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19화 (19/526)

<19 화 > 수확

무인이 기절하자 남은 것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佝층은 물론이고 툩층까지 그에게 저항할 사람은 단하나도 없었고, 진성은

그저 산책하듯 움직 이며 기절한 사채 업자들을 죽이고 다닐 수 있었다. 진성

의 왼손에 들린 고양이의 목은 살아있는 것처럼 입을 쩍 벌리며 아까처럼 머

리를 수확했고, 진성은 툩층의 사장실까지 도착했다.

"허억, 허억.’,

그곳에는 佝층의 사장과 똑같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툩층의 사장이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다.

뿌드득!

진성은 누워 있는 사장의 머 리를 고양이 에 게 먹 였다. 그리곤 팔 한쪽을 그

대로 뽑아버린 후 지문을 금고에 갖다 댔다.

삐리릭.

지문인식 금고는 뽑힌 사장의 지문을 인식하고 그대로 덜컹하며 열렸고,

초록색과노란색의 지폐 더미를 그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허허허, 이곳에 재물복이 넘쳐났구나.’,

지폐.

지폐.

지폐!

위 대하신 세종대왕님과 자애로운 신사임 당이 미소를 띤 채 그를 맞이

하고 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은행과는 달리 대부업체 놈들이 지폐의 일련번호를 하나하나 기

억할 리도 없고, 진성이 훑어보니 그 어떤 에너지원이나 사념도 없는 것이 이

능으로 추적당할 염려도 없어 보였다. 즉, 눈앞에 있는 지폐는 진성이 온전히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 이 란 이 야기 다.

"□."

진성은 금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돈을 허공에 띄운 뒤 몸을 작게 웅크렸다

. 진성의 주문과 함께 돈은 다른 극의 자석이라도 만난듯 진성의 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진성의 검은 껍질 표면에 닿자마자 미끄러지 기라도

하듯이 각각의 틈새로 들어가기 시 작했다.

웅크린 진성의 몸은 물풍선이 부풀듯 크기는 점차 늘어났고, 금고의 돈이

지폐 뭉치 몇 개만을 제외하곤 다사라지자 거구의 몸이 되었다.족히 100kg

은훌쩍 넘어 보이는육중한몸에 이미 사라져버린 혹이 다시 툭 튀어나와 있

는 모습은 보기 만 해도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이 었다.

특히 진성이 끼고 있는 벌레 가면은 검은 광택에 곰팡이가 들러붙었는지

얼룩덜룩해져 더더욱 지저분해 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묵직하구나.’,

몸속으로 파고든 황금 슬라임 의 무게.

몸속으로 파고들어 껍질과 피부 사이에 층층이 쌓인 지폐 더미.

진성은 참으로 만족스러운 무게감이라 생각하며 그대로 방을 나서 佝층으

로 내려갔다.

"행복한 환상을 보고 있는가?’,

그는 아직 멍한 표정으로 곰팡이가 하얗게 내려앉은 복도에 있는 남자에

게로 다가갔다. 남자는 환각에 취한 것인지 참상에 넋을 잃은 것인지 초점 없

는 눈으로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었고, 곰팡이 때문에 하얗게 변해버린 침은

턱을 타고 목 아래까지 흘러간 흔적이 보였다.

진성은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참으로 잘해주었네."

남자의 얼굴에서 꿈틀대고 있던 그림자의 뱀은 진성의 손이 올라오자 주

인의 부름을 들은 충견처럼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그의 손으로 완전히 이

동해 진성의 손등에서 한참을 헤엄치다 엄지손톱으로 이동해 몸을 웅크려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니 성공하도록 해주겠네.’,

무얼, 부담은 갖지 말게나. 이것은 상여금(賞與金)이자 퇴직금이니.

진성은 그 말과 함께 남자에게 다른 주술을 걸었다. 그리곤 입안으로 극도

로 압축된 지폐를 쏟아내었다.

"욱! 우욱!"

정신이 없음에도 자신의 목으로 들어오는 것이 평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남자는 계속 헛구역질을 했지만, 진성에 의해 강제로

쑤셔박히는 지폐뭉치들은 그 하잘것없는 저항을 모조리 무시하고 계속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허공에 지폐 뭉치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툭.

진성은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발걸음 소리와 함께 복도 밖

으로 나갔다.

다만 전과 다른 점 이 있다면 남자의 표정은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같았고,

진성의 몸은 무언가 맛난 것이라도 잔뜩 먹은 듯 크게 부풀어 있었으며, 그

어깨에는 이상한 남자가 기절한 채 업혀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뿐.

오직 그것만이 달라졌을 뿐.

이상한 것은 없다.

*

"여, 여기는?"

남자는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자신의 방에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기 무

섭 게 뇌 를 송곳으로 찌르고 후비는 듯한 날카로운 두통이 그를 괴 롭혔고,

온몸이 뻐근하고 근질근질한 이상한 느낌이 가득했다.

"나는, 나는 분명히 주술사님과….’,

남자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그의 마지막기억은 주술사님을 사장실로 인도했을때.

그때 주술사님 이 의 자를 보고 만족해 하길래 크게 성공한다면 저 것을 사

드려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무슨일이 있었지?,

그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술을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신 것처럼 그 이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것

이다. 남자는혹여 자신이 술을 퍼마신 게 아닌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두통이

혹시 숙취인가의심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그리고 일어서자마자 엄습하는 어지러움에 다시 주저앉았다.

마치 뱃멀미를 하는 듯한 어지러움이다.

남자는 그 생각과 함께 위장이 꿀렁이고 식도에 무언가 역류하는 것을 느

꼈다.

,.욱!,.

우웨에엑!

그 토기란 도저히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 어서 결국 남자는 화장실에 갈 생

각도 하지 못한 채 방바닥에 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술을 마

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부침개를보기 위해 고개

를 살짝들었다.

"뭐야이거.’,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끈적끈적한 체액이 묻어 있는 지폐. 만원과 오만

원 이 혼재 된 지 폐는 은행 에 서 갓 뽑기 라도 한 듯 빳빳했고, 남자의 몸에 서

나온 거라고 주장하듯이 시큼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욱!,.

웩!

웨엑!

그 지폐의 개수는 남자가 토를 할 때마다 점점 늘어났다. 그가 토를 할 때

마다 입에선 엄청나게 압축되어 작은 구슬처럼 보이는지폐가튀어나왔고,

방바닥에 떨 어 지 기 무섭 게 다림 질 이 라도 한 듯 몸을 활짝 피 고 구김 이 사라

졌다.

그런 행위 가 몇 번이고 반복되 었을 때.

"이, 이게 다얼마야…."

얼핏 봐도 수천만 원은 되 어 보이는 돈.

"이 돈이대체 왜…?’,

수천만원의 돈이 대체 왜 자신의 배 안에 있었는가.

대체 왜 자신이 토를하자저 돈이 나왔는가.

남자는 멍하니 돈을 쳐다보았다.

『성공하도록 해주겠네.』

그렇게 얼마나 쳐다보고 있었을까.

남자는 주술사가 음산한 목소리로 자신에 게 말한 그 말을 떠 올렸고, 저

돈은 주술사가 자신에게 준 선물임을 깨달았다.

찌릿.

'가야 해.'

그 깨달음과 함께 머리를 찌르는 약한 두통이 일었고, 남자는 다시 자신의

직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주술사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곳에 해답이 있다

고, 자신이 받은돈에 대한해답이 있다고본능이 속삭였다.

남자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집을 박차고 나와 직장으로 다가갔다.

"왜 짭새들이 있지?’,

!..

.

.....

직장에 다가가자 보인 것은 경찰.

그것도 직 장을 에워 쌀 기 세 로 잔뜩 와 있는 경 찰들이 었다.

남자는 무언가 잘못되 었음을 느꼈다.

하지만노란폴리스 라인에 가로막혀 조금 전까지 자신이 다니던 직장이

었던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디딜 수 없었고, 오직 그 안에서 경찰로 추정되

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 화만 들을 수 있을 뿐.

"세상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네.’,

"이게 대체 몇명이야….’,

"와, 진짜 이 또라이 새끼. 독하다 독해. 혼(魂)이고 백(懧)이고 하나도 남

지 않았어.무슨짓거리를했길래 이렇게 철저하게 지랄을 한거지?’,

"씨발 이 고양이는 또 뭐야? 모진 놈들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나?’,

佝층. 혹은 툩층에 있으리라 생 각되는 경찰들의 말소리 가 귓가에서 속삭이

듯 크게 들렸다.

"선배님! 이것 좀보십쇼! 여기!’,

"허미 씨이-팔.피로글자를써놨네?’,

아주 또박또박.

『이것은 상여금(賞與金)이자 퇴직금이니.』

남자는 이 청력이 주술사가 자신에게 준 선물임을 깨달았다. 그는 선물 덕

분에 저주받은 현실을 이해했고, 건물 안에서 무슨 참사가 일어난 것인지 어

렴풋이 알아차리고 말았다.

너무 안타깝게도.

알아차리 고 말았다.

"이런, 이런 미친…."

그는 주술사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놨음을 깨달았다.

"아룀.’,

그것이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모른다.

"사회의 해악을 잡느라노고가많습니다. 점괘에 길일(吉日)이 나왔으니.’,

하지만 남자는 앞으로 자신이 건실하게 살게 될 것이라 직감할 수 있었다.

"부왜인(附씟人), 친일반민족행위자(親日反民族行爲者), 정한론자

(征韓論者)를 전초제근(듢草除根)하였습니다.’,

다시는 주술사.

아니, 괴인을 만나고 싶진 않았으니까.

비 슷하게 살다가 괴 인, 혹은 괴 인과 비슷한 이를 만나게 된 다는 생 각만

해도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남자는 코끝에서 느껴 지는 짙은 피 냄새 에 토기 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길바닥에 토하기 전에 등을 돌려 자신의 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

다.

돌아가는 길에 무언가 억울한 것이 있었는지, 아니면 지금 이 현실에 기가

막혀서 그러기라도 한듯 입이 저절로움직이며 한탄을 토해냈다.

"씨이발.내가원숭이 손에 소원을 빌었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