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사라진 아내 (15/92)


#15. 사라진 아내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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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기도 한번 먹어봐.”

혜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남편에게 속삭였다. 멀건 표정으로 듣던 주혁은 별 생각 없이 한 술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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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읍! 이게 뭐야!”

그는 탕을 넘기자마자 오만상을 찌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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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야!”

거듭 놀라던 영숙은 발끈하여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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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것들이! 사람이 못 먹을 음식을 내가 해 줬단 말이야? 이 밤중에 사람이 와서 성의껏 해 줬으면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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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성의를 생각하면 먹는 게 맞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혹시 만드시면서 간은 보셨어요?”

영숙은 곰곰이 떠올리다가 더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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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 나는 밤에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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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는 느끼하고 무지하게 짜고, 표고버섯은 간이 하나도 안 배 있고, 지단은 탔네요.”

영숙의 얼굴이 무안함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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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디서 평가질이야! 큰 동서가 해준 음식에도 그러더니만 시어미가 해준 음식에도 꼴값을 떠네.’

그 꼴값을 받아주며 맞춰 준 현서의 인내심이 이제 보니 대단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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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정말 죄송한데 저는 못 먹겠어요.”

영숙이 말문이 막혀 있는 사이 혜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더 권할세라 쌩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붙잡지도 못한 영숙은 벙찐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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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이고, 뒷꼭지야! 내가 이 나이 먹고 며느리 시집살이를 다 하는구나!”

밤에 잠자다 말고 불려와 만들어 줬더니 못 먹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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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가 서하 임신했을 때는 물 한 번 떠다 준 적이 없었는데, 저게 호강에 겨워 요강으로 나팔을 부는 소리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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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엄마! 이거 먹어봐. 인간적으로 이건, 나도 엄마 편을 들어줄 수가 없어. 무슨 음식을 이렇게 해.”

그런데 한술 더 떠 주혁마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눈치 없이 엄마 성질을 더 돋우고 있었다.

영숙은 모든 성질을 손바닥에 담아 주혁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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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엄마, 왜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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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놈 자식! 앞으로 엄마 부르지 마! 간다!”

빽 하고 성을 낸 영숙은 가방을 낚아채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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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 주무시고 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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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갈 거야!”

그러나 큰소리를 치고 그들의 집을 나온 영숙은 막상 정신이 멍했다.

아래로 내려간 그녀는 주차된 차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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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를 불러야 하는데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네. 내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녘, 그녀는 왠지 서러워졌다.
 

***

아내와 멀어져 지내기를 포기하자 하루가 더욱 덧없이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도하는 간혹 넋이 나가 있기도 했고 중요한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전보다 두서가 없어지고 업무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도 도하를 조금은 걱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남들 보기에 다 가진 자를 걱정해 봤자였다.

그에겐 모든 게 다 있고 아내만 없어졌을 뿐이었다. 모든 게 다 있는 남자였으니 원하면 또 좋은 아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아무리 위태로워 보였어도 그들에겐 그저 기우였을 뿐. 아무도 그의 속마음이 얼마나 곪아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도하는 하루에 몇 번씩 핸드폰을 들어 아내의 전화번호를 누르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아내를 만나려 처가에도 몇 번이나 들렀지만,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곳에 사는지조차 확신이 없어 점점 더 불안해지기만 했다.

그러다 겨울이 지나 봄 내음이 한결 공기에 감돌던 주말인 오늘, 아내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마음이 안정될 것만 같아 무작정 단축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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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안내 멘트에 얼이 빠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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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번호? 없는 번호라니?’

황급히 다시 걸어보았지만 나오는 멘트는 똑같았다.

아내가 전화번호를 바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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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나를 끊어내려고?’

가슴 한편이 꾹 찔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서둘러 메신저를 확인해보았다.

계정이 전부 삭제되어 있었다.

잠깐 멍해져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다시 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가끔씩 하던 SNS 앱을 열어보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계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갑자기 뒷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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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도하는 당장 문을 박차고 사무실을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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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회의는 미뤄주세요.”

벌떡 일어나는 비서를 향해 그는 걸음도 멈추지 않은 채 지시했다.
 

***

처가 대문 앞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도하는 정신없이 벨을 눌렀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찾아오지 말라고 해서 몇 달간 꾹 누르며 참았다.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 착한 아이처럼 하지 않았다.

끝났다는 여자에게 진상은 되지 말자고, 헤어진 후에라도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서로가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리움은 저만의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러면 그녀도 조금은 자신을 그리워해 줄까, 그러면 그녀가 먼저 다시 연락을 해줄까,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등신 머저리가 되어도 좋으니 다시 아내를 만나러 오고 싶었다.

매몰차게 문전박대 당해도 좋으니 한 번이라도 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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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옆에서 누군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고개를 빼곡히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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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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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자주 뵙던 얼굴을 향해 도하는 머리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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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맞구나. 난 또 누구라고.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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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 지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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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우리는 뭐 똑같지. 너희들 소식은 현서한테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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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셨군요.”

도하는 민망함에 눈동자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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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잘 살지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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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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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현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딸이랑 엄마 일도 안타까운데 너라도 현서한테 잘 좀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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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누구보다 남편인 자신이 현서에게 잘했어야 했다.

그건 늘 혼자서도 하는 생각이었지만, 남에게 말로 듣게 되니 느껴지는 체감이 또 달랐다. 한음 한음 가시처럼 와 박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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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현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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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어디 간다고 하던데. 며칠 전에 커다란 가방 끌고 나갔어.”

순간 느낌이 이상했던 도하는 성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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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요? 어디로 간다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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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네. 멀리 간다고 했는데.”

일순 가슴이 서늘하게 덜컥 내려앉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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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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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는 안 가르쳐줬어.”

멀리라니. 대체 얼마나 멀리인 거야. 어디로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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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다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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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꽤 오래 집 비운다고, 나보고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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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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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걸 모르는 걸 보니 너흰 정말 남이구나. 에이구…… 그렇게나 현서가 죽고 못 살아하더니…….”

얼빠진 놈처럼 서 있는 도하를 향해 옆집 아주머니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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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 친구들한테 물어보지 그러니? 걔들은 혹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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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럴게요.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하는 정중히 꾸벅 고개를 숙이곤 천천히 돌아섰다.

차에 탄 뒤 문을 닫은 그는 시동을 걸기 전에 낡은 처가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현서가 사라졌다. 가끔은 창 안으로 비추던 그림자조차 사라졌다.

집은 겉보기에도 적막만이 느껴졌고 뿜어져 나오던 온기도 사라져 있었다.

텅 빈 집에서는 싸늘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처음 보았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집에서는 항상 봄기운처럼 따사로움이 흘러나왔었는데 지금은 한겨울 같은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내와 헤어진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진 이후론 가끔씩 어릴 적 고향인 이 동네를 찾아왔었다.

그럴 때면 이 집 근처를 지나는 것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었다.

찾아오지 말라고 했으니 차마 소용도 없는 방문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집 앞을 지날 때 불 켜진 모습만 보아도 초조함이 조금은 잦아드는 기분이 들었었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마음이 스산해질 때마다 도피했던 이곳은 안식처였다.

좋은 기억만 있는 동네여서도 아니었다. 도하는 결코 이 동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이 집이었다.

소담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좋은 거였다.

그런데 이제 그 안식처와 단절되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안식처는 이현서뿐이었는데 그녀가 떠남으로써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덜컥 불안함에 온몸이 잠식될 것만 같았다.

그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던 여자였다. 그녀가 사라진 세상은 생각보다도 더 절망적이었다.

마치 시꺼먼 망망대해에 빠져 홀로 허우적대고 있는 기분이었다.

옆집 아주머니의 말대로 현서의 친구들에게라도 물어봐야 하나.

도하는 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한 가지 허망한 사실에 도달했다.

현서의 친구들. 그들 중 자신이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잠시 상념에 잠겼던 그는 최 실장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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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상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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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실장님. 사람 한 명 찾는 일…….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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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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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릴까요?”

도하는 초조한 낯으로 급히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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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건 찾아봐야 알겠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왜…….

최 실장은 갑자기 전화해서 평소에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던 질문을 하는 상무의 행동이 당황스러운 듯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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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찾으시려는 사람이라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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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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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더욱 의아한 듯이 되묻는 최 실장에게 도하는 긴박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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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좀 찾고 싶네요. 가능한 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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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상무님. 그럼 즉시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내라는 말에 눈치 빠른 최 실장은 더 캐묻지 않고 빠르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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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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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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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는 최 실장과 통화를 한 후에야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숨이 차올랐었는데 이제 조금 쉬어지는 것 같았다.

이곳은 현서와 이어져 있던 하나의 끈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 끈마저 놓쳐버렸다.

다시 잡을 수 있을까. 그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린 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녀와의 인연의 끈을 가느다랗게나마 다시 이어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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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야. 아무래도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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