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화 (4/526)

<4화 >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

주술이 란 참으로 기 이 한 학문이 다.

가장오래된 힘이면서, 가장 체계화가되지 않았다.

가장 사용이 많이 되 었음에 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힘 이 라고들 한다.

항상…. 어쩌면 인류의 기원부터 사용되었을지 모르는 이 신비로운 학문

은, 학문이라기에는 기록이 터무니없이 적고, 학문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인

류와 너무 친숙한. 마치 사막에 피어난 신기루와 같이 어딘가에 실체가 분명

히 존재하나 접근할수 없고, 접근했다하면 손끝에서 빛과 함께 부서져 내릴

아지랑이 같은 힘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기묘한 학문은 수많은 사람을 매료했다는 것.

선의 얼굴을 하고, 악의 얼굴을 하고, 더없이 친숙한 얼굴을 하고, 밀교라

는 이름 아래 그 무엇보다도 은밀하게 얼굴을 감추고…. 사람들을 홀리고 또

홀리며 인류와 함께했다.

그렇기에 진성은주술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이 주술이란 것이 진성을 이루는 목적이며, 삶의 모든 것이 되었을

지 모른다.

중학교 시절 그가 아이들에 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

히 접했던 저주 주술을 시작으로 빠져든 주술의 세계는 진성에게 이 세상그

무엇보다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니까 .

채소를 깎아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고 거기에 저주 대상의 피를 바른 뒤

간단한 의식을 치르면 되는 저주.

그가 인터넷에 서 보았던 저주는 '주술,이 라고 부르기 에는 너무나 저급하

고 체 계 화되 지 않은 기술이 었다. 괴 담 좋아하는 사람이 대 충 30분 만에 지 어

낸 것 같은 이 저주는 대부분이 신선한 괴 담이 었다며 그냥 웃어넘겼지 만 한

창괴롭힘에 지쳐있던 진성은 기어이 이 주술을 사용했다.

괴롭힌 주동자에게 용기를 내어 주먹질해서 코피를 터트렸고, 그 코피를

인형에 묻혔다.

그렇게 용기를 내 사용한 그의 인생 첫 주술은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주술이라는 것이 아무리 기기묘묘한 학문이라고 할지라도 대충 지어낸

주술이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법. 그 괴담은 많은 사람의 추측대로 한 사람

이 대충 지 어 낸 주술이 었고, '미워하는 사람을 엿먹 이는 주술,이 라는 이 가짜

주술은 제대로 된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진성에게 좌절감을 심 어주었다.

하지만 그 좌절감이 진성에게 오기를 불렀다.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용기를 내어 주먹질까지 했고, 주동

자의 코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주먹질로 후려쳤다. 그 대가로 린치를 당해서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왼쪽 다리에 실금까지 내려앉았다.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 사용한 주술이 알고보니 가짜 주술이었다?

납득할수 있을까.

진성은 그 사건 후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주술이라고 이름 붙은 것을 수

집하기 시작했다. 재미로 하는 강령술부터, 일본에서 사용했다는 온갖 음험

한 주술들, 주술에 관한 괴 담, 문자 스킬 같은 유치한 주술까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이야기가 진성의 머리를 메웠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진성은 진짜 저주 주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 었다. 괴담이라는 이

름으로 퍼져있는 이야기 중에는 아주 드물게 진짜들이 있었고, 자연스레 안

목이 넓어진 진성은 그 진짜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진짜 주술은 흥미본위로 떠돌던 가짜 주술과는 비슷하지만 달랐다.

의식을 치르는 것은 맞지만 그 의식이라는 것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간단

했다.

재료도 채소를 이용한 인형 이 나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 이 아니 라 시중에 서

판매하는 사람 모양 인형 이 면 족했다.

저주 대상자의 피도 필요가 없었고, 저주 시전자의 피도 필요 없었다.

孀만원.

진성은 단돈 孀만 원에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주술을 사용했다.

인형을 사고, 잉크를 사고, 잘손질된 돼지고기를 샀을 뿐이다.

거기에 들어간돈은 孀만원.

그냥….그게 전부였다.

돼지고기로 온몸이 뒤덮인 인형은 산속 어딘가에 버려져 혼자서 쓸쓸하게

썩 었다. 다만 기 이하게도 부패하여 까맣게 변해 가는 돼 지고기 에는 그 어

떠 한 날벌레 도 다가오지 않았다. 당장 들끓어 야 할 구더 기는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고, 파리는 썩 어 가는 고기의 냄 새를 맡았지 만 차마 접근하지 못해

그 주위만을 위성처럼 뱅글뱅글 맴돌 뿐이 었다. 냄새를 맡고 다가온 파리는

눈앞의 고기 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그 냄 새 만을 탐하는 아귀 가 되 었고, 이윽

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굶주림에 지쳐 땅으로 하나씩 추락한다.

떨 어진 파리는 새 까맣게 쌓이고 쌓여 모양을 이루니 ….

썩은고기 인형 주변에 검은원이 그려지는순간이었다.

차마원이라부르기에는 너무나 찌그러져 있지만, 각이 없고 이어져 있으

니 원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검은 도형은 썩은 인형을 가두는 우리 가 되 었고,

인형은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새까맣게 변해갔다.시간이 흐르고홀

러 주술문(呪術文)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새까맣게 변했을 때. 주술문이 그

려진 부분만이 붉은 핏기를 간직한 채 기묘한 형체를 이룩하였을 때.

저주가 발동했다.

하나.

왕따 주동자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어린나이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였고, 왕따주동자는큰상처는 입지 않았

다. 다만 다리뼈에 실금이 생겨 입원했을 뿐.

하지만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실금이 간부위에 심한염증이 생겼다.

왕따 주동자는 패거리를 끌고 남을 지독할 정도로 괴롭히는 주제에 자신

의 고통에는 그 무엇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제 손가락끝에 박힌 가시가

남의 죽을병 만 못하다지 만 왕따 주동자는 그 정도가 너무 심 했고, 아이 의

떼를 이기지 못했던 그의 부모는 무통 마법과 진통제 처방을 통해 아이가 고

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 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배려가 독이 되 었다.

왕따 주동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기에 염증을 눈치챌 수 없었고, 간단한

부상이었기에 부상부위를유심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참으로기

이하게도 염증은 마치 암처럼 심 각해질 때까지 그 증상을 드러내 지 않기까

지하였으니….

그리하여 주동자는 다리에 메스를 대고, 염증을 직접 뼈에서 긁어내는 대

수술을하게 되었다. 거기에 어린 나이에 대수술을하게 되어 그후유증이 남

을 것은 명약관화했으니, 완벽한 인과응보라 할 수 있었으리라.

둘.

왕따 주동자에 겐 동조자가 있었다.

남자아이 셋과 여자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동조자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

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던 진성을 괴롭혔고, 그 괴롭힘이란 참으로 음험

하면서도 폭력적인지라 진성이 원한을 품을 만했다.

남자아이들은 식중독에 걸렸다.

학교 급식을 먹은후에 이상증세를 보여 실려 갔는데, 기이한 것은 전교에

서 오직 그 툩명만이 걸렸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 간 이들은 괴로워하며

몸부림 쳤고, 그들이 뒤 집힐 듯 난리를 피우는 위 장을 이 기 지 못해 토악질했

을 때 나온 것은 거미와 지렁이 같은 징그러운 것들이 었다.

그들은 고통받았다.

끊임 없이 굶주렸지 만 제 대로 된 음식도 섭취 할 수 없었고, 오직 혈관으로

꽂히는 영양분에 의지한 채 병이 나을 때까지 그렇게 괴로워해야만 했다.

거기에 더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신들이 토했던 해충이 떠오르며 섭식장

애에 걸리기까지 했으니.

이 역시 인과응보였다.

셋.

정신을 괴롭히는 것은 육체보다도 힘든 면이 있는바.

여자아이에게도 저주는 평등하게 찾아왔다.

호르몬 이 상이 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저주는 그녀의 교우관계를 박살 내

버 렸다. 테스토스테 론의 과다 분비로 그녀의 얼굴에 는 수염 이 나기 시 작했

고, 어깨는 넓어지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가득했다. 다리에는 두껍고 꼬불거

리는 털이 자라났고, 나중에 이르러선 털북숭이라는 멸칭으로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호르몬의 힘은 놀라워 반대급부로 그녀에게 우월한 신체 능력을 주었지

만, 다만 무언 가를 성취 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끌고 다니 며 음험한 일을 하기

를 즐겼던 여 자아이 에 게 는 그 무엇보다 끔찍 한 일 이 었으리 라.

하여 모든 과정 은 마땅한 대 가를 치 르게 되 었고, 그것은 저 주라는 이 름의

칼날로서 응보로 돌아왔으니 .

그리고 마지막.

진성은 주술의 대 가로 위 장의 반을 잘랐다.

주술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저주 주술의 경우에는 지불

해야 될 대가와 역류 효과를 고려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벌어진 비

극이었다.

하지만위장의 절반이 갑자기 썩어가고,배에 칼을 대서 위장의 반을 절제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성은 주술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어쩌

면 위장의 절반을 잘라야만했다는 것이 더더욱 그를 헤어나올수 없게 만들

었을지도 모른다.

얼핏 보면 주술의 대가라는 것은 도박의 성질과 닮았으니 더더욱 그랬다.

'고작 위 장 절반으로 다섯에게 고통을 주었으니, 참으로 운이 좋았도다.,

포커로 치자면 풀 하우스요, 복권으로 치면 佝등 정도는 되 었다.

특히나아무생각 없이 저주 주술을 사용했음에도 고작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른 것이니, 정말 운이 좋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간단한 저주

도 역류해서 시전자를 죽이는 경우가 부지 기수요, 보통 행한 주술의 몇 배로

돌려받는 것이 저주의 대 가였으니까.

거기에 또운이 따랐다.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이능으로 인한보복이 아닐까 조사한다. 5

명의 아이가 다쳤는데 그 모든 아이가 진성과 얽혀있었으니 자연스레 그는

용의 자로 올라갔고, 조사를 받게 되 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가 찾아내 사용한 주술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종류

였다. 저주의 잔향을 깊게 남기는 다른 저주와 달리 그 주술은 아이들에 게

약한 부상과 트라우마만 만들곤 그 흔적 이 대부분 사라졌고, 수준이 낮은 데

다가 일에 대한 의욕도 별로 없었던 공무원은 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

냥 우연의 일치 라며 사건을 종결시 켰다.

왕따 주동자에게 일어난일은희귀하긴 하나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고, 여

자아이에게 일어난 일 역시 보기 드물긴 하나 아예 없는 일은 아니 었으니까.

당장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 중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

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거기에 남자아이들이 실려 간 것 역시, 평소에 술 담배는물론본드까지 손

을 댄다는 소문이 있는 아이들이었기에 약을 빨거나 술을 처먹고 이상한 것

을 먹지 않았나 하는 소문이 돌고 끝이 었다.

후에 진성이 입원한 것을 보고 저주 주술이 맞지 않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

지만, 아이들이 당한 것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대가인 점, 그리고 진성이 아이

들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스트

레스로 인한 병으로 일은 마무리되 었다.

모든 면에서 운이 좋았다.

마치 주술이 진성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처럼.

■주술과 연이 닿은 이들은 죄 다 이 러하겠지. 아니, 세상 모든 업이 라는 것

이 이 렇듯 운명처럼 다가와 이 어 지 게 되 니 , 이를 직 업 이 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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