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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67화 (26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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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나 보네."

할배와 자드에게서 거리를 벌린 장소에서 실메리아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허허! 설마 나중에 싸우자!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뭐 놓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손목에서 피를 뚝뚝 흘려 지면을 녹여가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다가가던 할배와 자드는

잔혹한 미소를 띤 채 실메리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만약 도망갈 기세를 보인다면 단번에 뛰어가 그 옷을 녹이고 몸을 녹여버리는 독을 주입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망? 이 내가? 최강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진조 흡혈귀인 내가.. 너희 같은 벌레

에게서 도망친다고?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벌레들이 너무 기어오르네!"

비록 헬멧으로 얼굴이 가려져 그 표정은 할배나 자드에게는 보이고 있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실메리아가 두 사람에 의해 얼마나 많은 분노가 쌓였는지 알 수 있

을 정도로 그 목소리에는 듣는 이를 섬뜩하게 만들 정도의 노기가 담겨 있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할 거지?"

[최강의 괴물이라면 이리 와서 내 모가지를 따 보던가?]

그러나 생리적으로 공포를 야기하는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에도 두 사람은 전혀 주눅 들

지 않은 모습으로 오히려 그런 실메리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조롱의 소리를 토해내며

도발했다.

"그래! 그럼 원하는 대로 그 모가지를 따줄게.. 흔적이 남아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외친 실메리아는 자신의 바로 앞 지면에 자신의 오른손을 박아 넣었다.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돌은 실메리아의 무식한 힘에 의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 내부에 침입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실메리아는 지면에 손을 박아 넣은 상태에서 팔에 힘을 주어 그대로 바닥째로 뽑아낸

뒤 그것을 거침없이 피를 흩뿌리며 다가오는 할배를 향해 내던졌다.

"자드!"

무식한 힘과 속도로 날아오는 바닥에 할배는 자드의 머리를 들어 올리며 그 이름을 외쳤

고.. 자드는 자신의 턱을 한계에까지 벌려 날아오는 돌을 그 단단한 이빨과 턱으로 씹

어 발겨 분쇄했다.

하지만 바닥은 그 직후 계속해 날아왔다.

바닥을 분쇄하자마자 날아온 또 다른 돌바닥에 대처하지 못한 두 명의 몸과 한평 크기

의 돌바닥은 그대로 충돌했고 그 탓에 할배의 가볍디가벼운 몸은 돌에 담긴 운동에너지

에 말려들어 돌과 같이 수 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어이 할배! 일어나! 빨리! 일어나!]

할배가 자드의 몸을 감싼 형태로 끌어안은 탓에 자드 자체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끝났지만 무식한 힘이 담긴 돌바닥에 직격한 할배의 약하디 약한 몸은 그렇지 않았다.

목과 허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버려있는 상태였다.

그런 할배의 모습은 아이가 관절 인형에 장난을 친 것 마냥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괴하

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조금만 기다려라..."

할배는 꺾여진 자신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은 뒤 힘을 주어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놨

고.. 그다음은 자신의 구부러진 허리를 세차게 뒤틀어 원래의 장소..라고는 할 수 없지

만 적어도 아까처럼 역방향으로 돌아간 상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

다.

그에 따라 재생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 덕분에 할배의 몸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사

태에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재생이 무색하게도 실메리아가 내던지는 돌바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명중률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쉴 새 없이 많은 양의 돌바닥을 할배와 자

드에게로 내던지고 있었다.

[크흑..!?]

결국 그 많은 양의 돌들이 날아온 덕분에 할배가 자드의 몸을 감싸는 것에도 한계가 있

었고 결국 자드의 몸에 무식한 힘이 담긴 돌들이 착탄하며 자드의 몸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자드 괜찮냐!?"

[큭.. 안 괜찮아..! 망할.. 설마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던 방법에 역관광을 당할 줄

은...]

입가와 코에서 피를 흘리며 자드가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차라리 자드의 상태는 경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할배의 경우 자드를 감싸는 덕분에.. 이미 온몸이 돌의 무게와 실메리아가 내던진 힘

에 의해 압사당해버려 머리 외에는 납작하게 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하하하하하! 아무리 불사에 가까운 신체라고는 해도.. 이런 무게에 짓눌린 상태에서

는 재생해봤자 아무것도 못하겠지!"

쉴 새 없이 바닥을 뽑아 내던지던 실메리아는 자신의 예상대로 무게에 못 이겨 짖눌려

진 상태의 할배를 보며 통쾌하다는듯한 웃음소리를 흩뿌렸다.

그 말대로.. 할배는 계속해서 그 위를 짓누르는 무거운 돌에 몸이 깔려버린 채 아무것

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거나 말하거나 하는 것 외에는 무엇인가 하려고 해도 압박해오는 돌의 무게

에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

그리고 그에 따라 할배의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에 한계가

있는 자드 역시 빼도 박도 하지 못하고 움직임이 봉쇄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자신에게 날아오는 돌을 턱과 이빨로 대부분 분쇄한 덕분에 할배와 같이 압사당

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씹어 분쇄하는 수보다 날아오는 수가 더 많았기에 전부

대처하지 못하고 그 몸에 계속해서 대미지가 쌓여만 갔다.

그로 인해 자드의 몸은 그 매끈하게 각져 있던 비늘은 이미 뭉개져버려 그 형태를 알

수 없었고 그 안에 핑크빛의 연분홍색 살점들이 겉으로 노출되고 그 상처 부위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재생을 전부 할배에게 돌리고 있는 덕분에 자신의 몸을 재생하지 못하는 자드의 몸은 점

점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머나? 어머나? 그렇게 나불나불 떠들던 거 치고는 별 반항도 못하고 그런 꼴이 됐

네?"

투석기처럼 돌을 내던지던 실마리 아는 그제야 그 움직임을 멈춘 채 수많은 돌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할배와 자드를 보며.. 방금 전 자드와 할배가 자신에게 했던 것 마냥

그들을 조롱하고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들고 있던 돌을 뒤쪽으로 가볍게 내던졌다.

[마,망할년...크흐으으윽..!]

자드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실메리아를 노려봤지만.. 이내 고통을 참을 수 없는 것인

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눈을 반쯤 감은 채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어이! 자드! 정신 차려라! 자드! 자드! 자드으으으!"

할배가 압박하고 있는 돌더미 속에서 유일하게 무사한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자드의 이

름을 미칠 듯이 불렀다.

[미안... 아무래도 방금 전 당한... 상처가 치명적이었던 모양이야....]

그렇게 말한 자드는 눈동자만을 굴려 자신의 머리에 크게 파여진 상처를 바라봤다.

안의 뼈는 물론이고 내용물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가 그곳에

는 있었다.

"자드! 자드으으으!"

[개 같... 은.... 복수까지... 한 발... 이었는....]

점점 생기가 빠져나는 것 같은 힘없는 목소리로 자드는 중얼거렸고... 이내 그 두 눈

은 힘없이 감겨졌고 더 이상 자드는 눈을 뜨는 것은커녕 숨도 쉬지 않는 것인지 그 몸

은 박제된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자드! 자드으으으으으!'

할배가 격렬한 목소리로 자드의 이름을 토해내듯 불렀지만.. 여전히 자드는 움직이지 않

았다.

"어머나..? 악어 머리는 죽었나 보네. 후후후"

실메리아는 느긋한 발걸음을 그들에게로 옮기며 꿈쩍도 하지 않은 자드에게 시선을 준

채 말했다.

"그럼 다음은 너일려나?"

그렇게 말한 실메리아는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할배를 바라봤다.

"망할..! 이런 망하아아아알! 네년만큼은... 네년만큼으으으으으은!!"

할배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짐승과 같이 울부짖으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실메리아를 죽

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나 그런 행위도 잠시..

"안돼...! 안됀다고오오오오! 이대로.. 이대로 죽을 수 없어어어어어! 안돼! 제발..!

자드! 일어나라! 일어나! 안돼에에에에! 안..안..아아..."

미칠 듯이 울부짖던 할배의 소리는 볼륨을 낮춘 티비와 같이 작아졌고.. 유창하게 외치

던 그 말은 고장 난 음향기기와 같이 같은 말을 어색하게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생기 있던 그 눈동자에서 점차 생기가 빠져나가듯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

고.. 그때쯤 돼서야 고장 난 음향기처럼 반복하던 그 소리조차 그 입에서는 들려오지

않게 됐다.

"..............."

그리고..

할배의 머리가 실을 잃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툭하고 부딪친 채 생기도 감

정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 표정과 초점 없는 눈을 알메리아 쪽으로 향한 채 쓰러졌다.

단번에 조용해진 공간 안..

그저 실메리아의 마른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고 어느 정도 그 소리가 지속되나 싶더

니 이내 그 소리조차 사라졌다.

"흐음.. 너무 어이없게 죽어버렸네."

할배와 자드에게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선 실메리아는 힘없이 쓰러진 2개의 머리

를 바라본 채 중얼거렸다.

약간의 움직임조차 없이 두 눈을 감은 채 힘없이 바닥에 머리를 눕힌 자세로 움직임이

고정된 자드와 아무런 감정조차 담기지 않는 얼굴과 공허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

는 할배..

누가 봐도 두 사람에게서 영혼이.. 즉 생기가 완전하게 빠져나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복수란 건 참 허무하네~ 후후후!"

우아한 웃음소리를 흘린 실메리아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손끝에서는 아까 자드를 구멍투성이로 만들었던 날 카라 온 손톱이 자라나 있

었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확인사살을 해볼까."

실메리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자드와 할배의 거리를 줄인 채 날카로운 손톱

의 끝을 자드에게 조준했다.

어떻게 봐도 죽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최대한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거리가 줄어들면 들수록 자드와 할배의 생기가 전혀 느껴지는 그 모습에 점차 경

계의 태세도 줄어들어갔다.

계속해서 눈으로 관찰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약간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

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죽었나 보네."

재미없다는듯한 소리를 흘린 실메리아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경계의 태세를 푼 채로 죽

어버려 움직이지 않는 두 머리를 내려다봤다.

"아아.. 뭔가 너무 허무하게 끝나서 가슴이 답답하네... 흐음? 시체 능욕이라도 즐겨

볼까?"

이대로는 가슴 안에 담긴 검게 불타는 증오의 불꽃이 제대로 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

한 실메리아는 움직이지 않는 두 명의 머리를 번갈아 보며 바라본 뒤.. 재차 다른 손에

서도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 들었다.

"그럼.. 일단 너부터!"

그렇게 외치며 실메리아는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죽어버린 자드의 머리에 쑤셔 박기

위해 힘차게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 작품 후기 ============================

아아.. 벌써 말일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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