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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좋은 기회 (67/136)


67. 좋은 기회
2022.06.20.


빛 한 줌이 겨우 들어올 것 같은 폐가.

촛불 몇 개로 겨우 시야가 트인 어둑한 곳에 덩치가 큰 남자가 들어왔다.

데미안은 무감하게 남자를 쳐다보다가 그의 어깨에 들려 있는 조그만 아이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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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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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남자아이는 잡아왔습니다. 두 아이가 각자 도망친 바람에 다른 쪽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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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봐.”

남자가 바닥에 아이를 내려놓자 데미안이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있는 두건을 벗겼다.

보라색 눈동자를 확인한 순간, 데미안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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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드디어!”

이렇게 빨리 그날이 올 줄이야.

밖으로 유인하긴 했지만 쌍둥이들을 납치할 수 있을지 확신은 하지 못했다. 보통 아이들과 달리 영리한데다가 신체적인 능력도 남달랐으니까.

데미안은 잔뜩 들뜬 얼굴로 델카인과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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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델카인. 나를 기억해?”

델카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델카인이 데미안을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늘 데미안 혼자 쌍둥이들을 몰래 지켜보곤 했으니까. 부러움과 질투를 담은 눈으로.

데미안도 뒤늦게 터무니없는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닫고 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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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니지, 역시 모르겠지. 뭐,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널 죽이면 그분들이 속상해할 테니까.”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세워 폐가로 복귀한 이들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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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쪽은 아직 어떤 소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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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직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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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 곤란한데…….”

아이샤가 아인티아의 기사들에게 자신이 유인당한 위치를 알린다면, 은신처가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때였다.

쾅!

문이 열리며 데미안이 매수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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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님! 지금 아인티아 공작가에서 리베르탄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아, 아이들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미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이샤를 놓쳤다는 건가? 하지만 데미안은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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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라.’

아이샤가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저택까지 거리가 꽤 멀었다.

벌써부터 아인티아의 기사가 리베르탄에 도착해 수색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꼬리가 잡혔다는 의미였다. 데미안이 빌렌을 보며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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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하나도 빠짐없이 지우고 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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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물론입니다! 아이들이 다른 사용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나가는 것까지 봤습…… 아. 설마…….”

빌렌은 확신하며 말하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고는 허리를 푹 숙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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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이들을 유인했던 장소가 적혀 있던 쪽지를 회수하지 못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건 도련님께서 챙겨 들고 나갔을 텐데…….”

데미안의 시선이 느릿하게 델카인에게 향했다. 데미안이 턱짓하자 남자들이 델카인의 몸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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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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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욕을 중얼거린 데미안이 황급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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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리베르탄에서 벗어난다!”

수색망이 이곳까지 좁혀지기 전에 이 장소를 벗어나야 했다. 그렇게 서둘러 나가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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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뒤져…….”

문밖으로 말소리와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행동이 멈추었다.

이미 수색망이 좁혀 들어온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데미안의 시선이 천천히 델카인에게 향했다.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얌전히 숨어 곱게 협상을 하려던 방법에서, 험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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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하의 품에 안겨 울다가 지친 아이샤는 다른 기사의 품에 안겨 저택으로 돌아갔다.

델카인을 찾기 위해 남은 사람은 메이아와 라크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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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메이아는 리베르탄의 거리를 걸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기절할 정도로 우는 아이샤는 처음 본 탓이었다.

아이샤가 울던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시큰거렸다. 오늘 쌍둥이들에게 외출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 계속 메이아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대로 풀죽어 있다고 해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말썽꾸러기 같은 아이샤의 해맑은 미소를 되찾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델카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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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델카인을 찾아서 돌아가는 거야.’

메이아는 어떻게든 델카인을 찾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리베르탄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그때, 아인티아의 기사가 오른쪽에 있는 길목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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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수상쩍은 움직임을 발견했으나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서 일단 보고 드립니다. 얼른 와보시는 게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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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말해. 너는 메이아와 함께 천천히 오도록 하고.”

라크하는 곧장 기사의 말을 끊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기사는 라크하의 명령에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라크하는 기사에게 한 번 더 메이아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뒤에 기사가 알려준 위치로 빠르게 달렸다. 머지않아 폐가로 추정되는 건물이 나타났다.

라크하는 기척을 죽인 뒤 폐가 주변을 잠복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포위망을 좁힌 순간, 라크하의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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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

벌컥.

기사들이 순식간에 폐가로 침입해서 거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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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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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하지만 폐가에 있던 무리는 기사들이 쳐들어올 거라는 걸 예상한 듯 침착했다. 개중 복면을 쓴 남자의 팔에는 겁에 질린 델카인이 붙들려 있었다.

기사들은 델카인을 잡고 있는 남자에게 검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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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얼른 도련님을 놓거라!”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인 기세였으나 남자는 여유로웠다.

남자가 코웃음을 치더니 단검을 델카인의 목으로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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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을 하는 쪽이 잘못된 것 같은데…… 이쪽 도련님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는 게 좋을 거야.”

남자는 호박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둘러싼 기사들을 한 바퀴 훑었다.

그리고 남자의 눈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었다. 그는 그곳을 바라보며 눈을 접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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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라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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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라크하는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알아차렸다.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불과 며칠 전에도 한 번 부딪혔으니까.

게다가 그는 이 사건을 벌인 장본인도 데미안이라고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단검을 델카인의 목 밑에 더욱 가까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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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라크하? 네가 그때 내 제안을 거절해서 일어난 일이야.”

하지만 라크하는 눈썹만 꿈틀할 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 봤자 좋을 것 하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미안의 행동이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쇼맨십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크하는 고요한 눈으로 데미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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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날 거절을 한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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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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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나는 금기의 흑마법을 풀어달라는 네 제안을 들어줄 수가 없어.”

단호한 라크하의 대답에 단검을 잡고 있는 데미안의 손이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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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마. 지금 네 동생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딴 헛소리에 내가 넘어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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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가 아니라는 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입술을 잘근 깨문 데미안이 라크하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라크하는 제 손에 잡힌 델카인을 보자마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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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내 제안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한 거지?”

라크하는 일부러 데미안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겁에 질린 델카인을 마주하는 순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주먹부터 나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크하는 그게 데미안의 악행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금기의 흑마법을 풀 수 있다는 데미안의 희망을 짓밟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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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기의 흑마법을 풀지 못하니까.”

데미안이 헛웃음을 흘리며 빈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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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보인 줄 알아? 그 서적에는 시전자만이 풀 수 있다고 적혀 있었어.”

라크하는 침착하게 데미안을 관찰했다. 역시 데미안은 아직 시전자만이 풀 수 있다는 말의 제대로 된 의미를 모르는 듯했다.

금기의 흑마법은 시전자만이 풀 수 있다. 그 말은 시전자가 죽어야 금기의 흑마법이 풀린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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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렇게 적혀 있지만 난 풀지 못해. 아마 너도 그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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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이야. 그러니 빨리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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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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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라고! 내가 못 죽일 것 같아?”

데미안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목청을 높였다.

데미안의 단검이 델카인의 목을 얕게 베었다. 델카인의 목에 엷게 그어진 실선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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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줄곧 입을 꾹 다물고 용감하게 버티고 있던 델카인의 입에서 결국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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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하는 뛰어들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턱에 힘줄이 불거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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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거짓인 것 같으면 네가 금기의 흑마법을 쓰고 풀어보면 되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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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런 소모적인 일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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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저 말이 거짓인가, 진실인가. 그 사이에서 데미안은 흔들렸다.

라크하는 쌍둥이들을 제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다. 데미안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왔기에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금방이라도 델카인을 깊숙이 찌르려고 하는데도 라크하가 한결같이 거짓말을 칠 리가 없었다.

결국, 풀지 못하겠다는 저 말은 진실일 가능성이 컸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데미안은 패닉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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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리가 없어. 그럼 나는…… 절대 그분들을 구할 수가 없다는 거야……?”

데미안이 혼란스러워하자 델카인을 잡고 있는 팔에 힘이 점차 빠졌다.

빈틈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눈치챈 라크하는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델카인을 구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

뚜벅, 뚜벅. 어두운 리베르탄 길목에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음침한 곳에 어울리지 않는 여리여리한 여자가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자 길거리에 나와 있던 리베르탄의 주민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황급히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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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다른 곳처럼 적당히 사냥을 할 걸 그랬나.”

하지만 그러기엔 이곳이 너무 탐이 났는걸. 여자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낮에도 조금 어둑한 편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라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아쉽지만 여기도 이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아니지, 몸을 바꿀까?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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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가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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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괘, 괜찮아요.”

이곳과 어울리는 대화가 아니었다. 여자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백금발의 여인이 보였다. 백금발의 여인은 꽤 지친 듯 벽을 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순간, 여자의 눈이 번뜩이며 머금고 있던 미소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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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지?”

굳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이 여기서 테리투스의 잔재를 보게 될 줄이야. 그녀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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