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82화 (82/526)

<82 화〉요얼

[ 반전시켰으니 그 전승 역시 반대로 하면 될 터 ! 이름을 일부러 틀리게 말

하거라!]

이세 린은 그레모리의 말을 듣고는 엘라에 게 자신이 말하는 이름을 따라

말하라고 속삭였다. 그리 고 그녀 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 를 끄덕 이 자 그제

야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주었고, 엘라는 손이 입을 막고 있는 바람에 고

여있던 침을 질질 흘리며 소리쳤다.

"하인츠!’,

엘 라의 외 침 과 함께 문밖은 고요해 졌다.

하지 만 그것은 평온해 졌다는 뜻이 아니 다.

고요한 살의.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고요한 정제된 분노가 문밖을 맴돌고 있었다.

요정의 형태로, 사람을 흉내 내며 사람을 현혹하는 끔찍한 무언가의 형태

로.

그것은 광기를 숨기 지 않고 소리 쳤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내 이름을 말해!’,

엘라는 심령을 붙들고 뒤흔들려 하는 그 끔찍한 살의에 몸을 덜덜 떨었지

만, 자신을 꼭 껴안은 채 체온으로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이아린 덕분에 간신

히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쿤츠!’,

"아------아아아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내 이름은 그게 아

니야! 틀렸어 ! 넌 틀렸어!’,

콰앙

콰아아앙!

요정은 미치광이처럼 문을 두들겼다.

그 힘 이 어찌 나 강한지 문은 당장이 라도 부서 질 듯 흔들렸고, 방 안은 지 진

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에 사물들이 흔들렸다. 하지만 기 이하게도 무너질 듯

흔들리는 와중에도 선반의 물건은 무엇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진동에 반드

시 따르는 위에서 떨어지는 먼지 역시 찾아볼수가 없었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같으니! 게을러 빠지고허풍은잘치는주제에 멍

청하기까지 한 년 같으니! 너는 틀렸어! 하-히이이--하H 너는 이제

기회 가 한 번 남았어! 마지막 기회 ! 마지막 질문! 마지막 대답! 마지막 다아아

아압! 너는 어서 이름을 말해야해! 이름! 나의 이름은!’,

콰아앙

"나의 이름은무엇이지!"

엘라는 꿈에라도 나올까 무서운 요정의 광기에 몸을 떨었다.

하지 만 이 세 린 이 귀 에 속삭이 는 말을 용기를 내 어 소리 쳤으니.

"한스!’,

그것이 마지막기회이자, 마지막대답이었다.

그리 고 그 대 답이 나오자 문밖은 다시 고요해 졌다.

터져 나오는 활화산 같았던 분위 기가 얼어붙은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심

해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흔들리던 집은

얼어붙은 것처럼 싸늘해졌으며, 공기 자체가 확 변해서 왠지 모를 오한을 느

끼게 했다.

"멍청한 처녀! 너는소원을 이룰 자격이 없어!’,

아까의 광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요정은쾌활하게 소리치더니 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일이 있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경

쾌한발소리를 내며 말이다.

[물리쳤다.]

실을 자아라, 실을 자아라, 내 귀 여운 딸아(Spinn, spinn, meine liebe

Tochter),

실을 자아라, 처녀야, 실을 자아라 (Spinnt, ihr Madchen, spinnt),

그렇게 해서 연인을 차지해라(da쨁 ihr einen Schatz gewinnt).

최고의 남자를 얻는 여성(Die bekommt den besten Mann),

그것은 최상의 실 잣는 처녀일지라(die am besten spinnen kann).

실을 자아라, 처녀야, 실을 자아라 (Spinnt, ihr Madchen, spinnt),

그렇게 해서 연인을 차지해라(da쨁 ihr einen Schatz gewinnt).

악마는 점점 멀어지는 룸펠슈틸츠헨의 콧노래 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끄, 끝난 거야?,

[ 그래. 적 어도 룸펠슈틸츠헨은 물러갔다. ]

악마는 혀를 내밀어 코를 핥았다.

룸펠슈틸츠헨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

보통 줄여서 룸펠슈틸츠헨 주술 의식,이라고 부르는 이 주술 의식은 이

야기 속에 나오는 ■룸펠슈틸츠헨,을 흉내 낸 것을 만들고 부리는 주술로서,

요정술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이 었다.

당연히 이 주술로 만들어지는 것은 룸펠슈틸츠헨 본인이 아닌, 룸펠슈틸

츠헨을 따라한 것에 지나지 않는 주물(呪物).그것도온갖소원을 이뤄줄수

있었던 요정의 힘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사람을 현혹하는 요사스러운 존재

일뿐이다.

그렇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만하면 이렇게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는

있으나….

[이것만 있을 리가 없다.]

습격 자가 바보가 아닌 이 상, 저 것 하나만 준비 했을 리 가 없다.

특히 주술사라는 족속들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수법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무(武)를 이용해 싸우는 무인이 나, 체스나 바둑을 두는 것처럼 싸우는 마

법사와는 달리 주술사의 싸움은 규칙과 금기가 없는 전쟁이나 다름이 없었

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싸우는 것이 그들의 방식 이다.

주술의 대가를 지불하는데 익숙해진 그들은 무인보다도 제 몸을 아낄 줄

모르며.

주술로 제 존재가 변질되는데 익숙해진 그들은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거

부한다.

다만 주술사 대부분은 도를 구하고 진리를 얻기 위해 수행하는 이들.

이유가 없다면 딱히 싸우려 하지는 않지만….

[ 마음의 준비를해라.또공격이 올 것이다! ]

안타깝게도 지금 그들의 방에 들어오길 원하는 불청객은 싸워 야 하는 '이

유,가 있는듯했다. 눈이 돌아간멧돼지가 이곳저곳에 들이박듯이, 제 몸을

횃불을 태우는 기름처 럼 아낌 없이 소모하며 싸워 야 할, 그런 이유 말이 다.

톡-톡.

후우우-

삐----이이이 익.

악마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위트룸에 설치된 스피커가 날카로운

소리를 발했다. 마이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는 소리와 숨을 불어서 먼지

를 불어내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는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벅, 저벅.

드르르르

거 •

!..

....

그와 동시에 정적이 감돌았던 복도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와 카트를 끄는 소리 였다.

그 발소리는 평범한 호텔 직원처럼 문 앞까지 다가오더니 노크를 했다.

똑똑똑.

그러더니 아까 요정이 그러했듯 평온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안녕하십니까고객님. 긴급 상황에서의 행동수칙에 대해 말씀드리러 왔

습니다.’,

그리 고 그와 동시 에 지 지 직 거 리 던 스피 커 에 서도 굵은 남성의 목소리 가 흘

러나왔다.

눕 아-아-. 현재 호텔 안에 계신 고객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 다. 현재 정전

으로 인해 호텔 내의 모든 전자제품의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니,고객분들께

서는 되도록 방 밖으로 나가지 말아 주시 기 바랍니 다. 다시 말씀드립니 다. 현

재 정전으로 인해 호텔 내의 모든 전자제품의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니, 고객

분들께서는 되도록 방 밖으로 나가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정전 상태에서

이동 중 다칠 수 있으니, 고객분들께서는 안전을 위해 방에서 나가지 말아주

시기 바랍니다.』

문밖의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

스피 커 에 서 흘러 나오는 굵은 목소리.

악마는 혀를 찼다.

[ 사람을 현혹하고 미혹하는 주술을 쓰는 놈이로구나. ]

현혹 (駺惑).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 해 홀리게 하고.

미혹(讖惑).

사람의 마음을 흐려지도록 해 홀리게 만든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악마는 이세린에게 그렇게 일갈했다. 그러자 이세린은 퍼뜩 정신을 차리

더니 엘라와이아린의 어깨를 잡고흔들며 똑같이 소리쳤다.

"저, 정신똑바로차려야해!’,

이세린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엘라와 이아린을 꼬옥 안았다. 이아린이 엘

라를 품어주듯 꼬옥 안고 있기에 둘을 껴 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 었다. 물

론 그 덕분에 중간에 낀 엘라는 샌드위치 사이에 낀 양상추처럼 양쪽에서

압박을 느끼는 신세가 되었지만, 오히려 이 두려운 상황에서 그들의 체온이

안심되는지 양팔을 뻗어 그들을 제 쪽으로 더 끌어들였다.

그러고도 안심 이 되 지 않는지 , 자신의 왼쪽 손목에 걸린 팔찌를 만지 작거

렸다.

투박한 달모양의 금속 장식이 달린 투박한 디자인의 비즈 팔찌였다.

똑똑똑.

"고객님. 지금부터 긴급 상황에서의 행동수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당 호텔은 고객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비상 상황

이 벌어졌을 경우훈련된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렇게 설명을하는 것이니만

큼 의심하지 않고 이 행동 수칙을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눕 아, 아. 당 호텔에서는 정전이 일어났을 시 비상전력을 가동하게 되어있

으나, 안타깝게도 모종의 이유로 비상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호텔의 모든 전자제품의 가동은 중지 가 되 었으며, 모든 직원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호텔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분들

께서는 잠시 불편하시더라도 방 밖으로 나서지 마시고 호텔이 정상화 될

때까지 대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禳

직원과 방송.

두 목소리 가 방 안에 있는 이들을 현혹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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