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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질주한 실메리아는 할배와 자드와의 거리를 단숨에 줄였고.. 이내 크게 벌려진 자드의 입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위협적인 입에 먹혀줄 만큼 실메리아가 바보는 아니었다.
실메리아의 머리부터 씹어 발기기 위해 다가오는 자드의 거대한 입을 왼쪽으로 재빠르
게 피한 실메리아는 자신의 날카로운 10개의 손톱을 자드의 옆얼굴에 몽땅 꽂아 넣었
다.
[크아아아!!]
자신의 육신이 꿰뚫리자 자드는 고통에 포효했다.
원래대로라면 당연하게 연약하기 짝이 없는 할배의 육체를 노렸어야 했지만.. 실메리아
는 고통은 물론이고 치명적 일격에도 반응하지 않는 할배가 아닌 자드를 일부로 노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할배와 다르게 자드 쪽은 확실하게 고통을 느끼
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헬멧 안의 일그러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자드!"
자드의 소리에 반응한 할배가 주름진 자신의 오른손을 실메리아게 뻗었지만 그것보다 먼
저 자드의 몸통에 박아 넣은 손톱을 거칠게 빼내 접근하는 할배의 오른손을 거침없이 베
어버리고는 할배의 무방비한 복부에 발 차기를 박아 넣으며 거리를 벌렸다.
그 충격에 쓰러지듯 뒤로 넘어진 할배와 연결되어 있는 자드는 꼴사납게 지면에 넘어져
천장을 올려다보는 처지가 됐다.
"예상대로.. 늙은이가 아니라 악어 머리를 노린 게 정답이었네."
실메리아는 자신의 손톱에 묻은 걸쭉한 자드의 피를 지면에 거칠게 털어내며 말했다.
"............."
할배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반신을 일으키며 방금 전 베인 자신의 오른손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산산조각 났다고 생각한 할배의 오른손은 멀쩡하게 붙어있었다.
하지만 분명 할배의 오른손은 베어졌고 산산조각 나 지면에 흩뿌려졌다.
그것은 방금 전 할배가 서 있던 장소에 그 증거로서 명확하게 잔해가 남아있었다.
아무리 재생력이 빠르다고 해도 훼손된 부위를 곧바로 재생시키는 할배의 그 재생속도
는 생명체로서 너무나도 이상할 정도였다.
"그 늙은이는 전에 죽었나 봐? 그래서 그 악어 머리가 '본체' 가 됐고? 후후후"
실메리아는 지면의 할배와 자드를 바라본 채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런.. 들켜버렸나."
할배는 방금 전 재생된 자신의 오른팔로 후두부를 긁적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 자드 그만 아파해라. 내가 고기 방패라는 걸 들켜버렸다?"
[x바아아아알.. 아파 뒤지겄는데 그것까지 들킨 거냐. 망할! 망할! 망할 쓰레기년!]
할배의 말에 자드는 거친 욕설을 토해내며 실메리아에게 이를 드러냈다.
"너무 쉽게 인정하네?"
어떠한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던 그 들이 너무나도 시원하게 그것을 긍정하자.. 실메리
아는 조금 놀란 듯 목소리를 올렸다.
"뭐 사실 네년에게 들켜도 별다른 상관은 없으니까 말이야."
[나는 있다고! 내가 노려지잖아! 망할 영감아! 내가 구멍투성이가 되잖아!]
"허허허허!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말이야!"
할배는 자신의 죽은 사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밝은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할배가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실메리아가 말한 대로..
할배와 자드가 인정한 대로..
할배의 육체는 실메리아와 싸워 패배한 그때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째서 할배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자드' 의 포식 능력에 의한 재생능력 덕분이었다.
할배의 뇌는 실메리아게 죽었을 때 이미 그 활동을 멈춘 상태였지만 완벽하게 뇌사하기
직전.. 자드는 자신의 재생력을 이용해 할배의 뇌가 죽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할배의 뇌는 점점 파괴되고 그 육신도 부패되어 버리는 것
은 죽은 시체에게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자드는 이미 죽어버린 할배의 이성.. 혹은 영혼이라고 해도 좋을 그것을 이
육체에 붙잡아두기 위해 계속해서 할배의 몸에 재생의 능력을 상시 발동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할배는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식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자드가 그 재생능력을 그만두는 순간 할배는 확실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생각하면.. 자드가 살아서 재생능력을 계속 발동시키는 한 할배는
절대로 죽지 않고 끝없이 그 몸이 재생되어 버린다는 강점이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할배의 몸에 돌린 탓에 자드 자신은 재생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는 것이 몹시 큰 단점이었지만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자드의 몸체를 방패막이로 사용해 할배의 몸을 최대한으로 보호하며 싸우
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역할 군이 반대로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뭐 자드가 아픈 것 따윈 내 알 바 아니고.."
[알아두라고 망할 영감탱이야!]
할배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은 상태로 휙 하고 자드에게서 고개를 돌려 실메리아 쪽
을 바라봤다.
"혹시 나를 무시하고 자드를 노리면 되니까.. 자기가 이겼다거나 하는 착각을 하고 있
진 않겠지?"
"어머나? 혹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자야? 잘 알고 있네"
"그렇군.. 그럼 한번 날 무시하고 해보는 게 좋아!"
"그래? 그럼 마음껏 그 악어 머리를 찔러줄게."
[이 망할 년놈들이 본인을 빼고 이야기를 진행하지 말라고!]
자드의 분노에 찬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실메리아는 날카로운 손톱을
아까와 마찬가지로 할배와 자드에게 겨눈 상태로 달려왔다.
물론 주 타깃은 할배가 아닌.. 약점이자 본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드였다.
할배가 아무리 무적에 가까운 육체라고는 해도 결국 진조 흡혈귀인 실메리아의 움직임
에 따라올 수는 없었다.
신체적 스펙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낫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늙어빠진 주먹으로 아무리 실메리아를 두드린다고 해도 실메리아에게는 아무런
대미지도 입히지 못할 것이었기에 실메리아로서는 할배를 무시해도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악어 고기로 배를 채워볼까."
느긋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칠흑같이 어둡고 탁한 감정이었다.
자드의 머리를 꼬챙이로 만들기 위해 자드의 턱을 가볍게 회피한 실메리아는 그대로 빈
틈을 노려 자드의 무방비한 부위에 손톱을 가볍게 박아 넣었다.
살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손끝에 느껴지는 감미로운 감각과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
들 정도의 고통에 허덕이는 비명이 실메리아의 기분을 덧없이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자드가 공격당한 것을 인식한 할배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실메리아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실메리아는 굳이 그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할배에게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힘을 쓸 거라면 자신의 손톱에 꿰뚫려 괴로움을 표출하는 자드를 더욱더 괴롭고 절
망적인 기분으로 만드는 쪽이 더 건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실메리아는 자드에게 자신의 손톱을 더욱더 깊숙이 쑤셔 박기 위해 손끝에 힘
을 집중 시키려 했다.
그 순간..
실메리아의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자드의 몸을 꿰뚫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살을 뜯어버리는 듯한 소리..
고문이 취미인 실메리아에게는 익숙한 그 소리가 할배 쪽에서 들려왔다.
어째서 그런 소리가 할배쪽에서 들려오는가? 이상한 의문을 품은 실메리아는 본능적으
로 그 소리가 들려오는 할배에게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자신의 손목을 이로 거칠게 물어뜯어 대량의 피를 흘리게 하고 있는 할배를 목
격할 수 있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저런 어리석은 행위(자해)를 자행하는가에 대한 의문감이 실메리아
의 머리에 떠올랐다.
갑자기 할배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아주 잠깐..
할배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할배의 의복에 닿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할배의 옷에 튀는 순간.. 치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새하얀
연기가 그 부분에서 흘러나오며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그 일련의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실메리아는 바로 자신의 손톱을 회수한 채 높은 신체능
력을 바탕으로 뒤로 도약해 단번에 할배와의 거리를 벌렸고 방금 전 실메리아가 있던 장
소.. 정확하게는 그 튀어 오른 피가 바닥에 닿는 순간 단번에 그 돌바닥을 녹여버렸다.
"이런? 나는 무시하는 게 아니었나?"
손목에서 다량의 피를 흘린 채 할배는 짖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시하는 게 아니었나? 가 아니라고! 망할 영감탱이.. 기껏 아픈 걸 참고 틈을 만들어
줬더니..]
자드는 눈동자를 굴려 휑하게 뚫려버린 구멍을 본채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할배를
나무랐다.
"그 피.. 아무래도 방금 전 독이랑은 다를까 보네?"
실메리아는 할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방금 전 할배의 피가 자드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독과 다르게 물질을 녹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옷을 녹여봤자 알몸이 된다는 피해 아닌 피해밖에 입지 않았기는 했지만.. 그것
은 즉 자드의 그 강력한 독에 노출되는 위험이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허허허! 설마 우리가 방호복을 준비했을 때의 경우를 상정하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했
나? 약점을 보완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할배와 자드는실메리아와 같이 독이 관통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
두고 있었다.
당연 자신들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그에 대한 보완을 하는 것은 어리석고 나태한 인간
이 아니라면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할배와 자드는 실메리아를 완벽하게 보내버릴 수 있는 독 외에도 방호복채로
녹여버릴 수 있는 강력한 독 역시 준비하고 있었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2개의 독..
물론 이것을 합쳐서 한 번에 2개의 효과를 가진 독 역시 제조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실
패했기에 이런 식으로 두 개의 독으로 나눠 버린 것이었다.
한 번에 하나의 독밖에 사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지
만.. 그럼에도 맞추기만 한다면 단 2번에 상대방을 완벽하게 골로 보내버릴 수 있는 치
명적인 콤보의 공격이었다.
"허허허! 자! 그럼 그 옷을 벗겨버리도록 할까?"
[엿 같은 년의 몸뚱아리는 보고 싶지 않지만 말이야! 카카카카카!]
할배와 자드..
두 복수자는 철저하게 실메리아를 죽이기 위해.. 사냥꾼과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실메리아를 바라본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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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분명 아군캐릭인데 왜이리 능욕계열몬스터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