라의 모습을 비추었다.

창문에 비친 엘라는 공포에 질렸던 과거를 부정하지 말라는 듯 잠옷이 식

은땀으로 푹 젖어있었고, 땀에 절여졌던 머리카락은 그녀의 살갗에 찰싹 달

라붙어 있었다. 게다가 입술은 살짝 상처가 나 있었는데, 요정이 난동을 부릴

때 놀라서 깨물었을 때 생긴 것이 었다.

아무리 당당한 척을 한다고 한들 이런 모습이라면 신빙성이 없는 법.

엘라는 황급히 머리라도 정리하기 위해 손을 올렸다.

,.어?,.

그런데 손을 올린 순간,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손을 올렸는데.

분명히 손을 올렸는데.

창문에 비친 엘라는 그저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뿐이 아니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눈이.

거울속의 엘라의 눈이, 엘라의 눈과 마주치는 대신 엘라의 어깨너머를 바

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엘라는 다시 눈동자를 굴려 엘라와 마주 보더니.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잡.

았.

다.

"꺅 J"

거울 속의 엘라가 팔을 뻗어 엘라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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