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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66화 (66/526)

볽 66화 > 룸펠슈틸츠헨의 하얀 마녀

"우리 저거 한번 보자.’,

"네?’,

"보자!"

"잠깐만요!’,

이 아린은 엘라의 손을 붙들고 노상 점 집 안으로 들어 갔다.

그녀의 손에 단단히 붙잡힌 엘라는손을 뿌리치려고했으나, 힘이 어찌나

강한지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바닥도 왜인지 모르게 미끄러

워 서 그대로 쭉쭉 미끄러 지 면서 그대로 끌려 갔다.

"실례합니다!’,

딸랑.

천을 슬쩍 걷고 들어서 자 손님을 알리는 방울 소리 가 울려 퍼 졌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고 있던 점술사는 슬쩍 고개를 들어 두 명을 바라

보았고, 스마트폰을 끄고 테 이블에 앉아서 둘을 환대해주었다.

"어머나, 어서오세요."

그리고 그 인사를 받은 엘라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점술사를 바라보았다.

호리호리해 보이는 몸.

길쭉길쭉한다리.

목까지 오는 머리 카락을 슬쩍 묶어 만든 꽁지 머 리 .

그리고, 산적을 연상케 하는 수염.

"이쁜이가 둘이나 있네. 자, 앉아봐요.’,

점술사는 남자였다.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고,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자.

그는 방긋방긋 웃으며 자신의 맞은편에 두 사람을 앉혔고,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는 엘라에게 슬쩍 윙크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 윙크를 받은 엘

라는 정신이 들었다.

■그래요…. 동성애 자도 이성애자도 똑같은 사람. 괜히 이런 거로 충격을

받거나 차별을 해서는 안 되는 거겠죠.,

그녀는 험 상궂은 얼굴의 남자가 게 이 일 리 가 없다고 무의 식중에 생 각했

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라고, 앞으로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야겠다

며 그렇게 반성을 했다. 그리고는 슬쩍 자신의 옆에 바싹 앉은 이아린을 보았

다.

'그래요…. 하아…. 편견을 가지면…. 안되죠….,

해가 지기 전에는 레즈냐고 빼액 소리까지 질렀건만.

이아린은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바싹붙어 있

었다.

이쯤 되 면 애정결핍 이 아닐까 의심 이 되는 수준이 었다.

강아지가 주인한테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사람의 온기를 갈

구하다니.

도대체 한국이란 나라의 여고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질 지경

이었다.

"이 예쁜이는 정말표정이 다채로워서 재밌네.순진해 보이고 호기심이 많

아 보여. 아, 칭찬이니까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점술사는 엘라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사람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점을 보러 오셨지껬 어떤 점을 봐 드릴까. 내가동양 점술은 잘모르

는데 트럼프 카드 점하고 타로는 기가 막히게 잘한답니다."

"트럼프 점이 뭐에요?’,

그는 질문하는 이아린이 귀엽다는 듯 상냥하게 말했다.

"호호,우리 이쁜이 질문인데 대답을 해줘야지.트럼프 카드 점은트럼프

카드로 보는 점 인데 , 별자리 랑 상징으로 미 래를 볼 수 있답니 다. 신비주의 적

요소와 상징으로 미래를 점치는 타로점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요.’,

"어떤 게 더 잘 맞아요?"

"어머, 당연히 둘 다 잘 맞지요! 전 다재다능한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보여요!"

"어머머, 이 아이도참."

어느새 이아린과 점술사는 몇 년은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엘라는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고,그

녀는 이 틈을 타서 슬쩍 테이블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점술사와그녀의 눈이 마주치더니 점술사가윙크하는 것이

아닌가.

"아가씨? 예쁜이는점을봐야하니까가만히 앉아있어 봐요.’,

엘라는점술사의 알수 없는말에 얼떨결에 다시 자리에 앉았고, 이아린은

점술사의 말에 다시 궁금증이 도졌는지 질문을 던졌다.

"왜 점을 봐야해요?’,

"으음〜 설명이 좀긴데."

그는 슬쩍 눈웃음을 쳤다.

"우리 같은 점술사들은 보이는 게 있어요. 인과니 뭐니 하는 쓸데없는 것,

굳이 보고 싶지 않은데도보이는 것들.뭐, 직업병 같이라생각하세요.청소

부는 보고 싶지 않아도 땅에 떨 어진 쓰레 기 를 보고, 요리 사는 보고 싶지 않아

도 자연스레 유통기 한을 눈에 넣는 것처 럼 말이 에요."

"아, 그. 뭐냐. 인과니 뭐니 하는 이상한걸 본 거예요?’,

"으음〜 그런 건 아닌데. 호호호호.’,

점술사는 품속에서 타로 카드 덱과 트럼프 카드 뭉치를 꺼냈다.

"내가 충고를 하나 하자면. 지금 점을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요?’,

"어머, 이거 상술 아니랍니다.그냥순수하게 호의로 해주는 거예요.그래,

우리 이쁜이 복채는 받지 않을게. 후불로 해줄 테니까 점을 보는 거예요. 어

때요?"

후불?

그 단어에 엘라는 고개를 번쩍 들고 점술사를 노려보았다.

점술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엘라

는 그 얼굴에 당장이라도 위치크래프트를 사용할 기세로 살기를 피웠다.

"내가 바본 줄알아요?!

"어머? 아가씨 왜 그래요?’,

"복채 대신에 뭘 가져가려고 수작질인가요! 후불? 지불하려고 해도 당신

이 사라지면 복채를 지불하지 못하는 건데, 그럼 저는 무료로 점을 본 셈이

되는거잖아요! 하!’,

복채라는 것은 ,점을 쳐 준 대 가로 점쟁 이에 게 주는 돈,을 말한다.

단순히 사전적 의 미 로는 그냥 점 이 라는 서 비 스를 받고 그 대 가로 돈을 지

불하는, 평범한 거래처럼 보인다.

하지 만 이 단순해 보이는 거래 에는 금기 가 하나 있었으니.

'복채를지불하지 않는것,이 바로그것이었다.

모든 주술에 는 대 가가 따른다.

그리고 이는 미래를 보는 주술인 점술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라, 미

래를 엿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반드시 대 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보통은 생명력이나 수명 같은 형태로 지불이 되지만, 운이 나쁘거나 대가

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미래를 보게 되었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

가를 지급해야만 했다.

그나마 카드나 산가지 , 커 피 등을 이 용하는 민간 주술 수준의 점술은 그

대 가가 약한 편 이 다.

의 식 수준까지 간다면 기 본적으로 년 단위 의 수명을 지급해 야만 했으며 ,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대가로 온 몸이 바싹 말라버린 미라처럼 변해서 그 자

리에서 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가가 있다면 그것을 경감시킬 방법도 존재하는 법.

점술사들은 ■복채,라는 형태로 자신이 부담해야 할 대가를 경감시 키고, ’

복채를 주고받았다,라는 행위에서 비롯된 인과를 통해 의뢰인과 자신이 대

가를 분담한다.

단순한 점술의 경우 대 가를 경감하고 분담한다면 약간의 피로를 느끼는

정도의 대가로 끝나기 때문에, 대중들이 손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는 주술이

었다.

하지만 대중적이고 친숙하다고 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있는 법.

그것은 바로 점괘를 들었으면 복채를 반드시 내 야 한다는 것이 다.

"프라우 리 ! 가죠!"

복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점술을 봤을 때 내야 하는 대가를 온전히

부담하겠다는 말과 같다. 경감도 없이, 분담도 없이 오롯이 그 대 가를 자신

이 짊어지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손해를 봐서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재능을 베풀고 싶다는 것은 드물지

만분명히 있을법한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속

담처럼 얼핏 이득으로만보이는것의 뒷면에는 반드시 꿍꿍이가 있는법.

복채를 내지 않았는데 점괘를 들으면, 점술사에게는 일종의 ■징수권

(徵뇘權),이 생기게 된다.

생명력이나 수명 같은 것이 아닌, 자신이 말한점괘의 가치만큼의 무언가

를 빼앗아올 수 있는 징수권이 말이다. 보통 빼앗는 것은 운기(運氣)였는데,

이 운기를 빼앗기게 되면 작게는 재수 없는 일, 크게는 생명의 위 기까지도 겪

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라면 무료로 점을 봐주겠다는 점술사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절대로 말이다.

엘 라는 밖으로 나가버 렸다.

"어머! 아가씨! 오해에요 오해!’,

뒤에서 점술사가 그녀를 애타게 부르든 말든, 그녀는 화가 난 듯 거칠게

천을 걷고 차가운 공기 가 가득한 밖으로 나갔고, 이 아린은 그녀를 따라가려

다가 오해라고 부르짖었던 점술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런 말을한거예요?’,

"어머머, 오해가있었나 보네….’,

그는 이 아린의 추궁에 한숨을 쉬 었다.

"내 말은 점괘가 맞으면 그때 대 가를 지불해도 된다는 뜻이 었어요. 복채

의 지불이야꼭대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거고, 내가신체 일부를 건

네주면 그걸로도 나를 찾거나 복채를 지불할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신체 일부…요?’,

점술사는대 답대신에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 곤 그녀를 따라가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 켰고, 이 아린은 그

손짓에 슬쩍 인사를 하고는 뛰쳐나간 엘라를 쫓아갔다.

"뵫 O O으... "

' ” • O •

다시 혼자가 된 점술사는 천막 안에 찾아온 정적 속에서 기이한 소리를 냈

다.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원을 켜고 지문을 입력했다.

"보면 볼수록 멋지고 아름다워요. 호호.’,

스마트폰에서 실행되고 있는 앱(App)은 거울이었다.

전면부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거울처럼 띄워주는,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애플리케이션.

그는 자신의 얼굴을 스마트폰에 띄우고는 무엇이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

무엇이 그리도 보기 좋은지 방긋방긋 웃으며 연신 제 모습을 살펴보기에

바빴다.그모습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이 제 이상형인 것처럼 보는모습이 중

증의 나르시시즘(narcissism) 환자처 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나르키소스(傷如撏1儜儜0心처럼, 제 모습에 빠져버릴 것처럼

한참이나 거울 앱을 바라보던 점술사는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

"오랜만에 동류를봤는데 아쉬워라….’,

"동류는 무슨! 덜떨어져 보이는 애새끼인데 !’,

그리고는 마치 일인극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혼자 있지 만 혼자가 아니 라는 것처럼.

나는 혼잣말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처럼.

점술사는 여자의 말투로, 남자의 말투로.

두 성별의 어투와 행동을 넘나들며 일인극을 했다.

"덜떨어졌다니, 어머! 애한테 그런 말을 쓰면 못써!"

"그건 맞잖아. 마녀 주제에 자기 상태도 모르면 덜떨어진 반푼이 아냐?’,

"아직 어린애한테 무슨! 가능성이라는 게 있어요, 가능성이!’,

"가능성은 개애애애뿔. 나는 그 나이에 마약을 팔고 다녔어.’,

"어머, 자기 되게 꼰대같은 거 알아?’,

"꼬오온대? 하, 못하는 말이 없어!"

"마녀 면 모를 수도 있지 ! 우리 야 인과를 볼 수 있으니 알지 만, 저 아가씨 가

뭘알겠니?’,

스마트폰에 비친 점술사가웃었다.

"하,보아하니 옆에 붙은년한테서 주술 냄새가옅게 풍기긴 하던데."

현실의 점술사가웃었다.

"당사자도 아니고 냄새만 풍기는데 무슨 상관이니 ?’,

"하기 야 알 바 아니 긴 하지!"

하서하하하하 펹

호호!

웃음.

천막 안에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와 가느다란 여성의 소리가 울렸다.

*

*

*

"하, 저 사기꾼 점쟁이가 아직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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