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이혼하고 싶어요. (6/92)


#6. 이혼하고 싶어요.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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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는 마주 앉은 현서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앞에 놓인 차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부부의 방 한편에는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지만 이렇게 마주 앉은 적은 좀처럼 없었던 것 같다.

현서는 가만히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최종 선고만을 앞두고 무어라 내뱉을지 말을 고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망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번 뱉어내고 나면 이후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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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하고 싶어요.”

그러나 달리 고를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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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잠잠하게 듣고 있던 도하는 순간 눈썹을 치켜 올렸다.

잠깐동안 무언가에 얻어맞은 사람처럼 눈앞이 흐려지는 듯했다. 아내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아는 이혼이라는 단어에 다른 뜻이 있던가.

그만큼 현재의 아내에게서 절대 들을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낯선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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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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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들었어요? 이혼하자고요.”

당황함이 무색하게도 아내는 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혼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현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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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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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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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도하는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이유가 없을 리가 만무했다. 무슨 특별한 사건이라도 있는 게 분명했다.

도하는 추측을 해보려 애썼다. 그동안 숨 막히는 재벌 집안에서 살아왔음에도 잘 감내하던 여자가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지.

이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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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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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요? 솔직히, 무슨 일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집이죠.”

그 말에 도하는 할 말을 잃었다.

항상 무탈한 일상을 사는 것처럼 말해왔던 아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가.

그동안 현서가 집안 사정을 시시콜콜 말해주지도 않았었지만, 말을 하더라도 좋은 쪽으로만 말해주곤 했다.

늘 밝은 얼굴로 현서는 어머님이 잘해주신다, 잘 지낸다, 아들에겐 살갑지 않아도 며느리랑은 대화도 많이 하신다, 하는 등의 말로 그를 안심시켰고 그래서 그는 안심했다.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채 회장님의 핏줄이었던 탓인지 무엇 때문인지,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큰아들을 어려워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그 앞에서는 당연히 그의 아내에게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던 건가.

문득 얼마 전 보았던 날카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번쩍 떠올랐다.

그게 일시적인 갈등이 아니라 일상이었다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질 것 같았다.

해외 지사에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집안 분위기가 왠지 이상해져 있는 걸 발견하곤 기분이 묘하긴 했었다.

어머니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갈등을 빚게 된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게 사실이라 해도 워낙 속 깊은 여자라 제 어머니의 흉은 남편 앞에서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너무 아무것도 몰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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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은…….”

그간 너무 안일했던 걸까.

이현서가 이런 제 집에 시집을 와 주었기에, 이현서가 그녀의 친정어머니를 닮아 구김살이란 없는 여자였기에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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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라는 말을 꺼낼 만큼 오늘 널 힘들게 한 일이 있었냐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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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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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신경 잘 못 써줬다는 거 알아. 나 역시 서하를 잃은 충격에 너를 잘 돌보지 못했지.”

서하를 잃은 후 부부의 삶은 당연히 피폐해져 있었다.

아무리 외유내강인 여자였어도 자식을 잃은 어미가 되면 평범한 일상조차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는 거니까.

그런데 시댁 식구마저 힘들게 했다면 그건 악몽 같은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올 거란 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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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일만이 문제였나요. 오빠는 늘 그랬죠. 처음부터 나한테 관심 가진 적이나 있었나요.”

아내의 목소리가 조금은 격앙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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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오빠한테 관심 끌래요. 그러니까 오빠 아내 노릇도 그만두려고요.”

멍하니 앉아 있던 도하는 인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현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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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오빠는 내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가진 것도 많고 멋진 사람이니 오빠 아내 노릇을 해줄 여자들은 줄을 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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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이렇게 날 선 모습의 이현서는 처음이라 도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몇 년간 무난한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믿고 있었다. 항상 온화하고 이 집 식구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아내였으니까.

이런 대화라니. 도무지 실감 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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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심 내가 오빠 곁에서 떨어져 나가주길 바라는 여자들도 많을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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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 아기 낳고 산 사이야.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가볍게 할 사이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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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 바닥을 아직도 몰라요? 별 볼일도 없는 여자가 분에 넘치는 집안에 시집와서 진성 그룹 차기 안주인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내 앞에서 대놓고 쑥덕이던 사람들도 많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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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그따위 소리를 해!”

도하가 매서운 얼굴로 외쳤다.

현서는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그녀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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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런 수준 낮은 여자가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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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애도 쉽게 시집갈 수 있는 집안인 줄 알았다면 우리 딸도 들이밀어 볼 걸 그랬어.’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큰소리로 쑥덕이던 사람들의 말을.

시모 영숙이 알게 모르게 그들 앞에서 큰 며느리를 무시하기도 했기에 남들도 더 만만히 봤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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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멀리 갈 것도 없어요. 당장에 어머님부터도 내가 나간다고 하면 서류 정리된 바로 다음 날부터 오빠 맞선 약속 잡으실 거예요.”

도하는 현서가 내뱉고 있는 말들이 혼란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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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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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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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너랑 이혼할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그런 일도 없을 거야.”

현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남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왜 이렇게까지 이 결혼을 끌어가려 하는 걸까.

이제 부부의 분위기도 결코 예전 같지 않은데 말이다.

과거에 엄마랑 한 약속 때문이라지만 아직까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엄마는 이미 이 땅에 없는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는 건 알겠다. 오히려 장모님이 돌아가셨기에 미안함에 더욱 그 책임을 다하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때 그 우직함에 반한 적도 있었지만 전부 소용없는 감정들이었다.

이렇게 속이 곪고 있는데 다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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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 인제 그만 해요. 저 정말 지쳤어요.”

어찌 되었든 아기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절대 보내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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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있으면 서하 생각이 더 많이 나서 힘들어요.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당황하면서도 완고했던 도하의 표정이 조금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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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몰라도 서하의 이야기에 대해선 그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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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채도하의 아내가 아닌 이현서로 돌아가서 새 인생 다시 꾸려볼래요.”

말문이 막힌 도하도 잠시 생각에 빠진 듯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넋을 놓은 듯 멍하니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무심하기만 했던 그가 모처럼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다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같았을 뿐.

무거운 침묵 끝에 그가 다시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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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러는 거, 너무 갑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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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생각보다 갑작스러운 이혼들도 많아요.”

단단한 벽에 가로막힌 듯 그는 갑갑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화가 난 듯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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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우리에게 이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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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정은 변하지 않으니까 오빠도 빨리 납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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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납득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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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숨을 끝으로 현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더는 여지가 없는 모양새로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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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도하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방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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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는 잠을 설치다 새벽에 깨어났다.

이미 잠은 다 달아났고 정원에 나가 단추 밥이나 줄 생각으로 침대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자 이른 아침부터 영숙이 나와 있었다.

그녀는 웬일로 단장도 하지 않은 채로 머리도 질근 동여매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럼 배럴에 숙성한 커피의 우아한 향이 자신의 고급 취향에 맞는다며 요즈음 그 커피만 고집하며 먹고 있었다.

고급 취향은 개뿔. 본래는 마시는 거라곤 그냥 소주를 제일 좋아하고 커피도 커피 맛은 잘 모르니까 그냥 비싼 종류들 중에서 그나마 입에 맞는 커피들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집에서 먹는 커피란 커피믹스만 마셨다. 일부 사모님들과 나가서 마지못해 마시고 들어오면 항상 쓰고 맛없는 커피를 우아한 척하고 들고 있다고 욕을 한바탕 하며 달달한 커피믹스를 찾았었다.

사기를 당한 이후론 한동안 술만 먹으면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는 탓에 채 회장님이 집에서 술을 금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영숙이 대체재로 찾은 것이 럼 향이 강하게 나는 럼 배럴 숙성 커피였다.

그런데 왜 이 새벽부터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담.

분명 어젯밤 뛰쳐나갔다가 아들과 함께 들어온 며느리를 잡도리하지 못했으니 아들 자는 동안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리라.

얼마나 약이 올랐으면 화장도 안 하고 봉두 산발을 한 채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걸까.

현서는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칠 새라 다시 2층으로 몸을 돌렸다. 차라리 어색해진 남편과 마주치는 게 나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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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어제 어디 갔었어?”

그러나 발을 떼기가 무섭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현서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소파에서 튕기듯 일어난 영숙이 다가오고 있었다. 커피 잔을 던지든지 아니면 주먹으로 때리기라도 할 기세였다.

서슬 퍼런 저 눈빛을 보니 홑몸이 아닌 지금은 아무래도 피하는 게 상책일 거 같아 현서는 도망치듯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해 발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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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 듣지도 않고 올라가?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빠르게 쫓아온 영숙이 2층으로 올라가는 현서의 옷을 기어이 휙 잡아챘다.

순간 현서는 기우뚱하면서 계단을 구를 뻔했다. 깜짝 놀란 현서가 벽을 짚고 중심을 잡았다.

현서는 영숙의 손을 탁 쳐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영숙이 눈을 치뜨고 자기 손을 쳐낸 현서를 황당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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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이 시어머니를 쳐? 네가 그러고도 며느리야?”

영숙은 그 와중에도 자기의 화를 풀지 못해 현서를 향해 억지 소리를 해 댔다. 넘어질 뻔한 현서는 순간 본능적으로 배 위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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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 하마터면 굴러떨어질 뻔했잖아요.”

여기서 넘어져 굴렀으면 배 속의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다. 아찔해서 온몸에 소름이 확 올라왔다.

그렇지 않아도 도하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하고 난 지금, 무어라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에 젖어 있는데 시어머니 영숙의 화풀이는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딱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 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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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이잖아! 너 어제는 도대체 뭐야?”

속도 모르는 시모가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 집구석을 떠나기로 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이 면상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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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을 그렇게 엎어놓고 나갔다가 태연하게 들어와?”

그런 그녀에게 현서는 꽤 차분한 얼굴로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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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은 어머님이 엎어놓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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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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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깨부수는 건 어머님 몫이었지, 제가 한 번이라도 엎은 적이 있었나요? 전 늘 치우고 수습만 했는데요.”

그동안 지금까지 성격을 죽이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어차피 떠날 집구석, 내 성격대로 하고 살다가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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