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2화 (32/526)

<32화 >괴이와 불청객의 차이

의사는 매우 피로해 보였다. 동안으로 보일법한 앳되 어 보이는 얼굴과 토

끼를 연상시 키는 무해해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

게 자리해 있었고, 모진 세파에 찌들어버린 듯 염세적인 분위 기를 풍기고 있

었다.

의 사의 뒤 편에 는 하얀 간호복을 입은 여 자가 있었는데, 기 이 하게 도 인상

이 흐릿했다. 예쁘다, 귀여워 보인다, 어려 보인다 같은 정보는 분명히 들어

오는데 안개로 정보를 흐릿하게 감싸서 영상화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그런 기이한느낌이었다.

눕 SAE 禳

간호사의 명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부분은 분명히 읽을 수 있었으나, 뒷

부분은 분명히 글자가 있는데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 느낌이었다.

난독증에 걸린 사람이 이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일어나셨으니 시작해볼까요? 후….’,

의사는그녀의 맞은편에 앉더니 물었다.

"일단…자신의 이름은 기억납니까?’,

"네? 네, 당연하죠…. 사이고 리세에요….’,

"좋습니다. 나이도 기억나나요?’,

"네 …. 21살이에요…."

"21 살…흠…네. 알겠습니다."

스윽.

의사는 리세의 말을 듣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차트에 무언가를 휘갈겨 썼다.

"좋아요• • •. 그럼 마지 막으로 떠 오르는 기 억은 뭐 죠?’,

"네? 마지막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신사에 공양물을 바치러 갔는

데...어레? 더 기억이 나질 않아요…."

"하아…. 거기부터입니까."

의사는 피곤하다는 듯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아

주 깊고 길게 한숨을 쉬더니 리세에게 말했다.

"사이고 리세 씨. 이 얘기도 벌써 孀번째인 것 같긴 하지만…. 다시 말씀드

리겠습니다. 리세씨는 지금 Schizophrenia•••아니, 통합실조증(Schizophr

enia) 환자입니다.’,

"네?’,

통합실조증.

다른 나라에서는 정신분열병, 정신분열증, 조현병 등으로 불리는 정신병.

리세는 자신이 그런 중병에 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의사를 쳐

다보았다. 하지만 의사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재차 설명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드리는 게 벌써 孀번째입니다. 사이고 씨는 지금 통합

실조증과 함께 기억상실 증후군(amnestic syndrome)에 걸렸어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잊어버리시더군요….’,

"기억상실, 이요? 하지만…."

"네 . 기 억 이 또렷하시 겠지요. 사이고 씨 가 걸린 기 억상실은 순행성 기 억상

실이라서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억은 잘 떠

올리시는 것 같지만…후우. 이게 참….’,

"순행성, 기억상실….’,

의 사는 다시 한번 손에 들고 있는 차트에 무언가를 적 었다. 그리곤 간호사

에게 슬쩍 눈짓했다.

의사의 신호를 받은 간호사는 노트 하나를 의사에게 건네주었고, 의사는

그걸 받은 뒤 살짝 열어보곤 말을 이었다.

"참고약한상황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사이고 씨의 과거 기억은

왜곡된 상태입니 다.’,

"네? 왜곡이요?’,

"왜곡이 그럴듯해서 처음엔 우리도 사이고 씨를 망상장애(Delusional Di

sorder)로 진단했었어요.그런데 시일이 지나갈수록 환각, 환청 증상과함께

점점 망상의 정도가 비현실적으로 변하더군요. 거기다가 이걸 보시죠.’,

의 사는 노트 일부분을 펼쳤다.

『 오늘 외출을 나갔다. 나가자마자 태 양이 나에 게 인사를 했지만 나는 받

지 않았다. 태 양이 하는 말에는 욕이 섞 여 있어 피 가 들끓고 뇌 가 굳어버 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증거로 걸어가는데 내 몸에서 땀이 흐르는데 해의 사주

를 받은 독극물을 가진 개미의 짓이다. 흙더미 속에 금속이 내 행동을 의사

에게 감시해서 보내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하지 않았다.신이 나의 뒤에서

따라붙었지만발소리가들리지 않는것이 내 머리 위에 앉아서 의사를대신

봐주는 것 같다. 신은 망을 봐주면서 간호사가 오는 것을 잘 감시해주었는데

간호사는 항상 주사로 나를 세뇌하려고 하고 있다. 신은 약물을 맞으면 웃

음을 지르며 싫어한다. 새벽에 오는 간호사는 악마가 간호사 옷을 입고 변장

을 했는데 주사기 속에 작은 칩 이 숨어있어 맞으면 내 몸을 조종하고 뇌를

내 마음대로움직이게 할수 있는데 그러면 코에서 피 냄새가 나고 입에서 냄

새가나기 시작한다.빨리 해를피해서 나무그늘에 가서 개미를보고 있으면

개미가 내 행동을 의사에게 전달해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외출하는 것

을 그만두고 돌아가야 한다. 의사가 내가 이걸 적는 것을 도청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 다. 의사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 만, 간호사보다는 나았다. 禳

"이, 이게 뭐예요?"

리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 면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글자였다. 놀랍게

도 노트는 리세의 필체로 쓰여있었는데, 그 내용이 지리멸렬하고 이해 못 할

문구로 가득 차 있어서 누가 보더라도 정신병 환자가 썼다는 게 느껴질 정도

였다.

리세는 놀란 얼굴로 의사를 쳐다보았고, 그는 새파랗게 변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곤 노트를 덮었다.

"리세 씨의 일기장입니다. 보시죠.’,

의사가 보여준 노트의 표지에는 눕 일기장』이라는 단어가 리세의 필체로

적혀있었다.그리고표지 아랫부분에는 눕 사이고 리세 것. 절대 훔쳐보지 말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경고문구 옆에 아주 조그맣게 눕 의사 제외 禳라는 글도 있었다.

"이게, 이게 제 일기장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의 사는 일기 장을 간호사에 게 넘 겼다.

..

.

.......

"대충 상황은 인지하셨을 테니까 설명을 마저 하겠습니다. 지금 사이고 씨

는 통합실조증에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저 일기장에서 보듯, 비현실적인 망

상 증상이 보여요.’,

"그럴 리가….’,

"그런데 문제는,사이고씨의 뇌에서 문제가보이질 않는다는거예요.’,

"네?’,

"보통 통합실조증 환자분들은 도파민이 증가되어 있는 경향이 보이는데,

리세 씨는 멀쩡하더군요.그뿐만 아니라전두엽,뇌피질, 기저핵,측뇌실, 제

삼뇌실…. 전부 정상이 었습니다. 거기다가 기억상실 역시 마찬가지예요.

해마, 간뇌 모두 정상이 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의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약도, 전기 충격 요법도 안 먹힌다는 이야기죠.’,

참 곤란한일이죠?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리세는 의사의 말에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상상도 못 했던

정보들로 인해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팽글팽글 도는 것 같다.

충격 때문에 뇌가표백된 것처럼 하얗게 변했고, 멈춰버리기라도한듯제

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의사는 리세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는별관심이 없는지 리세

가 별로 알려고 하지 않은.

아니,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을 입으로 뽑아내었다.

"분명 증상을 보면 뇌에 영향이 나타나야 정상인데 ….그래서 저희는 어떻

게 해 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실력 있는 카운슬러를 찾아가 조언을 받았죠.

그리고 그분에게서 사이고 씨에게 유효할 것 같은 치료 방법을 들었습니다.

’’

의사는 말했다.

"지금 사이고 씨는 Trauma, 그러니까심적 외상(Psychological trauma)

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암시를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즉, 스스

로 세뇌를 한 것이라는 겁니다.그렇기에 전통적인.그래요.우리 병원에서 전

통적으로 사용하던 전기 충격 요법과 약물보다는 디프로그래 밍 (deprogra

ming)을 통해 자연스레 세뇌에서 벗어나고 현실을 인지하게 하는 방법이 효

과적 이 리 라 판단했고, 우리 는 그 방법으로 사이 고 씨를 낫게 할 겁 니 다.’,

"세, 세뇌요?"

"그렇습니다. 사이고 씨는충격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이라는 가

상의 존재를 창조해냈고, 스스로 속박되고 광신(狂信)하고 맹신(盲信)했습

니다. 그리고 그 가상의 존재를 중심으로 과거를 왜곡하고 기 억을 바꿨습니

다.’,

의사는 그렇게 말을 이어가다 리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이고 씨. 지금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현실 대부분은, 실제와 다릅니다.’,

"그, 럴 리가 없어요….’,

"사이고 씨. 저를 믿어주십시오. 저를, 우리 병원 의료인을. 반드시 믿어주

십시오. 저희는 사이고 씨의 완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병을 고쳐드리 겠습니 다.’,

"아니에요…."

"탈세뇌(deprograming)의 과정이 괴롭고 힘들수 있습니다.하지만결코

사이고 씨 혼자 고통스러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함께 세뇌를 풀

고, 함께 괴로워하며, 함께 병을 고치는 겁니다. 저는 사이고 씨를 결코 포기

하지않을겁니다.’,

"아니야!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후우.•..시 작하겠습니 다. 준비 하시 죠.’,

의 사가 말하자 뒤 에 가만히 서 있던 간호사가 리세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

는 연약해 보이는 외 관에 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기 지 않는 괴 력으로 리 세

를제압하고구속복(Straitjacket)을 입힌 뒤 단단히 침대에 결박했다.

중간중간 리세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려고 했으나 간호사는 팔이 여러

개라도 되는 듯 손쉽게 그녀를 제압하면서 구속복을 착용시켰고, 결국 리세

는 몸이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처 지 가 되 었다.

"이거 풀어! 풀어줘요!’,

"자해나 폭력 행위를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이게 무슨 짓이야아아아! 풀어! 풀라고!’,

갑자기 묶이 게 된 리 세는 위 기 감과 공포를 느끼 며 몸을 뒤 틀었지 만 단단

한 구속은 빠져나오기는커녕 침대조차 제대로 흔들리게 하지 못했다. 의사

는 리세가 진정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곧 그녀 가 제풀에 지 쳐 숨을 헐떡 이 며 가만히 있게 되 자 그제 야 입을 열었

다.

"일단 가족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이고 씨. 당신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

"흐윽…이거 풀어줘요….’,

"그럴 순 없습니다.’,

"풀어줘…!’,

"치료에 협조적으로 나오신다면 금방풀려날 수 있습니다."

"흐윽…. 흑….’,

리세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인지 울먹이는 소리로 의사의 질문에 답

했다.

"아버지랑저...이렇게 둘이에요. 흑…. 흡…."

"사이고 켄지 씨. 맞습니까?’,

"네…. 흑….’,

"그렇다면 사이고켄지 씨의 직업은 어떻게 되죠?’,

"신관…흡...신관이에요…."

사삭.

의사는 그녀의 말을 듣곤 차트에 무언가 기록했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은 교우관계 입니다. 학창시절부터 함께해온 절친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몇명이죠?’,

"4 명이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무나카타 아이리 …. 호죠 마히로…. 타카무라 시오리 …. 니시 카와 레

나…."

"그렇군요. 그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언제죠?’,

"일주일 전이요….’,

"친구들과모여서 무엇을 했나요?’,

"다같이 카페에 모여서 이야기했어요…."

사삭.

의 사는 다시 한번 차트에 무언가를 휘 갈겼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리세와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리세 씨.잘들으세요.당신의 아버지,사이고켄지 씨는신관이 아닙니다.’,

"네?’,

"그리고 당신의 절친은 전부 죽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