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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곤란하게 됐군.."
철교에 남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 처했던 경철과 유현은 그때로부터 만 하루의 시간이 지
났음에도 아직까지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목숨만 살아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한없이 어두운 미래밖에는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거의 전부 사용해 수만의 불사병에게서 시간을 끄는데 성공한 경철은 그
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자마자 유현을 데리고 끊어진 철교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론 철교의 밑에 존재하는 아득한 낭떠러지에 몸을 날린 것은 아니었다.
철교에서 뛰어내리기는 했지만 자살에 가까운 추락 행위가 아니라 철교의 밑으로 들어가
기 위함이었다.
유현을 품에 안은 채 철교의 밑에 자리를 잡은 경철은 그대로 마지막 남은 능력을 이용
해 철교와 자신의 손을 부착시켜 지면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철교의 위에 수십수백 개의 시끄러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힉..!?"
"쉿..."
그 우당탕당 시끄러운 발소리에 몸을 움찔거리며 기성을 울리려는 유현의 행동을 막듯
경철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런 시끄러운 발소리 속에 유현의 목소리가 세어 나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상 이런 만약의 경우가 자주 발생한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주의
는 해두어도 손해는 없었다.. 아니 아마 필수로 해두어야 할 요소라고도 할 수 있을 것
이었다.
어찌 됐든
경철의 노림수는 이대로 철교 밑에 몸을 숨긴 채 저 수만의 불사병들이 이곳에서 떠나가
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먹이가 없는 이곳에 굳이 불사병들이 머무를 이유는 없을 터였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
로 이곳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런 경철의 예측이 너무나도 무색하게 불사병들은 철교의 위에서 떠날 생각이 없어 보
였다.
처음과 같이 시끄러웠던 발소리는 조금 조용해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철교
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인지 여전히 신경이 쓰일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렇게 만 하루가 지나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쉴 새 없이 철교의 위에는 불사병들
이 요란하게 돌아다니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강화된 육체로 인해 경철 자신은 이 이 자세로 하루나 이틀 정도라면 너끈히 버텨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먼저 앞서간 그와 그녀 그리고 할배와 자드와의 합류가 대폭적으로 늦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늦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라면 아예 합류하지 못하고 그들이 모든 일
을 끝내고 올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거기에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이 상태로 너끈하게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목에 양팔을 감싸 안은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한 상태의 유현은 언제 한계에 봉착할지 모를 일이었
다.
일단 떨어지지 않게 자신이 적당하게 한 손으로 그 몸을 받치고 있기는 하지만.. 유현
이 몸에서 힘을 빼면 이런 불안정한 자세에서 한 손으로 유현의 무게를 커버하는 것은
무리인 일이었기에 유현의 힘이 빠지는 순간 자신도 그것에 말려들어 더욱 힘이 들 수밖
에 없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무척이나 곤란했다.
이제 와서 유현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이대로 철교 위에 기어 올라
가자니 우글우글한 불 사병들 매개체(암석)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물론 매개체가 있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쳐도 저 대군의 수를 상대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무리였다.
"정말 곤란하게 됐군.."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린 경철은 두
번째의 말을 작게 토해냈다.
"미안.. 나 때문에"
경철의 목에 양팔을 두른 상태인 유현이 경철과 같은 작은 목소리로 사죄의 말을 날렸
다.
"너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그래도... 저기.... 여기까지 살려준 사람한테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정 안된
다 싶으면 버려도 되니까."
"버릴 생각은 없다. 너를 버린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별반 달라질 건 없으니까 말이
야... 그것보다 그런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보다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가 있거나 능력 같은 게 있다면 그런 걸 알려주는 쪽이 내 개인적 입장에서는 더 도움
이 될 것 같다만?"
"아이디어라고 해도.. 나 자랑은 아니지만 별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야. 학창시절에
도 뒤에서 5번째 정도였고.. 거기에 내 능력이라고 해봤자 환상을 보여주거나 페로몬
을 뿌려서 유혹하는 정도의 능력밖에는 없어.. 지금 상황에서는 하등 쓸모없는 능력밖에
는 없는 데다가 그런 쓸모없는 능력도 정기가 부족한 지금은 사용조차 할 수 없고..."
유현은 자신이 말하고도 너무나 쓸모없는 자신의 스펙에 좌절한 듯 힘없이 고개를 떨군
채 자괴감에 빠졌다.
"우와.. 애초에 알고 있었지만.. 나 정말 쓰레기네...."
유현은 공허한 눈으로 철교의 한쪽 면을 지긋이 바라본 채 자신의 무력함을 곱 씻었다.
"환상이라... 그건 어떠한 능력이지?"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비하하는 유현과는 달리 경철은 유현의 능력이 흥미로운듯한 태도
를 보였다.
"그냥 이름 그대로야.. 환상이나 환영 같은 실체하지 않은 영상을 보여주는 능력이
야.. 굳이 비교하자면 최면 같은 느낌일까?"
"범위는?"
"최대 5미터 정도 알려나..?"
"보여줄 수 있는 건 네가 마음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건가?"
"그야 어차피 환상이니까 웬만한 건 다 가능하긴 한데..."
자세하게 자신의 능력을 묻는 경철이 의아한 듯 유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어째서 경철이 자신의 능력을 이리도 자세하게 묻는지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그 능력을 저 녀석들에게 써본 적 있나?"
경철은 고개만을 들어 올려 여전히 시끄럽게 철교를 울리고 있는 장본인들을 가리켰다.
"좀비들에게는 안 통했으니까 저 녀석들한테도 안 통하지 않을까?"
"실제로 써본 적은 없다는 건가... 그러면 좀비들에게 안 걸리는 이유는 알고 있는 건
가?"
"그야 좀비들은 이성이 거의 없다 싶이 하니까. 최면에 걸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좋아.. 어느 정도 활로가 마련됐군."
유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경철은 호전적인 미소를 띠었다.
너무나도 긍정적인 그 모습에 유현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채로 어? 어? 하는 영
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경철에게 설명을 요구하는듯한 시선을 보냈다.
"뭐.. 간단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좀비 녀석들은 최면이 통할 정도의 지능이 없어서 걸
리지 않지만.. 위에 있는 녀석들은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진
저 녀석들의 경우 통할 확률이 몹시 높다는 거지. 즉 너의 능력은 지금 상황에서는 굉
장한 능력이라는 거다."
경철의 말대로 일반 좀비와는 다르게 불 사병들의 경우 인간일 적보다는 떨어지긴 하지
만.. 상황을 판단하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지능은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좀비들과 같이 소리로 유인한다거나 움직임으로 유인한다거나 하는 고식적인 수
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고.. 심지어 협공을 하거나 목표물을 함정에 빠트리거나 하는
등의 영악함도 갖추고 있어 좀비들보다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지능으로 인해 이 사태를 빠져나갈 수 있는 활로가 마련될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 활로는 다름 아닌 유현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저기.. 능력을 칭찬받아서 기쁘기는 한데. 문제가 있어.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무슨 문제지?"
"능력을 사용하려면 정기가 필요한데. 지금 내 목숨을 유지하기도 빠듯한 정기밖에는 없
어..."
유현은 복잡한 얼굴로 답했다.
전 날 경철과의 키스로 흡수한 정기가 다였다.
그리고 그 양은 능력을 사용하기는커녕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조차 아슬아슬할 정
도의 극 소량이었다.
"보충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입맞춤을 하면 채워지는 거지?"
"채워지기야 하는데.. 능력을 사용할 정도로 채우려면 만 하루 정도는 키스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효율이 안 좋아."
"제법 오래 걸리는군..."
경철은 미간에 주름을 만든 채 작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도 하루라는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하루의 격차가 더 생기는 것도 문제였지만..
애초에 24시간 동안 입을 맞추고 있는 것 자체도 상당히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물론 경철의 경우 괜찮았지만 유현의 경우에는 애초에 이런 자세에서 키스를 한 상태로
24시간 버티는 것 자체가 무리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아주 잠깐 고민을 했지만 대를 위해 소를 버리기로 단번에 결단을
내렸다.
"좋아.. 그럼 지금 바로 교접하도록 하자."
"하..? 교접..?"
익숙하지 않은 말에 유현은 경철이 내뱉은 말을 되새기듯 중얼거렸다.
"즉... 섹스다."
"하..!?"
너무나도 직설적인 말에 놀란 유현이었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잘도 이런 상황에
서.. 한 손으로 철교의 밑에 매달려 있는 경철은 물론이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 목
에 양손을 꽉 두르고 있는.. 어떻게 봐도 제대로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서 섹스를 하자고 하는 경철의 돌발적인 말이 더욱더 놀랐다.
"쉿.. 너무 목소리를 높이지 마 마라."
경철은 생각 이상으로 큰 목소리를 낸 유현을 나무라면서 불사병들이 자신들을 눈치챈
게 아닌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위의 상황을 살폈다.
"미, 미안... 아니 그래도 너무 터무니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
라는 거야?"
만약 안전한 상황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은 유현이었지만.. 자칫하면 까마득한 높
이에서 낙사해 골라 가버릴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자세와 상황 속에서 아무리 궁한 유현
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사절하고 싶었다.
"뭐 걱정하지 마라.. 너는 내 몸을 꽉 잡고 있으면 될 일이니까. 그러니까 목에 힘
꽉 주고 있어라"
경철은 몹시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유현의 허리에서 손을 때어냈고.. 받쳐주던 경철의
팔이 때어내짐에 따라 자신에게로의 부담이 늘어난 유현은 서둘러 경철의 목을 조를 기
세로 꽉 껴안았다.
그리고.. 유현의 허리에서 손을 땐 경철은 그 커다란 손으로 유현의 바지 단추를 능숙
하게 풀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자, 잠깐..!? 진짜로..!? 진짜로 여기서.. 이런 위험천만할 자세로 할 생각이야!?
아니 무리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 아니 아니! 벗기지 마! 바지 벗기지 말라
고!"
양손을 때어놓는 순간 추락할 것은 안 봐도 뻔한 미래였던지라 유현은 아무런 저항도 하
지 못한 채 그저 경철의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처럼 부정의 의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그러나 경철은 그런 유현의 말을 무시하듯 담담히 바지를 벗겨냈다.
"그, 그렇다면...!"
이대로는 경철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유현은 자신의 성별을 반전시켰다.
아담하고 귀여운 여성의 몸체에서 조금 믿음직하지 못한 체격의 중성적인 남성의 모습으
로 변화했다.
"이래도 할 거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채 유현이 말했다.
"뭐..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겠지. 남자를 안는 것은 처음이
라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경철은 남자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한 유현의 바지를 여실 없이 내린 채 여전히 덤
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진짜로..!? 진짜로 할 거야!? 남자대 남자인데!? 아니 잠깐.. 벗기지 마.. 팬티
를 벗기지 마! 내, 내리지 마! 당신 지퍼를 내리지말라고오오오!"
큰소리로 외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유현은 눈물을 흩뿌리며 경철의 귓가에 대고 사정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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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약
유현: 남자인데도 진짜로 할꺼야!?
경철: 몬다이나이
2017년 첫날은 섹기담당 경철과 함께!
여러분 새해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