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51화 (51/526)

<51화 >축제에 필요한 것은

숨비소리라는 것이 있다.

제주도의 해녀들이 바다에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내는 소리로

휘 파람과 비 슷한 소리 라고 한다.

즉, 숨비소리라는 것은 물속에 잠수해서 숨을 참고 물질을 했던 해녀들이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요, 동시에 그녀들이 자신이 물귀신이 아

닌 사람임 을 바다에 알리는 알림 이 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그것과는 달랐다.

삐-익.

삐--익.

휘파람을 닮았지만 생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이가 내는 소리는 맞았지만, 생존 대신 죽음을

쫓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물귀신이 내는 소리.

물귀신이 땅에 올라와제 손에 잡혀갈 이를고를 때 내는소리.

삐-익.

자신이 사람이 아닌 물귀신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물귀신이

방을 배회했다.

찰박찰박 거리는 발소리와 진하게 남는 물비린내 풍기는 그 흔적.

그것은과거 선원들이 꿈에도보기 싫어했던 악몽의 풍경이며, 무당도쉬

이 손대기 힘들어한다는 수살귀들의 역겨운 원한과 집착이 담겨있는 것이었

다.

삐-익!

물귀 신은 배회 했다.

하얀 연기의 형태로 바닥을 쓸어가며 흔적을 남기고, 다 물러 터져버린 몸

을 휘청거리며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하지만 방 안에 자욱하게 퍼진

하얀 연기는 깊은 잠에 빠져 쓰러진 사람들의 몸을 휘감고 있었고, 물귀신들

이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주는 갑옷이 되 어있었다.

하얀 연기는 들이마시면 사람을 재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물귀 신이 돌아다니는 지금 그 어 떤 독보다도 치 명적 인 성분일터 이

지만, 동시에 하얀 연기는귀신을 막는 힘 역시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그들의

몸을 휘 감고 있는 한 물귀 신은 그들을 손대 지 못했다.

삐-익!

물귀신은 그 사실에 화가 난 듯 연기를 손으로 쥐 어뜯기 라도 하려는 듯 뻗

었지 만, 연기는 오히 려 그 손을 튕 겨 내 버 렸다. 부패해서 물러진 살점은 고기

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튕 겨 나가고,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물방울을 사방

에 흩날리며 물귀신에게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그것으로 포기하면 수살귀(水殺鬼)라는 악명을 떨치진 않았을 것

이다.

물귀신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연기를 걷어내기 위해 손을 뻗고, 발을 뻗고, 아가리를

쩍 벌려 물어뜯으려 하고, 머리카락을 드리워 목이라도 졸라그들을 죽이려

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잠든 사람을 질질 물로 끌고 가 얼굴을 처박아 익사

시키기를 원했고, 한껏 홀려서 욕조에 제 몸을 던져 자신과 같은 신세가 되 기

를 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하얀 연기 갑옷은 너무나 단단해서 그들을 철옹성처럼 지켜주고 있었으

니까.

그런데 그때,물귀신들의 눈에 기이한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연기 가 그들의 특정 부위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는 것을 본 것

이다.

그것은 물귀 신들이 주로 노리는 얼굴, 목, 다리 가 아닌 그 중앙에 있는 부

위.

소위 사람들이 급소라고 표현하는 성 기 부근이 었다.

성기 부근은 무언가 막이라도 친 듯 연기가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물귀신들은 기쁨에 발광하며 제각기 달라붙어 있던 사람들의 성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 그대로 물속으로 그들을 끌고 가 집 어

던지려고 했다.

미끄덩.

하지 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지 지 않았다.

그것을 잡는 것까지는 어찌 되 었으나, 그것을 잡고 이동하려고만 하면 기

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미끄덩거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그 미끄러움이 어

찌 나 심 한지 아주 조금, 티 끌만큼도 사람들을 그 자리 에 서 움직 이 게 할 수가

없었다.

삐-익!

물귀신들은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것이 무리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있는데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특히 화장실에서 성공적으로 빙의 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다 같이 실패했다면 모를까 하나는 성공을 했으니 도저히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본디 희 망이라는 것은 표본이 생기면 더 강렬해지는 법이다.

수많은 실패가 있어도 한 번의 성공이 있다면 부나방처럼 그곳에 뛰어드

는 것이 인간이다.

하물며 인간보다 더 악독하고 집착이 강한 물귀신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물귀 신들은 성 기 부분만이 비 어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방법 ,을 사용하

기로 마음을 먹었고, 일제히 자신의 먹이가될 사람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 방법이란 생기를 빼앗는 것.

인간을 옮길 수가 없으니 색귀(色鬼)처럼 달라붙어서 생기를 빼앗을 심산

이었다.

물귀신들은 각자 제가 담당할 사람들에게 달라붙어서 귀접을 시작했고,

그러자 귀 접을 당하는 이들의 허리 가 활처럼 휘고 몸을 튕 기 며 눈을 까뒤 집

기 시작했다.

"으헉!’,

"으허 헉!’,

자는 와중에도 견딜 수 없는 쾌락인 듯 사람들은 침을 질질 흘려가며 귀접

을 당했고, 그리고 느껴 지는 쾌 락에 비 례 하는 어 마어 마한 양의 생 기 가 귀 신

에게 흘러갔다.

이는 카마수트라나 음양 대법에서 사용하는 음과 양을 섞어 서로를 이롭

게 하는 방법이 아닌, 오직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해로운 방법이었다.

특히 물귀 신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음기와 원한은 일정 수준 이 상의 강령

술사가 아니면 쉬 이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의 위험한 힘이었으니 더더욱 그

러했다.

하지 만 그게 무슨 상관이 란 말인 가?

지금 이 난교 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색에 제 미래를 팔기로 한 이들

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성을 불러서 '축복,을 받으려 했겠는가?

지금그들이 물귀신과귀접을하는것은그들 역시 바라마지 않던 일일 터.

약을 쓰고 축복을 받아서라도 쾌락에 묻히고 싶은 이들에게 있어서 저것

은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 가 아닌, 어마어마한 쾌락을 주는 행복일 것이 다.

진성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쾌락의 탄성을 들으며 걸

어갔다.

!..

..

.......

그가 도착한 곳은 원 로가 있는 방이 었다.

문은 진성이 수작을 부려두어서 그런지 약간 열려있었고, 그 안에서 신음

과 쾌락 섞인 탄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이 있다면 들려오는 것은 오직 여자의 신음이고, 남자는

무언가에 저항하는 듯이를 악무는듯한 소리였다는 것이다.

덜컹.

진성이 문을 열자 방 안의 풍경이 들어왔다.

아까 원로에 게 그렇게 나 달라붙던 여 자들은 쾌 락에 미 치 기 라도 한 듯 몸

을 경련하며 눈을 까뒤집고 있었고, 침대 바닥에는 원로가 가운 하나만 걸친

채 쓰러져 귀접에 저항하고 있었다.

"네, 네놈!’,

원로는 약효에 저항하기 위해 입술에서 피가흐르고 있었다.

그는 피가 사방으로 튀 길 정도로 강하게 소리치며 진성을 노려보았고,

진성은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왜 거부를 하는가?’,

아까 아부를 떨 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투.

원로는 그 말투에 치를 떨었다.

"뭐 가 목적 이 었냐! 이 딴 개 짓거 리를 하다니! ’’

개짓거리.

진성은 원로의 말에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네. 본디 같은 물이라도 독사의 입

에 들어 가면 독이 되고, 사람의 입 에 들어가면 감로수가 되며, 과실수에 들어

가면 열매가되지. 다 자네의 마음에 달린 것이거늘 어찌 개짓거리라그리 단

정을 짓는가?’,

"개소리 집어치워라!’,

"마음을 달리 갖게나. 이건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요, 자네에게 해가 되

는 것도 아니야. 그냥 자네는 평범한 여자를 안아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쾌 락을 그대 로 만끽 하기 만 하면 되 는 것이 야. 물귀 신 이 빨아들이 는 생 기 야

자네 같은무인에게는큰해도되지 않을 것이고, 내가 걸어준축복이 있으니

사라진 생기도 금방 보충이 가능할 터. 그냥 얌전히 몸을 맡기고 쾌락에 빠

지면 그보다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원로는 진성의 말에 격분했다.

"개자식아! 귀신이랑 좋다고 몸을 섞는 것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느냐

! 이 역겨운요승 같은 새끼가!’,

"하하하하. 보아하니 귀신이랑몸을 나누는 동인지도 많던데 그건 모르나

보군. 자네는 인간의 성욕을, 그리고 제 나라 사람들의 성욕을 너무 무시하

는 것 같아. 자네 는 가능하네. 내 가 보증할 수 있다네."

원로는 진성의 목을 조르기라도 하려는 듯 몸을 애써 일으키려 노력했다.

하지 만 강력 한 약효 탓에 그는 일 어서 려 다가 쓰러 지 기를 반복했으며, 게 다

가끊임없이 귀접을 시도하는물귀신의 방해 탓에 몸에 힘이 제대로들어가

지도 않았다.

"왜 내가주는 선물을그리 거부하려 드는가? 약따위보다도 강렬하고,축

복의 힘으로 증폭되 었으니 인세의 것을 뛰 어넘는 쾌락을 느낄 수 있을 터인

데.쾌락은 자네가그토록바라던 것이 아니던가. 아,혹시 외모 때문인가?"

촤악!

진성은 물귀신에게 피를 뿌렸다.

그러 자 생 기를 머금기 라도 한 듯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던 물귀 신의 모습

이 바뀌었다.

시체처럼 생기 없이 창백한 피부를 제외한다면 봐줄 만한 여성의 모습으

로말이다.

그모습에 동하기라도 한듯 원로가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원로는 이내 입술을 깨물며 계속해서 귀접을 거부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 켜보던 진성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주언을 외 웠다.

"Non declinetis ad pythones nec ab hariolis aliquid sciscitemini, ut

polluamini per eos."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한 번 가리 키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로를 가

리켰다.

"Vir, de quo egreditur semen, lavabit aqua omne corpus suum et im

mundus erit usque ad vesperum."

진성의 입에서 주언이 튀어나오자 원로는 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

기 졸음이 밀려오기라도 한 듯, 그래서 당황하기라도 한 듯 입술이 터져나갈

듯 깨물었다. 더 깨문다면 살점이 떨어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Vestem et pellem, super quam fuerit semen effusum, lavabitur a

qua et immunda erit usque ad vesperum. Si cum muliere coierit vir, la

vabunt se aqua et immundi erunt usque ad vesperum."

하지만 그 저항도 잠시.

계속해서 이어지는 주언에 원로는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 렸고, 그대로 엎어진 채 바닥에 쓰러져버 렸다.

진성은 허공을 쥐어서 엎어진 남자를 바로 눕혀 귀접에 용이한 자세로 만

들었다.

그리곤 방 안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와인 하나를 집 어 들고는 포도로

만든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한 뒤, 날카로운 것으로 손끝을 슬쩍 베어서 핏방울

을 와인병에 떨궜다.그리고흔들어서 잘섞이게 만든뒤 그것을 입에 머금고

뱉었다.

푸우읍-!

사방으로 퍼져나간 포도주는 마치 피를 토한 것처럼 진성의 앞에 흩뿌려

졌다. 모양새만 그런 것이 아닌지 뿌려진 포도주는 피비린내를 머금고 있었

다.

진성은 주술을 끝마치고 마무리까지 지은 뒤 가만히 깨끗해 보이는 의자

에 앉아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는 잠시간 끝나는 것이 아닌, 원로가 충분히 쾌락에 찌들고 그의 충실한

장기말이 될 때까지 지속하리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쾌락에 그렇게 저항을 할수 있는 자라면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

을 테니까.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

*

*

"그 아이 ! 그 아이를 내게 주게!"

그렇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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