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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비릿한 맛과 목에 감겨 붙는듯한 걸쭉한 감각
몇 번씩 마셔왔음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하고 불쾌한 느낌을 지을 수 없는 혈액의 맛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자신의 목구멍 안에 넘겼다.
비록 느끼는 맛도 목넘김도 최악이었지만 효과만큼은 최상이었다.
"꿀꺽.."
마지막 혈액을 목구멍으로 넘긴 그녀는 자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뒤 비어버린 혈
액 팩을 내동댕이 치듯 내던졌다.
방금 전까지 온몸을 괴롭히던 고통 대부분이 사라져 상쾌하기까지 한 상태가 된 자신의
신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는 낮은 자세로 치사하다는 듯 으르렁거리는 흡혈귀를 차
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쉬우면 너도 빨던가? 뭐.. 나도 이게 마지막이긴 하지만..."
그녀는 준비해두었던 마지막 혈액 팩의 잔해를 힐끔 바라본 뒤 시선을 옮겨 이쪽을 노려
보는 흡혈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양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체력도 상처도 방금 전과 비교해 상쾌할 정도로 회복한 그녀는 짧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
의 상태를 냉정하게 만들었다.
혈액을 섭취함으로써 밀리고 있던 상황을 반전 시켜 자신이 우위에 서있는 상태가 됐지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심할 생각은 물론이고 대충 할 생각도 없었다.
분명 상처와 체력을 회복한 자신과 상처를 입어 둔해진 상태의 흡혈귀 중 자신이 유리
한 입장인 것은 맞았지만.. 고양이에게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는다는 말이 있듯 열
세에 몰린 흡혈귀가 어떤 짓을 벌일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죽었던 그때도 흡혈귀를 죽였다고 생각해 긴장의 실을 놓은 탓에 흡혈귀
의 마지막 발악으로 인한 죽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이토록 신중한 것은 당연
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간다. 빌어먹을 흡혈귀 년"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토해낸 뒤 낮은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흡혈귀를 향해지면을
박차고 도약하며 자신의 주먹을 깍지 낀 상태로 무게와 힘을 그곳에 집중해 낮은 자세
로 대기하고 있는 흡혈귀의 머리를 향해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도약한 그녀의 행동에 별다른 방어도 취하지 못한 채 그
대로 얻어맞은 흡혈귀는 그녀의 힘과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채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 흡혈귀가 죽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처박혀진 상태에
서 몸을 일으키려는 흡혈귀의 몸을 오른발로 차올렸다.
묵직한 무게를 발끝으로 느낀 상태에서 흡혈귀의 몸을 공중에 띄운 그녀는 허공에서 허
우적거리는 흡혈귀의 몸을 축구공이라도 차는 것 마냥 힘껏 내찼다.
그에 따라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발길질을 맞고 흡혈귀의 몸이 튕겨나가
듯 날아갔다.
그녀는 이대로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날아가는 흡혈귀를 추격하기 위해 순식간에
등 뒤에서 칠흑의 날개를 뽑아 포물선의 형태로 날아가고 있는 중인 흡혈귀와의 거리를
단 숨에 줄여 오른손을 수도의 형태로 바꾸어 낸 뒤 무방비하게 드러난 가슴을 향해
내 찔렀다.
그러나 그 순간 흡혈귀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새까만 날개를 등 뒤에서 뽑아내며 그녀의
수도를 그 날개로 방어했고.. 그것도 모자라 날개를 힘차게 펄럭여 그 풍압으로 그녀
를 날려 버렸다.
"칫..!"
그녀는 짧게 혀를 치며 흐트러진 자신의 자세를 날개를 펄럭임으로써 바로잡으며 공중에
서 채 공중이나 상태로.. 자신과 같이 어느새 공중에서 중심을 바로잡은 상태로 공중
에 떠 있는 흡혈귀를 바라봤다.
그녀의 무게와 힘이 실린 일격을 연속적으로 받은 탓에 터진 상처로 인해 흡혈귀의 얼굴
은 검붉은 피로 더럽혀져 있었고 왼쪽 어깨의 뼈가 박살이 난 것인지 시계추처럼 끊임없
이 좌에서 우로 덜렁거린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녀는 풍압에 의해 날려진 것 외에는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았기에 멀쩡한
상태로.. 누가 봐도 그녀 쪽이 유리하고 누가 봐도 흡혈귀 쪽이 불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혈귀는 전혀 기죽은 모습 없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빳빳
하게 들어 올린 채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미소 짓고는 그 입술 사이로 뱀과 같이 긴 혀
로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듯 착상된 검붉은 혈액을 핥아냈다.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 모습에 흡혈귀의 모습에 불쾌감을 느껴 얼굴을 찡그린 그녀였지
만..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참 몰리고 있는 입장인 것치고는 흡혈귀의 태도가 몹시 여유로웠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 자신의 상황을 뒤집을만한 비장의 수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
다.
흡사 비장의 수로 혈액 팩을 남겨두었던 자신처럼..
그녀는 유리한 상황 속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상태에서 흡혈귀의
움직임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의념으로 그 모습을 관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입 근처의 피를 전부 핥아먹은 흡혈귀의 날개가 펄럭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을 바로 파악할 수 있던 그녀는 몸을 움찔하고 반응했지만 흡혈귀는 단순하게
날개를 펄럭인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의 준비 단계라는 것을 같은 날개를 가진 존재인 그
녀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대로 경계태세를 유지한 채로 짧게 숨을 들이 마셔 그때가 오는 것
을 준비했다.
넓기만 한 공허한 공간 속에 흡혈귀의 펄럭이는 날갯짓 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규칙적이게 펄럭이던 날개 소리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뚝 하고 끊
겼다.
그것이 흡혈귀가 행동을 일으키려는 신호와 같은 것이라고 판단한 그녀는 전신에 힘을
집중해 흡혈귀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날개만을 펄럭이던 흡혈귀는 그녀를 향해 날개를 날카롭게 세로로 세
운 상태로 포탄과 같은 기세로 날아갔다.
"요격해주마..!"
흡혈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던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전
신에 힘을 준 상태에서 자신의 오른 주먹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쥔 채 날아오
는 흡혈귀의 안면에 조준했다.
최대의 속도로 가속하여 날아오는 흡혈귀와 그것을 요격하기 위한 준비 자세를 취한 그
녀..
그런 양자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고 판단한 그녀
는 이를 꽉 깨문 채 모든 힘을 집중해 흡혈귀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때려 박았다.
그러나..
"뭣!?"
그녀의 혼신을 담은 일격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그에 그녀는 숨기지 못
할 정도의 당혹감에 얼빠진 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주먹이 닿기 직전 흡혈귀는 자신의 날개를 순식간에 수납하며 지면으로 낙하한
것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주먹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녀는 당혹스러운 와중에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굳이 거기서 날개를 수납해봤자 자신을 공격할 수는 없었고 그저 바닥을 향해 추락할 뿐
이었다.
물론 회피한다는 목적만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몰랐지만.. 굳이 성치 않은 몸으
로 힘차게 날아온 것치고는 상당히 맥빠지는 선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흡혈귀의 선택에 의문을 품은 상태에서 몸의 중심을 바로잡은 채 지면으로 낙하
한 흡혈귀를 포착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날개가 없어지면을 향해 추락한 흡혈귀의 몸은 한참 바닥을 구르는 중이었다.
그 속도에서 날개를 접은 탓에 가속했던 그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기에 당연한 말로였다.
하지만..
"설마..!?"
그녀는 서둘러 굴러가는 흡혈귀에게서 눈을 돌려 좀 더 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 있는 것은 쥐 죽은 듯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잠든 그는 바닥을 구르듯 앞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인 흡혈귀가 진행하
는 방향에 있기도 했다.
그녀는 겨우 흡혈귀가 어째서 지면을 향해 낙하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흡혈귀의 목적은 바로 '그'였다.
무방비로 잠들어 있는 '그'였다.
이 공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녀와 흡혈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흡혈귀가 이곳에서 상처와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먹이는 자신과
동등한 힘을 가진 그녀까지 제외한다면 그 단 한 명뿐이었다.
"안돼...!"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날개를 펄럭이며 가속했다.
흡혈귀는 어느새 구르던 것을 그만두고 짐승과 같은 낮은 자세로 무방비한 그를 향해 달
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가속으로 인한 압력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고통이 전해졌지만 그것을 무
시한 채 그녀는 더욱 속도를 높이며 네발로 달리는 흡혈귀의 추악한 등 뒤를 추격했다.
"내 남자한테 손대지 마 빌어먹을 년아아아아아!!"
그를 노리는 흡혈귀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며 자신의 몸이 삐걱거리는 것도 상관없이 속
도를 올렸고 그런 고통에 보상받듯 순식간에 지면을 기듯 달리는 흡혈귀의 바로 등 뒤까
지 추적할 수 있었다.
"잡았다..!"
그녀는 흡혈귀의 바로 지근거리에까지 따라잡은 상태에서 흡혈귀의 행동을 막기 위해 손
을 뻗어 그 움직임을 만류하려고 했다.
그 순간..
달리던 흡혈귀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몸을 휙 하고 틀었고.. 그에 따라 흡혈귀의 얼굴
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흡혈귀는 추악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로 웃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이 너무나도 늦었다.
그저 흡혈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막무가내로 가속하여 날아온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무방비한 상태였고.. 그런 그녀의 아무런 저항도 없는 몸통에 흡혈귀는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헉!?"
갈비뼈가 부러져 내장을 손상시킨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져 나왔
고.. 공중에 있던 그녀의 몸은 그 충격과 고통으로 단번에 지면으로 추락해 막무가내
로 가속한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를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수차례 굴러 겨우 그 기세가 멈춘 그녀는 바닥에 피를 토해내며 제대로 움직이
지 않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자신의 팔 역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겨우 움직일 수 있던 고개만을 움직여 확인한 그녀는 자신의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여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흑.."
그녀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그나마 멀쩡한 오른팔로 지면을 딛고 겨우 상반신을 일
으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징그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흡혈귀의 존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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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지 않게 되면 붕하고 탁한 다크사이드의 길에 빠져 근육마초아저씨들과ang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