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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그들이 코세이의 아지트를 목표하고 10일 이 지났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코세이와 만나기는커녕 목적지에 도착하지 조차 못 했다.
예정대로라면 늦어도 5일 안에 도달했을 터 였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거대 악어와 도저히 참기 힘든 냄새로 하루의 손실을 봤고.. 그 이후 별일 없이 지나가
나 싶었건만 잠수함 엔진에 트러블이 발생했다.
거대 악어에서 도망치기 위해 너무 무리한 탓에 결국 한계에 봉착했던 엔진이 아예 나가
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잠수함을 버리고 하천 루트에서 지상 루트로 옮겨가지 않으
면 안 됐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유현이 불사병의 수가 적은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
다.
물론.. 수가 적다고는 했지만.. 그들이 하루에 상대한 불사병의 수는 수백 명 단위였
다.
제주도의 전 인구가 불사병이 됐다는 가정으로 친다면 극소수의 수였기는 했지만 번거롭
고 귀찮은 불사병의 특성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행군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최대한 인구가 밀집해 있지 않은 외곽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병의 수는 코세이
의 아지트에 가까워짐에 따라 늘어났고.. 그들이 쓰러트린 불사병의 수가 4자릿수가 됐
을 때쯤 유현이 열을 내고 쓰러졌다.
인간보다 튼튼하다고는 하지만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유현으로서는 그들의 등 뒤에 숨어
서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점점 쌓이고 쌓여 결국 정신적 한
계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전투에 익숙한 그들과 다르게 유현은 전투보다 도주생활과 은신생활을 주로 한 탓에 이
런 상황에 내성이 극도로 약했기에 여기까지 버틴 것이 오히려 대견하다고 할 수 있었
다.
거기에..
전투에 익숙한 일행들도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상당히 소모해져 있는 상태였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꿈쩍도 하지 않는 강철의 정신력을 보유한 그를 제외한 일행들
은 유현만큼은 아니었지만 피로가 쌓여진 상태였다.
아무리 전투에 익숙하고 아무리 인간보다 체력과 육체 능력이 높다고 쳐도 살아있는 그
들에게 있어서 휴식이 거의 없는 연속적인 전투는 여러 가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유현이 쓰러진 것을 계기로 진행을 멈추고 하루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
다.
지상에는 아무리 안전해 보이는 곳이라도 어디선가 튀어나와 동료를 부르는 불 사병들
로 인해 그들이 휴식처로 선택한 곳은 유현이 숨어있던 곳과 마찬가지인 하수로 였다.
때려죽어도 향기롭다고 말할 수 없는 냄새와 매캐한 공기로.. 사실상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100%는 아니라고 해도 불사병의 습격을 예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냄새는 심했지만 그들의 뇌리 속에는 지상 최악의 냄새를 맡았던 감각이 남아 있
던 탓인지 이 정도 수준의 냄새는 못 참을 정도 아니었기에 공기가 탁하다는 것 빼고
는 휴식을 취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약 하루를 육체와 정신에 쌓여있던 피로를 푸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그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 휴식한 것이 무색하게..
코세이의 아지트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그들을 공격해오는 불사병의 수는 상상을 초월
했다.
처음에 그들을 습격해 온건 고작 수십 명.. 하지만 그 수십 명을 해치운 사이에 습격해
온 수는 수백 단위였다.
헬기를 타고 도착하자마 당한 환영세례 이상의 수였다.
처리하는 속도보다 추가되는 속도가 더 빠를 지경의 상황이었다.
눈앞이 깜깐해질것 같은 인파의 수를 처리하는 것보다 먹혀버리는 것이 더 빠를 거라고
생각한 그들은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녀를 제외하고 전원이 불사병의 바다에 휩쓸려 뼈 하나 남기지 않고
먹혀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은 잘 여문 곡식이고 불사병들은 그야말로 성서에 쓰인.. 재앙의 메뚜기떼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택한 방법은 불사병이 사방에서 공격할 수 없는 사방이 막혀있어 출입
이 제한되는 공간에서 싸우는 일이었다.
그들은 목적으로 하는 장소 자체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유인하는 것도 전
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있는 힘을 다해 그 장소로 달렸을 뿐으로.. 불사병들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
로 도망가는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포위 당하는 일이 없어진 것은 좋았지만 결국 그 바글바글한 수의 불사병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싸웠다.
그는 가지고 있는 무기를 총동원해 개떼처럼 몰려오는 불사병들의 머리를 베고 찌르고
가르고 주먹과 발은 물론이고 자신의 머리까지 동원해 몰려오는 불사병들을 처리했고..
경철 역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만든 무기와 암석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이용해 불사병
들의 돌진을 막거나 쓰러트리며 그 수를 줄여 나갔고..
할배와 자드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팔을 휘두르거나 불사병들을 먹어치우거나 하며 대적
했고..
그녀의 경우 터무니없는 신체능력을 이용해 휘두르는 철골로 세 사람이 처리하는 것보
다 더욱 많은 수의 불사병들을 처리해 갔다.
피가 튀고 살이 튀고 뇌수와 뼈가 여기저기 흩어지며 입구를 막을 정도의 목이 없는 시
체들을 한가득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사병들은 그 시체를 막무가내로 헤집고 들어왔
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불사병들이 멈출 기세는 보이지 않았고.. 시체더미로
보이지 않는 밖에서 들려오는 게걸스러운 소리들은 줄어들 생각은 없었다.
약 10시간
그들은 쉬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은 채로 10시간을 계속해서 밀려오는 불사
병들을 도륙했다.
그 탓에 이미 그들의 머리와 얼굴은 물론 몸과 의복도 원래의 색이 어땠는지 모를 정도
로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처음에는 강렬하게 찌르던 피 특유의 냄새도 더 이상 맡지 못
할 정도로 후각은 마비된 지 오래였다.
태양이 밝게 빛나는 낮의 시간도 이미 지나버린지 오래인지 시체들의 틈 사이로 겨우
볼 수 있는 풍경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 싸울 때와는 여러 가지가 바뀐 상황이었건만.. 불사병들의 습격만큼은 불
변의 법칙인 것 마냥 바뀌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나마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이라면 쌓여진 시체로 인해 처음
보다 불사병들의 습격 속도가 늦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불사병의 습격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은 불사병들의 상대를 더 오래 할 수밖에 없
다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대로 진행된다면 불사병들을 다 죽이기도 전에 자신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다
해 쓰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행동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그들이 불사병의 상대에 지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행동은 로테이션이었다.
2명씩 짝을 지어 시체들을 치우고 들어오는 불사병들을 한 팀이 처리하는 동안 다른
한 팀이 뒤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앞에서 한참 싸우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적
어도 이대로 4명이서 막무가내로 싸우다 전원이 지쳐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 했
기 때문이었다.
그와 그녀가 한조로 경철과 할배가 한조를 이루어 두 팀은 교대로 휴식과 싸움을 반복했
다.
처음에는 당연히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의 경우 눈앞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 편
히 눈을 감은 채 신체를 쉴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의 경우 그 정도로 편하게 휴식을 취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유현에게도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단지.. 그만큼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뿐이지 확실하게 전투를 하지 않은 채 육체를 쉬
는 만큼의 효과는 있었기에 체력이 방전돼서 쓰러지는 것을 늦출 수는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추가로 20시간.. 앞서 소비한 시간을 포함해 총 30시간을 전투와 휴식
을 반복했다.
그 탓에 일행 전원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의 색이 베어져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교대로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난장판 속에서 완벽하게 몸과 마음의 회복을 하
는 것은 무리였고.. 애초에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얼굴
에 피로가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계에 가깝게 버틴 덕분인지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밖에서 들리던 불사병들의 시끄러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고요했다.
움직이지 않는 시체들의 사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들리는 것은 서로의 거칠게 내뱉어지는 숨소리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해서 대기하던 그들이었지만 불사병들이 침입
해올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입구를 막은 시체를 거칠게 치우고 겨우 밖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들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무수하게 깔려진 시체들
도대체 몇명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들이 입구의 양옆에 마구잡이로 쌓여
져 있었다.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싸운 시간과 보이는 물량으
로 보건대 적어도 3~4천은 될 것 같았다.
30시간에 걸친 긴장과 긴장이 계속된 살육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안 그들은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불사병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쉴 수는 없었다.
그들은 무거운 몸과 멍해져가는 머리를 어떻게든 각성시킨 채로 안전한 장소.. 역시나
이번에도 불사병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하수로로 기어 들어갔다.
전날 쉬었던 하수로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이미 피와 내장의 냄새로 후각이 마비된
그들에게 있어서 냄새 따위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무엇인가를 먹는 것도.. 피와 내장으로 얼룩진 자신들의 몸을 씻는 것보
다도 먼저 잠들었다.
그리고 몸과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만 하루를 그 더럽고 냄새나고 습한 하수로에서 휴식
을 취한 그들은 완전하게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것
은 위험하다고 생각됐기에 재 정비를 한 후 다시 코세이의 본거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의 불사병들은 전원 처리한 것인지 한동안은 습격을 당하는 것은커녕 불사병의 존재
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온 지 10일쨰 되는 그날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죽인 채 나아가던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잃을 수밖
에 없었다.
"이건 무슨 농담이지..?"
경철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렇게 밖에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불사병들로 이루어진 바다였다.
어딜 봐도 불사병 뿐.. 제법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사병들이 우글우글 거리
는 걸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수는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다.
수치로 치자면 자신들이 30시간에 걸쳐 잡은 불사병들의 10배는 가뿐히 넘을 것 같은
모습으로.. 이 지역의 인간들이 전원 모인 게 아닐까 할 정도였다.
"몇 마리나 되는 거야...!"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하고 거칠게 눈을 비비고 재차 확인한 그녀였지만 여전히
우글거리는 그 숫자에 변함은 없었다.
"1만...2만..3만...!?"
웬만한 일로는 당황하지 않는 그 조차도 당황한 모습으로 그 수를 어림짐작으로 세어 나
갔다.
그리고..
"추정 7만.."
절망적일 정도의 숫자를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본편의 마지막 에피소드네요..
원래 대로라면 좀더 많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몸이 아파서 예정이 삐뚫어졌네요..
적어도 이번달 안에 본편을 끝낼수 있게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