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 외전 5. (82/92)


#82. 외전 5.
2023.01.12.


한 방에 있는 다른 수감자들은 한창 TV 속에 빠져 있었다. 화면에서는 일일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지금 드라마 속에서는 할머니와 손자가 피치 못할 사연으로 헤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화장실 곁에 웅크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영숙은 어느덧 그 장면에 심하게 이입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사진을 꺼냈다. 예전에 놀이터에서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던 도현이의 모습을 그녀를 무성의하게 맡아주던 국선 변호사에게 사정사정하여 인쇄해온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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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현이……. 잘 지내니?’

그동안 많이 컸겠지? 구치소에서만 1년을 있었으니 이 할머니는 잊어버렸겠지?

그 어린 것이 이 할머니가 친할머니인 것도 모르고 있을 테니 더더욱 기억해줄 리가 있겠는가.

하기야. 솔직히 쪽팔려서 친할머니라는 걸 모르는 편이 나았다.

기사가 크게 터졌었으니 시간이 흘러 언젠가 머리가 커진 도현이 틀림없이 이 모든 걸 알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쪽팔려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사실 지금 영숙의 기분은 단순히 쪽팔린 게 다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감정은 바로 슬픔이었다. 사랑스러운 손자 도현이가 언젠가는 친할머니를 고작 그딴 몹쓸 인간으로 알게 될 거란 사실이 서글픈 거였다.

영숙은 결국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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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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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씨! 이건 또 왜 질질 짜고 있는 거야? 재수 없게.”

그러나 그 소리를 듣자마자 수연이 소리를 날카롭게 소리쳤고 영숙은 또 맞을까 봐 숨죽여 울음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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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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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엿이나 먹어라. 내가 여기가 아니면 뭐, 갈 데가 없을 줄 알고?”

주혁은 갑갑하게 목을 조여 매던 넥타이를 길게 잡아당기고 양복저고리를 벗어 어깨에 걸치고 뒤를 향해 침을 퉤 뱉었다.

같이 놀고 술 사줄 때는 형님 형님 하면서 진성이 아니꼬우면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떠들던 놈들이.

막상 그놈들을 찾아가 보니 전부 어디 숨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엉뚱한 놈들이 대신 나와서 사람을 다 채용했다는 말만 하고 들어갔다.

벌써 실업급여도 끊겼고 생활비도 없어서 처가 도움을 받은 지 꽤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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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혜미가 지X할 텐데.’

시간을 보낼 곳을 생각해보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이제는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부른다고 나오는 인간들, 아니, 전화조차 받는 인간들이 없었다.

의형제를 맺었다고,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좋다고 떠들던 녀석들이었는데.

주혁은 신경질적으로 차에 탄 뒤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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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도 달랑달랑하네. 기름값이 왜 이렇게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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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주혁은 터덜터덜 현관문 앞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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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열 걸음도 안 되는 거리인데 왜 이렇게 발을 떼기가 무거운지.

띠띠띠띠띠, 띠리릭-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 주혁은 신발을 살그머니 벗고 까치발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어디서 튀어나와서 욕을 퍼부을지도 모르는 혜미가 혹시라도 잠이 들었다면 깨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만이라도 제발 편히 있고 싶어서다.

혜미가 저를 보면 면접 결과를 물을 텐데.

아침에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치고 나갔는데, 사람 안 뽑아서 면접조차 못 봤다는 말을 들으면, 분명 주혁을 쥐어뜯던지 물건을 던지든지 할 기세를 보일 거다.

그걸 피하려면 주혁은 밖으로 나가 밤이 늦도록 거리를 헤매야 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혜미의 히스테리가 무서워서 주혁은 이제 노숙자 생활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쥐죽은 듯이 조용한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지난 주혁은 제일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문을 닫은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참았더니 답답해 죽겠네. 이게 사는 건지, 뭔지.

부부가 각방을 쓴지는 이미 오래였다. 서로 욕설을 내뱉으며 싸워대는 생활을 한 지도 한참이었다.

이제는 서로를 소 닭 보듯 하지만 가끔은 혜미가 미쳐서 물건을 집어 던질 때만 부딪치지 않으면 비교적 집 안은 조용했다.

비록 살얼음판 같아서 혜미의 눈치를 잔뜩 봐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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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점심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네. 아, 배고픈데…….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라도 사 먹고 올걸.’

침대에 걸터앉은 주혁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들어온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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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상하게 조용하네.”

오늘따라 집 안 공기가 유난히 썰렁하게 느껴진 주혁은 살금살금 혜미가 지내는 안방을 들여다보았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이상하게 안방이 텅 비어 있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주혁은 방안을 지나 드레스룸 문을 열어 안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혜미의 옷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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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간 건 아니구나.’

혜미가 이혼을 하자는 소리를 노래하듯이 해서 짐을 싸서 나간 줄 알고 덜컹 내려앉았던 심장이 제자리를 찾아 뛰었다.

멍하니 드레스룸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쉬던 주혁은 이내 돌아서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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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 저 구석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나를 봐주세요. 하면서 주혁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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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엄마가 사준 가방이잖아. 에르메스 버킨 악어가죽인가 뭔가 하는.”

거지같이 빈털터리 생활을 하던 주혁은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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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아린이가 생겼을 때 엄마가 아들이라고 사준 선물이니까, 이건 혜미가 가지고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주인인 거지. 당연히 혜미가 돌려줘야 하는 물건이고.

주혁은 가방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로 했다.

다행히 가방 옆에는 가방을 샀을 때 가지고 왔던 더스트백까지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혜미가 부지런히 더스트백 안에 넣어두지 않은 덕에 그의 눈에 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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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자기 방으로 들어간 주혁은 가방을 얼른 자신의 커다란 백팩 안에 감추었다.

괜히 긴장이 된 주혁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거실로 나온 그는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물을 마시고 있던 그의 전화기가 징징 울렸다. 확인해보니 혜미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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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늦어, 아린이 이따가 5시 20분 차로 오니까 늦지 않게 데리러 나가. 저녁도 먹이고.]

혜미가 오늘 늦게 온다고?

주혁의 눈에는 아린이의 하원을 책임지라는 글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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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가 오늘 늦게 오니까, 들키기 전에 지금 나가서 팔고 와야지. 팔아버리고 나면 장땡이지, 뭐.”

가방을 품에 안은 주혁은 서둘러 집을 나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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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상태가 아주 좋으니 한 오백만 받으면 좋을 텐데.”

인터넷으로 중고 가방을 사는 곳을 확인한 주혁은 차를 몰아 그곳을 향해 갔다.

***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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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주혁이 들어가자 주인이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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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명품매장에서 종소리가 납니까.”

돈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한 주혁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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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매장이라 클라식한 매력이 있으라고 일부러 달아놨어요. 어떻게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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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가방도 사시나요?”

주혁이 앉고 있던 백팩에서 가방을 꺼내 앞에 있는 진열장 위에 내려놓았다.

가방을 바라보던 주인이 양손에 면장갑을 끼고 가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세밀하게 살펴보던 주인은 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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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간수하셨는데, 파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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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얼마나 줄 수 있나요? 우리 와이프가 오백만 원 밑으로는 절대 팔지 말라고 해서. 아니면 다른 데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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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 가격에 사 드릴게요. 사정이 딱하신 것 같은데.”

주인의 말에 주혁의 얼굴에 화색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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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현찰로 주실 수 있나요?”

주혁은 이 돈이 통장으로 들어가면 들킬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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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적게 받더라도 현찰 주는 곳으로 가야지.’

주혁의 생각을 알았는지 주인이 흔쾌히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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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찰로 드리지요. 보증서만 확인하고 바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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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사를 잘해요. 오백이나 받았네. 흐흐흐.’

옛날에는 하룻밤 술값도 안 되는 돈이었는데, 이제는 오백이라는 돈을 주머니에 넣은 주혁은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안 주머니에 돈을 집어넣은 주혁은 입맛을 다셨다. 조금 아까까지는 배가 고팠는데 갑자기 술이 고파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가던 곳 중에서 가볍게 한잔을 할 수 있는 바에 가서 간단하게 한잔을 걸치기로 작정한 주혁은 차를 몰았다.

주혁이 들어가자 바텐더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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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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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조금 바빴어.”

주혁은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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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드시던 걸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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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한잔 두잔 마시던 주혁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서서히 과거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이 악몽처럼만 느껴졌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니 그러한 악몽에서 깨어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헤헤……. 꿈이었구나. 어쩐지. 한주혁 인생이 이렇게 시시해졌을 리가 없잖아…….

이제 악몽에서 깨어났으니 이제는 훨훨 날아갈 일만 남았다.

왜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후련한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은 충동을 이길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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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여기! 지금 나 마시는 거랑 같은 걸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한테 한 잔씩 돌려!”

주변에서 환호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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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장님. 오랜만에 또 화끈하십니다! 최고세요!”

그 후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필름이 끊긴 모양이다.

시간이 꽤 지나 있었기에 휘청거리면서 일어난 주혁은 대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

지인의 집에서 달콤한 차의 향을 만끽하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작게 들렸다.

혜미는 조금 귀찮다는 듯이 소파로 걸어가서 그 위에 있던 가방을 열어 전화기를 꺼내 보았다.

유치원 차량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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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혜미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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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어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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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머, 혹시 아린이 아빠가 안 나갔어요?”

차량 도우미 교사가 하는 소리에 혜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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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오늘 아무도 안 나오셨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시고 부모님 두 분 다 전화도 안 받으셔서 아린이 다시 유치원으로 데리고 왔는데, 언제 오시나요?

주혁이 나가지도 않고 연락도 두절되었다는 말에 순간 혜미는 열이 머리끝까지 뻗쳐나갔다.

이 인간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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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죄송해요, 선생님. 저도 전화를 못 받았나 보네요.”

혜미는 자기의 전화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본인의 전화기에도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이 찍혀 있었다. 가방에 있어서 진동을 못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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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밖에 나와 있는데 바로 갈게요. 아린이 좀 부탁드릴게요.”

혜미는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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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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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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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데리러 가야 돼.”

현관을 나온 혜미는 급히 차에 올랐다. 그러고는 차를 출발시키며 곧장 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한없이 울리는데도 주혁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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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인간! 내가 오늘은 아주 담판을 지어야지. 이딴 쓸모없는 놈이랑 이대로는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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