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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결전
"그 녀석 왜 물로 뛰어든 거지!?"
뒤늦게 경철이 그가 사라진 수면 위를 바라본 채 물었다.
"나도 몰라!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밧줄을 가볍게 잡아당겼고 밧줄은 곧이어 팽팽하게 섰다.
그가 왜 수면 아래로 뛰어들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이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끝
에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 녀석 설마 악어의 배를 노릴 생각인가?"
이 타이밍에 구명 줄이라고 할 수 있는 밧줄까지 묶은 상태로 수면에 뛰어든 이유는 그
것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단지..
"어떻게? 그 녀석 무기래봤자.. 식칼 같은 거 밖에 없잖아? 그런 걸로 어떻게 쓰러트린
다는 거야!"
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를 찾아 헤매듯 수면을 주시했지
만 그의 모습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 녀석이 무모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뛰쳐나갈 놈도 아니지. 아마 좋은 아
이디어라도 떠오른 거겠지."
경철은 수면에서 눈을 떼 낸 채 정면을 주시했다.
끈질기게도 아직까지 쫓아오는 거대 악어는 지친 기색 하나도 보이지 않은 채로 여전
히 최고속도로 달리는 잠수함을 집어삼키기 위해 맹 추적 중이었다.
"그 녀석 걱정보다 우리 쪽이 더 걱정해야 될 판이 군.."
그가 무엇인가 액션을 취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기에 조만간 어떤 반응이 올 것
이었다.
단지 문제는.. 그때까지 이 잠수함의 엔진이 버틸지 어떨지였다.
유현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진에 부담이 많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엔진이 터지는 그 순간 자연히 잠수함의 속도도 떨어질 것이었다.
최고 속도로도 겨우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힘껏인 상황에서 엔진이 죽는다
는 것은 즉 사망선고였다.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그들은 저 악어의 입에 사이좋게 빨려 들어가 저 거대한 위장 속
으로 떨어질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진짜로 이 섬은 마굴인가 뭔가인가."
무한히 솟아나는 것 같은 불사병에 머리 3개가 달린 악어.. 그리고 눈앞에 있는 거대
한 악어까지..
이 섬에 도착한지 만 2일째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위협당한 것만 해도 3번..
특히나 이번 것은 그중에서도 특이라고 할 수 있는 위협이었다.
"여차하면.. 내가 한 명씩 저쪽으로 옮길까?"
그녀는 절벽의 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꺼번에 옮기는 것은 무게의 부담 탓에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한 사람씩이라면 번거롭
고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도 가능했다.
단지 만약 그렇게 되면 운전하고 있는 유현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중에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당연하게도 '그' 였고 그다음이 경철들..
그리고.. 자신들의 안내역을 하고 있지만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유현은 가장 마
지막으로...
유현을 희생해서 모두가 살 수 있다면 가차 없이 희생할 수 있었다.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매도당하거나 욕설을 들어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만약 강요
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망설임 없이 희생양으로 유현을 고를 것이었다.
"........."
경철은 그녀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단지 경철은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이 중에서 만약 희생을 해야 된다면 유현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타당
했다.
여기서 유현이 죽어도 코세이와의 싸움 자체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가는 길이 험난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여기서 잠수함의 엔진에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 메리트는 당연하게 사라졌고 유현의 전투능력은 이 중에 최하로.. 불사병들 몇 명에
게도 쩔쩔 맬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에 코세이와의 싸움에서는 냉정하게 생각해
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방해라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잘라버린다면 유현을 잘라버리는 것은 정말이지 타당했다.
도덕적인 관념이나 그런 것을 빼고 그저 효율적으로 보자면 그녀가 말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단지.. 경철 개인적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물론 결정을 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녀의 선택을 따를 것이지만.. 그럼에도 유현
을 버린다는 것은 꺼려졌다.
그렇기에 경철은 망설임을 버리지 못하고 곧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경철은 고민의 색이 베인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린 채 지치지도 않고 집요하게 쫓아
오는 거대 악어를 바라봤다.
다른 이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됐다.
"망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라."
경철은 씁쓸한 기분으로 그녀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아주 짧은 시간.. 그러나 그 사이 엔진이 망가져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버릴지도
모르는 시간이었지만 경철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응.."
경철의 말에 그녀는 조금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도 웬만해서는 유현을 손절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틀 만에 깊은 정이 들리도 없었고 그렇다고 받은 은혜가 생명을 걸어서까지 하고도 생
각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될 수 있는 한 그런 비겁한 행위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이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그가 어떻게든 해결해줄 것이라는 깊은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당연 걱정은 산 만큼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유예의 시간을 말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에 그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잠수함을 집요하게 쫓기만 했던 악어에게 변화가 생겼다.
멈출 것 같지 않았던 그 악어가 드디어 그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
그 덕분에 줄어들지 않던 잠수함과 악어의 거리는 몇십 분 만에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대 악어는 명백하게 괴로움을 표출하며 울부짖은 채 발광하듯 자신의 머리는 물론 몸
이나 꼬리조차 미칠 듯이 움직여 거친 물보라를 자아냈다.
"그 녀석이 뭔가 저지른 건가!?"
경철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악어를 본채 외쳤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떻게 한 거야?"
물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봐서는 분명 다른 부위보다 무르다고 하는 배를 노린 것은 확실
했지만.. 그의 육체적 능력이나 장비를 보건대 저 거대 악어가 자지러질 정도의 고통이
나 상처를 주는 것은 일단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어째서 악어가 저런 상태가
된 것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상당히 괴로워하는 것 같군."
무표정한 악어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악어는 괴로운 듯 몸
부림쳤고 심지어는 절벽에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그 거체
를 마구잡이로 움직이며 주변을 헤집었다.
[젠장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내부에서 밖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던 자드의 머리가 구멍을 억지로 넓힌 채
빠져나왔다.
[잉? 뭐야 저 악어 새끼? 왜 저래?]
"내 눈앞의 악어 새끼는 구멍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다만?"
[망할 영감아! 나 말고! 저 집체만 한 악어 새끼 말하는 거잖아! 아니.. 근데 진짜 뭐
야? 저 악어 새끼는 갑자기 왜 다 죽어가는 거야?]
자드는 두 눈을 껌뻑인 채로.. 자신이 말한 대로 명백하게 죽기 직전의 마지막 발악이
라도 하는 것 같은 악어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마지막 발악을 한 악어는 전기가 끊어진 가전제품 마냥 뚝! 하고 그 움직임을 멈췄고
그 직후 수면을 향해 힘 없이 쓰러졌다.
[뒤졌..아니아니 아니지 이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급하게 자신의 입을 닫아 말을 차단한 자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재차 악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속도를 줄여라!"
아무리 봐도 악어가 죽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경철은 잠수함의 선체
를 거칠게 두드리며 외쳤다.
경철의 그 말에 따라 온 힘을 다해 운항하던 잠수함의 속도는 서서히 떨어졌고.. 방금
전의 폭주가 거짓말인것처럼 미세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죽은 거 같은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물 위에 힘없이 떠있는 악어의 거대한 머리를 노려본 채
중얼거렸다.
어떻게 봐도 죽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악어는 별다른 움직임은 하지 않았
고 그저 물살에 그 머리가 조금씩 휘청거리는 움직임 외에 악어 자체의 움직임은 조금
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접근하는 건 아직 이르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아! 그래! 밧줄! 그
녀석은 어떻게 됐지!?"
경철은 문뜩 그녀의 손에 강하게 쥐어진 밧줄을 발견하고 그를 떠올렸다.
"마,맞아!?"
까맣게 밧줄에 연결된 그의 존재를 잊어먹고 있던 그녀는 서둘러.. 밧줄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그러나 아까까지만 해도 팽팽하던 밧줄이 지금은 시들어가는 야채처럼 흐믈흐믈 해진 상
태였다.
"미도!?"
그의 생사를 오직 이 줄 하나로만 느끼고 있던 그녀에게서 그 무게감이 없어진 것은 청
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고 그녀는 안색을 새파랗게 물들인 채로 서둘러 밧줄을 끌어당겼
다.
그러나 아무리 잡아당겨도 그의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얼마 동안 밧줄을 끌
어당기는 작업을 하며 손끝에 그의 무게감이 느껴지길 빈 그녀였지만..
"어,없어..!? 미도가 없어!"
분명 그가 묶여있어야 할 밧줄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밧줄의 끝에는 끊어진 듯 보이는 흔적뿐이었다.
"서,설마..!?"
그녀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
"미도오오오오!!"
그녀는 한치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납했던 날개를 단번에 전개한 채 시체가 됐다
고 생각되는 악어에게 날아가며 그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다.
그러나..
"불렀어?"
그녀의 애절함과 애잔함 등을 무시하는.. 아니 완벽하게 날려버리는 듯한 태평한 목소리
가 수면 위에 둥둥 떠있는 악어의 머리 쪽에서 들려왔다.
"미,미도..? 어디야!?"
그녀는 소리가 나는 악어의 머리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눈동자만을 굴려 열심히
그의 모습을 찾아봤지만 그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푸하..! 냄새가 장난 아니네!"
악어의 거대한 머리.....
정확하게는 악어의 벌어진 입 사이로 피로의 기색이 짙게 깔려있는 지친 듯한 그의 얼굴
이 쏙 하고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어 그 틈 사이로 그의 팔이 그리고 몸이 마지막으로
다리까지 해 전신이 악어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런 그의 온몸은 끈적해 보이는 여
러 가지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체액 투성이인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식칼' 이 들려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의 요약
악어: 아,안돼 그만둬!
미도: 배짝! 배짝좀 보자!
악어: 내가내가 아니게 되버려어어어어!
-강제출근 당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