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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45화 (24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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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결전

지하수로를 걸어 약 2시간이 지난 뒤..

그들은 드디어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는 지하수로에서 빠져나와 지상을 향해 올라올 수 있었다.

"여기는..?"

맨홀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와 겨우 신선한 공기와 차가운 바람에 닿아 상쾌해진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은 유치한 디자인의 둥그런 건물이었다.

"잠수함 타는 곳이야"

"잠수함? 여기에?"

"당신들이 상상하는 그런 잠수함은 아니니까. 그냥 레저 용의.. 기껏 수심 5미터 정도

들어갈까 말까 한 잠수함 비스름한 배 같은 거야."

보통 사람들은 잠수함 하면 군용의 물건을 떠올리기 망정이었기에 유현은 다들 품고 있는 잠수함의 이미지를 정정했다.

[근데 여기는 그 바퀴벌레 새끼들은 없는 거냐?]

도착하자마자 미칠 듯이 달려오던 불 사병들을 생각한 자드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없을 거야. 여기는 애초에 사람도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고. 저기도 좀

비 사태 퍼지기 전에 이미 망한 곳이니까. 그래도 뭐.. 가끔 한두 마리 정도가 흘러 들

어오기는 하는 경우가 있으니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다지 긴장하는 모습이 아닌 것은 이 멤버로 그 정도의 불 사병들

은 날파리 이하의 존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의 여유였다.

"그럼 일단 들어가자."

유현은 일행을 데리고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간 뒤 그 문에 걸려있는 구식 다이얼 자물쇠

의 비밀번호를 드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맞췄고.. 곧이어 자물쇠는 별다른 저항 없

이 열려졌다.

"네 건물이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유현이 자물쇠를 여는 걸 본 그가 물었다.

"내 건물은 아니지만.. 예전에 여기서 일했었거든.벌써 2년 전 일이긴 하지만"

그때를 회상하듯 그리운 눈을 한채 중얼거린 유현이었지만..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온 뒤 그대로 건물 안에 들어갔다.

전기는 당연 들어오지 않았기에 창문으로 비추어지는 빛 하나만을 의지한 채로 먼지투성이인 것도 모자라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복잡한 내부를 걸어 그들이 간 곳은 인접한 바다와 연결돼 있는 공간이었다.

그 탓인지 바다 특유의 짠 내음이 그들의 후각에 서슴없이 파고들어갔고.. 그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별 신경도 안 쓰는 사람.. 반응은 각자가 달랐다.

"있다!"

유현은 선착장처럼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달려간 뒤 이곳저곳 칠이 벗겨져 볼품없어 보이는 잠수함의 앞에 선 뒤 조종석 쪽의 문 손잡이를 잡은 뒤돌렸다.

"켁..! 먼지 장난 아니네.."

아무래도 제법 오래 방치된 탓인지 조종석의 안에는 탁한 공기뿐만이 아니라 새까만 먼지들로 더러워져 있는 상태였다.

"이쪽도 장난 아니네.."

손님들이 타는 쪽의 좌석 문도 열어본 유현은 자신의 입과 코를 막은 채 조종석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태의 뒷좌석을 돌아봤다.

"이게 잠수함인가..? 상당히 아담하군."

유현의 뒤를 따라온 일행들은 자신들이 상상하고 있던 잠수함과 비교하면 기껏해야 6~7명이 탈수 있을까 말까 한 크기의 잠수함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런 잠수함이랑은 다르다니까?"

유현은 잠수함의 선미 부분을 탕탕하고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지만.. 이 녀석이라면 하천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계획..

그건 바로 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와 연결된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것이었다.

사실상 계획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적어도 우습게 볼  것은 아니었다.

수심의 깊이를 생각하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나 이동 가능한 곳이 제한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상에서 바퀴벌레 떼처럼 우글거리는 불사병을 뚫고 가는 것보다는 상당히 건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옛날 생각나네."

강을 건넌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예전 자신이 다리가 끊어진 곳을 건너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리보트를 이용해 강을 타고 개천에까지 도달했던 것을 떠올렸다.

옛날.. 이라고 실질적 시간으로 따지면 1년하고도 조금 더 된 시간 정도였지만 그 사이 여러 일이 있었던 탓인지 까마득하게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출발하기 전에 청소부터 해야겠어."

유현은 안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 끝으로 흟었고.. 그 손가락 끝에는 대량의 먼지들이 묻어져 있었다.

[아앙? 시간도 없는데 그냥 쳐가지? 뭔 깔끔 떨고 난리냐?]

자드는 자신의 험악한 악어 얼굴을 더욱더 험악하게 찌푸린 채로 말했다.

"자칫하면 이 안에서 며칠 밤을 지내야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이런 더럽고 탁한 공기가 가득 들어차있는 이 밀폐된 공간에서 정말 며칠 밤을 견딜 수 있겠어?"

유현은 자신의 손끝에 있는 새까만 먼지를 자드에게 강조하듯 들어 올렸다.

[그 정도로 오래 걸린다고? 걸어가도 삼일이면 갈만한 거리 더만!]

물론.. 삼일이라는 시간은 개떼처럼 몰려 있는 불 사병들이 없다는 전제하였지만.. 도보보다 빠르게 갈 수 있을 소형 잠수함을 타고도 도보로 가는 것과 별다른 시간차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그쪽에 가려면 제법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고.. 바다 쪽이라면 괜찮지만 하천 쪽으로 진입하면서부터는 저녁에 이동하는 것은 힘드니까."

당연 야간에도 운행할 수 있게 헤드라이트 같은 기능들은 전부 첨부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서는 밤도 낮도 따로 없는 불 사병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해가지면 운행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빙 둘러 갈 수밖에 없는 데다가 저녁에는 운행할 수 없는 점까지 합쳐진다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망할..]

자드는 거친 소리를 내뱉은 채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상 이상으로 시간은 걸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불 사병들이 몰려드는 일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갈 수 있다는 몹시 큰 장점이 있었기에.. 왈가불가 불만을 토해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자드의 패배 군!"

[시끄러 망할 노친네..]

할배의 놀리는 말에 자드는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린 채 투덜 거렸다.

"이 정도 먼지를 청소하려면 물이 필요할 거 같은데."

그는 몹시나 더러운 잠수함의 내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식수라면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렇다고 바닷물을 이용하자니.. 내부가 소금 투성이 상태로 되어버릴 것이었다.

"그거라면 청소 용의 액상 세제가 있으니까 그걸 사용하면 될 거야. 그거라면 뿌리고 마른행주로 닦기만 하면 되니까."

다행히도 소금물로 청소를 하는 것은 피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은 유현이 가지고온 도구들을 이용해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했고.. 그 사이 유현은 잠수함의 정비를 끝 맞췄다.

단지.. 그것들이 다 끝났을 때의 시간은 오후 5시 44분.. 곧 있으면 해가 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이럴 바에는.. 그냥 하루 여기서 보내고 가는 게 날 거 같네."

지금 출발해봤자 기껏해야 해가 질 때까지 1시간하고도 조금 정도 밖에는 운행을 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되면 해가 질 때까지 그다지 넓다고 할 수 없는 잠수함의 내부에서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기에 그냥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고 내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출발하기로 정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나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직원 용의 휴게실을 적당하게 청소 한 뒤 그곳에서 각자가 저녁식사 전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느새 여자로 변했네?"

그녀와 어깨를 맞닿게 한 채로 벽에 기대어 쉬고 있던 그는 유현의 신장과 체격이 줄어든 것을 보고 여자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미어터질 것 같은 데서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는 쪽이 좋잖아."

방의 크기는 이 인원이 사용하기에는 몹시 작았다.

특히나 거구를 자랑하는 경철과 자드를 달고 있는 할배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 좁은 방의 면적을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었고.. 안 그래도 좁은 방안은 그 두 사람에 의해 더욱더 좁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유현은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져있는 경철을 힐끔하고 바라봤다.

"정기도 보충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원래대로라면 성교를 함으로서 대량의 정기를 흡수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가벼운 점막의 접촉.. 즉 키스밖에 할 수 없었던 탓에 몇 시간 전에 흡수했던 정기는 이미 바닥이 난 상황이기에 재차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됐다.

"남자 모습이라면 껄끄럽잖아?"

유현 자신은 어떤 모습이든 딱히 상관이 없었지만.. 평범하게 생각하면 동성보다는 이성 쪽이 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자도 상관은 없다만?"

명상이 끝난 것인지 조용히 눈을 뜬 경철이 몸을 일으켜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미도에게 접근하지 마."

그녀가 도끼눈을 뜬 채 그의 몸을 세차게 감싸 안은 상태로 말했다.

"음..?"

그러나 경철은 어째서 그녀가 그런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아저씨 게이야?"

"사별은 했지만.. 부인도 있었던 몸이다만?"

돌직구의 질문을 한 유현에게 경철은 별다른 반응 없이 태연하게 답했다.

"근데 남자끼리 하는 거에 거부감은 없어..? 보통 거부감이 들거나 그러지 않아?"

"뭐.. 보통 상황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군."

경철은 자신의 상처투성이 머리를 슥슥 비비며 답했다.

단지.. 그런 경철을 그녀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이건 그런 성적인 느낌보다는 '인공호흡' 에 가까운 느낌이니까. 인공호흡하는

데 남자든 여자든 신경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시선을 보지 못한 경철은 버릇처럼 만지던 자신의 머리에서 손을 땐 채 굵은 팔을 가슴에 교차시킨 채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다.

"인공호흡이라니.."

유현은 기가 막히다는 듯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경철을 올려다본 채 헛웃음을 삼켰다.

보통은 이런 행위들을 성적으로 연결하기 마련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명구조로서 연결한 경철의 생각이 너무나도 특수한 탓이었다.

"아저씨 진짜 특이하네."

"하핫! 내가? 네 앞에 있는 저 특이점 부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경철 역시 유현의 말에 실소를 터트리며 자신이 입 밖에 꺼낸 그 특이점 부부를 눈으로 좇았다.

"알았지 미도..? 아저씨가 으슥한 데로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 만약 강제로 데리고 갈려고 하면 큰소리로 소리 질러."

"응? 왜 그래야 하는데?"

"다 너를 위해서니까 내 말 들어! 뒷산이 부서지고(?) 싶지 않으면 내 말 들어!"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라는 교환을 두 부부는 하고 있었다.

사실상 부부의 교환이라기보다는 어린아이에게 당부하는 부모와 자식 같은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저런 알 수 없는 교환을 하는 녀석들과 비교하면 내 쪽은 누가 봐도 범인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의미로 범인 같은데.."

유현은 이 특이하기 짝이 없는 집단을 쭉 둘러본 채로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연말이 너무 바빠 토가 나옵니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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