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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고마웠다는 말은 안 할게요 (10/92)


#10. 고마웠다는 말은 안 할게요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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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야. 정말 집을 나가는 거야? 진짜로?”

영숙은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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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머니.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은 안 할게요. 건강하게 아주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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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농담 아니고 정말이야? 너네 짜고서 나 속이고 분가하려고 술수 쓰는 거 아니지? 꿈도 꾸지 마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너희 분가는 안 된다.”

현서는 영숙의 말에 작게 웃었다. 그러곤 두 손을 모으고 반듯하게 서서 아주 예쁘고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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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절대 그런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영숙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여유만만한 태도의 현서가 영 어색했다.

2층으로 오르내리면서 박 기사가 짐을 옮기는 걸 보니 정말 집을 나가려나 보다.

영숙은 마침 계단에서 캐리어를 들고 내려오는 도하를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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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야. 이 물건 진짜 나가는 거니? 아니지. 너네들 진짜 이혼하는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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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도하는 단 한마디로 영숙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혼을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모를 아들의 성의 없는 대답에 영숙은 다그치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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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속이려고 수 쓰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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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우선 저 사람 원하는 대로 하게 두세요.”

무표정한 얼굴을 한 도하가 마지못해 입을 열어 퉁명스럽게 말했다.

영숙은 당황스러웠다. 요 며칠 평소에 안 하던 말대답을 조곤조곤 해대곤 해서 며느리가 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혼을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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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하라면 죽고 못 살던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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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나가면 우리 집에 다시 들어올 생각하지 마라. 우리 집은 교양 있는 집이라 나갔다 들어왔다 하지는 못한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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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정말 말씀은 눈물나게 고맙지만 절대 다시는 안 들어 올 거라 용서 안 하셔도 괜찮아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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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너 안 보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려서 평생 안녕하게 계실 거다. 하지만 넌 너 스스로 나가는 거니까, 괜히 위자료 뜯어내려고 들러붙으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영숙은 현서가 나간다고 하니 위자료를 요구할까 봐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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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듣다 못 한 도하가 험악한 얼굴로 그녀를 말리고 들었다. 그러나 영숙은 그 순간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저것이 가진 것도 없는데. 소송이라도 걸면 얼마 정도는 뜯길 텐데.

그 생각을 하니 아까워서 미리부터 어찌해야 덜 줄지 궁리해야 하나 싶었다.

현서는 그 상황에서도 피식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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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안 받을 거고요. 이혼서류도 깔끔하게 도장 찍어서 도하 씨 줬으니까 어머니가 염려하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 말에 난감한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고 서 있던 도하를 향해 영숙이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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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너도 들었지. 위자료 주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니까 그런 줄 알고 나 속일 생각은 하지를 마라. 이 물건이 우리 집에 시집와서 도움이 된 것은 하나도 없고 집안 품위만 떨어뜨리다 나가는데 위자료 한 푼이라도 내줄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라.”

도하는 상당히 놀란 얼굴로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안 그래도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가 어려운데 친모의 언행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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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대체 왜 이러세요! 그만 하세요. 저희 일이에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현서는 조소어린 표정으로 그사이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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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많지는 않아도 친정어머니가 물려주신 재산이 있어서 당분간은 놀아도 굶어 죽지는 않아요. 그리고 아직은 젊어서 어디서든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답니다. 이런 집에서도 잘 일하며 살아왔는데 어디선들, 어떤 일인들 못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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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것이! 너 말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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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집온다고 일하시는 아주머니들 다 내보내셨는데 오늘 당장 사람 못 구하시면 어머니가 집안일 하셔야겠네요. 아니면 어머니 마음에 쏙 드는 동서 부르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현서는 시원한 얼굴로 생끗 웃었다. 터질듯한 얼굴로 째려보고 있는 시모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현관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현관을 나가려던 현서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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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어머니, 이제 잘 나신 아드님 돌싱 될 텐데 좋으시겠어요. 최 사장님네 둘째 딸이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죠, 그 아가씨 아직 시집 안 갔으면 며느리로 들어올 건지 한번 물어보세요. 아닌가? 곽 회장님네 셋째딸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나?”

현서는 약을 올리듯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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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저집 하도 많이 말씀하셔서 어느 집인지 다 기억도 안 나지만, 저 나가고 나면 꼭 마음에 드는 며느리로 얻으셔서 행복하게 사세요. 효도도 많이 받으시고요. 그 집에서 어머니를 보고 딸을 며느리로 보낼지는 모르겠지만요.”

영숙은 다리가 후들거려 휘청일 뻔했다. 급격하게 오른 혈압 때문인지 뒷머리가 뻣뻣해져 왔다.

야속하게도 아들이란 놈도 제 엄마만 잡지, 마누라를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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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게! 저것이 바람이 났어! 하는 짓을 보면 분명 다른 놈이 생긴 거야. 그러지 않고 지가 감히 어딜 나간다는 소리를 하고 기고만장하게 지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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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어머니처럼 살지 않거든요. 어머니의 시각으로 저를 보지 말아 주세요. 지금까지 어머니가 잘 나서가 아니라 그냥 도하 씨 어머니였기에 존중해 드린 거였으니까요.”

오랜 시간 아닌 척 잊고 있던 치부를 현서가 건드리자 영숙은 일순 벙어리가 되었다.

실은 그녀를 잘 알던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천박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걸 무마하기라도 하듯 영숙은 고상한 사모님 행세를 하며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누구도 감히 대놓고 건드리지 못하고 쉬쉬하던 그 이야기를 큰 며느리가 끄집어낸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영숙은 다리에 힘이 풀려 끝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폭탄을 던지고 난 현서가 마침내 밖으로 나가자 도하가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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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까지 나도 같이 갈게.”

오전에는 중요한 일정들로 빡빡한 걸 아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남편을 현서는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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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오빠, 그냥 박 기사님이랑 갈게요. 오빠는 출근이나 하세요.”

현서는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을 보이고 싶어 좋은 목소리로 도하의 말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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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도착하면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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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오늘은 그냥 있을게요. 나중에 연락해요.”

현서의 거절에 도하는 굳은 얼굴로 현서의 손을 잡았다. 느낌이 자꾸만 이상했다.

이대로 아내를 보내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시 설득하여 붙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왜인지 자꾸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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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빨리 부모님이랑 이야기하고 서초동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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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력하지 마세요. 이혼 신고되면 문자나 주세요. 저 전화 꺼놓을 거니까 그런 줄 아시고. 문자는 가끔 켜서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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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차의 뒷문을 연 도하는 넋이 한참 나간 얼굴로 현서를 보았다.

이제 세상에 하나 남은 제 편인 현서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내와의 거리는 이미 까마득했다.

머릿속에선 오늘이라도 당장 출근하면 채 회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라도 빨리 분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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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모처럼이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인사를 들은 현서는 도하를 향해 현재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차에 올랐다.

헤어지는 이 순간에도 도하에게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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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도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앞으로 꼭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세요. ”

도하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현서는 그대로 차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고는 서서히 차를 출발시킨 박 기사를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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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죄송하지만, 서초동이 아니라 저희 친정집으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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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지만 상무님께서 서초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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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저희 엄마 집으로 가요. 제가 도하 씨에겐 나중에 얘기할게요.”

아내를 태운 차가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도하는 차가 골목을 돌아 모습을 감춘 뒤에야 대문으로 향했다.

화가 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간 그는 곧장 거실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던 영숙에게 시선을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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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게 어머니의 본색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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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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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없는 동안 현서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셨던 거예요?”

가뜩이나 씩씩대고 있던 영숙이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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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르게 현서를 괴롭혀 오셨어요? 그래서 저 사람이 제 발로 걸어나가게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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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저것이 네 어미한테 막말 퍼붓는 꼴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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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착한 여자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대답은 듣지 않아도 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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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얘가, 듣자 듣자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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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머니라도 저 사람한테 함부로 하는 거, 저 용서 못 합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저 사람 다시 찾을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도하는 마지막 말은 냉정할 만큼 싸늘하게 내뱉고는 놀란 친모의 얼굴을 외면하며 제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며느리에 이어 아들에게까지 연이어 안 좋은 꼴을 당한 영숙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

북적거리는 대기실과는 별개로 진료실은 힘찬 아기의 심장 소리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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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심장도 잘 뛰고 있고요. 그런데…….”

초음파를 보던 의사는 왜인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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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기 중심부 잘 나오게 찍어주세요. 시어머니에게 아들인 거 잘 보여드려야 하거든요.”

혜미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의사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입체 초음파 사진을 찍으러 아침도 못 먹고 일찍부터 서둘러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아기의 성별을 보다 더 잘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 가 시어머니 영숙 앞에 내밀어야 했다.

지난 초음파에서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숙에게 달려가 임신 축하 선물을 받아냈었다.

그동안 눈독만 들이고 들였던 에르메스 버킨백을 영숙에게 받아내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무려 악어가죽으로 된 백이었다.

이번엔 사진까지 가져가 보여주면서 아부 좀 떨면 또 콩고물이 떨어질까 기대하고 있었다. 가볍게 샤넬 크로스 백을 사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초음파를 마치고 나와 부부는 주치의와 마주 앉았다.

왠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던 의사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는 혜미를 향해 사진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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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주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네요. 그리고 아기 옷은 분홍색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혜미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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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선생님, 무슨 색이요?”

혜미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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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의사의 말에는 관심도 없이 사진만 뚫어져라 들여다보던 주혁도 의사의 말을 얼핏 알아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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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사진에서 어디가 소중이인지 좀 알려 주세요. 우리 엄마한테 설명해 줘야 하거든요.”

주혁의 말에 의사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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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러니까, 태아는 예쁜 공주님입니다. 요즘엔 딸도 좋아들 하시던데…….”

의사의 말에 혜미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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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생님, 먼저는 아들이라고……. 분명 아들이라고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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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도 있습니다. 다음에 오실 때 또 확인해보겠지만 이제 반전은 없을 것 같네요.”

진료실을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들이라고 얼마나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를 치고 다녔는데 이제는 영숙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울상을 잔뜩 지으며 혜미는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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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어떻게 해. 어머니한테 뭐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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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딸도 좋은데. 너 닮으면 예쁠 거야. 헤헤. 그치?”

주혁의 푼수 없는 말에 혜미는 기가 막혔다. 자기 엄마가 손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린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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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들이 좋아서 그래? 어머니가 아들 아들 하시니까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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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내가 엄마한테 말할게.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내가 말하면 엄마도 아무 소리 못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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