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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36화 (23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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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결전

조금 소란스러웠던 일들이 지나..

경철과 나라는 가족끼리 있게 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어색한 변명을 내세운 채 그 자리에서 퇴장했다.

"봄인가.."

벤치 위에 앉아 봄의 햇살을 만끽한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를 만났던 것도 이 시기였던 것을 떠올린 탓인지 그녀는 조용히 두 눈을 감은 채로 감상적인 기분에 빠졌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그와 이런 관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던 그녀였지만 현재는 아이까지 있는 상태..

둘뿐이었던 그때와 셋이 된 지금을 비교하니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물론..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솔직하게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거기에..

"이제 얼마 안 남았네."

감았던 눈을 조용히 뜬 채 내리쬐는 태양을 곁눈질로 올려다본 그녀가 말했다.

"응.."

개나 고양이 마냥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있던 나비의 뒤를 쫓아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미레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흐려졌다.

이렇게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몹시 큰 난제

가 남아있었다.

몇 시간 뒤 그와 그녀는 미레를 남겨둔 채로 코세이의 본거지가 있는 제주도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됐다.

미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몹시 중요

한 일..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은 크고 혹은 살아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죽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코세 이를 쓰러트린 뒤 당당하게 귀환하여 이런 식으

로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갈 생각으로 떠나는 것이지만 인생이 꼭 자신들이 원

하는 방향만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여태껏의 경험으로 아플 만큼 깨달았던

그들에게는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역시 너는 남는 게..."

그는 결심한 듯 미레에게 못 박혀있던 시선을 거두어 그녀의 옆얼굴로 시선을 돌린 채

말했다.

"쉿..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하기로 했잖아?"

무엇인가를 더 말하려고 하던 그는 그녀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 앞에 들

이밀어지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사실 이미 이 이야기는 그와 그녀의 사이에서 종지부가 찍혀진 일이었다.

미레의 일도 있었고 혹시 모를 위험에 그녀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녀에

게 연구소에 남는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그녀는 당연하게 그것을 단칼에 거절한 채로 그와 동행하기를 희망했다.

양쪽 다 미레의 곁을 떠난다는 것은 확실히 불안한 감은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불안한

것은 그의 안위였다.

이쪽 연구소라면 나라도 있고 한솔과 길티.. 그리고 4인조도 함께 있었기에 미레를 돌

봐줄 수 있는 인원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할배와 자드를 한 세트라고 쳐 경철까지 포함하면 단 3명

단 3명이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미치광이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 각각이 강하다고는 할 수 있기는 했지만.. 집단과의 싸움에 발을 내밀기에

는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뿐만이 아니라 할배나 자드 경철을 위해서라도 큰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

신이 가는 것이 타당했다.

"어차피 2~3주 후에는 무사히 돌아올 거잖아? 내가 위험하면 네가 지켜줄 거잖아?"

자신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머릿속 한편에서 떠올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그의

걱정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로 희망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그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당연하지..!"

"그렇지? 나도 네가 위험하면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그녀는 조용히 그의 손과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았다.

상대방의 따스한 온기가 서로에게 전달해져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무사하게 돌아와서. 이 행복을 이어가자. 우리 인생은 아직 79년이나 남아있으니까."

재회한 당일의 저녁 이야기했던 주제를 꺼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큭큭 하고 웃었고.. 그에 반응하듯 그의 심각하게 구겨진 얼굴도 서서히

펴진 채로 특유의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렇게 얼마 동안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은 채로 웃었고.. 그런 두 사람의 웃음이 멈

추는 순간 서로의 눈동자에 비추어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얼굴과 얼굴의 사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어갔고 두 사람

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서로의 입술과 입술을 겹치...려던 그 순간

"후,후배위...!?"

라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버리는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따라 키스를 나누려던 두 사람은 움찔하고 몸을 떨며 반응하며 소리의 주인 쪽으

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평소와 같이 길티의 몸 위에 탄 채 이동 중이었던 '한

솔' 이었다.

그녀와 나라가 케어를 한 덕분에 그때의 충격적인 성교육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던

한솔이었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의 행위를 보고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인지 새파랗

게 질린 상태로 경악하는 중이었다.

"이게 어딜 봐서 그거야!?"

그녀는 방금 전 자신들이 한 행위의 몇 배나 진하기 짝이 없는 행위에 대한 것이 한솔

의 입에 나온 것에 분노를 담아 반박했다.

"아니.. 애초에 도둑고양이랑 나랑 잘 설명해줬잖아?"

"아.. 그랬지!"

그녀와 나라가 확실하게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재 교육을 했기에 트라우마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한솔이는 재차 그것을 자각한 듯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를 지은 채

로 자신의 손바닥을 부딪쳤다.

"혹시 미레랑 놀아주러 왔어?"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지 인식하고 있지 않은 그였지만 그녀가 이 상황을 꺼림칙하게 생

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곧바로 한솔의 의식을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응! 맞아!"

"미레는 저깄어"

그는 아직까지 나비를 쫓아 뛰어다니는 미레를 가리켰다.

"진짜다! 미레! 미레에에에!"

그가 알려줌에 따라 미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나라는 길티를 조종(?)하며 미레

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상태로 움직였고.. 그 큰 목소리에 반응하듯 움직임을 멈춘 미

레는 눈을 껌뻑거리며 고개를 돌려 큰 목소리로 외치는 한솔을 바라봤다.

그 직 후

"아우!"

몹시나 반갑다는 기색을 흩뿌리며 미레는 한솔에 있는 곳을 향해  힘껏 내 달렸다.

"자,잠깐 미레야 위험해!"

미레의 힘과 속도가 합쳐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이미 몇 번씩 겪어봤던 그녀는 서

둘러 길티와 한솔의 앞을 가로막듯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

제법 잘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던 미레였지만 평평하지 못한 지면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

인지 움푹 들어간 잔디밭의 일부분에 발이 걸려지면에 성대하게 구른 채로 넘어졌다.

"미레야!?"

엄청나게 큰 굉음을 내며 지면에 넘어진 미레를 본 그녀는 경악에 찬 감정을 담아 미레

의 이름을 부르며 넘어진 미레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기세였지만..

"아우!"

미레는 그런 큰 소리와 성대한 동작을 취하며 넘어진 것치고는 흙과 잔디가 몸 곳곳을

더럽힌 것 외에는 별다른 상처 나 부상은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힘차게 지면에서 일어

난 뒤 이번에는 뛰는 것이 아닌 그 짧은 두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와 길티와 한솔이 있

는 곳의 앞에 선 뒤 높은 위치에 있는 한솔이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한계까지 들어

올렸다.

"우?"

그 탓에 중심을 잃은 미레는 뒤로 벌러덩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미레를 일으키

기 위해 길티의 위에서 뛰어내려지면에 착지한 한솔은 조용히 미레에게 손을 뻗었다.

"꼬맹이 위험.."

미레가 무사한 것에 대해 안심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또 다른 위협적인 순간이 찾아왔기

에 그것을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을 그가 제지했다.

"괜찮아."

별다른 걱정근심 없는 태평한 모습으로 그는 말했다.

그리고 직후 한솔이 뻗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레는 활짝 미소를 지은 채 작지만

자신보다는 더욱 큰 한솔의 손을 뻗어 잡았다.

"아..!"

그 순간 그녀의 탄식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나라 때와 마찬가지로 한솔이 상처 입을 일은 없었고 한솔의 도움으로 인해 미레는 무사

하게 쓰러진 지면 위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아우!"

지면에서 일어난 한솔은 한솔의 품에 안긴 채로 기분 좋은 소리를 흘렸고.. 그런 미레

를 한솔은 있는 힘껏 안아 올렸다.

안 그래도 연구소에서 가장 작고 어린 한솔에게 있어 생후 3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

도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미레는 제법 무거웠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레의 요

망에 따라 그 몸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착하다! 히히!"

온 힘을 다해 안아들은 덕분에 한솔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어졌지만.. 그럼에

도 한솔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즐거워하는 미레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하지만 역시 장시간은 무리였는지 한솔의 표정은 급격하게 여유를 잃어갔다

"그으.."

그것을 인지한 길티는 허리를 굽힌 채 양손을 뻗어 미레를 안고 있는 한솔의 몸을 동시

에 들어 올린 뒤 자신의 목 위로 가져가 목말을 태우는 형태로 만들었다.

"아우!"

경철만큼은 아니었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시야가 높아진 것에 대 만족을 한 미

레는 흥분한 채로 길티의 인형탈을 거칠게 후려쳤다.

그 힘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길티의 인형탈을 휙! 하고 거칠

게 돌아가버렸다.

"그러면 안 돼! 살살해야지! 살살!"

한솔은 미레의 행동을 노기 띤 목소리로 나무랐다.

그러나 아기인 미레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고개를 계속해서 갸웃거릴 뿐 이

해했다고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살살.. 이렇게 이렇게 살살하는 거야."

한솔은 길티의 머리를 약한 힘으로 살짝 두드렸다.

"아우?"

그 동작을 반복하는 한솔이를 보고 미레는 자신도 그와 똑같은 동작으로 길티의 인형탈

을 약한 힘으로 두드렸다.

"응! 그렇게 살살하는 거야! 미레는 착한 아이니까.. 언니가 상줄게!"

그렇게 말한 한솔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여 1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의 초콜릿을 꺼냈

다.

"아우!?"

그것을 보자마자 미레는 눈을 빛내며 그것을 가지기 위해 양손을 뻗었다.

"안돼! 줄 때까지 기다려!"

미레의 행동을 나무라며 한솔은 초콜릿을 뺏기지 않기 위해 미레의 팔로는 절대로 뺏지

못하는 높이에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

어떻게든 손을 뻗으려고 한 미레였지만 당연히 그 짧은 팔로는 닿을 수 없었고.. 그 행

동을 포기한 채로 물끄러미 한솔의 손위에 올려진 초콜릿을 바라봤다.

그런 미레의 입가에는 고여있던 침이 주르륵 흘러내려 길티의 몸을 더럽혔고 얼마 지난

후 한솔은 방긋하고 미소를 지은 채 미레에게 그 초콜릿을 내밀었다.

"잘했어! 먹어!"

그제야 미레는 그 초콜릿을 받아 들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입에 넣어 너무나

도 맛있다는 듯 그것을 입안에서 녹여갔다.

"미레가 무슨 개냐..."

"그래도 제법 효과는 있는데?"

한솔의 훈련(?) 방법이 흡사 개를 다루는 것과 같았기에 그녀는 작은 불만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자신이 몇 번이나 화를 내고 저지해도 고쳐먹을 생각이 없는 미레

가 이런 식으로 나마 말을 듣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한솔이는 좋은 엄마가 될 거 같네."

별다른 의미 없이 아이를 생각 이상으로 잘 다루는 한솔을 본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엄마! 한솔이 엄마가 될 수 있... 아.. 그렇지만 그건 무서워..."

그의 말에 기쁜 듯 반응한 한솔이었지만 아이를 만들고 엄마가 되는 험난한 과정을 떠올

리자 단번에 그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그래!"

하지만 이내 한솔의 얼굴에는 다시 활기기 돌아왔다.

"미레가 한솔이 아기 하면 되겠다! 응! 한솔이가 미레의 엄마가 되면 딱이야!"

한솔은 초콜릿을 다 먹고 자신의 손에 붙은 잔해물들을 쪽쪽 빨아먹고 있는 중인 미레

를 향해 말했다.

"암마?"

오늘 배운(?) 익숙한 단어가 흘러나오자 한솔을 바라본 채로 미레가 말했다.

"응! 오늘부터 한솔이가 미레의 엄마야! 히히!"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로 그렇게 외친 한솔이었지만..

"좋아.. 꼬맹이 뒷간으로 따라와라. 오는 김에 도둑고양이년도 데려와. 두 년 다 거름

으로 만들어주마."

한솔의 말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그녀는 으득으득 거리며 자신의 주먹을 매만진 채 무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그렇네요..!?

미도는 따지면 무성이고 미레는 양성.. 확실히 다르군요.

덕분에 꺠달음을 얻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레의 성별 베이스는 일단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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