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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하지만 그 순간..
[뷰우우웅시이인]
죽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던 자드의 두 눈동자가 번쩍 떠지며 자
신을 향해 손톱을 꽂아 넣으려는 실메리아를 업신여기듯 쳐다보며 그 거대한 턱을 열어
입안에서 무엇인가를 거칠게 내뱉어냈다.
"큭!?"
갑작스럽게 자드의 입에서 튀어나온 물체를 회피하기 위해 급하게 자신의 몸을 틀려고
하던 실메리아 였지만 회피하는 것보다 먼저 튀어나온 물체가 헬멧과 어깨에 직격했다.
자드가 내뱉어낸 것은 다름 아닌 할배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팔' 이었다.
아직도 열기를 머금고 있는 피가 잔뜩 묻어있는 할배의 팔..
할배가 돌바닥에 깔리기 직전 자드의 입속에 넣어놨던 팔이었다.
그런 할배의 팔.. 정확하게는 그 안에 들어있는 피는 다름 아닌 '독'
그렇다.
물체를 단숨에 녹여버리는 독
할배의 팔은 그 독이 가득 들어차있는 일종의 독주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그 독주머니가 직격한 어깨와 헬멧은 그 독의 효능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순식
간에 녹아내렸다.
"자드 해라"
시체라고 생각했던 할배 역시 어느새 초점이 돌아온 눈동자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
고.. 실메리아의 방호복이 녹아내리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와 함께 자드의 입에서 무색의 액체가 실메라아를 향해 뿌려졌고 그것은 녹아내려 드
러난 실메리아의 새하얀 어깨와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의 부위에 뿌려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치익 하는 타는 소리와 함께 그 부위에서 새하얀 연기가 올라왔고 실메리아는 고막을 찢
어 발길 듯한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미친 사람처럼 그 고통을 해소하려고 하는 듯 온몸을 거칠게 털어내며 주변을 파괴하며
난동을 피우는 실메리아
그런 실메리아를 보며 할배와 자드는 즐겁다는 듯 삐뚤어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상 최강의 사망 연기자인 나의 연기가 어떠냐! 허허허허!"
[지상 최강의 사망 연기자에게 지도 받은 나의 연기가 어떠냐! 카카카카카!]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실메리아를 보며 두 사람은 유쾌한 웃음소리를 흘리면서도 그 괴
로워하는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이 담긴 두 눈동자로 그 괴로움 하나하
나를 자신들의 각막에 새겨 넣었다.
[좀 더! 좀 더! 괴로워하라고 망할 년아! 좀 더 몸부림쳐봐! 좀 더 비명을 내질러봐!]
"꼴좋구나! 그 이쁜 얼굴도 마음처럼 추악하게 일그러진 게 아주 가관이야!"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계속해서 품고 있던 복수심을 불태우
며 진심으로 실메리아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겼다.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메리아가 괴로워하고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간절히 바
라고 있던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눈앞의 펼쳐지는 광경은 꿈에서 몇 번씩 본 그 모습
그 자체였다.
달콤한 물건에 달라붙은 개미 떼와 같이 자신들의 독이 점차 퍼져나가 실메리아의 몸을
녹이는 그 모습.. 일반적인 감성으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장면..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장면보다도 통쾌하게 속 시원하고 즐거운 장면이었
다.
"벌래새끼들이이이이이이!!"
그러나.. 실메리아는 자신의 몸을 좀먹는 독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불태웠다.
그런 실메리아가 취한 행동은 상당히 맛이 갔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실메리아는 자신의 녹아내리는 어깨 부분을.. 거칠게 뜯어 내버렸다.
뼈가 붙은 고기를 이로 뜯어내는 것 마냥 아주 간단하게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
기 위해 그대로 자신의 어깨를 뜯어냈다.
그리고 다음은 안 그래도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녹아내리고 있는 자신의 추악한
얼굴 부분을 단숨에 뜯어내 바닥에 내팽개치듯 내던졌다.
"하아..하아...아파...아파아아아아.. 망할새끼들아아아아아아아!"
어깨채 뜯어내려 피와 살과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얼굴의 한쪽 면은 살점과 근육
을 전부 때어내버려 뼈가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적인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메리아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두 다리를 지면에 고정시킨 채
할배와 자드에게 불타는 살의가 담긴 두 눈으로 두 사람을 찢어 발길 듯 노려봤다.
"너,너희는...절대로 죽일꺼야...! 갈기..갈기갈기갈기갈기갈기갈기...찢어죽일꺼야.죽
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추악한 몰골로 자신의 마음속에 들끓는 추악한 면을 완전하게 드러낸 그 모습은 그야말
로 괴물이었다.
외관도 마음도 추악하기 짝이 없는 살의와 적의밖에 남지 않은 괴물이었다.
"주,죽인다..죽인다아아아아아아!!"
정신력을 아득하게 초월한 고통으로 인해 이성의 대부분이 날아가 적의와 살의만이 남
은 실메리아는 무릎에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할배와 자드를 죽이려는 그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기어서라도 할배와 자드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뱀과 같이 몸을 거칠게 흔들며 움직이
지 못하는 할배와 자드와의 거리를 조금씩 조금씩 줄여갔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까진가 보군."
마지막 히든카드조차 실패하고 더 이상은 움직일 수도 없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을 최
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할배는 상당히 침작한 목소리로 말했다.
[...................]
할배의 침작한 목소리에 얼굴을 굳힌 자드는 입을 다문 채 자신을 조용히 올려다보는 할
배를 바라봤다
"자드? 알고 있겠지?"
[아아.. 알고 있어.]
"그래.. 그러면 된 거다. 저 빌어먹을 년이 죽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저 정도 처참하게 망가진 것 정도면 저승 가는 기념 정도는 되겠지."
쓴웃음을 지은 할배는 조용히 자신의 두 눈을 감았다.
그 얼굴에는 처절한 미소도 그렇다고 분노도 살의도 적의도 아무것도 없는.. 모든 것
을 초탈한듯한 표정이었다.
"자드.. 이제 이별이다. 뒤는 너에게 맡기마."
[그래....]
"그럼.... 다른 녀석들에게도 안부를 전해다오."
[알았어....]
"그럼.. 잘 있어라 자드.. 제법 즐거웠다."
그것이 할배가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이 됐다.
그 직후
할배의 머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머리의 행방은 다름 아닌 자드의 입안..
즉 할배의 머리를 통째로 자드가 먹어 치워버린 것이었다.
[나도 빌어먹게 즐거웠다고...]
할배의 머리를 통째로 집어삼킨 자드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슬픔이 담긴 낮
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인다...! 죽인다!!! 빌어먹을 악어 새끼도..! 빌어먹을 늙은이도 죽인다!!!"
그러나 할배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실메리아는 자드에게로 기어 오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외쳤다.
[그래.. 아직 할 일이 남았지.]
아직 슬퍼할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자드는 조용히 눈동자를 돌려 자신들이 죽여야 할만한 그 존재를.. 반쯤 망가져버린 그 흉측한 몰골의 존재를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봤다.
[마지막 작업을 하자. 할배]
그렇게 중얼거린 자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자드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머리밖에 존재하지 않은 자드의 몸..
하지만 그 몸 밑 쪽에서 빠르게 몸의 일부분이 일렁거리듯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실을 천으로 만드는 작업처럼 그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머리 밑으로 목이 만들어졌다.
그 이후는 차례대로 어깨와 가슴 팔 복부의 상반신에서부터 그 밑의 고간과 다리.. 그
리고 꼬리 등이 차례대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분도 되지 않은 시간
머리밖에 없던 자드는 완벽하게 이족보행이 가능한.. 인간에 거의 가까운 몸으로 변화했다.
"어색하네."
악어의 머리와 인간형태의 몸을 갖춘 자드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2미터가량 되어 보이는 신체와 경철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넓은 어깨와 단련된 듯 보이는 근육들..
악어의 머리와 꼬리 그리고 그 근육들을 감싸고 있는 육각형의 비늘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완전하게 다른 생물체
파충류의 머리와 꼬리 그리고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상상이나 공상 속에서 나 등장하는 종족
이 모습이야말로 자드의 진짜 모습..
리자드맨(파충류인간)으로서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할배가 살아있을 때는 이런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자드였지만 예전 실메리아게 처
참하게 당해 할배가 죽은 것을 계기로 몸의 주도권은 할배가 아닌 자드에게로 옮겨져 갔다.
원래대로라면 할배가 죽은 순간 그 몸을 먹어치우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만 자드는 자신의 몸을 재생시키는 대신 할배의 몸을 재생시켰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한가지 목적만을 위해 같이 달려왔던 파트너를 그대로 보내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자드는 상당히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할배의 의식을..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고깃덩어리라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 육체에 억지로 매달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생과 사를 억지로 거스르는 짓이었기에 상당히 무모한 방법이었기에 그 탓에 자드는 자신을 재생하는 데는 일체의 힘도 사용하지 못한 데다가.. 이 방법으로는 평생 갈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실메리아가 죽는 그 순간까지는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시키고 싶었다.
그토록 괴로운 마음을 품은 채 달려왔는데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게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실메리아와의 마지막 결전까지 유지해왔지만..
방금 전 할배는 완전하게 죽어버렸고 더 이상 할배를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없어져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몸의 형태로 재생되어 버린 것이었다.
자드는 오랜만에 자신의 의사로 움직이는 몸을 어색하게 움직이다.. 문뜩 자신을 놀란 두 눈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굳어진 실메리아의 탁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아...아아....! 아아아아...!"
반쯤 이성을 잃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게 이성을 날려버린 것은 아닌 모양인지 실메리아는 단번에 자신이 불리하게 된 상황을 깨닫고 두려움에 물들어버린 목소리를 흘리며 허겁지겁 등을 돌려 자드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실메리아의 기어가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바닥을 기는 벌레와 같은 그 모습으로는 안간힘을 써도 자드와의 거리를 벌리는 것은 고작 몇십 센티 정도뿐이었다.
"하! 어딜 도망가는 거냐? 망할 년아? 이쪽은 아직 볼일이 안 끝났다고?"
그렇게 말한 자드는 2미터 가까이 있는 커다란 신체를 천천히 움직여 단번에 실메리아가 온 힘을 다해 벌어 놓은 거리를 단박에 줄여 바로 그 등 뒤로 이동했다.
"할배.. 빌어먹을 저승에서 잘 보고 있으라고?"
자드는 파충류 특유의 흉측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 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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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년도안에 완결은 무리였나보네요 ㅠㅠ
얼마 안남았는데...
거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할배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