볽 67화 > 룸펠슈틸츠헨의 하얀 마녀
엘라는 점집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후로, 길가에 그 점집만보이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 만 그때마다 이 아린이 점 집 에 들어 가서 따지 기 라도 할 기세 인 엘라를
말렸다.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그냥길거리 점집인데 뭐.’,
그럴 때마다 엘라는 이아린의 힘에 못 이겨 점집 앞에서 질질 끌려갔고, 그
렇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점집이 못마땅한지 한참을 노려보기를 반복했다.
하루.
이틀.
사흘.
같은 장소와 비슷한 시 간에 그런 상황이 반복되 었고, 엘라는 그때마다 마
치 들으라는 듯 사기꾼이 라느니 양아치 라느니 등의 악담을 퍼부으며 이 아
린에게 끌려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점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
니면 소리를 듣고도 별생각이 없는 것인지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길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아린에게는 사근사근
하게 대해주는 등의 친근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 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진성이 요구한 재료들은 차곡차곡 모였고, 그것이
어느 정도 모였을 무렵.
진성이 러시아에 왔다.
쬞 쬞 쬞
"참으로아쉽구나. 아쉬워."
진성은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일본을 떠난 것이 아쉬운 듯 그렇게 중얼거
렸다.
■만들어진 주물(呪物)이 가득이요, 만들 수 있는 주물(呪物) 역시 가득하
거늘.,
일본은 주술을 사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것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분류하자면 흑주술에 속하는 것을 사용하
기에 좋은환경이었다.쪼개진 혼과백은 사라지지 않고 허공에 잔류해 있고,
온갖전쟁들로 인해 인간의 원한이 사방에 널려있고, 오지나시골 마을에 가
면 아직도 악귀와 악령을 만날수 있는 것이 일본이라는 나라였다.
게다가 섬나라 특유의 폐쇄적인 환경과, 에너지 열돔으로 인해 만들어진
독특한 조건까지 겹쳐서 기형적인 형태로 주술이 발달한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
진성으로서는 좋아하는 것이 가득 널려 있는 보물섬 이 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정치인 일부를 장악한 데다가 자신의 수족 역할을 할 리세의 힘
역시 강력하게 만들어놓은 상황. 게다가 어마어마한 양의 돈까지 얻었으니
일본에서 못할 것이 없는 상황이 었다. 원한다면 정치인의 힘을 빌려서 온갖
미녀들을 끼고 놀 수도 있을 것이요, 얻은 돈을 자본금 삼아 기업을 키우고
권력과 결탁해 그것을 수십, 수백 배로부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쯧. 어차피 텃밭은 만들어졌고 관리할 사람도 있는바. 언제든 가서 수확하
면 그만인즉.,
진성은 자신의 안에 깊게 자리 잡은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음을 다스렸다.
■여의주가 아무리 많아도 오직 한 가지만들고용이 될 수 있듯이, 욕심 역
시 과도하게 부리면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쉬움이 오래 남으면 미련이 되고,
미련이 되면 미혹이 되느니.,
그의 목적은 오직 초월.
주술로서 초월하는 것.
부와 명예,쾌락을원하는것이 아니다.
만약그런 것들을 원했다면 회귀 전에 용병으로 활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어디 대기업이나 권력자의 점이나 쳐주면서 인생을 한껏 즐겼겠지.
하지만 그는대신에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세상을 떠돌았다.
그것은 오직 주술만을 위 한 것.
그리고 저번의 생이 그러하였으니 이번의 생도 마땅히 그래 야만 한다.
오직 목표를 잊지 않고 걸어가는 것.
비루한 인간의 몸으로, 예측할 수 없는 힘으로써 초월하기 위해선 그 정도
는해야하지 않겠는가.
본디 여정이 라는 것은 기나긴 것이지 만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
오직 방향만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진성은 마음을 다스리고는 눈을 떴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원통을 하나 꺼냈다.
푸르스름한 눈 모양의 형상이 새겨진 통.
그가 과거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만들었던 주물이 자, 원하는 것을 찾아주
는 힘이 있는 물건이었다. 그는 예전에 그러하였듯 통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
했다.
"머리야,머리야.러시아에서 의식을 행할만한곳이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통에 새겨진 눈 모양의 형상은 푸르스름한 빛에서 붉게 변했다. 마
치 금속이 새 빨갛게 달아올라서 녹아버리 기라도 할 것처럼 달아오르고, 울
룩불룩 튀 어나오며 잔뜩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눈알을
사방으로 굴리더니 가늘고 기다란촉수를 수없이 뻗어 진성의 팔에 꽂아버
렸다.
그리고는 거 머리 라도 되 는 것처 럼 그의 몸속에 흐르는 피 를 꿈틀거 리 며
한껏 들이마셨고, 그 식사는 진성의 안색이 변할 때까지 이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만족한 통은 다시 촉수를 거두고 튀 어나왔던 눈을 안으
로 집 어넣었고, 대신에 진성의 눈에만 보이는 오색으로 빛나는 연기를 만들
어주었다. 연기는배배 꼬이며 지도의 형상을 만들었다.
지도는 러시 아 내의 모습을 그대로 띄우고 있었고, 특정 위 치 에서 반짝이
며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흠.,
진성은 지도가 가리 키는 곳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여기는주술사 바위. 러시아 주술사들의 거처이자성지이니, 좋기야 좋겠
지만….,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마찰이 일어나는법.
특히 러시아사람들이 조금 거친 면이 있으므로, 반드시 자리싸움이 날것
이 분명했다.
용병들을 데리고 간다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절대 지지는 않겠지만….
다른 곳에서 해도 되는 것을 굳이 그 장소를 고집해서 골치 아픈 일을 일
으킬 필요는 없었다.
'보자. 여기는. 허, 카시쿨락스카야 동굴이구나. 그래, 이런 곳이 있었지. 다
만주술 의식을 거행하기는 좋으나, 이번에 내가 할의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진성은 다른 장소들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아무르강. 여기는 나쁘지 않고…. 흠. 그리고…. 이 근처에두 곳이 있구나.
'
진성은 일단 지도에서 말하는 두 장소를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장소모두 적합하지 않다면, 아무르강에서 의식을 진행하면 될 터.
진성은 그렇게 대략적인 장소를 파악한 후, 저 멀리에 보이는 호텔을 향해
축지를 사용했다.
끼이익.
축지를 사용할 때마다 나는 소리와 함께 진성은 순식간에 호텔까지 도달
할수 있었고, 거기서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는 이세린과 이아린을 볼
수 있었다.
"오, 오셨어요?’,
"오래비, 오랜만에 보니까 얼굴이 좋아보이네?"
진성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두 사람을 따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쬞 쬞 쬞
!...
...
"아, 그 뭐 야. 오래비. 연락도 없고 말이 야. 죽었나 생각이 들 때면 생존
신고라도하듯이 연락하고.그…. 참.’,
방으로 들어온 진성이 가장 먼저 들은 것은 투정이었다.
왜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느냐는 투정.
이 아린은 진성에게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그녀는 한 손가락으로는 머리
카락을 배배 꼬고, 시선은 진성 대신에 진성의 옆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똑바
로 바라보며 말하기는 쑥스럽고, 그렇다고 아예 안 보고 말하면 삐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은 이아린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이라도 오지 않았느
냐?’,
"그〜건, 맞지만. 그래 뭐. 오라비가유학끝나기 전에 찾아온 것만해도 다
행이지 뭐.’,
그녀는 연신 툴툴거리면서도 진성이 온 것이 기쁜 듯 보였고, 그 모습에 진
성은 피식 고개를 돌렸다.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한껏 몸을 움츠린 채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
다.,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듯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세린이 있었다. 이세린
은 이아린과는 달리 아예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틀고 있었으며, 진성과 이
아린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삐져서 그렇다기보다는,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숨어있
는 것에 가까웠다.
"이세린.’,
"네, 네?’,
이세린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진성을 쳐다보았고,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 었다.
"왜…왜요?"
어색한 미소.
어색한태도.
온몸에서 뿜어내는, 지금 대화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모습.
진성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고작 영시가들킨 것 가지고 그러느냐."
"아, 아냐! 아니에요!"
그녀는 진성의 입에서 '영시,라는단어가나오자질겁했다.
그리고는 이 아린이 있는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간절한 표정으로 진성을
쳐다보았고, 진성은 이 아린에게는 그 이야기 가 흘러가지 않기를 간절히. 너
무나 간절히 바라는 그 모습에 살짝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해주었다.
"그래, 재료는 구했느냐?’,
그는 이세린의 요청을 들어주고자 주제를 아예 돌려버렸고, 그녀는 안도
한 듯 작게 숨을 쉬고는 답했다.
"네,네에….거의 다.거의 다구했어요.’,
이세린은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첩에 들어갔고,
거기서 창고 사진을 선택한 뒤 진성에게 내밀었다.
"한적한…. 한적한 곳에 냉동 창고를 빌렸어요. 맹수의 피랑 혈액팩은 여
기에, 여기에 있고…. 30년 된 눈 1鷂礝륇. 여기 통 안에 있고요…."
그녀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모은 재료들을 자랑했고, 진성은 사진
을 통해 품질을 대 략이 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보자. 피가 맑고 깨끗하니 상등품이요. 눈 역시 사진으로 보아 잘 묵혀진
것 같으니 마찬가지로 상등품이구나. 자작나무는 최 상품이고, 첫 수확한
곡물 역시 상태가 나쁘지 않으니…. 아주좋구나.’,
사진에 찍혀있는 재료는 늳가지.
자작나무 장작 30kg.
맹수의 피 300mL.
20년 이상된 눈 1kg.
혈액팩 孀개.
도수 80도 이상의 술 5L.
물고기의 비늘 500g.
맹금류의 깃털 500g.
다행히 전부 상태 가 괜찮아 보였다.
게 다가 물건을 맡긴 곳은 마법 이 나 주술적 인 요소를 이용해 냉동하는 창
고가 아니라, 오직 순수한 기계로 냉동하는 창고였다. 그 덕분에 재료의 변
질이나 상징의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 었다.
"잘하였다. 재료들의 질도 좋고, 창고의 선정도훌륭하다.’,
진성은 이세린을 칭찬했다.
이세린은 진성의 칭찬에 어색해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슬쩍 미소를 지었
다.
"나머지 재료들은 어찌 되었느냐?’,
"아, 그. 로부르참나무는 여기에요….’,
진성의 물음에 이세린은 침대 밑에서 길쭉한 막대기 하나를 꺼내서 그에
게 건네주었다.
진성은 건네받은 막대 기를 한 번 쓸어보고, 단단하게 쥐 어보기도 하고, 코
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보는 등의 행동을 하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이것 역시 상등품이구나. 잘하였다.’,
진성은 다시 이세린에게 칭찬을 해주었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
던 이 아린은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한 그 모습에 진성이 고개를 돌려보았
다.
"오래비. 나도 염소랑 기니피그 준비했는데."
"염소랑 기니피그라. 잘하였다.’,
진성은 이아린에게도 마찬가지로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럼 구했다는 염소랑 기니피그를확인해야겠구나. 보자, 직접 보러 가고
싶은데 어디에 두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