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 파멸 (69/92)


#69. 파멸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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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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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를 꾀어서 투자하라고 하더니, 다 이렇게 사기를 치려고 살살거렸지!”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머리를 잡히고 멱살을 잡혀 영숙은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쳤지만 여러 명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돈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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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돈 가진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달라고 지랄들인 거야! 이 거지 같은 인간들아!”

영숙과 조율이 되지 않자 무리 중 한 명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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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이 사기꾼 경찰에 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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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씨 말씀을 해보세요. 대표이사이니까 알 것 아닙니까. 돈 어디에다가 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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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몰라요.”

막상 경찰서에 오자 영숙은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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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그 회사.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인 건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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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진짜로 투자한 회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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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진짜입니까. 저희가 조사를 했는데요. 유령회사입니다. 실체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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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숙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실체가 없다니. 분명 돈도 받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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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돈만 투자했지, 아무것도 몰라요. 실제로 배당금도 나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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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든 모르시든 대표를 맡으셨으니 이 사건 책임지셔야 합니다. 돈을 물어주시던가, 감옥에 가시던가 하셔야 합니다.”

경찰의 말에 영숙은 덜컥 겁이 났다. 감옥에 가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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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려준 전화로 알아보시면 그 사람이 대답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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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화 계속 꺼져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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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없나 보죠. 곧 받을 거예요. 어제도 얼굴을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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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척하시는 겁니까, 진짜 모르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장동철 씨는 지금 잠적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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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럴 리가…….”

영숙은 아직 동철을 믿고 싶었다. 분명 지금 연락을 못 받을 만한 무슨 일이 있는 거라고.

이 인간이 나한테 이럴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뭔가 자꾸 불길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찔끔찔끔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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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공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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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범이라뇨! 내가 누군데! 나 이런 짓 하는 사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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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신데요? 한영숙 씨가.”

경찰은 내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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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진성가의 안주인이에요. 내 큰아들이 진성그룹 전무고요.”

그 말을 하자 경찰과 투자자들도 매우 놀란 기색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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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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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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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어떻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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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한테 연락해볼게요. 진짜인지 확인해보시죠.”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진성의 이름을 함부로 팔아봐야 곧 들통날 테니 그들은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볼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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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럼 한영숙 씨도 피해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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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 있단 말이에요.”

경찰이 묻자 영숙은 울며 투덜거렸다. 그야말로 앞이 캄캄해졌다.

서하 일로 주혁도 채 회장 회사에서 쫓겨나서 살길이 막막해졌기에 이번에 주혁도 설득해서 주혁의 돈도 가져다 함께 투자했다.

아린이 콧물약 이야기로 혜미가 아직 삐쳐 있어서 주혁을 겨우 꼬셔서 아내 몰래 투자하게 했는데. 이걸 알면 덜컥 뒤집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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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 아들한테 연락할게요. 변호사 보내 줄 수 있는지.”

도하랑은 현서가 서하 일을 까발린 이후론 얼굴을 본 적도 없었고 연락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염치로 연락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일도 아니고 사기죄 관련 일로 말이다.

그래도 채 회장에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은 도하밖에는 도움 요청할 사람이 없었다.

영숙은 떨리는 손으로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도하가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예상대로 냉정했다. 엄마 탓에 제 딸이 그리되었으니 당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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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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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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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또 무슨 일이신데요.

차갑게 가라앉은 아들의 목소리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영숙은 눈치가 보였지만 쭈뼛쭈뼛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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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경찰서인데…….”

도하가 거기까지만 듣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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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결하세요, 어머니.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가 내뱉었다. 안 들어도 알만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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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도, 도하야! 잠깐 내 말 좀 들어봐라.”

영숙은 끝내 울며불며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가만히 듣고 난 아들은 담담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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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몇 번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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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번에는 정말 배당금도 들어오고 그랬어! 아마 사기는 아닐 거야. 동업자가 곧 수습은 해줄 텐데 지금 당장이 경찰서라 급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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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동업자가 수습해줄 때까지 기다리세요. 저는 더 이상은 수습 못 해드려요. 평생 아들로 장사하셔서 편히 잘 사셨으니 충분하잖아요. 전 할 만큼 했어요.

큰아들의 목소리에서 이를 악무는 게 느껴졌다. 친모라는 인연이 되레 악연이라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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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채 회장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건 내 딸의 죽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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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야! 그건! 그건 사고였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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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에, 어머니가 변명하실 여지는 없고요. 저는 지금도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오길래 그 일에 대해 저한테 다시 사죄하시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착각이었네요. 결국, 또 돈 관련된 사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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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지친 목소리에 영숙은 할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큰아들 돈으로 막기도 불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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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돈, 어머니가 꼭 책임지시고 주시겠다는 약속하시고 변호사랑 서류로 공증하세요. 변호사는 내드릴 테니. 그럼 오늘 당장엔 경찰서에서 나오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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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임시방편이잖아! 결국 내가 갚아야 하는데! 그, 그럼 돈은 어디서 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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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한테 묻지 마세요. 뉴스 기사 정도는 나가지 않게 막아드리죠. 그건 비단 어머니만을 위한 일이 아닐 테니까. 그것도 아버지와 진성을 위해서 막아드리는 줄이나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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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야! 그러지 말고 제발 나 좀 도와줘! 네 돈 그냥 달라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엄마가 갚을게! 빌려주면 꼭 갚을게! 지금 당장 급해서 그래.”

그러나 도하는 영숙의 마지막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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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야!”

영숙은 경찰서가 쩌렁쩌렁 울리게 부르짖었다. 황급히 다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들은 그녀의 전화를 다시는 받지 않았다.

***

연리정 앞 연못에서는 비단잉어들이 연잎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며칠 사이 부쩍 날이 더 따뜻해져,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기에 최적의 날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둘러싸인 연리정 위에는 현서와 루카스가 마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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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맛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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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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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만에서 들여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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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향이 참 좋다.”

루카스는 차를 음미하는 현서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요새는 무얼 해도 즐거워 보이지 않는 원장, 이현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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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벚꽃을 보고 있던 현서가 루카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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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채 전무는 SH 일에서 손을 뗀 모양이야.”

현서는 다시 벚꽃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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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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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SH 대표자긴 한데. 예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여하더니 이제는 신경을 안 쓰네.”

현서는 입술만 지그시 깨물며 찻잔을 매만졌다. 남을 통해 듣는 소식에도 아픈 내색을 안 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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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슨 일 있는 거야?”

루카스가 조심스레 물었고 현서는 가만히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도하조차 알지 못하게 하려 숨겨왔던 서하의 이야기, 이제는 채도하가 알게 되었으니 더는 비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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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말이지…….”

현서는 처음으로 식구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그 아픈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자신이 임신을 하고도 남편을 떠나야 했는지.

루카스는 찻잔도 내려놓고 현서의 진지한 목소리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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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고 들어오는 길, 현서는 또 습관처럼 도하의 집을 향해 슬쩍 시선을 던졌다.

도하의 집은 저녁마다 내내 불이 꺼져 있었다. 요즘에도 그의 차가 주차된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저 집에는 더이상 그가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집은 이미 빈집의 기운만을 풍기고 있었다.

벌써 몇 달째 그랬다. 채도하는커녕 채도하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했다.

왠지 더 쓸쓸해 보이는 집을 쳐다보던 현서는 망연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집을 볼 때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더욱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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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좀 나아지셨어요?”

오랜만에 놀이터로 얼굴을 비친 영숙에게 도현의 시터가 염려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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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예에.”

영숙은 씁쓸하게 웃었다. 미미는 나오지 않냐고 시터의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묻던 도현에게 요즘 이 할머니가 몸이 안 좋다고 둘러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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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미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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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아, 잘 지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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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랜만에 아이를 보니 영숙은 더욱 제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결국 동철의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가 되었고, 함께 살던 그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나타나 세입자 장동철은 이미 월세를 뺐다며 어서 짐을 빼고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그 집에서마저 쫓겨나오고 나니 오갈 데가 없었다. 주혁의 돈도 잃었기에 영숙은 지금 주혁의 연락도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들들의 집도 찾아갈 수가 없어진 영숙은 결국 또 옛날 애인이었던 남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중 한 명이 그녀를 받아주어 지금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그녀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걸 알자 남자는 곧바로 그녀를 무시했다.

지낼 곳이 필요하니 등 붙이고 잠만이라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비니 그럼 밥값을 하라며 집안일을 전부 시켰다.

그 탓에 밥을 해대고 청소며 빨래며 귀찮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무슨 수로 투자자들의 빚을 갚을지 골몰히 생각해도 장동철 이 인간을 잡아 오기 전까지는 답이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투자자들에게서 전화는 오고, 점점 더 압박은 심해져서 잠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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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먹어봐요. 내가 직접 만든 전이에요.”

그러나 어떻게든 울적한 표정을 감춘 영숙은 밀폐 용기에 담긴 여러 가지 전을 시터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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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솜씨도 좋으셔라. 어쩜 이렇게 예쁘게 부치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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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니까 심심해서 그런지, 요리가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집에 가서 도현이랑 따뜻하게 데워먹어요.”

실은 집에서 직접 부쳐보았다가 모양이 엉망으로 나와 결국엔 반찬가게에서 사서 통에 옮겨 담아온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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