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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결전
한편 헬기의 안..
"........"
그녀는 뒷좌석의 창문을 뚫을것 같은 느낌으로 달라붙은채 이제는 보이지 않는 연구소의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남지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조금 떨어진 좌석위에 턱을 올려놓은 편안한 자세로 쉬고있던 자드가 그녀의 미련남은 모습을 보며 말했다.
벌써 연구소와는 그럭저럭 거리가 벌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그녀라면 지금 당장 헬기에서 뛰어내려 날개를 펼쳐 날기만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로 돌아갈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됐어."
그재서야 그녀는 일체화할것같은 느낌으로 붙어있던 창문에서 떨어졌지만 여전히 표정에는 미련이 뚝뚝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그런 상판하지 말라고. 이쪽 기분도 다운되버리니까.]
"............"
전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말을 토해낸 말에 그녀의 기분이 상한듯 그녀의 눈가가 움찔하고 떨리며 점차 날카롭게 변화해 갔다.
하지만..
[영원히 헤어지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기껏해야 2주나 3주 정도뿐인데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냐? 아니면 살아서 못돌아올것 같다..라는 븅딱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 대가리 돈 새끼랑 그 씹어쳐먹을 년은 내가 잘근잘근 씹어먹을 예정이니까. 그런 븅신같은 걱정하고 있는거라면 접고 그 상판좀 펴라. 알았냐? 앙? ]
그 직후 자드의 입에서 토해져 나온 신랄한 말과는 다르게 그 속내에는 그녀를 비방하기 보다난.. 오히려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려는듯 들렸고 그녀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노려보던 시선을 자연스럽게 푼 채로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
[헹! 알면됐고!]
그녀의 솔직한 사과에 자드도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허허허! 이게 바로 츤드래곤인가!"
그런 자드의 태도에 흡족한듯 미소를 머금은 할배가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누가 츤드래곤이야!? 거기에 틀린 표현이라고 몇번을 말하게 하는거냐 노망난 노친네야!]
비록 단어는 틀렸지만 할배가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알고있는 자드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평소보다 격렬한 반응과 목소리로 할배에게 이를 드러낸채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교환에 방금전과 비교해 훨씬 표정이 밝아진 그녀는 피식하고 웃은채.. 마지막으로 한번 연구소가 있던 방면에 시선을 준 뒤.. 미련을 끊듯 바로 고개를 돌렸다.
"허허허! 뭐 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수퍼파워를 습득한 나와 자드가 무사하게 집으로 돌려보내줄테니 안심들 하라고! 허허허허허!"
[수퍼파워..라니.. 더럽게 촌스러!? 수퍼파워는 도대체 언제적 시절 표현인거야! 구려! 구리다고! 노친네 방귀냄새보다 더 구리다고!]
"음? 그럼 요즘애들은 어떤 표현을 쓰지?"
[어? 그.. 뭐야.. 어둠의 힘? 이라거나?]
갑작스러운 할배의 질문에 당황한듯한 기세를 보인채 자드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중2병이냐."
그것을 근처에 듣고 있던 그녀는 빵 하고 터진 실고와 함께 내뱉었다.
[중2병이라고 하지마!? 애초에 나는 15살이니까 병이 아니거든!?]
외관상은 물론이고.. 자신보다 연상인 인간들에게 조차 예의따위는 어디론가 팔아먹은 모습으로 마구잡이 반말과 폭언을 행하는 자드를 15살이라는.. 미레와 한솔이 다음의 어린 나이대의 소유자라는것은 쉽게 인식되지 않았지만 실재로도 15살에 이런 세상이 되기전까지도 확실하게 인간의 모습으로 중학교를 다니던 청소년이었던 자드였기에 틀린말은 아니었다.
"그럼 중2냐?"
[맞는 말이긴 하지만! 미칠듯이 불쾌하니까 그만두라고!]
재차 고쳐 말한 그녀의 말에 자드는 또 다시 절규했다.
"할배랑 자드도 같이 돌아가는거지?"
헬기의 조종을 하던 그가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듯 물었고.. 그런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듯 할배와 자드는 두 눈을 껌뻑거린채 조종석의 시트를 물끄러미 바라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건..."
[당근빠따지! 솔직히 이 노친네가 뒤지던가 말던가는 알바 아니지만.. 없으면 나도 뒤지니까! 이 다 뒤져가는 노친네가 뒤지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그런 할배의 말을 가로막듯 자드가 잽싸게 거친목소리로 그런말을 토해냈다.
"허허허! 그렇다는군?"
자신의 취급이 그닥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할배는 유쾌한 웃음소리를 잊지 않고 흘렸다.
"정말이지?"
그는 재차 확인했다.
다시 재회한 뒤 부터 할배와 자드의 태도가.. 예전과는 묘하게 다른것 같은.. 이질감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혹시나 안좋은 쪽의 의미로 작용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그는 그렇게 확인하는 말을 내 던졌다.
[그만 쳐물어봐! 너가 우리 엄마냐!?]
"히히! 그건 싫어! 미레의 엄마가 되는거라면 좋지만."
[좋은거냐!?]
평소와같은 할배와 자드의 태도..
자신이 느꼈던 그 거리감이나 이질감이 착각이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할배도 자드도 평소와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기에 그는 조금 안심한채로 조종에 집중했다.
단지.. 다들 웃고 있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린채 점으로 보이는 지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경철만큼은 그런 웃음속에서 웃을수가 없었다.
경철은 그들의.. 할배의 확정됐다고 밖에 말할수 없는 미래를 직접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웃을수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속이듯이 그 사이에 껴서 웃을수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과연 생명과 관련된 상황속에서 다른 인간들을 속여가면서 까지 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면 다른 이들이 진실을 알게 될수도 있었기에.. 경철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이 그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 어디 몸이라도 안 좋아?"
경철이 너무 조용한데다가 등을 진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녀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할수밖에 없던 경철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채 평소와 같은 거친 목소리를 흘려내며 태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과묵할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던 경철이었지만.. 여자의 감 혹은 육감이라고 해야할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감각이 경철의 태도가 이상하다는것을 감지해버렸기에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경철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허허! 담배인가!"
[그러고보니 근육맨.. 무의식적으로 길죽한 물건이라면 뭐든 입에 물려고 했었지]
할배와 자드 두 사람은 그런 경철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러고보니 아저씨 금연중이었지."
자신.. 정확하게는 뱃속에든 미레를 위해 경철인 금연선언을 했던것을 떠올린 그녀가 짝 하고 양 손바닥을 강하게 부딪쳤다.
"아저씨 그냥 피지 그래? 출산도 했고.. 어차피 여기에는 미레도 없으니까."
그녀 자신은 흡연경험자가 아니었기에 금연이 얼마나 힘든것인지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단지.. 자신의 아버지나 주변의 친구들이 괴로움에 떨며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다고 실패한다는 무간지옥같은 광경을 몇번씩이나 목격한적이 있었기에 힘들다는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음? 아니 그건.."
경철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야상코트 앞주머니에 손을 뻗었고
그곳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안에 들어있는것은 아니나 다를까 '담배' 였다.
금연 선언을 한 후 한개피도 피지 않고 있었던 경철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라고 할까. 아니면 습관적으로 할까?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이 안에 담배를 넣어 놓고 있었다.
"그래! 아저씨! 힘들면 그냥 펴버려! 어차피 연구소에 제법 많이 있으니까. 아까워서 그런거라면 걱정말고 피워도 괜찮아?"
연구시설을 털면서 나온 기호식품들의 양도 제법 됐다.
그 시설에 있던 수도 수였거니와.. 그들이 다른 이들을 얼마나 착취했는지를 아는 좋은 예가 될 정도로 다른 생존자들에게는 보물상자라고 밖에 말할수 없을정도로 많은 양의 담배나 술을 발견해 낼수 있었다.
특히나 담배의 경우 자신들중 유일한 흡연자 였기에 하루에 한갑식 핀다고 쳐도 2년정도는 필 수 있을만한 양이 있었다.
"으음..."
딱히 담배 떄문에 이런식으로 있었던것은 아니었지만..
할배와 자드가 굳이 왜 이런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는지는 이 중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경철은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말끝을 흐린채 눈동자만을 돌려 할배를 바라봤다.
".............."
그 시선을 눈치챈것인지 할배는 그녀의 모습을 살피며 자신의 손가락을 입술끝에 가져갔다.
"그,그래.. 그럼 한대만 펴볼까..?"
할배와 자드의 말을 맞추기 위해 경철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는 자신의 앞주머니에 넣어둔 꾸깃꾸깃한 담배봉지를 꺼냈다.
코끝에 느껴지는 합성물질이 가득 들어간 담배의 냄새가 경철의 코를 찔렀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이는것을 느낀 경철은 웃음이 나올것 같았다.
먹는것도 아니고 그저 연기를 들이 마시는 물건에.. 침이 나올정도로 굶주려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우스웠기 떄문이었다.
경철은 자신의 입안에 고인 침을 목구멍안으로 삼키며 몇십년동안 반복해왔던 익숙한 손동작으로 꾸낏한 담배봉지안에서.. 역시나 꾸깃하게 구겨진 새하얀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문 뒤 바지 주머니에서 낡은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정말 오랜만이군."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뱉으며 경철은 지포라이터에 불을 켠 뒤
그것을 꾸깃한 담배의 끝에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 역시 그만두겠어."
경철은 지포라이터의 입구를 닫아 버린 뒤 자신이 물고있던 담배를 다시 봉지안에 넣었다.
"피지 않는겐가?"
경철이 담배 피는걸 지켜보고 있던 이들중 대표로 할배가 물었다.
"이왕 여기까지 참아온거.. 좀더 의미있는 장면에서 피고 싶군요."
할배의 말에 경철은 미련이 뚝뚝 넘치는 얼굴로 방금전 물고있던 담배가 들어간 봉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더이상 보고 있으면 유혹에 질것 같은 생각이 든 경철은 서둘러 그것을 원래에 있던 장소로 되돌렸다.
[의미 있는 장면?]
"그래.. 의미 있는 곳..."
자드의 의아한 목소리에 경철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채 그저 그 말을 입안에서 반복하듯 중얼 거렸고.. 그것을 듣고 있던 이들은 그 말뜻을 조금도 이해할수가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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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드디어 제주도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