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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능력인 것처럼 (47/136)


47.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능력인 것처럼
2022.04.11.


잠시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내가 익히 알던 사람이었으니까.

넓은 어깨와 남자다운 목선, 부드러워 보이는 진한 금발 머리.

그리고 일전에도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붉은 눈동자.

남주인공, 키네스 제르디아였다.

괴한도, 라크하도 아니고 키네스가 여기에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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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테리투스가 혹시 몰라서 불렀다는 '그 아이'가 키네스였어?’

테리투스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키네스 역시 나 못지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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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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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자 키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걸 어쩐담. 솔직하게 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머리 위로 부드러운 울림의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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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거기서 일어나는 게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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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나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오래 쭈그려 앉아 있던 탓일까.

찌릿.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저릿한 감각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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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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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금 다리가 저려서요.”

자연스럽게 키네스에게 대답해 주던 나는 멈칫했다.

잠깐,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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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물러나려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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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는 고장 난 인형처럼 삐거덕대며 키네스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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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방에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아. 위험할지도 모르니 함께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군.”

키네스가 내 옆에 다가와 섰다. 아니, 나는 그쪽이랑 함께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나는 구겨지려는 미간을 가까스로 펴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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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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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티아 공작가로 가는 길이겠지?”

키네스가 내 말허리를 부드럽게 잘랐다. 내 거절은 받지 않겠다는 듯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키네스가 입매를 휘어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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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히 아인티아 공작가로 데려다주지.”

지금 이 순간, 테리투스가 이토록 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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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하와 함께 온 거라고 둘러대기까지 했으나 키네스는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위험한 곳에 나를 혼자 둔 라크하에게 벌을 내려야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키네스와 함께 마차를 타게 되었다.

나름 몇 번 외출을 해서 그런지 공작가로 돌아가는 길이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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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전으로 가는 것 같으면 바로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거야.’

키네스가 거짓말을 할 위인은 아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 밖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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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잠자코 나를 지켜보고 있던 키네스가 나를 향해 물었다.

괜찮냐니?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단검에 뺨을 베였다는 걸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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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짝 베인 거라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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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이 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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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까진 아닐 거예요. 피도 금방 멎었거든요.”

상처가 난 것도 잊었을 정도로 아프지 않아 큰 상처는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키네스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내 뺨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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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심각한가?’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해 보았다.

창문에 특수 처리가 되어 있는지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문득 걱정이 된 나는 키네스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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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깊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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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키네스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내게 몸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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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보이지는 않는데…….”

키네스의 손끝이 내 뺨에 닿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 흠칫하자 키네스가 어린아이를 달래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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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해를 입히려는 게 아니니 안심해.”

그 순간 키네스의 손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잠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굳어 있는데 키네스가 엷게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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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흉이 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다.”

나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키네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키네스가 방금 쓴 능력은 신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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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런 상처에 신력을 쓴다고?’

이미 키네스의 몸은 금이 간 그릇이나 다름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위태위태한 상태인데 그런 상태에서 신력을 쓴다면 오히려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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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신력을 쓰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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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보통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키네스가 내 뺨에 닿았던 손을 살짝 쥐었다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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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만으로도 몸이 안정되는 느낌이 나니까.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능력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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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렇게 내 능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할 줄이야.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턱 막혔다.

키네스는 잔뜩 굳어 있는 나를 한 번 쓱 흘겨보더니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냥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봤던 걸까.

그 뒤로 키네스는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

쾅. 응접실 문이 세차게 열렸다.

곧장 마주친 보라색 눈동자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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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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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하의 흉흉한 기세에 움츠러들 법도 한데, 내 앞에 있는 키네스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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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응접실로 들어온 라크하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자 그제야 키네스는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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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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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메이아와 함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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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운명처럼 이끌리듯 왔을 뿐인데 메이아 양이 있더군.”

키네스의 대답에 라크하의 눈에 서려 있던 경계심이 더욱 짙어졌다.

그러든 말든 키네스는 한결같이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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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아 양의 치료를 해주고 공작저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쳐다보면 섭섭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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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라크하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를 내려다보는 보라색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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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뺨이 살짝 베였었거든요. 별거 아닌 상처였어요.”

그 와중에도 키네스는 라크하를 약 올리듯 차를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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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따라 유난히 차향이 좋은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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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 사이에 서늘한 기류가 흘렀다.

웃는 얼굴의 키네스와 섬뜩한 얼굴의 라크하를 보며 나는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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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나를 데려다주고 그대로 떠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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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여기 근방에 볼일이 있으니 내 보좌관이 오기 전까지만 머물고 가도록 하지. 겸사겸사 아인티아 공작이 오면 인사도 하고 말이야.

 
황제만 아니었다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고 그대로 멱살을 잡고 흔들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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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도 앉아서 같이 차 한잔하게.”

키네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이 와중에 차가 넘어가냐고. 도무지 키네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철저히 속내를 숨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불안했다.

심지어 라크하가 오고 나서도 차나 권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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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메이아는 방으로 보내겠습니다.”

내 곁으로 온 라크하가 내게 눈짓을 주었다.

내가 그 말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지만 차마 좋아요! 하고 벌떡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탁.

때마침 키네스가 눈치를 주듯 찻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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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공작은 메이아 양을 많이 아끼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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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을 한 사이인데 어찌 아끼지 않겠습니까.”

처음으로 키네스의 표정이 흐트러졌다. 물론, 잠시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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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약혼을 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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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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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혼을 했다가 파하는 경우도 흔하다던데.”

‘너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라고 돌려 말한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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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다를 겁니다.”

라크하가 내 어깨를 가볍게 쥐며 말하자 키네스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

하지만 키네스는 여유롭게 입매를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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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이루어진 약혼이라면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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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키네스의 말속에는 가시가 솟아 있었다.

내 어깨를 잡고 있는 라크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라크하를 타이르듯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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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참아야 하느니라.’

이러다 라크하가 황제를 죽이고 말겠다는 식으로 나올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아슬아슬하게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의 팽팽한 기류를 갈라놓았다.

응접실 문 앞에 서 있던 하인이 용건을 확인한 뒤 우리를 향해 허리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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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고 세르비아 님께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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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도 왔군.”

키네스가 혀를 짧게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가는 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키네스와 눈이 마주쳤다.

키네스가 나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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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열릴 탄신 연회 때 보도록 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키네스는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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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마차 앞에서 불안하게 서성이던 비에고가 키네스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뛰어왔다.

그러고는 키네스의 몸을 살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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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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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멀쩡해. 괜한 걱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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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인티아 공작저에 계신다는데 어찌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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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정말 어쩌다 보니였다. 그저 표식을 따라갔을 뿐이었고, 그러다 성녀를 만났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나 키네스는 이내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녀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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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경계를 할 줄은 몰랐지.’

키네스는 저를 향해 날을 잔뜩 세운 메이아를 떠올렸다.

연신 시선을 피하는 푸른 눈동자. 초조한 듯 제 옷자락을 매만지던 손.

질문은커녕 메이아의 곁에 있는 것도 꺼려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호의를 베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함께 있는 동안 메이아는 긴장을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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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 있었다.

메이아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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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샤키르의 꽃의 여분이 얼마 없긴 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다고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신이 피폐해질 뿐.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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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레이나 아드리엔이라든가.’

소문의 잠을 재울 수 있는 여인의 주인공은 메이아가 아닌 그녀였으니까.

키네스가 마차 벽을 집고 마차에 타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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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폐하!”

비에고가 펄쩍 뛰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키네스는 눈살을 구기며 비에고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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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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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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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키네스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다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손이었다.

그에 비에고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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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분명 손이 순간 흐릿하게 보였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흐릿하게 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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