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귀국 (17/92)


#17. 귀국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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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럼 그게 돈 들고 냅다 외국으로 튀었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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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았어요, 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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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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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오신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주고 싶었는데 현서가 다시 돌려줬어요. 벌써 몇 달 전 이야기예요.”

영숙은 아들의 단호한 대답에 그제야 입을 닫고 눈을 몇 번 끔뻑였다. 옆에 서 있던 혜미도 당황해선 떡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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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떡해…….”

자신이 뒷북쳐서 득달같이 들이닥쳤는데 아주버님 앞에서 민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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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고것이 그래도 양심은 있었구나. 쥐뿔도 없는 게 그래야지, 그럼. 제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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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제 나간 사람인데 그만 좀 하세요.”

도하는 두 눈을 엄하게 뜨고선 영숙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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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믿는 게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아들의 행복을 생각하신다면 그러지 마셨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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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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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현서가 비록 부유한 집안의 딸은 아니었어도, 그 애한테 돈 외에 빠지는 건 또 뭐가 있어요.”

아들의 핀잔에 영숙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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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만한 며느리가 어디 또 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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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니 전부인 역성드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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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도 솔직히 인정하시잖아요.”

영숙은 아들의 말에 반발할 수는 없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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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만 아니었다면 진작 세간에 네 평판도 더 좋아졌을 거야! 네가 더 고귀한 집안 딸내미랑 결혼하기만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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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집 딸내미요? 누가 어머니랑 한집에 살면서 어머니 비위를 그렇게까지 맞춰주고 살 수 있었을 것 같으세요. 옆에 있는 제수씨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영숙과 혜미가 동시에 주춤했다. 혜미는 곁눈질로 영숙의 눈치를 살피다 눈이 마주치자 괜히 시선을 휙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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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차마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진성 오너가 평판은 어머니가 떨어뜨리고 계신 거 정말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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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그 여우 같은 현서 X한테 홀려서 이러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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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싹싹하고 똑똑하고 재주 많은 여자는 또 얻으실 수 없을 거예요.”

그러나 영숙은 억울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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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어울리지 않는 팔불출 노릇이니? 너 버리고 떠난 마누라 뭐 예쁘다고!”

도하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말없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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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들 가보세요. 저 일 해야 해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책상으로 돌아가던 그가 한숨 섞인 어조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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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실 말씀 있으면 전화로 연락을 주세요. 앞으로는 이렇게 회사 찾아오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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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아들놈들이 하나같이 불효자식들이야. 가자, 혜미야.”

화를 내면서도 영숙은 그나마 현서가 위자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순순히 돌아갔다.

두 사람을 내보낸 후에도 도하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결재를 기다리는 안건들이 가득 쌓여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로 된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을 멍하니 올려다보니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마저 어지러워 보였다.

이 높은 곳에 서서 발아래 세상은 종종 보아 왔는데, 하늘은 정말 언제 보았는지 기억에 없었다.

하늘을 잊어버리고 아래만 내려다보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었다.

아무리 높이 올라선들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달려온 시간이 무색했다. 왜 이렇게 허망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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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는 거야. 이현서…….”

어디로 떠났는지 모르지만, 도하는 현서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찾아야 했다.

호흡처럼 자연스러웠던 그녀의 존재.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지지하고 있는 땅이 내려앉은 기분이랄까.

디딜 곳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이 암담한 마음을 어떻게 할 길이 없었다.

우리 아기 서하가 없는 빈자리도 이제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겠지.

서하를 잃은 이후 그 괴로움에 더욱 현서와도 멀어졌던 것 같다. 부부가 마주할수록 떠오르는 건 떠난 자녀였기에.

저만큼 현서도 괴로운 줄 알면서도 똑바로 마주하기보단 외면했었던 것 같다.

서로의 슬픔을 모른 척하기보다 나누었어야 했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힘들다고 해외에서 떨어진 채 시간을 보내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으니 자식을 잃고 남편에게 실망한 그녀가 그 집에서 더는 버티지 못한 것도 당연한 거였다.

도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자리에 앉지 못하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

오랜만에 한국어 글자들을 보는 순간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왈칵하고 치솟았다.

3년 만이던가.

인천 공항 내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안내 방송에도 괜스레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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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날 당시에는 이 땅을 3년 만에 다시 밟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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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현서는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부르는 작은 아기천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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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도현아.”

그녀의 아들 도현이었다. 서하의 이름을 지을 때도 그랬듯이 남편과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어준 이름이었다.

하얀 얼굴에 그린 듯한 검은 눈썹 한쪽을 찌그러뜨리며 아이는 걱정스런 얼굴로 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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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댜?”

도현은 오동통한 볼을 움직거리면서 엄마에게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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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한국이야.”

오기 전부터 몇 번 말해주었는데도 막상 새로운 곳에 오니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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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국?”

현서는 무릎을 굽혀 도현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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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엄마가 도현이처럼 아기일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살던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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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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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가. 이제 우리 여기서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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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집 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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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지금 차 타고 엄마랑 도현이랑 같이 살 집으로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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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도현이랑 둘이?”

현서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품에 쏙 안았다. 그녀는 그대로 도현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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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우리 둘이서 살 거야. 엄마가 비행기에서 말했지. 이제 도현이랑 엄마랑 둘이서 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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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할무니랑 삼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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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며칠 있다가 올 거고, 할머니는 나중에 와 보실 거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걱정 마, 도현아.”

엄마의 대답에 그제야 아이는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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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는 아들의 얇고 보드라운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고는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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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새로운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빨리 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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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싱긋 웃어보인 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캐리어를 끌며 공항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눈앞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순간, 현서의 입술에선 저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 똑같은 하늘일 텐데 지금 보이는 하늘이 더 반가운 건 왜일까.

꽤 오랜만인데도 짙푸른색이 눈에 익었고 구름도 정겨웠다.

비록 상처를 안고 이 땅을 떠났었지만 사랑하는 서하와 부모님이 잠들어 계시는 이곳이 항상 그리웠었다.

그녀의 기쁨과 슬픔이 그득히도 모여 있는 땅. 미련도 회한도 많았던 조국으로 드디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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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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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쩔 수없이 눈물이 고여 들고 있었다. 현서는 눈물을 슥슥 닦고는 아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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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괜찮아. 어서 가자. 우리 집으로.”

도현에게 이 나라를 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이곳에서 도현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어느 사람에게도 불의한 대우는 받지 않을 것이고 참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엄마의 모습만을 보여주며 살아갈 것이다.

현서는 아들의 고사리같이 작은 손을 꼭 잡고 한 발을 내디뎠다.

***

송화궁은 잠잠하고 푸른 산자락 아래 자리하고 있었다.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그곳은 베일에 싸여 있는 곳 같았다.

비밀스럽고도 우아한 송화궁은 회원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복합적 힐링 센터였다.

바람 따라 은은한 풍경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그곳은 옛 조선의 궁궐처럼 처마 끝의 선이 아름다운 한옥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그 땅 아래 숨겨진 주차장에는 고급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대문은 철옹성을 지키듯 굳게 닫혀 있었다. 어쩌다 열리는 문으로는 보기에도 부유한 사모님들이 환한 표정으로 드나들곤 했다.

문 너머에서는 바드득하고 자갈을 밟는 소리가 듣기 좋게 들려왔다. 햇빛이 비치는 양지에는 커다란 장독대가 반짝거리는 빛을 내고 있었다.

황금 잉어가 뛰노는 연못 옆에는 오래된 노송이 굽어져 연못 위를 가리고 있었다.

작년부터 이곳에 있는 한옥들을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여 아주 단아하고 아름다운 센터가 탄생하였다.

실내에는 최신형 기계들이 즐비한 현대적인 시설들이 전통적인 장식, 인테리어와 함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신기하리만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송화궁 안에는 전신 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의 진료실도 있었다.

외모뿐 아니라 건강까지 복합적으로 관리해 주기 위한 한의원과 심리 상담센터도 있었다.

5성급 숙식 시설도 자리하고 있었고 바로 근처에 있는 전각에는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최고급 한정식집과 명품 브랜드를 모아둔 편집샵도 있었다.

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매, 란, 국, 죽 네 가지의 등급이 있었다.

그중 매 등급이 단연 가장 호화로운 서비스를 제공받는 등급으로서 금액도 아주 높았고 가장 소수의 회원만 드나드는 센터였다.

죽 센터의 제복을 입은 직원이 침대에 누워 코를 골고 있는 사람을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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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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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운하다. 역시 이곳에 오면 몸이 날아갈 것 같아. 피부도 탱글탱글해지는 것 같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개운해지고, 애썼어요.”

요즘 지화자 여사는 송화궁에 오는 날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

늘 잘난 척에 자랑질만 좋아하는 진성의 안주인 한영숙이도 요즘 자신을 부러워했다. 어디서 관리받길래 이렇게 때깔이 고와진 거냐고 다니는 샵에 자기도 함께 가자며 졸라대니, 재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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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직원의 깍듯한 인사에 지화자 여사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유독 만족스러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팁을 꺼낸 적이 없던 그녀는 웬일로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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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이건 팁이야, 받아. 수고한 사람들끼리 나눠 써.”

여기 죽 센터는 네 가지 코스로 진행한다. 그래서 담당 직원들도 4명이다. 그런데 만원으로 4명이 나누란다.

직원들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2500원씩 나눠 가지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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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모님. 그런데 저희는 규정상 팁은 못 받게 되어있습니다.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직원의 정중한 거절에 지화자 여사는 하는 수없이 만원을 지갑에 다시 넣으며 한마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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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도 마음대로 못 주네. 하여튼 여긴 가입부터 시작해서 까다롭지 않은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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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불편하신 곳 없으시면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으시고 나가시면 됩니다.”

직원은 끝까지 영업용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화자 여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직원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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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혹시…… 나 지금 이 원장 좀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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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옷 갈아입으신 후 죽 센터 로비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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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잠시 뒤 탈의실에서 나온 지화자는 시키는 대로 죽 센터 로비에 얌전히 앉아 이 원장을 기다렸다.

의기양양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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