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60화 (60/526)

<60화 > 제물, 불꽃, 의식

환골탈태 (換#奪胎).

중국의 도교에서 사용하는 이 용어는신선이 되기 위해 인간이 태를 벗어

던지는 과정을 말한다.

환골(換#).

뼈를 바꾸고.

탈태(奪胎).

태를 바꾼다.

■환골탈태, 무인도 아닌 주술사가환골탈태했다고?,

처음에는 도교의 연단술에서나 사용하던 이 표현은 역사에 기록될 정도

로고강했던 한무인이 등장함과함께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고,세월이 흐르

면서 '무인으로서 인간을 초월하는 과정에서 겪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정착

되었다.

이는 연단술이라는 것이 신선이 되기 위한 비술에서 단순한 약학과 의학

으로 격하되면서 생긴 일이기도 했으며, 무공이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정립

되면서 인간이 육체적으로 한계를 벗어날 방법이 생겨서 그런 것이기도 하였

다.

..

.......

이 환골탈태의 조건은 여러 개가 있으나, 대표적으로는 세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아냐. 저 건 환골탈태 가 아니 다.,

진성은 그 셋 중 단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뼈도바뀌지 않았고,허물이 생기지도 않았고,유전자가변형된 것 같지도

않아.,

환골탈태의 현상.

정확히 말하면, 환골탈태로 인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뚜렷한 변화는

세 가지.

첫째는 골격이 바뀌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겪는 사람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된 골격으로

변형된다.단순히 키가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골격 자체가변형된

다. 뼈의 숫자가 늘어 나거나 줄어들고, 관절의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고, 뼈

자체의 크기가변형된다.

그뿐만 아니 라 골격 이 어 마어 마한 강도로 강화되 는데 , 일반적 인 금속으

로는 생채 기도 내지 못할 정도다.

둘째는 허물이 벗겨지는 것.

외골격이나 비늘을 가진 생물이 그러하듯 허물을 벗는다. 그리고 허물이

벗겨진 후에는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된 근육과 피부를 가지게 된다.

마지 막은 유전자가 바뀌 는 것.

이는 현대에 들어서 알려진 것이 지만, 환골탈태를 겪은 무인은 유전자가

변한다. 그것도 무인에게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유전적 결함은 모조리 사라지고,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되도록 몸을 바꾼다. 그리고 이 유전적 변화는 꽤 급진적인 성향을 가

지고 있어 반드시 외형에 드러난다.

꼬리가 생기거나 송곳니 가 길게 자라나는 등의 선조회귀형 변화.

혈액의 색이 파란색이 되거나 새로운 장기가 생기는 등의 환경적응형 변

화.

몸에 외골격이 생기거나 비늘이 생기는등의 돌연변이형 변화.

하지만 불 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진성에게선 그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

았다.

오직 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오고, 불에 타서 흉측했던 피부가 되돌아오

는 것만이 보일 뿐이다.

저것은 환골탈태 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이능을 이용한 디톡스(detox)라

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것도 매 우 급진 적 이 고 위 험 하지 만, 효과 하나는 확실한 디 톡스 말이 다.

대장은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진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자세히 살

펴보았다.

'화상을 입 었던 피부는 회복되 고, 몸 안에 있는 독소는 모조리 빠져 나오고

있다. 아마몸 안의 장기 역시 재생이 되고 있겠지. 강력한 재생 효과와독소

배출로 깨끗한 몸이 되고 있다….,

마치 몸을 순수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온갖 더러운 것에 노출되기 전의, 아기 같은몸처럼 순수하게 말이다.

■몸을 순수하게 만든다….흠.좋은 일이기는 한데….,

대 장은 탐이 난다는 듯 입맛을 다시 며 제 단을 쳐 다보았다.

순수해지면 이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마법사의 경우 마나를 사용할 때 조금 더 원활할 것이고, 무

인의 경우에는 육체의 성능이 향상되고 무공에 따라서는축기의 효율이 올

라갈 것이다. 마녀의 경우 신체나이가 어마어마하게 젊어질 것이다.

게다가 몸이 깨끗해지니 당연히 수명도 늘어날 터.

순간 그의 머릿속에 자기도 저 불에 들어가면 똑같은 효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 만 이 내 고개 를 살짝 저 었다.

■•••몸이 타들어 가는고통을 겪으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진성처럼 기름을 붙이고 불 속으로 뛰 어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아니,애초에 저기에 들어 가는 건 용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수명 조금 얻 겠다고 스스로 인간 장작이 되 는 것은 용기 가 아니 라 광기 다.

그것도 전쟁터를 전전하며 온갖 미친 인간을 보아왔던 용병조차도 혀를 내

두를 정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 말이다.

■저 고용주는 미쳤다. 역시 주술사는 기인 아니면 광인밖에 없다더니.,

그리고 그의 판단이 옳다고 말하는 것처럼 , 쩌 렁쩌 렁 울리는 소리 가 들렸

다.

"하하하하하하!"

불 속에서 걸어 나온 진성이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진성은 한참이나 웃더니 갑자기 허공을 쥐어서 기절해있는 무녀를 허공에

띄웠다.

그리곤 리세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고용주께서 또 뭘 하시려나.,

그모습을본용병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으나, 이내 자신이 낄 일이 아니

라는 판단이 들었는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문이나마저해야지.'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피 칠갑이 된 채 눈을 부릅뜨고 있는 신관이 있었다

"이리로오거라.’,

리세는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성이 용병을 데리고 신사에 불을 지르고 습격하는 것도 끔찍한 일이었

는데, 리세는 중요한 역할까지 맡았다. 그녀는 신력을 사용해서 무인들을

제압했으며, 신사의 신체(神體)를 제압해 진성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그것만으로도 반쯤 정신을 놓아버릴 일이었는데 ….

'방금, 방금….,

그녀가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갑자기 제단에 불을 피우더

니 몸에 기름을 붓고 거기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불이라도 붙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 부은 기름을 먹이 삼아불

이 활활 타올랐다.

더 끔찍한 것은 신력으로 강화된 그녀의 눈이 진성의 피부가 녹아내리고

구워 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사람이, 그것도 그녀가 모시 기로 한 사람이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모습이

란 참으로 악몽 같았다. 그것도 그냥 악몽이 아니 라, 새 타니 가 그녀를 괴 롭

혔던 몽중몽보다도 더 끔찍하고 평생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끔찍한 악몽 말

이다!

그런데 그렇게 타들어 가던 진성이 갑자기 깨끗한몸이 되고, 나루미를 허

공에 띄웠다. 그리곤 뭔가를 걸칠 생각도 없는지 나체 인 채 그대로 그녀를

부른다.

■이게, 대체.,

이게 대체 무어란말인가?

리세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습격, 방화, 나체, 화형, 분신….

"리세.’,

그렇게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단어에 리세가 혼란

스러워하고 있을때,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부르는목소리가 들렸다.

뚜렷하게 귓가에 내려꽂히는 듯한목소리에 리세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

을느꼈다.

'그래 . 무엇이 되 었건 따르기 만 하면 …. 따르기 만 하면 되 는 거 야.,

그녀는 텐트 안에서 자신이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리며 진성을 향해 다가

갔다.

다만 주술사치고는 꽤 근육이 붙어있는 몸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리세.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선물, 이요?"

진성은 불꽃이 타오르는 제단에 걸터앉아 리세와 눈을 마주 보았다.

"그전에 물어볼것이 있으니.’,

그는 잠시 뜸을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이 무녀가 어찌 되었으면 좋겠느냐?’,

어찌 되 었으면 좋겠냐는 질문.

그녀는 자신의 대답에 따라 나루미의 운명이 정해질 것을 직감했다.

리세는 나루미를 쳐다보았다.

밉살스러운 얼굴.

여우 같은 얼굴에, 여우 같은 성격을 한 여자.

'키시모토 나루미 …. 어릴 적부터 모임에서 나를 배척하고 따돌린 사람.,

리세는 나루미의 얼굴을 보자 어릴 적에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

다.

숲에서 같이 놀자며 데려가 놓곤 자신만 놓고 간 일.

리세가 친해지려고 하는 무녀에게 접근해 훼방을 놓은 일.

다 같이 식사 준비를 할 때 리세의 몫만 빼놓고 만든 일.

자기들끼리만 단톡방을 만들고 리세는 끼워주지 않은 일.

리세의 말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없는 사람취급했던 일.

장난이라고하기에는한없이 괴롭힘(뀡 少瀿)에 가까운짓을해왔던 사람.

'•••어찌되었으면 좋겠냐니….,

리세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겪었던 온갖 짜증나는 일의 주동자이자 원흉

이 눈앞에 있었다.

신사, 가문, 권력, 신력.

리세가 섣부르게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조건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잘손질된 음식 재료처럼 둥둥 뜬 채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처분 방법만 말하면 그 즉시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너무나도

하잘것없는 존재 가 되 어 있었다.

리세는 고민했다.

눈앞의 미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펜을 들어서 메 모장에 답을 적 었다.

『목숨은 살려주세요.』

진성은 의외 라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악연인 것 같은데, 목숨을 붙여달라?’,

눕 짜증 나는 사람이 지 만 죽을죄 까지는 짓지 않은 것 같아요. 禳

"훌륭하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루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리하겠다. 이 제물이 목숨은 부지할수 있게 해주마.’,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서 불을 피워 나루미의 몸에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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