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1 / 0269 ----------------------------------------------
Ep 12 종막
바닥이 우그러질 정도로 힘을 담은채 달려오는 흡혈귀의 행동에 그녀는 늦게 반응한 자신을 향해 마음속으로 원망의 말을 내뱉은 채 등 뒤에 업은 그가 떨어지지 않도록 확실
하게 그 몸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하늘을 향해 도약했다.
아무럼 도움도 없이 제자리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엎고 있는 상태인 그녀의 몸
이 약 3미터가량 높이까지 뛰어 올라갔고.. 그 직후 그녀가 있던 자리에 흡혈귀의 무지
막지한 일격이 꽂혀 바닥을 산산조각 파괴했다.
"저리 꺼져!"
공중에 체공한 것도 잠시..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낙하하는 그 상태에서 자신의 오른발을 있는 힘껏 흡혈귀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발판이 없는 상태에서 휘둘러진 그녀의 발 차기는 위력도 속도도 턱없이 부족했
고.. 흡혈귀는 어렵지 않게 흉측하게 일그러진 왼팔을 들어 올려 가볍게 그녀의 발 차
기를 막아냈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오른손을 뻗어 공중에 체공해 있어 무방비 상태인 그녀의 발목을
잡은 뒤 거침없이 자신의 반대편을 향해 내던졌다.
안 그래도 중심을 제대로 잡기 힘든 상황에서 흡혈귀에게 휘둘러진 탓에 그녀의 몸은 중
심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날아갔다.
"큭..!"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자랑하는 흡혈귀의 힘에 제대로 저항하기 힘든 그녀
는.. 그 대신 자신의 등 뒤에 엎고 있던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로 손을 때어 놓아 그
를 지면에 추락 시켰다.
제법 둔탁한 소리가 나며 지면에 낙하한 그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그 정도의 충격
으로 끝난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직 후..
그녀의 몸은 두꺼운 벽에 반쯤 박혀질 정도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었다.
만약 등 뒤에 그를 계속 업고 있는 상태였다면 강도가 낮은 그의 몸은 피떡이 되도 이
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에 그녀가 그를 바닥에 내팽개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프잖...!?"
잔뜩 찌푸린 얼굴로 벽에 박힌 몸을 빼내려고 한 그녀는 어느새 자세를 가다듬은 채 벽
에 박힌 자신을 추격하는 흡혈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서둘러 처박힌 자신의
몸을 허둥지둥 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처 다 빼내기도 전에 도달한 흡혈귀의 묵직한 일격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휘둘
러졌다.
현재의 자세에서 피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그녀는 자신의 양팔을 교차시켜 흡혈귀
의 공격에 대비했다.
언제나 자신이 해오던 일을 반대로 당하는 입장이 된 그녀는 진조 흡혈귀의 힘이 얼마
나 불합리한지를 몸소 체험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튼튼한 만큼 뼈가 부서지거나 팔이 통째로 날아가는 등의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웬만해서는 느껴보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교차시킨 양팔에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잖아아아아아!!"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자신을 공격한 흡혈귀를 노려봄과 동시에 그녀는
벽에 박힌 상태에서 오른발을 들어 올려 자신에게 근접해 있는 무방비하기 짝이 없는 흡
혈귀의 복부를 힘차게 올려 찼다.
발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촉과 함께 흡혈귀의 몸이 ㄴ 자 모양으로 꺾인 상태로 그녀에
게서 5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원래대로라면 안에 있는 내장들이 터져나가거나 몸이 2토막으로 나누어져도 이상하지 않
을 위력이었지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높은 강도를 가진 흡혈귀인 만큼 별다른 일 없이 금
세 기상하고 있었다.
"상대하기 짜증 나네.."
아직도 전통이 남은 양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벽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적의와 살의를
숨기지 않고 표출하는 흡혈귀를 바라본 체 중얼거렸다.
웬만하면 일격으로 빈사상태 혹은 즉사로 만들 수 있던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상대
심지어 가지고 있는 힘도 자신과 거의 동일한 귀찮고 위협적인 상대..
그녀와 흡혈귀의 싸움은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를 가진 존재들끼리의 싸움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힘도 방어력도 동일했지만 저쪽 편은 이성을 상실하고 본능만이 남아있는 상태로 몹시
흉포하고 거침없는 것도 모자라 고통조차 느끼지 않았다.
그에 반해 그녀는 흡혈귀의 묵직한 공격 하나하나에 고통을 받는 상태에.. 자신과 동등
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상대와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가 자신보다 강한 존재와 제대로 붙어본 것은 진조 흡혈귀인 실메리아의 싸움뿐이었
다.
심지어 그때에도 뱃속에 있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소극적인 자세로 싸움에 임할 수밖에
없었기에 사실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가진 무기와 방어구는 동일하지만.. 실제적으로 보자면 그녀가 턱없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마냥 그녀가 불리한 것은 아니었고 유리한 점도 한가지 존재하고 있
었다.
그것은 바로 '약점'
그녀는 진조 흡혈귀의 약점을 알 고 있었다.
가슴의 중앙.. 흡혈귀의 심장이 위치한 부분은 강고한 다른 부분과는 달리 몹시 무르
고 나약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비록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곳을 찌른다면 그녀의 승리는 확실한 것이었다.
"후우.."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 마 신 뒤.. 눈동자만을 굴려 한편에 쓰러져 있는 그를 눈으로
확인했다.
제법 큰 충격이었을 텐더 불구하고 움직일 기미는커녕 눈조차 뜨지 않은 채 여전히 잠들
어 있는 상태였다.
"덤벼 빌어먹을 흡혈귀 년아"
그에게서 눈을 때고 언제라도 달려올 걱 같은 기세로 자세를 잡은 흡혈귀에게 시선을 돌
린 그녀가 명백하게 도발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까딱 까딱인 채로 거만하게 말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도발이 전해진 것이 아니면 단지 무방비하게 손가락을 까딱이는 그녀를 노리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흡혈귀는 낮고 굵직한 기성을 내지르며 그녀를 향해 달렸고
동시에 흡혈귀의 손톱이 순식간에 성장했다.
예리함이 돋보이는 칼날 같은 손톱을 겨눈 채 달려오는 흡혈귀에게서 대응하기 위해 그
녀는 자신의 등 뒤에서 두꺼운 철골에 양손의 손가락을 강하게 박아 넣은 뒤 투수가 던
진 공을 치는 타자와 같은 자세를 취했고.. 흡혈귀가 철골의 범위에 들어온 타이밍에
맞추어 모든 근육의 힘을 양손에 쥔 철골에 집어넣은 상태로 힘껏 휘둘렀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탄환을 연상시키듯 질주해온 흡혈귀의 몸이 바닥에 몇 번씩 튕
겨져 나가며 날아갔고.. 그와 함께 날카로운 손톱도 예리함의 조각도 없을 정도로 산산
조각 나 흩어졌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녀의 철골 역시 무사하지는 않았다.
더 이상 무기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어.. 철골이라기보다는 고철 덩
어리 같은 상태로 우그러져 있었다.
"더럽게 단단하네..!"
그녀는 더 이상 철골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철골을 바닥에 내던진 채 양손의
주먹을 꽉 쥐며 파이트 포즈를 취했다.
단지 격투기의 경험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자세는 상당히 어설프고 조잡해 보
였다.
"크아아아!!"
그녀가 자세를 취한 것과 동시에 지면을 몇 번씩 튕기며 날아갔던 흡혈귀가 자신의 몸
을 벌떡 일으킨 뒤 자신의 부러진 손톱을 확인하고는 불같은 분노를 표출하듯 얼굴을 심
하게 일그러트린 채 그녀를 노려 봤다.
"뭐? 어쩌라고? 빡치냐? 나도 지금 겁나 빡쳤거든? 빡치면 덤벼보던가?"
안 그래도 흉측한 외모에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진 탓에 그 흉측함이 더 강조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생리적 공포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흡혈귀를 조롱하며
삐뚤어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발의 말을 내뱉었다.
"키아아아아아!"
"키아!키아! 시끄럽다고 망할년아아아아아!!"
기성을 내지른 흡혈귀에 맞혀 그녀도 험악한 얼굴을 한채 소리 질렀다.
그와 동시에 두 명은 상대방을 박살내기 위해 돌바닥이 파일 정도의 힘을 두 다리에 담
은 상태로 질주했다.
어떠한 기술도 없이 그저 힘을 잔뜩 실어 담은 그녀와 흡혈귀의 주먹은 사정거리에 들어
온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후려쳐졌고 뼈에서 나는 특유의 소리가 서로 간의 목에서 흘러
나옴과 동시에 목이 거칠게 반대 방향으로 꺾였다.
교차한 서로의 팔과 서로의 얼굴에 꽂혀진 주먹
그야말로 크로스카운터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뇌에 충격이 도달한 탓인지 얼굴을 얻어맞아 고개가 돌아간 상태로 아주 잠깐 시간이 멈
춘 듯 두 명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그야말로 눈을 한두 번 정도 깜빡거릴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곧이어 충격에서 벗어난 그녀와 흡혈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손의 주먹을 상대방
에게 퍼부었다.
그야말로 짐승 같은 싸움
날카로운 이빨 대신 서로의 주먹을 상대방의 몸에 격돌 시킨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막
싸움
피하는 것은 애초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근접한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교환되는
주먹..
그나마 양팔을 이용해 막는 정도밖에는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그녀와 흡
혈귀의 사이에서 지속됐다.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지날 때마다 그녀의 몸 곳곳에는 내출혈을 일으킨 듯 보이는 푸
른 멍 자국은 물론이고 어떻게든 가드 한 덕분에 타격의 수가 가장 적은 부위라고 할
수 있는 얼굴에 조차 멍 자국은 물론이고 입안이 찢어진 것인지 입가에는 붉은 선혈조
차 흐르고 있었다.
물론 흡혈귀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새로운 상처 부위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쪽은 피부가 화상을 입은 듯 일그러져 있는 탓에 그녀만큼 상처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
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는 것으로 그녀와 같이 계속해서 대미지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둘 다 엇 비슷할 정도로 공격을 받아 점차 몸의 반응이 느려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것은 그녀였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흡혈귀에 반해 그녀는 흡혈귀에 의한 공격의 고통을 계속해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계속해서 참아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고통에 집중력이 계속해
서 저하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본능적으로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려는 몸 탓에 미세한 차이였지만 점차 공격
의 횟수가 감소하고 방어의 회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였다.
방어라고는 했지만.. 결국 자신의 육체로 방어해야 하는 탓에 노가드 상태에서 타격당하
는 것보다야 충격이 덜했지만.. 아예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틈틈이 최대의 약점이자 즉사시킬 수 있는 부위인 심장을 노려보기는 했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그 약점 부위만큼은 철통같이 지키는 탓에 별다른 타격을 줄 수 없었고 오히려
역관광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탓에 한방을 노릴 수도 없이 그저 계속 소모되는 현재
의 상황이 자신의 패배로 이어지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던 그녀는 자신이 진 것 같
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뒤로 도약해 난투 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치사하긴 하지만..."
그녀는 견재의 자세를 취한 채 슬금슬금 흡혈귀와의 거리를 벌린 뒤 품 속에서 새빨간
액체가 담긴 팩 하나를 꺼내 그 입구를 이빨로 거칠게 뜯어내 그 액체를 입안 가득히 집어넣어 목구멍으로 삼켰다.
============================ 작품 후기 ============================
이번년도까지 완결을 낼 수있게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하나님 정의로운 연참쟁이가 되는걸 허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