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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상황이 정리된 뒤.. 그와 실베른.. 그리고 은야는 그가 모는 헬기를 탄채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연구소로 향했다.
방금전의 일이 일이었던지라.. 그다지 좋다고 말할수 없는 헬기안의 묵직하고 거북하기까지 한 침묵속에서 숨소리 조차 제대로 흘리지 않은체 있는 세 사람..
그러던 중 백미러로 뒷좌석을 확인한 그는... 손을 맞잡은채로 꼭 붙어있던 두 사람을 볼수 있었고.. 문뜩 은야의 배가 부풀어 올라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그런 은야의 배를 보고 자신과 그녀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죄책감이 방문 했다.
물론.. 똑같은 상황이 또 닥친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변화는 없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과 자신들의 모습이 겹쳐진 탓인지 감정이입을 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
그렇기에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건냈고.. 갑작스러운 침묵을 꺠고 사과를 건내는 그의 행동에 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조종석에 앉아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사과할거 였으면 애초에 하지를 말던가."
비록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였지만.. 그가 하려던 일을 생각하면 좋은말로 넘어가 줄수 있을리가 없는 일이었기에 가시돋힌 말이 될 수 밖에없었다.
"................"
지당한 말에 그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채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칫... 그래서? 내가 할일은 정확하게 뭐야?"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들었을뿐 구체적인 내용까지 듣지 못했던 실베른은 그에게 물었다.
아직 까지 상한 감정의 골은 얕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언제까지 이런식으로 답답한 침묵속에서 있을수도 없었기 떄문이었다.
"제왕절개를 해야하는데.. 메스나 다른 도구로는 배를 가를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운을 띄운 실베른은 자신의 손끝을 물어 뜯어 능력을 발동 시켜 피로 만들어진 작은 칼날을 손에 만들어냈다.
"이 능력이 필요하다는거지?"
"그 칼날이면 미미의 몸에 상처를 낼수 있는거지?"
그는 실베른의 능력을 처음봤기에 그 능력이 어느정두의 성능이 있는지를 알도리가 없었기에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지.. 게임으로 치자면 방어무시 효과가 걸려있는거니까."
"응..? 잘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가능하다는거지?"
게임을 해본 경험이 없던 그가 확실하게 이해할수만한 비유가 아니었던지라 조금 애매했다.
"칫.. 하여간 요즘 젋은것들은 게임도 안하는거냐.":
그녀 역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것인지 자신이 쉽게(?) 한 비유를 알아먹지 못했던것을 떠올린 실베른은 기분상한듯한 불만섞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일단.. 나 2천살은 넘었는데..?"
"하..? 거짓말 치지말라고? 내가 아는 최장수인 흡혈귀도 겨우 2천살이 될까말까인데.."
"진짜에요."
아무리봐도 거짓말인것 같은 그의 말을 믿을수 없었던 실베른이었지만 머릿속을 확인한 은야가 긍정하는것에 따라.. 그 거짓말은 단번에 진실로 변화했다.
"지,진짜냐..? 나도 몇백년정도는 살았지만.. 그정도 산 다른 괴물이 있다는건 금시 초문인데..? 너..아니 당신 정체가 뭡니까..?"
자신보다 나이가 높은 그를 반말로 부르기가 애매했던 실베른은 어색하게 말투를 고친채 물었다.
"도플갱어"
그는 간단하게 자신의 정체를 알렸다.
"도시전설같은게 아니었나..?"
이야기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실재로 만난적도 본적도 없던 실베른으로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반응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글쎄..? 나도 기억이 온존하지 못해서 뭐라고 말을 할수는 없지만.."
"기억이 없어..?"
너무나도 태연한 태도와 평탄한 목소리로 말한 그보다 더욱 당혹감을 표출한 목소리로 실베른은 중얼 거렸다.
그런 실베른의 의문에 답하듯.. 그는 태연한 목소리로 자신이 기억을 잃게된 경위에 대해 말했고..
그런 와중에 코세이와 실메리아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자,잠깐...!? 망할.. 그런 중대한 일을 뭐 그리 태연하게 말하는거야!?"
안그래도 당혹스러운 일이 겹겹히 쌓여 돌아버릴 지경에.. 그중 가장 강한.. 그야말로 핵.. 아니 진짜로 핵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해버린 탓에 혼란스러운 실베른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은채로 외쳤다.
"거기에.. 실메리아라니.. 젠장할... 그 사람 진짜 제정신인거냐.."
"알아?"
"알고 뭐고.. 그 사람 나한테는 증조할머니 뻘이니까.."
실베른은 침통한 얼굴로 답했다.
"그러고보니.. 머리색이 같네."
실메리아의 머리색도 밝은 은색이었고.. 실베른쪽이 조금 더 어두운 색이기는 했지만 비슷한 색의 은발이었었다.
"우리 집안 유전이니까... 그것보다 진짜로 증조할머니가 그런 일에 가담하고 있다고..?"
"그렇지.. 나는 이런저런 고문도 당했으니까."
"이런저런 고문..?"
"뭐.. 눈알을 후벼 판다거나.. 달구어진 쇠몽둥이로 눈을 지진다거나.. 혀를 자른다거나 가죽을 벗겨낸다거나.. 코와 입술을 도려낸다거나 하는.."
그는 그 당시 자신이 실메리아에게 받았던 고문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차례대로 나열해갔고.. 장본인인 그의 얼굴은 몹시 태평하기 짝이 없었건만.. 그것을 들은 실베른과 은야의 얼굴은 강도높은.. 아니 강도 그 이전에 듣는것만으로 고통이 전해져오는 그 고문법들에 의해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죄..죄송합니다."
실베른은 더이상 듣고 있을수 없었던것인지 머리와 허리를 뒷좌석의 바닥에 닿을정도로 숙인채 사죄의 말을 내뱉었다.
"너가 왜 사과해?"
"아니.. 뭐.. 가족이 벌인 일이니까..."
면목없다는듯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채 실베른이 말했다.
물론.. 실메리아가 행한.. 도를 넘어서는 고문을 당한 그에게 이정도 사죄로 끝낼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을정도로.. 실베른은 죄악감이 들었기에.. 사과를 하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정도 고문에 너무 호들갑이네."
"그정도라니..."
그의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올린 실베른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정도라고 끝낼 레빌이 아니었다.
재생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죽는것보다 더한 그런 고통을 수없이 당하는것은 예삿일은 아니었고.. 만약 자신이라고 한다면 그 반.. 아니 반의 반 정도만 해도 죽여달라고 애원할것 같은 레벨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비록 본인은 아니라고는 해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실베른을 조금도 나무라거나 책임을 물게 할 생각따위는 없어 보였다.
"당신 엄청난 대인배네..."
솔직한 마음으로 실베른은 감탄할수 밖에 없었다.
"아니.. 진짜로 그정도 고문은 별거아니었는데.."
오히려 실메리아의 육체적인 고문보다 코세이의 정신고문쪽이 그에게 있어서는 참을수 없고 힘들었기에..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것 뿐이었다.
"거기에.. 가족이라고는 해도 본인은 아니잖아?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것도 아니고?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할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실베른이 실메리아와 코세이에게 가세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그런 낌새는 조금도 없고.. 오히려 실베른의 경우 태양교단에 의해 열세에 몰릴뻔한 피해자의 입장이었기에 자신이 뭐라고 할 자격은 물론이고.. 뭐라고 책임을 물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
하지만.. 실베른은 무엇을 오해하는것인지.. 그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전까지 자신들의 동료를 몰살하려고 했던 그를 그닥 탐탁지 못하게 생각했던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수있는 모습이었다.
"어르신의 은정..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실베른은 다른 의미로 고개를 숙인채 사과의 말이 아닌 감사의 말을 그에게 건냈다.
"어..어르신..?"
처음으로 자신에게 붙여진 호칭에 그의 태연하던 얼굴이 움찔 거렸다.
"그야.. 2천살이 넘었으니까."
"그렇긴 한데.."
기억이 없기는 하지만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그는 말끝을 흐린채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상 자신이 가진 기억이래봤자 2년.. 거기에 이 외모와 그녀에 맞추어 20대 초반의 남자로서 살아왔던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르신이란 호칭은 와닿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호칭이었다.
"어르신은 좀.."
호칭따위에 연연하던 그는 아니었지만 역시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형님?"
"으음..."
아까보다야 낫기는 했지만 자신을 윗사람 대접하는 인간들이 없던 탓에 윗사람 취급당하는것은 너무 어색하기 짝이 없어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내가 이런말 하기도 뭐하지만.. 학살하려던 인간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 호칭 아니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어떻게든 회피하려던 그를 놀리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실베른은 단호하게 말했다.
"음... 저기 역시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아무래도 실베른의 깊게 박힌 오해와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그 대신 은야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적어도 실베른보다는 좀 더 다루기 편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것은 몹시나 치명적인 실수라고 할 수 있었다.
"전 괜찮은데요? 형님"
은야는 그런 말을 내뱉으며 방긋 하고 미소 지었다.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은야는 그의 의도나 생각을 이미 읽은 뒤였고.. 자신을 이용하려는것과 자신들에게 하려고 했던 일들을 복수할겸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취했다.
"으음..."
예상외의 반응에 그는 곤란한듯한 얼굴로 고민의 소리가 깊게 베인 신음을 흘린채 미간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익숙하지 않은.. 어색하기 짝이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형님' 이라는 소리를 실베른과 은야에게 하늘위에서 실컷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왠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그 조차도 급속도로 체력이 깎아져가는것을 느낀채로.. 완전하게 해가 뜬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도착이야."
방금전의 고문에도 가까운 일 탓에 피로해 찌들었던 그의 눈가가 날카롭게 변했다.
마음이 흐트러지는것을 방지 하기 위해 잊어버린척 하고 있었지만.. 계속 머릿속 한구석에 그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었던 그에게 있어서는.. 목적지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이 더욱더 강하게 머릿속에 떠올랐기 떄문이었다.
"미미..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는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린채 점점 가까워져 가는 연구소를 바라봤다.
"걱정마세요. 형님. 제 능력이면 배를 가르는건 일도 아니니까요!"
"...................."
잔뜩 힘이 들어갔던 그였지만.. 실베른의 그 말에 의해.. 구멍난 풍선마냥 그의 몸을 감싸던 긴장감을 거짓말처럼 빠져나가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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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바빠서 지금 들어왔네요 ㅠㅠ
덕분에 늦게라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