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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32화 (23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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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피..! 피를 마시게 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그의 등 뒤에서 실베른의 외침이 들려왔다.

2세대 흡혈귀와 비교하면 재생력은 한없이 약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기에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피를 마심으로써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멈춘 그는.. 새하얀 이를 들어내 그것으로 자신의 손목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동맥을 손상시킨 덕분인지 그의 손목에서는 새빨간 피가 화려하게 분출됐다.

"마셔..! 미미! 어서.. 어서!"

그는 자신의 의사로 입조차 벌리지 못하는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열어 그곳에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흘려 넣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안쪽에 피가 보충됨에 따라 그녀의 몸에 변화가 있었다.

그녀 자신이 뜯어낸 부분의 상처가 꾸물꾸물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확실히 재생 되고 있는듯한 모습..

하지만 그 속도는 뛰어난 재생력을 가진 이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였고..

이것으로는 상처가 회복되기 이전에 그녀가 목숨을 잃는 것이 먼저였다.

"제발...제발...!"

그는 빌고 또 빌었다.

그녀가 버텨주기를.. 상처가 회복되는 것보다 먼저 그녀의 숨이 끊어지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무색하게 그녀의 심장박동은 그 상태를 유지하기는커녕 계속해서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으윽..!"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그녀에게 먹일 피의 양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다른 손으로 거칠게 벌려.. 그 양을 늘려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

제법 많은 양인 탓에 미처 다 넘기지 못한 채.. 그녀의 입가는 그의 피로 붉게 물들어 갔다.

그렇게 대량의 피를 입가에 흘려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상태는 호전될 생각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복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재생의 속도 역시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느려터진 상태..

"죽지 마..! 제발..! 제발..!"

그는 점점 차가워져가는 그녀에게 애원했다.

복잡하게 뒤섞인 머리로.. 어떻게든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지금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심각한 손실을 입은 그녀의 몸을 회복시킬 수단이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혈액을 입가에 흘려보낸 채로.. 그녀가 죽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그는.. 절망감에 짓눌려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와 같은.. 그때처럼 무력하게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이 상처를 자신이 짋어질수 있다면.. 대신 그녀의 고통을 자신이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떠올린 그의 두 눈에는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신의 생명을 줄 수 있다면...

"아...!"

그런 생각을 떠올린 그 순간.. 그의 어두웠던 머릿속에 작은 빛이 밝혀졌다.

"준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린 것을 입 밖으로 토해내듯 중얼거린 그는 하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생명을 준다.

그 자신은 그런 행동은 물론이고 그런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니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몸의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코세이라면..?

실메리아에게 지하실에 감금당해 갗은 고문을 당하던 그때...

코세이는 미쳐 날뛰며 실메리아의 육체를 엉망진창으로 훼손했었다.

상처의 수준을 보면 그녀와 맞먹는..

아니.. 오히려 복부에 주먹보다 더 큰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려있었으니 그녀보다 더 심각한 상처라고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러나 실메리아는 죽지 않았다.

죽기는커녕 그 상처를 완벽하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회복의 수단은.. 실메리아 자신의 재생력이나 특수한 능력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실메리아의 상처가 재생되고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코세이의 '능력' 이었다.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복부를 거칠게 뜯어내 그것을 실메리아의 뚫린 구멍에 메꾸듯 쑤셔 넣은 그 직후 실메리아의 훼손된 육체는 금세 복구가 됐던 것을 그는 떠올렸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인 코세이가 그런 일이.. 실메리아의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면.. '모방' 한 자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코세이의 이야기로 따지면 자신은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 급박한 상황.. 그녀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이 상황에서는 걸어 볼만한.. 아니 걸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큭..!"

그녀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복부를 도려냈던 것을 재현하려는 듯 똑같이 자신의 복부에 손을 쑤셔 박아 넣었고 질척이는 기괴한 소리를 흩뿌리며 자신의 살과 내장 피 등이 섞인 덩어리 한 움큼은 뽑아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심각한 자해 행동을 실행한 그를 본 다른 이들은 아니나 다를까 입을 벌린 채로 그의 미친 행동을 믿기지 못한다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그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는지 복부에서 뽑아낸 자신의 육체 일부분을 조금씩 상처의 수복이 진행되어 가고 있는 복부 쪽으로 옮겼다.

"제발..!"

그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외치며 자신의 육체를 그녀의 복부에 깊게 넣은 뒤 조심스럽게 손을 때며 그녀의 훼손 부위를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그 직후..!

"아..!"

그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도,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은 몹시 얌전해진 아기를 품에 안은 나라가 그녀의 훼손된 상처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육체를 집어넣은 그녀의 훼손되었던 상처 부위..

거북이가 엉금 엄금 걷는 것보다 더욱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던 재생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그녀의 복부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움직임을 멈춘 그녀의 상처 부위는 어느 정도 재생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단지.. 재생 상태는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었고.. 아직까지 결손된 듯 보였다.

"좀 더..!"

자신의 육체가 모자란다고 판단한 그는 재차 자신의 복부에 손을 꽂아 넣어.. 안에 있는 내장의 덩어리들을 꺼내어 그녀의 결손된 부위에 가져갔다.

그 직후..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상처가 재생되어 갔고.. 결국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깨끗한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아..하아...!"

거친 숨소리를 토해낸 그는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계속 미약해졌던 그 박동이.. 평소보다는 적긴 했지만.. 아까와 비교해 확연하게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심장은 점 차 그 수를 높여가고 있었다.

"아..."

그는 작은 신음을 흘린 채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과도 같이.. 피와 살점 등으로 더럽혀진 바닥의 위에 주저앉았다.

"해냈어..."

그는 그렇게 중얼거린 채 힘 없이 고개를 들어 올려.. 아까보다 혈색이 좋아 보인 채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본 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안정된 모습을 본 탓일까?

그의 몸을 거칠게 움직이고 있던 긴장감이 바람 빠지는 풍성과도 같이 거침없이 빠져 나갔고.. 그 탓에 그는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점차 느슨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뒤..부탁해..."

그는 점점 감겨져 오는 자신의 눈을 어떻게든 감지 않게 노력한 채로 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 네! 뒤,뒤는 맡겨주세요."

폭풍보다 더 심한 상황이 지나쳐 간 탓에 혼이 쏙 빠져있었던 나라는.. 그의 말에 따라 겨우 자신의 혼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고마...워.."

나라의 답에 완전하게 긴장감이 빠져버린 그는 그런 마지막 말을 내뱉은 뒤.. 주저앉은 채로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전개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나라는 조용해진 수술실 안에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수술을 받는 환자인 그녀와.. 수술을 하던 의사의 입장인 그..

어머니인 그녀와 아버지인 그..

이 두 사람이 나란하게 복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모습으로 조용하게 잠들어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세계가 되기 전의 자신이라면 아마 졸도했을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이미 여러 사건을 겪어 상식의 기준이 어느 정도 바뀐 나라는..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 정도뿐.. 냉정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일단은 아기도 무사했고 그녀도 무사했고. 그의 경우에는... 아마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육체 일부분이 아직 아이에게 붙어져 있는 상태였고.. 그녀의 복부도 아진 열려져 있는 상태였기에 완전하게 끝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나라는 그가 부탁한 대로 이 수술의 완벽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람들을 복 돋았다.

그에 따라 다른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제정신을 차린 채.. 서둘러 난장판이 된 수술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수술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그녀의 절개된 배를 닫는 일이었다.

그녀의 절개된 부위를 꿰매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늘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실베른이 이번에 만든 것은 메스보다 더욱 작고 가는 바늘이었고.. 그것을 이용해 그녀의 열린 복부를 꿰매 닫아낼 수 있었다.

그의 활약(?) 덕분인지 별다른 이상 없이 상처를 봉합한 그녀의 상태는 조금 약해져 보이기는 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문제는 없어 보였고.. 그런 그녀의 상태를 계속해서 체크하며 이번에는 아기의 후두부에 붙어있는 그녀의 육체를 절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날뛰던 아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얌전하게 나라의 수술을 받았다.

그 덕분에 나라는 그다지 어렵지도.. 시간도 걸리지 않은 채로 아기의 몸에 붙어있던 나머지의 잔해물들을 전부 제거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아기의 마무리 작업까지 완벽하게 끝낸 나라는.. 애잔한 모습으로 두 눈을 감은 채 있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은..."

나라는 중얼거리며 그의 상처 부위를 살폈다.

"치료는 필요 없겠네요."

그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다고 할 수 없었던 그의 복부는 이미 메꾸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의 재생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하아.. 이걸로 끝이네요..!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마지막을 알리는 그녀의 말에 따라.. 수술실에 있던 이들은 커다란 한숨을 토해낸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술실의 바닥에 널브러지듯 쓰러졌고.. 수술실에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있던 것은.. 이 중 체력도 근력도 가장 약한 나라 한 명뿐이었다.

"이대로 따뜻한 물에 잠겨서 잠들고 싶... 아참..!"

이후 무엇을 할지 떠올리던 나라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아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성별 확인조차 안 하고 있었네요."

보통 검사를 하면 어느 정도 판별이 되는 일이었지만..

이 아기의 경우 너무나도 특수한 상태로 있었던 탓에 성별은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었기에.. 나라는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아기의 하반신 쪽을 확인했다.

"어,어라..?"

그리고..

나라는 아기의 하반신을 확인한 직후 석화된 것처럼 굳어져 버렸다.

"여자..아이? 아니... 남자..아이? 어,어라..?"

아기의 하반신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나라는 이 수술 중 가장 당혹스럽다고 생각되는 목소리를 흘렸다.

============================ 작품 후기 ============================

미레님이 현실서버에 입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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