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0화 (40/526)

<40화〉소문과 괴담

괴담이 돌았다.

아주 작은, 별것아닌 괴담.

찻잔속의 태풍처럼 아주 잠깐화제가되었다가 사라질, 그런 도시 괴담.

하지만 계속해서 퍼져나가며 아는 사람은 알고 있을 이 야기.

누군가가 말하길, 이 이야기를 퍼뜨리지 않으면 저주받는다고 했다.

눕 어떤 부자가 기르는 소에 게서 쿠단(件)이 태 어났다고 한다. 禳

『쿠단은태어나자마자숨을 헐떡이며 예언을 말했는데, 가고시마현에 조

만간 커다란 재 앙이 닥칠 것이라 했다. 禳

누군가 말하길, 이 이야기는사실이라고했다.

눕 나는 규슈에 사는 사람인데 우리도 쿠단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었어.

태 어 나자마자 다른 말은 없고 재 앙을 막기 위 해 서는 모든 사람이 합심 을 해

야 한다고만 했는데, 아마 가고시 마현에 태 어 난 쿠단과 짝을 이루는 녀 석 인

것 같아. 禳

누군가 말하길, 이 이야기는 그저 정치권에 일어난 추문을 감추기 위한 것

이라 했다.

눕 요즘 정치권에서 스캔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어. 캬바쿠라

(瑯 紙鎀 錕 ■키에 매일매일 드나들면서 아가씨 끼고놀다가들키는 건 예사고,

별장에서 난교 파티를 벌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禳

『 연예인 성 접대 이야기도 암암리에 돌고 있다고. 듣자 하니 AV 배우들

을 호텔로 부르기도 하고, 아나운서들을 난교 파티에 초대하기도 했다던가

?』

『 유명 한 능력 자들끼 리 사교 모임 이 라고 모여 서 광란의 파티 를 즐긴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누군가 말하길, 요새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 나는 어릴 적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神社)에 갔다가 여우를 보고

영능력 이 생 기 게 되 었어. 그 후로는 뱍코상쫘白例扷을 가끔 볼 수 있었어. 뱍코

상은 하얀 털을 가진 여우인데 털이 샴푸랑 린스를 한 것처럼 부드럽고 윤기

가 돌아. 그리고 가끔씩 모습을 보였다가 투명하게 변해서 사라지곤 해. 엄청

귀엽다고.』

눕 그래서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신사에 들러서 뱍코상을 보는

게 내 일과였어. 뱍코상은 귀엽고, 귀여운 걸 보면 힘이 나잖아. 禳

눕 그런데 요새 뱍코상들이 평소와 달라. 뭔가 쫓기는 듯 움직이는 것 같기

도하고, 뭘 찾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기도하고그래.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 해주고 무시를 해. 이 나리신(稲荷神)이 급한

심부름을 시키기라도 한 걸까?』

누군가 말하길.

눕 대체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 거야? 禳

나라마다 유명한 예 언자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셸 드 노스트르담(Michel de Nostredame), 라틴어 이

름으로는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라 불리는 예 언자가 유명하다. 노

스트라다무스는 기록에 남지 않은 어떤 초월종과 계 약해 세상의 비 밀을 알

았고, 어떤 주술 도구를 손에 넣어 미래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도선(道땷)이라 불리는 예언자가 유명했는데, 이 예언자는

지기(地氣)를 읽는데 재주가 있어 풍수지리를기가막히게 잘보았다고하며

, 땅의 이치를 통달하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도

선은 수행과구도를 거듭하고 거듭해 이러한 힘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나라의 흥망성쇠와 새로이 나라를 건국할 왕의 존재마저

예 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언자는 누구일까?

신통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쇼토쿠 태자(聖德太子)?

노래에 예언을숨겨놓았다는 귀 없는 호이치(耳떕 뫫맊斮)?

물론 그 둘도 유명하긴 하다.

하지 만 정 말 유명 한 것은 이름 없는 고승이 었다.

!.

.......

헤이안 시대에 있었다는 이름 없는 고승은 고행을 거듭하고 거듭해

신통력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신통력을 통해 꿈으로서 하늘의 이치, 천기

(天氣)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 고승은 자신이 꾼 꿈을 상세하게 적어

서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곤 혹세무민(惑世湤民)을 이유로 파기될 것을 두려

워해 사찰에 숨겨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고승이 만든 서적, 몽중미래시(夢中未来視)에는 여러 가지 꿈이 기록

되 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태 양 이 야기 였다.

흞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온갖 비탄과 절규가 함께 하였고 세상

은 어둠으로 뒤덮여 지장보살께서도 연민에 한숨을 쉬고 있었으니 참으로

끔찍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 서 태 양과 같은 밝은 빛이 퍼져 나

가 온 세상을 밝히 었고 그 빛에서 나온 뜨거운 불줄기 가 사방으로 퍼지며 매

우 찬란하였다.」

흞 이 찬란함에 온갖 삿된 것은 사라지고 세상이 정화되며 모든 이들이 미

소를 띠게 되 었으니 지 장께서도 흡족해하셨더라. 빛은 퍼지고 퍼져 마침내

하얀 빛이 되어 모든 것을 지우니 참으로 길몽(吉夢) 같았다. 名

찬란한 길몽이 라는 글귀 를 본 사람들은 이 것을 토대로 깃발을 만들었고,

이는 훗날 일본제국을 상징하는 욱일기 (槱日旗)가 되 었다. 일본제국 사람들

은 이 깃발을 내걸고 수많은 나라를 침략하며 번영을 누렸으니 이 승려의 예

언은 맞아떨어졌다.

그리 고 그 끝에 미 국이 폭격 기 를 끌고 히 로시 마와 나가사키 에 원 자폭탄

을투하하여 땅에 태양을만들었으니, 이 역시 승려의 예언과같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흞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을 보아하니 바다 건너에서 금빛 바람이 불어

천하(天下)를 감쌌고, 온 국토에 그 빛이 서려 집을 높게 자라게 했다. 그 모

습이 돌로 만들어진 대나무와 같았는데, 네모난 형태로 하늘을 뚫을 듯 자라

난 그것은 번쩍번쩍 빛을 발하니 참으로 그 모습이 귀해 보였다. 다만 그것이

자라다 바람이 그치자 먼지처럼 금이 흩어져 바닥에 가라앉았고, 사람들의

허리가굽고순식간에 늙어버리니 이것이 길몽인지 흉몽인지 알수가 없다.」

일본의 버블 경제 역시 예측했으며.

흞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온 하늘에 하얀 신기루가 떠 있었는데 그 형상이

참으로 끔찍하고 흉해 차마 잊을 수 없었다. 절규하듯 소리치는 아귀의 형상

을 한 그것들은 희 끄무레 한 무명천 이 바람을 타고 날 듯 온 천하를 누비 었는

데 그 모습이 무리 지어 다니는 새 떼와 같았다. 무명천은 한 줄기 번개와

함께 땅에 내 려앉아 온갖 것들에 씌워 졌는데 동물에 씌 면 동물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을 물어뜯고 다녔고, 사물에 씌면 츠쿠모가미(付喪神)가

되어 사람을 해치는 요물이 되었다.」

흞 하도 끔찍하고 요악(妖惡)하여 그 모습을 보아하니 수를 불리고 떼로

몰려다니며 밤을 떠들썩한 것이 참으로 기이하다.수를 세어보니 그 숫자가

일백(斮百)에 달했고, 무리가뿔뿔이 흩어져 몸집을 불리니 거대한괴물이

셋이다.」

일본 전역을 공포로 물들인 백귀 야행(百鬼夜行) 현상 역시 예측했다.

또한, 첫 백귀야행 이후 나타난 대악귀(大惡鬼) 셋의 출현도 예측했으니, 참

으로 신통방통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신통방통함이 저주로 다가오기도 했으니.

그것은 바로 파멸의 예언이 었다.

흞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이 참으로 기 기괴괴하며 정신을 흔들어놓으

니 그 끔찍함에 일어나자마자 구토를 하였다. 名

흞 국토에 커다란 제단이 만들어져 온갖 제물이 올라가 연기를 피웠다. 그

연기는 뱀과 같아 색색으로 빛나며 꿈틀거리며 하늘을 비행하였는데 그 모

습이 얼핏 용과 같았다. 다만 그것의 몸은 상서로움 대신에 끔찍하고 역겨운

미물들이 모여 만들어져 떼를 이루니, 그것이 내려앉으면 필시 큰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名

흞 제단에 타오른 불꽃은 온갖꼬리의 형상이 되어온 국토로 퍼져 땅으로

스며들었는데 그 모습이 여우가 굴을 파고 숨은 것과 같으니 여우가 꼬리를

찢어 땅에 재앙으로 만든 말뚝을 박은 형상과 같았다. 名

흞 연기는 하늘을 비행하며 꼬리를 끄집어내 불씨로 조각내어 세상에

뿌렸고, 모든 이들은불씨를몸에 붙인 채 서서히 타들어 가며 천하를 밝히니

그 모습이 참으로 괴 기하였다.」

흞 천하에 어둠이 내려앉으니 사람들이 품은 불씨가 채 꺼지지 않은

잔불과 같았고, 몸이 부유하고 또 부유해 별의 시선으로 천하를 보니 그 모

습이 다 타고 남은 숯과 같으니, 이는 분명한 흉몽(凶夢)이다.」

제단이 만들어지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 예언하는 꿈.

다른 이가 말했더라면 그냥 개꿈이라 넘길 수 있었겠지만, 온갖 예언을 맞

춘 이름 없는고승의 꿈이기에 무시할수 없는 파멸의 예고.

이 끔찍한 파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능력자들은 수많은 대책을 마

련했다.

초월종의 도움을 받았고, 계약자의 도움을 받았고, 온갖 천재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라가 기울 재물을 투입하였고, 감시의 눈을 놓치지 않았다.

대를 잇고, 세월을 이어가며 울타리를 짜 올렸다.

잔인한 늑대가 천하(天下), 일본 국토 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촘촘하고 철

저하게 짜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울타리는 완벽할 것만 같았다.

완벽.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완성되었다.

더할것도.

덜할 것도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좋구나!’,

진성은 자신에 게 찾아온 두 남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남성은 퀭한 두 눈과 홀쭉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정 기 (精氣)가 쪽

빨린듯한 얼굴과는 다르게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

다.

"어찌, 약효 대신에 갖게 된 정력이 마음에 들었나보구나."

둘은 진성에게 극상의 공경을 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대 주술

사에 게 예를 표하는 이들의 모습과 같았다.

둘의 얼굴에는 행복이 서려 있었고, 진성의 얼굴에도 만족이 서려 있었으

니.

그 모습이 참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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