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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헬기를 타고 실베른의 아지트로 향한 그들은..
새벽녘 동이 틀 때쯤 돼서야 목적지의 근처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역시 하늘로 이동하는건 차원이 다르군.."
시간을 확인한 경철은 자신이 몇 달 동안 해왔던 여행의 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
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정면을 주시했다.
"저 아파트 건물이다."
경철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다른 건물들에 비교해 높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켰
다.
"착륙할만한 곳이 있을까..?"
"나도 거기에 오래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 잘 모르겠군."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체류한 것은 1주일 조차 안됐고.. 그중 5일 정도를 큰
부상으로 인해 침대에서 쉴 수밖에 없었던 경철은.. 그곳의 구조나 시설 등까지는 파악
하지 못 했다.
[주차장 같은데 적당하게 치우면 착륙 할 수 있지 않아?]
"허허허! 그럼 우리가 먼저 가서 정리를 하고 있으면 되겠군."
"응.. 부탁할게."
착륙 시킬 장소에 대해서는 할배와 자드에게 맡기기로 한 그는 그대로 헬기를 조종해 경
철이 가리킨 건물을 향해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의 상공에까지 올수 있었
던 그들이었지만...
"누군가 싸우고 있는 것 같군."
경철은 부 조정석 앞에 놓인 쌍안경을 이용해 좀 더 자세하게 지상에서의 상황을 관찰했
다.
"하..! 빌어먹을 태양 교단 놈들이 또 발광중인건가."
경철은 혐오와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어차피 초토화 시킬 생각이 아니었던 건가..? 왜 굳이 저런 쓸 때 없는 짓
을 하는 거지..?
5월 5일 좀비들을 부을 사병으로 진화시키는 바이러스를 살포 후.. 3일 뒤 전 국토에
핵을 떨구려고 하는 마당에.. 굳이 저런 식으로 습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의
문이 들었다.
"허허허! 뭐든.. 그 실베른인지 뭔지 하는 흡혈귀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말한 할배는 조용히 헬기의 문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깨끗하게 청소해야겠지!]
"그렇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교환을 한 뒤.. 할배는 거침없이 헬기의 문을 열어젖혔고.. 그 탓
에 시끄러운 소리와 강풍이 헬기의 안으로 들어왔다.
"먼저 가서 정리하고 있도록 하마!"
[있다보자아아아!]
손을 들어 올린 할배와 자드는 그 상태 그대로 상당한 높이의 고도에서 거침없이 뛰어내
렸다.
"아이캔트으으으플라이이이이이이!!"
[진짜로 노망났냐!? 이미 한번 써먹은 거잖아!]
지면을 향해 추락하는 와중에도 유쾌한 교환을 나눈 두 사람은 그대로 지면을 향해 추락
했다.
물론.. 낙하산 같은 장치는 전혀 없는.. 새까만 정장 한 벌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
지 않은 할배와 자드는 무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 미칠 듯 빠른 속도
로 지면에 떨어졌지만...
[으랏차아아아아아아!!]
낙하산을 펼치는 것 대신 자드는 자신의 입을 있는 힘껏 벌렸고.. 할배는 입 벌린 상태
의 자드를 눈앞에 보이는 아파트의 벽면에 있는 힘껏 박았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자드의 입이 아파트의 벽에 박힘과 동시에.. 낙하하는 속도를 죽이지 못했고.. 할배와
자드는 그 상태에서 아파트의 벽면을 갉아먹은 상태에서 지면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대략 아파트의 중간 위치쯤 내려왔을 때쯤.. 그 속도는 완전하게 죽었고.. 할
배와 자드는 아파트의 중간에서 매달린 채 지면을 내려다봤다.
"꽤나 치열하군."
할배는 위에서 지면을 내려다 본 채 중얼거렸다.
총력전..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인간들이 총기나 근접무기들을 든 채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악을 쓰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노친네! 그만 구경하고 얼른 내려가자!]
"어이쿠..! 그랬지! 그랬어..! 그럼 후다닥 내려가볼까!"
자드의 지적에 자신의 목적을 자각한 할배는 벽에 박아둔 자드의 머리를 단숨에 빼낸
뒤.. 기껏 멈추었던 추락을.. 다시 재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면은 물론 싸우
고 있는 인간들의 표정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헛차!"
힘이 빠질 것 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할배는 지면을 향해 자드를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지면에 크리에이터를 만들며 낙하에 성공한 할배는 자신이 만든 크리에이터
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허허허? 부끄럽게 뭘 그리 쳐다보나?"
[뭐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괴물 새끼들 처음 보냐? 카카카카카카!]
갑작스럽게 등장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도 모자라 기괴한 외형을 하고 있는 할배
와 자드의 등장에 치열하게 펼쳐진 전투는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아군인지 적군이지 판
가름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너 나 할 것도 없이 할배와
자드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할배와 자드의 등장으로 잠시간 고요해진 전장..
"뭐,뭐야...?"
그리고 그런 전장의 고요함을 깬 것은.. 태양 교단의 재킷을 걸치고 있는 남자였다.
"나 말인가?"
할배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채 씩 하고 웃었다.
[뭐긴 뭐야 저승사자지!]
동시에 자드의 벌려진 입이 남자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몸을 단숨에 집어삼켜 버렸
다.
[카카카카! 맛없구먼!]
자드는 입가에서 새빨간 피를 주륵 흘리며 웃었다.
그야말로.. 괴물... 눈앞에서 사람 한 명을 집어삼켜 먹어버린 기괴한 존재에 의해 전
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그에 따라 자드의 모습을 지켜본 이들 역시 그 움
직임을 멈춘 채로 얼어 버렸다.
하지만...
[뭘 놀래? 다음은...]
자드는 파충류 특유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 채.. 굳어져 있는 '적' 들..
태양 교단의 인간들을 빠르게 흟은 뒤...
[너희들이야?]
피투성이가 된 입을 반쯤 벌린 채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선전포고라고도 할 수 있는 발언..
그리고 그 발언과 동시에 굳어져 있던 태양 교단의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괴물새끼가아아아아!!"
"괴,괴무우우울..!!"
자드의 선전포고로 인해 들고 있는 무기를 거세기 쥔 채 달려오는 사람과.. 얼굴을 새
파랗게 만든 채로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거기 자네? 잠깐 시간 괜찮은가?"
도망가는 인간들이 있다고 해도.. 명백하게 자신을 죽이기 위해 무서운 얼굴로 태양 교
단의 인간들이 진군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할배는 태연한 모습으로 근처에 있는 남
자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네..? 에? 저,저..저요?"
남자는 명백하게 겁에 질린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가리킨 채 말했다.
"허허허! 그렇게 겁내지 말게! 나는 자네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네! 아군이라고
생각해주게나!"
"네,네..? 네..."
"그래서.. 말인데. 실베른이란 사람.. 아니.. 흡혈귀? 아무튼 그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어디에 있나?"
할배는 자신들이 이곳에 온 목적인.. 실베른에 대해 남자에게 물었다.
"시,실베른씨요..? 아니 저기.. 그게...."
할배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답을 회피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갑자기 나타난 이 괴상한 존재.. 자신을 아군이라고는 말하고 있었
지만 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존재인 할배를 무턱대고 신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이거 참.. 우리 같은 선량한 시민의 표본 같은 사람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니.. 세상이 너무 각박해 졌구만.."
".................."
외관상으로는 괴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외모인 주제에.. 자신을 그렇게 표현한 할배
를 기가 막힌다는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음.. 이러면 믿어 주려나?"
남자가 자신을 신뢰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뿐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할배는 조
용히 고개를 돌려.. 어느새 거리를 확 줄인 무장집단.. 태양 교단의 인간들을 바라본
뒤.. 달려오는 그들을 향해 자드를 들어올렸다.
"허허허! 자드 단숨에 해치워버려라!"
할배가 자드에게 명령함과 동시에.. 자드는 자신의 거대한 입을 있는 힘껏 벌렸다.
[카카카카카! 다 쳐 죽어라!]
유쾌함이 감도는 소리와 함께 자드는 자신의 입안에서 보라색의 액체를..
달려오는 남자들을 향해 있는 힘껏 뿜어냈다.
"윽!? 뭐,뭐야..!?"
"이 액체는..?"
입에서 튀어나온 보라색의 격렬한 물줄기는 그대로 남자들의 온몸을 덮쳤고.. 남자들은
갑작스럽게 이상한 액체를 온몸에 뒤집어쓴 탓에 얼굴을 찌푸린 채 그 기세를 잃고 자리
에서 멈췄다.
[뭐긴 뭐야 '독액' 이지? 카카카카카!]
자신들의 몸을 뒤덮은 액체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은 남자들을 향해 자드는 외쳤다.
그리고..
"윽..!? 크아아아악!?"
"아..아아아!? 모,몸이.. 몸이.. 녹...!?"
"아파..아파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사,살려..살려줘어어어어!"
액체를 뒤집어쓴 남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인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
에 지면에 쓰러져 괴로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다.
자드가 뿜어낸 독액을 직격으로 받고 괴로워하던 남자들의 몸이 피부에서부터 빠른 속도
로 녹아내려 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들의 몸은 질척한 진흙과 같이 변
모하며..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점액의 상태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흠.. 자드.. 이번 독은 좀 그렇지 않냐?"
[그러게.. 좀 그렇네.]
최근 연구시설 내에서 만든 독으로..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설마 인
체에 이런 영향을 끼칠지는 그들도 알 수 없었기에..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이 상황은 상
정 외였다.
단지.. 이런 식으로 사람이 잔혹하게 녹아내린 것에 대한 감상은 아니었다.
"냄새가 너무 심하군.."
[노친네 방구만큼 구리네.]
두 사람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그렇게 말했다.
딱히 눈앞에서 사람이 녹아 죽어가는 것 정도로 반응할만한 그들은 아니었고.. 그들이
반응한 것은 독액을 뒤집어쓰고 녹아내려버린 남자들에게서 나는 지독한 악취 때문이었
다.
"다음번에는 냄새가 좀 덜 나고.. 스마트하게 전신을 녹일 수 있는 독으로 할까?"
[근데 그건 이미 독이라기보단 염산이나 그런 거 아니냐!? 카카카카카!]
두 사람은 남들이 듣기에는 상당히 무서운 내용을.. 그야말로 가벼운 농담이라도 주고받
는 것 마냥 몹시 가벼운 태도로 말했고... 그런 할배와 자드의 모습은.. 실베른쪽의 생
존자들에게 있어서는 섬뜩하기 짝이 없는..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아참..! 또 목적을 잊을뻔했군...! 자 어떤가? 이 정도면 우리가 적이 아니라는 것
을 인정해주겠나?"
할배는.. 이를 딱딱 부딪친 채 공포에 떨고 있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떤 채로 할배의 대답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방금 전 온몸이 녹아내린 태양 교단의 인간.. 아니 인간이었던 그 잔해
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굳어져 있었다.
"이 정도 해도 안 믿어주는 건가..? 그렇게 우리를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군."
[자! 그럼.. 저 꼴이 되는 건 이번에 누구 차례일까나?]
자드와 할배는 자신들이 만든 끔찍한 잔해를 곁눈질로 바라 본채 씩 하고 웃었다.
그 말에 남자의 안색이 급속도로 창백해져 갔다.
그들이 말하는 다음 차례.. 그것은 누가 봐도 '자신들' 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남자는 공포에 질린 신음을 흘린채로.. 괴물들을... 남자에게 있어서 밝은 목소리를 흘린채로 터무니 없는 협박을 내뱉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잔혹하고 끔찍한 '악마'를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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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뭐 우리를 못믿겠다고?
자드: 너희 다 몰살!
으.. 나쁜놈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