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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52화 (52/526)

<52화 > 축제에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짧구나.’,

진성은 자신에 게 애원하는 원로를 보며 그리 말했다.

원로는 생각보다 빨리 쾌락에 굴복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 었을까?

진성의 축복1과귀접,부정의 주술의 시너지 효과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로의 정신 상태가글러 먹어서 그랬던 것일까?

둘 중 하나,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원로는 손쉽게 진성에게 굴복했고, 그의 충실한 뒷배가 되어

주기로 약조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귀 접을 겪었던 다른 모든 이들도 진성의

뒤를 자신의 힘이 닿는 한 봐주는 것은 물론이고, 리세의 신사에도 커다란 지

원을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닌가.

권력자들은 쾌락을 얻어서 좋고, 진성은 도움을 얻어서 좋고, 켄지와 리세

는 권력자의 비호 아래 돈과 영향력, 그리고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기회를

얻었다. 손해를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행복하니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대신에 물귀 신을 죄 다 넨도로이드에 다시 쳐넣고 색귀로만 활동할 수 있

게 봉인을 걸어 그들에게 쥐 여줘 야 했지만 그 정도 수고야 얻는 것이 많으니

기쁜 마음으로 해줄 수 있었다.

다만단한명.

"으, 차기 신관님. 몸이 이상합니다. 눈에 이상한, 이상한 게. 이상한 게 보

여요.’,

강령 주술 의식을 행했던 정치 인만은 문제 가 생 겼다.

정치인의 멀쩡했던 눈이 강령 주술의식 이후변해버린 것이다.

불이 꺼 진 화장실 안에 서 냉 장고 안에 라도 들어 갔다가 나온 듯 차가운 몸

을 덜덜 떨면서 정신을 반쯤 놓은 채 발견된 정치인은 따뜻한곳에서 한참이

나 지나야 제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차가운 물에 오랫동안 닿아있었음에도 동상은커녕 피부가 짓무

르지도 않았고, 물귀신에게 그 어떠한해코지를 당하지도 않았다. 물귀신들

은 정치인을 빙의 당한 사람이 라고 여겼으며, 자기들이 노릴 사냥감이 넘쳐

나는데 굳이 하나가선점한 사냥감을 건드릴 이유도 없기에 아무문제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신에 그의 눈은 렌즈라도 낀 듯 눈동자에 파란빛이 감돌게 되 었다. 게 다

가 그 빛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제 모습을 드러냈다 숨기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며, 파란빛이 나타날 때마다 눈동자의 상에 기괴하고 끔찍

한 것들의 모습을 비췄다.

영안(쁡眼).

악령과 악귀 가 되 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을 얻은 것이 다.

정치인은 혼과 백,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는 영안을 가지게 되었

다. 게 다가 그냥 영 안도 아니고 파사(破邪)의 힘을 조금이 나마 품은 영 안으

로 보였다.

진성은 이상을 호소하는 정치 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보자. 눈은 영 안으로 변했고, 목소리와 숨소리 가 이상한 것을 보니 폐 가

살짝 손상된 것 같고.,

진성은 물을 살짝 띄워서 정치인에게 뿌려보았다.

"앗 차가!’,

하지만 정치인은 물을 맞고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물 알레르기는 걸리지 않았군.운도좋구나.,

강령 주술 의식.

그것도 인터넷을 통해서 이 야기 가 퍼져나간 주술 의식 인데도 저 정도 대

가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것은 운이 좋았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과거 진성이 이 주술 의식을 시험해봤을 때에는 대가 때문에 폐수종이

생겨서 수술까지 해야했으며 뇌출혈까지 생겨서 크게 고생을해야만했다.

게다가 이 강령 주술 의식을 했을 때는 여러 주술의 대가 때문에 몸이 망가

져 있는 상태라 후유증까지 찾아왔고, 그 때문에 폐에 염증까지 생겼다.

하지 만 이 나마도 운이 좋은 편 이 었다.

어떤 강령술사는 이 주술 의식을 했다가 물 알레르기가 생겨버렸다.

..

..

.

그 강령술사는 자신의 체액을 포함해서 수분이 피부에 닿기만 하면 발진

이 일어났다고 한다. 결국, 전투 중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가 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와 출혈성 쇼크가 겹쳐서 그대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운도 좋구나."

진성은그리 말하고는 정치인에게 그의 몸에 일어난 일에 관해서 설명했

다.

물론 의 식의 대 가라고 곧이곧대 로 말하지 는 않았고, 약간 비틀어 서 말이

다.

"자네는 말이야. 저열한 쾌락을 느끼고 싶어했어. 권력자의 탈을 쓰고 무

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저들보다도 한 단계 위 에 올라가 있기를 원했고, 그

들이 나락으로 굴러 떨 어 지 는 것을 목격하며 내 가 그들보다 낫다고. 내 가 그

들보다훨씬 나은 사람이라고자기 위로를 하기를 원했지. 그렇지 않나?’,

"네. 그렇…습니다.’,

"자네의 소원은 이루어졌어. 보게. 자네를 경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음속으로 무시했을 이들은 물에 빠져서 살이 퉁퉁 불어서 흘러내 리는 귀

신들하고 몸을 섞고 중독되는 비참한 꼴이 되 었고, 자네 가 그토록 존경하던

원로라는 작자는 제 의 지로 물귀 신과 몸을 섞는 것을 바라게 되 었지 . 그리고

그와중에 오직 자네. 자네만이 귀접을 하지 않은 채 그들의 추태를귀로들

었어.’,

"맞습니다.화장실 밖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네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가지지 못

할능력을 갖추게 되었네. 자네의 눈이 바로 그것이지."

"이 눈이요?"

진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정치인에게 말했다.

"그 눈은 영안이 라고 해서 선택 받은 이들만 가질 수 있는 눈이 네. 자네 에

게 소질이 있는 것을 보고 내 가 그것을 개 안시 켜 준 것이 야. 이 제 자네는 영

혼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네. 그래. 말하자면 자네의 인간으로서의 격 자체가 다른 이들보다우월해졌

다는 말이야. 어떠한가. 만족스러운가?"

그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격이 높아졌다는 것, 우월해졌다는 단어만큼

은 똑바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의 눈에 생긴 것은 ,

이상한현상,이 아니라,축복받은현상,이라는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정치인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것은 사라졌으며, 자신은 선택받

은 사람이라는 진성의 말을 듣고는 그 자리를 ,저열한 쾌락,이 대신했다. 그

증거로 성교를 하거나 야한 장면을 보지 않았음에도 양물이 빳빳하게 부풀

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진성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토강여유(吐剛뉠柔)의 상이라. 내버려 두면 필시 나도 나락으로보내려

할것인즉.,

하지만 아직은 쓸모가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치인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권력을 등에 업었으니 축제를 즐겨야 할 때가 왔다.

"말도 안되는소리 하지 마세요!"

돗토리현의 한신사에서 고성이 울려 퍼졌다.

고성을 지르는 것은무녀복을 입고 있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여우를 닮은 듯 가는 눈을 치켜뜨며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고래고

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축제가 이틀 남았어요!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보내겠다니 무슨 말이에

요?! 게다가 트럭에 실려 온 그 짐들은 뭐고, 불꽃놀이용 폭죽은 또 왜 바꾼

건데요! 이게 뭐하자는 거죠!’,

[ 키시모토(樫本) 씨. 정말죄송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어쩔 수가 없다뇨! 그게 시장이나되는 사람이 할 말이에요?! 그래요, 어

쩔 수 없다고 쳐요! 그러면 귀띔 이라도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한 달 전,

하다못해 일주일 전도 아니고 이틀 전에 이런 짓을하는건 대체 뭐예요!’,

[ 아니 그게…. 저도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갑자기요?! 지금 신사에 온 짐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이건

갑자기 준비해서 될 게 아니에요! 돈을 처바르지 않는 이상최소한 몇 주는

걸릴 정도의 양이 라고요! 선대부터 좋은 교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

을 지금 등에 칼을 꽂는 짓으로 보답하시는 건가요?!’,

[하아….]

키시모토라고 불린 무녀는 여과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렇게 소리치는 뒤편에서는 인부들이 끊임없이 짐을 나르고 있었고, 그 짐들

은 그녀의 말대로 어마어 마한 수준이 었다.

어디에 쓸 건지 모를 나무들은 신사 뒤편에 차곡차곡 쌓였고, 장작으로 보

이는 것들은 이 미 쌓이고 쌓여 2m가 넘는 높이 가 되 었다. 게 다가 음식 으로

추정되 는 것들은 창고 하나를 털어온 게 아닌 가 의 심 이 되 는 수준이 었으며,

취급 주의라고 적혀있는 뭔지 모를 것들은 드럼통과 철제 박스에 담긴 채

신사의 창고를 점령하고 있었다.

[ 어쨌든 사죄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잘 진

행해주시고, 최대한 짜증을 가라앉히고 지금 가시는 손님분들을 잘 대접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보다까마득히 위에 계신 분이 보낸 분들이니까 절대 실

례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절대로요. 영리한 키시모토 씨라면 잘 이해하

셨으리 라 믿습니 다. ]

키시모토의 분노를 받아주고 있던 시장은 더는 참기 힘들었는지 제 할 말

만 던져놓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 하!"

그리고 일방적으로 통화가 끊겨버린 그녀는 다 타버리지 않은 분노를 어

디 에 도 표출하지 못한 채 그대 로 속앓이 를 할 수밖에 없는 처 지 가 되 었다.

그녀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스마트폰을 세게 쥐고 바닥에 집

어 던져버릴 뻔했으나 이내 그런 짓을 해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는 길게 한숨을쉬고근처 기둥에 몸을 기댔다.

"대체 이게 뭐야….’,

생각이 정리되질 않는다.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녀는 인부가 열심히 짐을 옮기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시장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정도면 대단한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이야

기인데. 이세신궁에서 하는 축제도 아니고, 고작 돗토리현에서 하는 축제에

뭐 먹을 게 있다고 이 사달을….,

"어?,.

그렇게 상념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그녀의 눈에 신사로 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여자는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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