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60화 (260/269)

0260 / 0269 ----------------------------------------------

Ep 12 종막

그녀의 지적에 꿈틀거리는 내장을 안으로 밀어 넣던 순간..

"스테이지 1 클리어 축하해! 역시 머가리가 딸리는 불사병으로는 한계가 있네! 끼히히

히히히히힛!"

잡음과 함께 사각형의 스피커에서 코세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얼굴을 찌푸

린 채 스피커를 노려봤다.

"그럼 왼쪽 길을 따라 위로 올라와서 스테이지 2를 진행하도록 해! 너희들을 위해서 준

비한 최강의 중간 보스를 배치해뒀으니까 말이야! 뭐.. 최강이라고는 해도 나한테는

개 발렸지만 말이야! 끼히히히히히히힛!! "

안 그래도 시끄러운 목소리가 스피커의 잡음과 섞인 탓에 굉장한 소음을 발생시켰고 청

각을 후벼파는듯한 그 소음에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귓구멍을 막았다.

"아! 맞아! 맞다! 맞다아아아! 잊어먹을뻔했네! 미도오오오오! 곧 닥쳐올 레벨업 축하

한다! 하지만 어쩌냐! 덕분에 스테이지 2는 영계쨔응 혼자 진행해야 할 텐데! 다음 상

대는 이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않다고? 영계쨔응 뒤질지도 모른다고? 근데 너는

아무것도 못하고 처자고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어쩌냐! 어쩐다냐!? 끼히히히히히히히히

힛!!"

언제나 정신 사나울 정도의 높은 텐션과 함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던 코세이

였지만 방금 전의 이야기는 더욱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저 미친놈 뭐라고 하는 거야..?"

"글쎄..?"

두 사람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코세이가 말한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윽....!?"

심장을 쥐어짜는듯한 고통을 시작으로 온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그는 중심을 잃고 바

닥에 쓰러졌다.

"미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신음을 흘린 채 쓰러진 것에 놀란

그녀는 서둘러 그의 상반신을 일으켜 그의 상태를 살폈다.

"레벨...업..이란게...이거였던건...가..!"

신체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도 모자라 강렬한 수마가 자신을 덮쳐왔다.

긴장의 끈을 조금이라도 늦춘 순간 그 수마에 삼켜져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의 강렬한 수

마에 저항한 그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이러는데?"

"부작용.. 육체가 강화되면서..따라오는....현상...이야..."

쇳덩이로 눈꺼풀을 누르는 것 마냥 저절로 감겨지는 눈을 어떻게든 열어젖힌 채 그가 말

했다.

부작용..

정확하게 말하자면 육체의 스펙이 오르면서 따라오는 현상이었다.

괴물이면서도 인간의 요소를 가진 그는 괴물을 죽여도 영웅을 죽여도 그 힘을 자신의 몸

에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비록 불사병이라는 괴물이 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영웅이라는 특수한 존재들이

었고 그런 영웅들을 괴물인 그가 죽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쓰러 트린 분만큼의 힘을 그 몸

에 얻게 되는 것고 그 과정 중 의식을 잃는 것도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실 다른 때였다면 강해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고 얼마 정도 자고 일어나면 끝날

일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할배도 경철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과 그녀 단둘 뿐인 상황에서 의식을 잃는다는 것은

즉.. 그녀가 혼자 싸울 수밖에 없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었기 때문

이었다.

거기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영웅을 죽인 탓에 그 부작용으로 얼마 동안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을지도 알 수가 없었기에 더욱 불안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떻게든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 다가오는 수마에 저

항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수마는 그의 저항

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무겁게 덮쳐왔다.

"혼자...싸우지...말고..... 일단.....도망....가.... 내가 꺠어날때까..지 기

다...."

마지막 힘을 짜내며 그는 거의 감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뻗어 그

부드럽고 따뜻한 뺨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덮쳐오는 수마에 굴복해 완전하게 눈을 닫은 채 입을 다물었다.

"미도!?"

자신의 뺨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손을 당황하며 붙잡은 그녀는 그의 상체를 들어 올린

뒤 자신의 귀를 그의 심장에 가져갔다.

"하아...죽은게 아니구나."

다행히도 그의 심장은 미약하긴 하지만 확실하게 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녀

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끼히히히히! 자? 자네? 자나? 자버려? 깊은 잠으로 가버려어어어어어어! 라고 할까!

이제 영계쨔응 혼자 도전해야겠네? 아니면 그 녀석 말대로 도망갈 거야? 도망? 좋지!

도망! 도망 세망 내망! 망가! 자 어서 도망가 버려 어어어! 꼬리 내린 개마냥 허둥지

둥 도망가! 어서어서어서어서!"

"개 자식이..."

명백한 도발의 말에 그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코세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

커를 노려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도발에 넘어가 자신 혼자 코세이를 쓰러트리러 갈 생각은 추

호도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고.. 끓는점이 낮아 자주 울컥하고 본능대로

행동할 때가 많다는 것은 본인 자신도 스스로가 깨닫고 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에서 감정

에 몸을 맡겨 무턱대고 행동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참! 맞아! 맞아! 마자아아아앙!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건 좋은데 말이야... 만약

도망간다면.... 쏠 거야? 쏠 거라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더언! 미사일의 발사 버튼을 누

를 거야! 바로 누를 거야! 누르고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를꺼야아아아아! 혼돈! 파괴! 망

가! 할꺼야! 피라미드에서 나가는 순간 바로 누를 거야! 누를 거라고? 거짓말? 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나가보는 것도 좋을 거야! 뭐... 그 순간 세계는 멸망 가도를 단번에

달려나갈 테지만 말이야! 끼히히히히히히히히히힛!!"

코세이의 그 말은 사리분별을 판단해 행동하려던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는듯한 말이었다.

협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말..

그리고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확정의 말이기도 했다.

물론 코세이의 그 말이 거짓말일 확률.. 그저 협박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럴 확률은 한없이 낮다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이 이곳을 떠나는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망할 새끼.."

그녀는 품 안에 잠든 그를 꽉 껴안은 채 스피커를 찢어 발길 듯한 시선으로 노려봤다.

"열받았어? 열받았지? 열라게열받았지!? 열받으면 올라가! 얼른 올라와서 대 목을 쳐

봐! 어서! 어서! 어......."

"입닥쳐..!"

코세이의 짜증 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향해 그녀는 그가 잠들면서 떨어트린

미트 해머를 집어 있는 힘껏 내던졌다.

콰직!

하는 파괴음과 함께 미트 해머에 직격당한 스피커는 수십 개의 파편으로 분해되어 허공

에 흩뿌려지며 바닥에 추락했다.

"원한다면.. 죽여줄게! 그 나불대는 주둥이부터 잘근잘근 밟아주마! 빌어먹을 새끼야!"

그녀는 분노한 짐승과 같이 새하얀 이를 드러낸 채 노기를 담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당연히 그녀의 분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애초에 더 이상 그 빌어먹게 짜증을 유발하는 코세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 따위

는 추호도 없었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그녀는 죽은 듯 잠들어있는 그의 신체를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들어 올린 뒤.. 그

의 무기를 회수해 배낭에 쑤셔 박듯 넣었다.

"저쪽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복도의 끝부분.. 정확하게는 그쪽에 위치한 위로 향하는 계단

을 바라봤다.

품 안에 안은 그가 떨어지지 않게 재차 자세를 고친 그녀는 그대로 복도의 끝으로 향

해 위층과 연결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간 뒤 2층으로 진입하는 입구라고 생각되는 닫

힌 문을 사용할 수 없는 양손 대신 오른 다리를 들어 올려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문

을 걷어찼다.

콰앙!

하는 굉음과 동시에 압축기에 넣은 고철 덩어리 마냥 일그러진 문은 거침없이 안쪽으로

날아갔다.

휑해진 문에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너무 썰렁할 정도로 아

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구는 물론 그 어떤 도구도 없는 넓은 빈 공간의 중앙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있었

다.

십자가

2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큰 십자가의 앞에는 인간의 형태를 한 무엇인가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

하지만 그 철제의 십자가에 매달린 것은 성인도 신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인간조차 아

니었다.

얼굴은 물론 이곳저곳이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화상을 입은 것 마냥 흉측하

게 일그러져 있었고.. 드러난 두 눈에는 이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짐승의

흉포함을 담고 있었으며 크게 벌려진 그 입속에는 칼날을 연상케하는 날카로운 송곳니 2

개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인간의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탁하고 거친 목소리를 토해낸 그 존재는 문을 부수

고 들어온 그녀를 발견하고 적의와 살의를 담아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런 이형의 존재를 본 그녀의 두 눈동자는 놀라움에 찬 듯 크게 떠져 있었다.

십자가에 묶여진 그 존재가 너무나도 눈에 익기 때문이었다.

아니.. 눈에 익은 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그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존재보다 신장과 체격은 분명 한 치수 정도 작았고.. 눈앞에 있는 존

재는 갈기갈기 찢긴 옷의 잔해나 몸의 형태로 보아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뇌리에 박혀진 모습과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가 자신의 뇌리 속에 박혀진 존재와 동류라는 것을...

자신의 가슴을 꿰뚫어 죽이고 자신이 가슴을 꿰뚫어 죽여버렸던 그 존재와 같은 종족이

라는 것을..

"진조 흡혈귀인가..!"

그녀는 십자가에 묶인 존재를 바라보며 그 정체를 입에 담았다.

그 순간..

십자가에 금속제의 구속 구로 속박되어 있던 흡혈귀의 구속구가 금속음을 흘리며 일제

히 풀어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신을 구속하는 게 사라진 그 순간 흡혈귀는 낮고 거친 기성을 내지르며 그녀를 향해 질주해왔다.

============================ 작품 후기 ============================

마지막 진조 흡혈귀 등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