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33화 (23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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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에필로그

D-3

길다고하면 길고 짧다고 한다면 짧았던 수술이었지만..

수술을 받은 당사자인 그녀는 물론이고 그 수술을 위해 움직였던 전원은 모든 체력을 방전한 듯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게 됐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몸은 어떠세요?"

병실로서 사용되는 방 안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녀를 향해 나라가 물었다.

"별다른 이상은 없어. 배가 좀 허전한것 빼고는.."

그녀는 몇개월동안 불러있던 자신의 배가 지금은 홀죽해진 것이 제법 어색했다.

실질적으로 그녀의 강인한 육체는 아기를 그 몸안에 담고 있었다고는 해도 무게감은 크게 느끼지 않았고 불편하다고 한다면 움직일때 배의 면적이 늘아난만큼 조금 거슬렸던 점 외에는 별다른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기에 감각적으로는 전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단지..

어제 까지만해도 크게 부풀어 올라 있던 자신의 배가 지금은 초라할정도로 홀죽해 진 자신의 배를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어색했다.

"왠지 웃기네."

그녀는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임신 했던 기간을 계산해봤자 고작 몇개월이었지만 자신이 지금과 같은 몸 상태로 산것은 20년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작 몇개월 배가 부른 상태로 살아온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것도 모자라 홀쭉해진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기 까지 하니.. 웃음이 나 올 수밖에 없었다.

"이쪽은 그 어색한 모습으로 만들려고 죽을힘을 다했지만 말이죠."

나라는 반 농담 반 진심을 담아 일부로 짖궅은 미소를 보인채 말했다.

그녀의 경우 수술을 받은 기억은 없었다.

그저.. 어렴풋이 기억나는것은 단 하나

아기를.. 미레를 보고 자신이 웃은것만큼은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자신이 그런 짓을 해서 죽을뻔했고.. 그것을 그가 자신의 육신을 이용해 살렸다고 하는 기억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든것이 끝난 뒤 나라의 통보에 의해 자신에게 있었던일을 대략적으로 알게됐다.

단지.. 기억이 없던 탓인지

솔직하게 말해 실감은 나지 않았다.

"미안.. 그리고 고마워."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무사하게 있고 미레도 무사하게 태어날수 있었던것은 분명 눈앞에 있는 이 작은 몸집의 의사선생님 덕분이라는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평소와 다른.. 솔직하게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네..? 아니...그게.."

울컥하고 반발할줄 알았던 그녀가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자 나라는 당황한 모습으로 손을 허공에 휘저은채로 말을 더듬었다

"정말 고마워.. 나랑 미레를 살려줘서.."

"아니요.. 솔직히 제가 한 일은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감사의 인사는 미도나 다른 분들에게 하시면되요."

분명 수술을 집도한것은 자신이었지만.. 사실상 은야나 실베른이 없었다면 수술의 시간이 길어져 어떻게 됐을지 알수 없었고 그녀가 폭주하여 자신의 복부를 뜯어낸 뒤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만약 그가 그 상황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분명 아무것도 못한채로 그녀가 죽는것을 자신은 지켜볼수 밖에 없었을것이었기에.. 나라는 자신이 그런 감사의 인사를 받는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야! 너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상태인줄 몰랐을테니까.."

나라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대수술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채 평범하게 출산을 하려고 했다면 분명 자신도 아이도 무사하지는 못했을것이었다.

나라가 아기와 그녀의 걱정과 몸의 검사에 대한것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였기에야 말로 그녀와 아기의 상태가 평범한 임산부와는 확연하게 다른다는것을 알아차릴수 있었기에야 말로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할수 있었던 것

그녀에게 있어서 나라는 분명하게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고마워!"

"아,알겠으니까. 머리는 그만 올리도록 하세요!"

그녀가 몇번씩 고개를 숙이는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불편한 나라는 서둘러 그녀의 머리를 들어올리게 했다.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나라에 대한 감사는 아직 모자랐지만.. 더이상하게된다면 나라가 오히려 불편해질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나라의 말대로 고개를 숙이는걸 그만두기로 했다.

"아..! 그러고보니 미레는..? 건강하다고는 들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는거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녀는 아직 아기를.. 미레를 직접 보지 못했다.

건강하게 태어났고 지금은 미도가 아기를 보고 있다는것만 들었을 뿐.. 그이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별다른 이상이라..."

그녀의 질문에 나라는 복잡한 얼굴로 입을 다문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혹시 몸에 이상있어!? 건강하다고 했잖아..!?"

당장이라도 침대위에서 뛰쳐 나갈것같은 기세로 그녀가 외치며 나라의 양쪽 어꺠를 붙잡은채 거칠게 흔들었다.

"자,잠깐..!? 미안..미안해요! 제 말투가 나빴어요! 아기는 건강해요! 건강 그 자체라고요!"

자신의 몸이 거칠게 흔들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멀미감에 얼굴이 점차 새파랗게 질려가는 와중..

나라는 살기 위해서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거칠게 내뱉었다.

"뭐,뭐야.. 놀랬잖아."

그재서야 그녀는 안심한듯한 표정으로 나라의 몸에서 손을 때어 놓았다.

"하아.. 아기는.. 미레는 건강해요. 너무 건강해서 큰일이에요."

그녀의 속박에서 겨우 벗어날수 있었던 나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솔직히.. 생후 1일이라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건강해요.. 심지어 생후1일 주제에 어설프기는 하지만 걸어다니기까지 하고요."

나라는 자신이 봤던.. 믿기지 못할 광경을 그녀에게 전했다.

보통이라면 목조차 가눌수 없는 생후1일의 아기가 서는것도 놀라워 죽을것 같은데..

거기에 한술 더 떠 어설프기는 하지만 걸어다니기 까지 하는 모습에 나라는 놀라기 보다는 실소를 흘렸다.

이미 미레가 보통의 아이라는 편견이나 상식따위는 여러차례의 사건과 사고들로 알고 있었던터였기에 그정도로 놀라는것도 자신의 감정이 아까운 기분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거기에.. 당신을 닮아서인지 힘이 무척쌔요. 아빠.. 미도의 손가락을 부러트릴정도로요."

그의 손가락을 강하게 붙잡은 강태로 움직인 탓에 있을수 없는 방향으로 그의 손가락이 꺾인것을 볼수 있었다.

애초에 자신과 은야가 모든 힘을 쏟아 부어서야 겨우 억제할수 있을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미레에게 손가락 하나 부러트리는것은 일도 아니었던 터라 그 건에 관해서는 실소조차 나오지 않을정도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녀석.. 장군감일세"

미레의 무용담(?)을 들은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미묘했다.

그야 건강하다는것은 그 무엇보다도 기쁜일이었지만..

아빠인 그의 손가락을 부러트릴 정도라는 것은 기뻐할수가 없었다.

물론 그의 재생력이라면 손가락 부러진 정도는 금방 나아버렸기에 대단한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지만 나중의 일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왔다.

"미레의 교육은 내가 할 수 밖에 없겠네."

자신의 영향을 받아 힘이 강하다고 친다면.. 재생력은 뛰어나지만 육체적능력은 그리 강하지 않은 그는 그야말로 한방감도 아니게 될터.. 그렇다면 역시 미레를 상대할수있는것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신뿐이라고 생각했기 떄문이었다.

"후우.. 미레의 미래가 걱정되네."

웃을수 없는 농담을 중얼 거리며 그녀는 씁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 미레는 남자애야? 여자애야?"

장군감이라는 말에 미레의 성별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는것을 깨달은 그녀가 물었다.

"성별말이죠."

그 질문에 나라는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라는 얼굴로 긴장할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아이 성별을 물어본것 뿐인데..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거야?"

그저 성별을 물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나라의 표정은 근엄함과 진지함으로 똘똘 뭉쳐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일단 놀라지 말고 들으셔야돼요."

"아니 그러니까.. 아이 성별을 말하는데 왜이리 근엄한거야!?"

나라의 태도가 너무나도 이상했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태클에는 일말의 반응조차 하지 않은채로 나라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그녀에게 진실을 고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기는.. 미레는... 남자.."

"아? 역시 남자..."

"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해요."

"어느쪽이야!?"

남자라는것도 아니고 여자라는것도 아닌 그 둘다라는 이야기에 영문을 알수없는 답답함에 그녀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니까.. 말씀했잖아요..! 남자이면서도 여자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미레는 남성기도 여성기도 둘다 가지고 있다고요!"

"하아..?"

드디어 알아먹을수 있는 설명이 나라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녀의 얼굴은 의문을 풀어 시원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의문이 더욱더 깊은 심해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은 얼굴로 눈을 껌뻑거렸다.

"어..? 그러니까.. 남자것도 있고 여자것도 있다고?"

"네.. 일단 기본적으로 여성기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위쪽에 남성기도 달려있어요."

"쉽게 말하면.. 박을수도 있고 박힐수도 있다 이거지?"

"하필 표현을 해도 그런 천박한 표현인거에요!?"

그녀의 직설적이고 외설적인 표현에 식겁한 표정으로 나라가 반박했다.

"아니.. 솔직히 그런거잖아..?"

"그야 그렇지만..! 씨를 뿌리거나 씨를 받을수 있다거나 하는 돌려말하는 표현도 있잖아요!?"

"그쪽도 다른의미로 외설적인 느낌이다만..."

평소였다면 좀더 투닥투닥 거렸을터였지만.. 놀라운 사실을 들은 직후였기에 그녀는 더이상 나라와의 말싸움을 진행하지 않은채 미레의 성별에 관한 것을 생각했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양성..

"음?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득이잖아?"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나쁜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그녀가 가벼운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인구도 별로 많지 않은 세상이니까.. 자기 배우자를 취향대로 골라잡을수 있는거잖아?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나쁘진 않네."

물론 양성을 가지고 있는 그 몸에 대해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이런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양쪽 성을 다 가지고 있다는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당신 부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게 똑같은거죠..?"

그런 그녀의 태도에 나라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미레의 성별에 관한 이야기는 그에게도 이미 전한바 였지만 반응은.. 아니나 다를까 그녀와 거의 비슷한 반응이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아요?"

너무 격하게 반응하는것도 조금 꺼려졌지만.. 이정도로 간단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 모습도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너무 가볍게 수긍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양성정도가 어떄서? 난 아마 흉측한 괴물모습이라고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꺼야."

그녀는 그와 단둘이 지내던 아파트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아이가 흉측한.. 정체를 알수 없는 괴물의 형태로 태어나는것에 대해 걱정하던 그의 말에 어떤 형태든 어떤 존재든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자신에 대해서..

"어떤 모습이든 어떤 존재든 태어난 미레의 모든것을 축복하고 싶은게 내 마음이니까.."

그녀의 진심이 담긴 속내에 나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의 생각만큼 가볍게 생각한것이 아니라는것을 이해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있을수는 없지..!"

그녀는 자신의 몸위에 덮어진 이불을 새차게 걷어 올려 침대에서 내려왔다.

"잠깐만요..! 당신 안정을 취해야..."

"괜찮아! 걷는것 정도는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며 말리려는 나라에게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한채 침대에서 내려와 두 다리를 바닥에 붙였다.

솔직히 서있는것만으로도 버겁다고 느껴진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누워있을수만은 없었다.

지금 당장 미레와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보고싶었기 떄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힘든 몸을 이끈채로 걸어나갔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에게 있어서 소중한 가족들을 당장 만나러 가기 위해..

============================ 작품 후기 ============================

드디어 에피소드10도 끝입니다!

이제 남은 에피소드는 11 12 두개 뿐이네요!

이 페이스라면 이번달안에는 끝낼수 있을듯 싶습니다만..

요즘 일이 바빠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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