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65화 (26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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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설마 이런 고식적인 수에 걸릴 줄이야."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 시각..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함정에 빠져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낙하한 할배와 자드

였지만.. 바닥과 출동하기 직전 근처에 있는 벽에 자드의 머리를 박아 넣어 속도를 감

속 시킨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바닥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엿 같은 새끼! 잡히면 진짜 모가지를 따버릴꺼야!]

"그것도 그렇지만... 여기는 어디지?"

자드의 말을 긍정하며 할배는 불빛 하나 없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공간을 살펴보기 위

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 탓인지 할배의 눈으로는 이 어둠 속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할배! 저쪽이야]

그와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주변의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밤눈을 자랑하는 자드

에게 있어서 길을 찾는 것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금방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허허! 안내는 너한테 맡기마!"

그렇게 자드의 안내에 따라 할배는 자드가 지시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고 중간중간 울

퉁불퉁한 바닥의 모난 곳에 의해 넘어질 뻔도 했지만 어떻게든 헤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동안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을 걸었을 때쯤.. 저 멀리서 빛이 세어

들어오는 것을 할배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오? 저쪽이 출구인가"

물론 출구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이 답답한 어둠보다야 뭐든 좋을 거라고 생각한 할배

는 빛이 세어 들어오는 것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순간..

[잠깐 기다려봐.]

자드의 낮은 목소리가 할배의 움직임을 멈춰 서게 했다.

"무슨 일이지?"

할배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멈춰 세우는 자드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냄새가 나...]

자드는 자의 커다란 콧구멍을 움찔움찔하고 움직이며 빛이 세어 들어오는 방향 쪽을 가

늘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냄새가 난다고...! 그 빌어먹을 여자의 냄새가!]

순식간에 자드의 표정이 포악한 짐승과 같이 변한 채 그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호오.. 호오.. 그렇군.. 그런 건가.. 과연.. 그런 의도로 우리들을 따로 보낸 건

가."

자드의 말에 할배는 평온한 얼굴을 한채 자신의 짧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그 행동을 멈춘 할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자드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

다.

"그것참 고마운 일이군."

방금 전까지도 인자하고 평온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던 할배의 두 눈에는 업화의 불꽃

을 생각나게 하는 분노가 서려져 있었고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던 그 입가는 추악하고

잔혹한 괴물을 연상케하는 일그러진 미소가 깃들어져 있었다.

"좋군.. 좋아...! 코세이 인지 호세이 인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런 무대를 마련해

준 것만큼은 솔직하게 감사할 수밖에 없겠군!"

[영감탱이 흥분만 하지 말고 빨리 가자고. 아까부터 이빨이 근질근질해서 죽을 것 같

단 말이야! 빨리 씹어 발기고 싶다고..! 그 빌어먹을 년을 씹어 발기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고!]

"그 기분 잘 알지...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카카카카카카카!]

"허허허허허허허!"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은 특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걸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 평소의 웃음과 다르게 두 사람의 얼굴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장난스러움

도 얼빠짐 하나 없는 진중하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빛이 세어 들어오는 곳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때의 '기억' 이.. 자신들

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실메리아의 명령에 의해 납치당한 뒤.. 그것도 모자라 죽는 것이 더 날 정도의 괴로운

실험들..

하지만 그것 정도로는 최악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가족을 연인을 처참하게 살해당한 기억들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기억이었다.

총알에 관통당하고 칼에 베이고 내장을 쏟아 가며 처참하게 죽어가던 그들의 모습을 할

배와 자드의 머릿속에는 한 장면도 남기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없는 기억..

아니 잊을 수 있다고 해도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들..

그야말로 할배와 자드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이 빛 너머

에 있다는 사실은 유쾌한 복수자들에게 있어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할배도 심장이 존재하지 않는 자드도 지금의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진짜로 있었군. 있었어..! 허허 허허!"

[씹어 발길 망할 년이 말이지..! 카카카카카!]

두 사람은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웃음소리를 미칠 듯이 흘리며 자신들과 대치하듯 정면

에 우뚝 선 한 명의 존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잠수복처럼 생긴 전신 슈트와 레이싱 헬멧을 연상시키는 둥그런 구형 때의 헬멧으로 온

몸을 가리고 있는 존재..

하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눈앞에 있는 그 존재가 자신들에게 있어서 최악 최

대의 원수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어!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었다!"

"어머나..? 나랑 똑같은 마음이네? 나도 당신들이 보고 싶었어.. 처참하게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할배의 적의와 살의가 담긴 말에 실메리아도 똑같이 적의와 살의를 담아 답했고.. 그것

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재빠르게 뽑아낸 권총을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재빠른 일련의 동작에 의해 할배와 자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

한 채 권총에서 쏘아진 탄환에 반응하지 못했고.. 이내 탄환은 할배의 미간에 빨려 들

어가듯 사라졌다 그 안을 해집으며 할배의 후두부에서 튀어나왔다.

"컥........."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 할배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그 몸의 중심이 무너진 듯 비틀 거

리며 쓰러지려 하고 있었다.

"너무 싱겁..."

"서프라이즈으으으으으!"

총알이 머리에 관통당해 죽음을 맞이한 할배가 쓰러질 거라고 생각했던 실메리아였지만

그 예상과는 다르게 할배는 미간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씩 웃었다.

[멍청한녀어어어어언! 할배를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냐? 겨우 대가리에 구멍 뚫린 정도

로 할배가 죽을 리 없잖아!! 붙어서 싸우는 건 무서우니까 총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었나 봐? 쫄보년! 카카카카카카카카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당황해하는 것이 실메리아의 행동에서 보였기에 자드는 그런 실

메리아를 조롱하며 귀에 거슬릴 정도로 소리를 높여 웃었다.

"쓰레기들이...!"

그 조롱에 참을 수 없던 실메리아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듯 권총의 탄환을 전부 할배에

게 쏟아부었다.

그러나 총알 대부분이 할배의 몸 이곳저곳을 관통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배는 얼굴을 찌

푸리기는커녕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자신의 입을 막았다.

[진짜 대가리에 똥이 찼나? 그딴 걸로 안 죽는다니까? 머리가 부서져도 심장이 꿰뚫려

도 사지가 절단나도 절대 안 죽는다고.. 멍청한년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자드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그 안에서 투명의 액체가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

는 실메리아에게 뿜어져 나왔다.

날아오는 것에 눈치는 챘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자드의 입안에서 튀어나온 액체는 실메리

아의 상반신에 착탄해 사방에 그 액체를 튀게 만들었다.

[망할 년! 녹아 뒤져버려라아아아아!]

사람의 몸 따위는 순식간에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리는 최악 최흉의 독성 물질

한 달 전 실메리아에게 조차 통한 그 독보다 한층 더 강력하고 흉악한 독

그러나..

실메리아의 몸이 처참하게 녹아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메리아는 아무런 타

격도 입지 않은 듯 태연하게 자신의 슈트를 적신 액체를 내려다봤다.

"통하지 않는다고...!?"

[마,말도안돼!? 왜 안 녹는 거야!?]

자신들이 자랑하던 강력한 독이 실메리아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한 두 사람

이 동시에 목소리를 올렸다.

"어리석은 쓰레기들이네? 설마 그 더러운 침(독)에 대한 대책을 하지 않고 왔다고 생각

한 거야?"

실메리아는 코 웃음 치며 두 사람을 비 웃었다.

"저 옷 때문인가.."

당황하는 와중에도 할배는 자신들의 독이 통하지 않는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었

다.

자신들의 독은 확실히 사람 한 명은 단숨에 녹여버릴 정도로 강력하기는 하지만.. 물건

을 녹일 수는 없었다.

피부에 조금만 닿아도 바로 반응이 올 정도로 강력하기는 해도.. 그 몸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으면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실메리아가 입고 있는 옷..

확실한 소재나 효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다이빙 슈트와 비슷한 모양이나 재질

로 보건대 방수 용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은 독이 흡수되지 않고 옷 겉면에 맴

돌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즉..

자신들이 독을 쏟아부어도 저 옷이 존재하는 한 실메리아를 독으로 죽일 수 없다는 말이

기도 했다.

"그 잘난 독은 이제 통하지 않으니까..."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흘린 실메리아는 주먹 진 자신의 양손을 천천히 폈다.

그러자 쫙 펴진 10개의 손가락 끝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날카로움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예리함을 감돌게 한 손톱이 튀어나왔다.

"지금부터 천천히.. 해체해줄게! 내 얼굴을 추악하게 만든 대가로 말이야아아아아!!"

히스테릭한 목소리를 내뿜으며 실메리아는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겨눈 채 할배와 자드

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할배와 자드 역시 자신들의 독이 통하지 않는 데다가 자신들을 향해 날카로

운 손톱을 들이민 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실메리아에게 전혀 주눅 든 모

습 없이 호전적인 미소를 띠어 보였다.

"접근전으로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분명 육체 능력은 실메리아가 월등하게 위였다.

할배의 몸이 아무리 죽지 않는 불사와 같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신체적 능력은 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당연 실 메디아와 격투전에서는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드의 포식 능력이라면 그 어떤 단단하고 강력한 물건이라도 집어삼킬 수 있었

다.

그것이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흡혈귀의 몸이라도...

[원한다면 씹어먹어주마!]

할배는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는 실메리아에게 맞서듯 자드의 머리를 달려오는 실메리

아에게 조준했고 자드는 언제라도 실메리아의 몸뚱이를 집어삼킬 수 있게 그 커다란 입을 한계까지 벌린 상태로 돌진해오는 실메리아를 맞이했다.

============================ 작품 후기 ============================

몇화 동안 할배와자드 vs 실메리아 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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