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27화 (227/269)

0227 / 0269 ----------------------------------------------

Ep 10 탄생

"크윽...!"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의 잔해 뒤에 반짝이는 은발의 남자.. 실베른은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인채로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얼굴을 일그러 트렸다.

"괜찮아요?"

그런 엉망진창인 실베른의 옆에 있던 짧은 단발의 머리카락의 청초한 분위기가 감도는 여성.. 은야는.. 실베른만큼 깊은 상처는 없었지만.. 얼굴과 곧곧이 찢겨져 들어난 살갗에는 새빨간 상처들이 생겨져 있었다.

"뭐.. 아직까지는 버틸만해.."

걱정어린 목소리로 묻는 은야에게 강한척 웃어보이며 답한 실베른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다지 좋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진조흡혈귀처럼 강한 방어력은 없지만.. 그것을 보완하듯 실베른같은 2세대의 흡혈귀들은 나름 뛰어난 재생력을 갖추고 있었다.

'혈액' 만 있을시에는.. 왠만한 상처도 재생시킬수 있는것이 실베른이란 존재였지만.. 지금 그 몸 곳곳에는 중상이라고 부를만한 상처가 여러곳이 있었고.. 그 상처가 재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즉.. 재생에 사용할만한 혈액이 모자란다는 상황이라는 것..

인간과는 다른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흡혈귀로서는.. 갑자기 픽 하고 죽거나 하는일은 없었지만.. 이 상태로 오래 끌면 끌수록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나를 지키려다가..."

은야는 면목없다는 얼굴로 피로 얼룩진 실베른의 얼굴을 자신의 소매로 닦아내며 말했다.

"그딴 소리 하지마.. 애초에 너가 나쁜게 아니라 그.. 빌어먹을 새끼들이 나쁜것 뿐이니까.."

실베른은 의욕없이 축 쳐진 그 눈을 날카롭게 변화 시킨채로 중얼 거렸다.

어째서 이들이 이런 폐허에.. 그것도 이런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숨어 있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습격' 당했기 떄문이었다.

누구에게? 그것은 두 말할것도 없이' 태양교단' 에게 였다.

단지.. 무장한 태양교단원들 이라고는 하지만.. 피를 이용한 이능의 힘을 가지고 있는 실베른에게 있어 총기로 무장한 태양교단의 인간들은 적수가 아니었다.

물론.. 그 수가 제법 많았기에.. 처리하는것에는 조금 애를 먹을지도 몰랐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은 실베른에게 있어서는 '먹이' 에 지나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상처를 입어도 근처에 있는 인간의 피를 마시는것으로 인해 그 상처를 무효화 시킬수 있었고.. 피를 이용한 능력을 사용한다 쳐도 금방 그 매개체라고 할수 있는 혈액도 금방 보충 시킬수 있는 탓에 그다지 어려운 싸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베른 혼자만 이었을떄의 이야기 였다.

태양교단의 인간들은 영악하게도 실베른을 노리는것이 아닌 그 주변의 인간들을 노렸다.

당연히 그 들이 눈앞에서 죽는것을 가만히 지켜볼수 없던 실베른은 그들 대신 그 총탄을 몸으로 받아들이거나.. 공격에 사용해야하는 능력을 방어에 집중 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양교단들이 가장 집요하게 노린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옆에 있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은야였다.

아마도 실베른과 은야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인것인지.. 그들은 다른이들보다 빈번하게 은야의 몸을 집요할정도로 노렸다.

특히나.. 태양교단의 지휘관이라고 생각되는 평범한 외모를 했지만.. 무서울만치 계산적으로 은야를 위협하는 어느 소년과.. 팔다리를 잘라도 목을 베도.. 어느샌가 다시 일어서는.. 자신의 재생력조차 웃도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더욱 위협적이었다.

그런 위험에 노출된 은야를 지키기 위해 실베른은 그 몸을 감싸안은채로 모든 공격을 자신의 몸에 받은채 서둘러 은야를 데리고 이곳까지 도망온 것이었다.

"그래도.. 저만 아니었어도..."

은야는 고개를 숙인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만약 은야 자신이 없었다면.. 분명 실베른의 힘이 있는한 그들에게 이런식으로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일은 물론이고 이렇게 몸의 상처조차 재생시키지 못할정도로 벼랑끝에 몰리는 일은 없었을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딴 소리 하지말라니까..? 애초에.. 그.. 뭐냐..그..흠! 나한테..있어서는 소중한 존재..니까..."

실베른은 피가 아닌 명백하게 다른 이유로 얼굴을 붉힌 상태로 부끄러움을 감추듯 툭 하고 내뱉었다.

"거기에...."

실베른은 곁눈질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은야의 얼굴의 아래로 시선을 보내.. 은야의 작게 튀어나온 배를 바라봤다.

"내 자식도 있으니까... 지킬수밖에 없잖아..."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않는 남자따위가 있을리 없었다.

"그러니까.. 너는 신경쓰지마. 내가 원하고 내가 당연히 해야할일을 하는것 뿐이니까."

실베른은 쑥쓰러움을 감추기 위해 스리슬쩍 은야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린채 말했고.. 그런 그의 말에 감동이라도 받은듯 은야의 두 눈이 촉촉해졌고.. 그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달콤쌉싸름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지면의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려왔기 떄문이었다.

실베른은 조용히 은야의 몸을 자신쪽으로 끌어 당긴 뒤 건물의 잔해에 몸을 딱 달라붙은채로.. 은야의 입을 틀어막고는 자신의 입도 틀어막은채 숨소리하나 새어 나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소리를 죽였다.

그 탓에 더욱더 선명하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실베른의 귀에 들려왔고.. 실베른은 최대한 귀를 기울인채 그 소리에 집중했다.

발소리는 '단 한명'  1인 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불규칙적인 발소리였다.

아마 자신들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색하기 위해 멈춰선것이라고 생각한 실베른은.. 자신에게 몸을 맡긴채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멈추고 있는 은야의 눈을 바라봤다.

"................."

실베른의 의도를 그 눈빛만으로 파악한것인지 은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따라 실베른은 은야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자신의 손을 때어 냈다.

그에 따라 은야는 그의 손 대신.. 자신의 양손을 코와 입으로 틀어막은채 실베른이 대신 하던 역활을 자신이 수행하며 실베른의 몸에서 떨어져 벽에 등을 바싹 밀착시켰다.

그 일련의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확인한 실베른은 자신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펼친 뒤.. 이곳저곳이 베어져 있는 상처에 자신의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베어진 상처에서 소량의 혈액들이 소리없이 흘러나와 실베른의 다섯손가락의 끝.. 손톱부분에 뭉쳐 피로 만들어진 손톱을 생성했다.

단지.. 그 길이가 몹시 짧은.. 기껏해야 2센티가 될까말까할 정도로.. 평소라면 팔뚝만한 송곳모양의 피사체를 만들어내는 실베른를 비교하면 몹시 미약한 형태였다.

그러나 그 절삭력과 관통력만큼은 그 어떤것보다 뛰어났기에.. 일단 접근해 박아넣기만 한다면 치명상을 입힐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실베른은 언제라도 접근하는 적을 기습할수 있게 자세를 잡은채로 기다렸다.

그 발소리는 명백하게 자신들이 숨어있는곳에 점점 가까워져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렇게.. 발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게 아닐까 할정도로 선명하게 들릴 때..

실베른은 바로 숨어있는 잔해에서 튀어나가 그 목에 손톱을 박아 넣으려고 했다.

"흡...!"

짧은 기합성과 함께 피의 손톱을 목표에게 박아넣기 위해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실베른이었지만..

"헛..!?"

그 손톱을 박아넣는것도 잊을만큼 몹시 충격적인 장면이 그 시야에 포착 됐다.

"응? 오..? 혹시 자네가 실베른인가 하는 흡혈귀인가?"

[맞는거 아니야? 머리카락도 은색이고 이름도 독일어로 은색을 말하는거 니까 맞는거 같은데?]

실베른의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말끔한 슈트차림의 '노신사' 와.. 그 노신사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말하는 거대한 파충류의 머리였다.

전혀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괴하끼 짝이 없는 조합의 존재..

하지만 실베른이 놀란것은 그런 기괴한 모습의 존재가 눈앞에서 나타났기 떄문은 아니었다.

아니.. 물론 이런 이상한 조합의 수상하기 짝이없고 기괴하기 짝이없는 존재들이 눈앞에 있다는것 에 대해서 놀라웠다.

분명 놀랄수밖에 없었지만.. 실베른이 진짜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괴한 노신사의 등뒤에 매달려진.. 아크릴 케이스로 만들어진 반투명한 상자..

물론 도대체 왜 그런 아크릴 상자를 그것도 등에 매달고 있는거지? 라는 의문은 들법도 했지만.. 그런 아크릴 케이스 자체는 그다지 귀하지도 않았고.. 구할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몹시 쉽게 구 할수도 있는 물건이었기에.. 굳이 놀라워 해야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크릴 케이스에 가득 담겨진 그 물건은.. 실베른을 놀라게 하는.. 경악하게 하는 이유에는 충분했다.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담겨져 있는 물건들이 다름아닌 사람의 '머리' 였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에 뜯겨 나간듯 목의 단면이 거친 상태의 '머리' 들 이었다.

사람의 머리를 커다란 아크릴케이스에 한가득 담아 둔것도 경악할만 한데.. 그런 실베른을 더욱더 경악하게 만든것은 그 머리들의 정체였다.

물론... 그것은 자신들의 아래에 있던.. 동료부하들의 머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적' 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 태양교단의 머리들이었으며.. 심지어 그 속에는 자신과 은야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목을 베도 팔다리를 잘라도 곧 원상태로 돌아가는.. 엄청난 생명력과 재생력을 가지고 있던 그 존재들의 머리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크릴 케이스가 아닌.. 노신사의 멀쩡한 손.. 파충류의 머리가 아닌 명확하게 인간의 손이라고 생각되는 주름투성이의 손에도 역시 사람의 머리가 하나 들려져 있었다.

두 눈을 파먹힌것 마냥... 눈동자는 없이 새까만 공간만이 존재하는.. 소년의 머리

은야를 단연코 가장 최악 최저의 방법으로 집요하게 노리던 그 무표정한.. 지휘관이라고 생각되는 '소년' 의 머리였다.

"너..는..? 아니.. 다,당신은..? 그 머리는..?"

실베른은 자신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노신사에게 물었다.

"허허? 이거 말인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닥치는대로 가져와 봤다네."

[그 왼손에 들고있는 클론새끼 머리가 제일 좋지 않으려나? 일단 지휘관이니까 말이야! 카카카카카! 적장의 목을 베었다아아아아아아!!]

"허허허! 뭐 선택하는건 그의 몫이니까..."

노신사와 파충류는 그런 교환을 끝낸 뒤.. 경악과 당황.. 등등의 감정폭탄을 뒤집어 쓴 실베른의 앞에 자신이 매고 있던.. 머리가 가득든 아크릴 박스를 내려놓은 뒤 그 박스 위에 소년의 머리를 살포시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변변치 않은겁니다만.. 부디..!"

라고.. 어딘가의 부당거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내밀었다.

"에..? 아니.. 그.. 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할배와 저자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실베른은 분위기에 휩쓸려.. 머리가 가득든 아크릴 박스와 소년의 머리를 반 강제적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머리가 가득든 사과박스 ㄷㄷ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