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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23화 (22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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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진료실에서 나온 그녀는.. 갈 곳 없는 발걸음으로 연구시설 내부를 헤매듯 걸었다.

사실은 이 뜨거운 열기로 휩싸인 머리를 식힐 겸 밖에 나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밖은 우중충한 먹구름이 잔뜩 낀채로 반갑지 않은 비가 질척거리며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연구소 내부의 복도를 걸어나

갔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그녀의 머릿속은 방금 전 이야기했던.. 자신의 부글부글 거리게

만든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곧 태어날 아이.. 하지만 그 시가.. 너무나도 타이밍이 나쁘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

었다.

물론.. 이것을 뱃속의 아이에게 따질 생각은 없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좀 더 빨

리 태어나주거나 좀 더 늦게 태어나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치열한 전장으로 향하는 그의 옆에 설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년이랑 그 새끼..."

복도의 한중간에서 걸음을 멈춘 그녀는 복도의 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먹구름이 잔뜩

낀 채 질척질척 비가 내리는 창밖에 비추어지는 정경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 떄' 의 일

을 떠올렸다.

그를 납치해갔던.. 자신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여자.. 실메리아와.. 자

신의 온 힘을 다한 일격에 끄덕도 하지 않았던 남자.. 코세이에 대해서였다.

이 힘.. 진조 흡혈귀의 힘을 얻은 뒤 이 힘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드물었다..

아니.. 실베른이 자신을 상처 입히기는 했지만.. 결국 힘의 차이가 절대적이었기에 상

대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오기를 부려보려고 해도.. 그때의 자신은 명백하게 지고 있었다.

만약 할배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큭..."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몸을 떨었다.

그때의 일.. 너무나도 가벼운 어조로 아이를 빼앗으라고 명령한 코세이와.. 그 명령에

일말의 저항도 없이.. 자신의 뱃속을 휘저으려던 두 존재..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자신조차 닿지 못할 정도의 괴물들..

그리고 그는 그런 위험한 괴물들과 싸우기 위해 떠나려고 한다.

자신을 놔두고..

그 위험천만한 괴물들을 상대할 셈이었다.

물론.. 그 혼자서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경철과 할배와 자드 가 그와 동행했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영웅이 되어 힘을 얻은 경철은 분명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

능력 면 이외에도 수많은 전투를 경험해 축적된 그 경험은 분명 힘이나 지식만으로는 얻

을 수 없는 경철만의 훌륭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할배와 자드.. 자신이 애먹었던 실메리아를 강력한 독으로 단번에 무력화 시

킨 그 능력은 가히 위협적이고.. 아군으로서는 든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철의 경험은 다수와의 싸움에서는 상당히 유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런 걸 무시하

는 존재들.. 실메리아나 코세이같은 존재에게 있어서는 무용 지물이었고.. 할배와 자드

의 독도 실메리아에게는 확실하게 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세이' 에게는 전혀 통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료라도 먹는 것 마냥 스스로 그  독을 꿀꺽꿀꺽 집어삼키는 모습까지 보였다.

분명 그들은 뛰어났지만.. 괴물.. 특히나 코세이라고 하는 진성의 괴물 앞에서는 한없

이 나약해 보일뿐이었다.

그들을 신뢰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인 코세이가 너무 강력한 것이 문제였

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있으면 몹시 유리해진다는 이야기도 사실은 아니었다.

자신의 힘이라면 분명 실메리아에게 대미지를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투의 기술과 경험 차이가 너무 낫고.. 특히나 코세이에게는 자신의 힘으로 전

혀 대미지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같이 간다고 해서 쉽게 이길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고 없고의 차

이는 몹시 크다고 생각했다.

비록.. 승률이 10퍼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세한다면 2배 가까이 오를지도

몰랐지만.. 그래봤자 20%.. 100퍼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확률...

그러나 자신이 가세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했다.

거기에...

"................."

그녀는 손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날개뼈 부분을 매만졌다.

흔적은 없었지만 자신의 날개가 튀어나오는 부분을 매만진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는 미안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날개와 비행능력이 있다면 혹시나 하는 상황에 그를 데리고

도망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연구시설에 있는 인간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이택으로 본다면 좋아하

는 편이었지만.. 결국 그녀에게 있어서 1순위의 존재는 '그'였다.

만약 이 연구시설의 인간들과 그의 목숨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망설이기

는 할 테지만.. 결국 최후는 '그' 의 목숨을 선택할 것이었다.

그 정도로.. 소중한.. 그 정도로 사랑하는 존재인 그..

"망할..."

그녀는 자신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다본 채 거친 말을 내뱉었

다.

소중한 그가 혼자 사지에 가는 것을 본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창에 달라붙어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 였지

만..

"언니?"

애 띈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아.. 너냐..?"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한솔.. 언제나 같이 붙어있던 길티는 왠지 몰랐지만 보이

지 않은 채였다.

"무슨일 있어?"

그녀의 표정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었기에.. 한솔은 조용히 그녀의 찌푸려진 얼굴

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조금있으면 아이가 태어난대..."

"이제 태어나는 거야!?"

우중충한 얼굴의 그녀와 다르게 맑은 하늘같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한솔이 활기 띤 목

소리로 되물었고..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근데 왜 얼굴이 그래? 기쁘지않아?"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었건만.. 그녀의 표정이 매우 흐린 것을 본 한솔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기뻐.. 기쁘지만...."

그녀는 이를 꽉 깨문 채..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궜다.

분명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기쁘긴 했지만.. 역시 그와 같이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순수하게 그것을 기뻐해 주게 하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솔이한테 이야기해봐! 할아버지가 그랬어! 고민은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 남에게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한솔은 그녀의 원피스 자락을 잡아당긴 채.. 할배가 말했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했다.

"....그럴지도...모르...겠네.."

그 모습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은 채로 조용히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댄 채 자신의 말

을 기다리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솔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굳이.. 자신의 이 개인적인 감정을 타인.. 그것도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말해봤자 해결

될 리가 없다는 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는.. 올곧은 한솔의 눈동자에 끌리듯 조용히 입을 열어 자신의 현재 상황을 하나도 빠

짐없이 한솔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맞아..! 오빠도 할아버지도 사람 마음을 너무 몰라!"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한솔은.. 화가 난듯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른 채 외쳤

고 한솔의 반응이 너무 의외였던 그녀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한채 한솔의 행동을 지

켜봤다.

"나도..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오빠도 할아버지도 맨날 안된다고만 하고..!"

이번 전투에.. 당연하게도 한솔은 같이 가려고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이들이 반대를 했고.. 특히나 그와 할배가 맹렬하게 반대한

탓에.. 한솔은 길티와 함께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분명 방해되는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솔은 그들과 같이 가

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맹렬한 반대와... 분명 자신이 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

던 탓에..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못한 채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도 할아버지도 바보야!"

자신의 불만을 그대로 토해내듯 단단한 복도의 바닥을 신발 밑창으로 사정없이 내리치

는 한솔..

그런 한솔을 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맞아.. 진짜로.. 사람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라니까."

방금 전의 흐릿한 얼굴이 거짓말인 것처럼 그녀는 웃으며 한솔의 말에 격렬하게 동감하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고.. 자신의 말에 동의해주는.. 같은 편이 생김으로 인해.. 화

를 내던 한솔이도 행동을 멈춘 채 기분이 좋아진 듯 씩 하고 웃었다.

"근데.. 언니는 아쉽겠다.. 한솔이는 약하니까. 짐짝이지만.. 언니는 아닌데.."

그나 할배도 꺼리는 전차의 포격을 맨몸으로 맡고도 멀쩡했던 그녀를 떠올린 한솔은 그

렇게 중얼거린 뒤.. 그 자리에 저 쭈그리고 앉은 채 그녀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지긋

이 바라봤다.

"아기야.. 빨리 태어나서..."

한솔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엄마 고민을 해결해주렴."

"뭐하는거야..?"

한솔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진 채 중얼거리는 것을 본 그녀가 물었다.

"아기한테 부탁하는 거야! 빨리 태어나 달라고!"

"부탁...?"

"응! 부탁하면 들어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언니도 열심히 부탁해봐!"

아이의 발상..

그야말로 아이가 생각할만한 순진한 발상이었다.

그렇게 부탁한다고 해서 아이가 빨리 태어날 리가 없는.. 비현실적인 발상...

하지만..

"그렇네.. 이제는 부탁하는 수밖에는 없겠네."

그런 한솔의 발상에 그녀는 웃었다.

아이다운 발상이거나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해서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솔의 발상이 기발하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감탄이 깃든 웃음이었다.

"응! 그러니까 언니도 빨리 아기한테 부탁해!"

"그럴까..?'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쳐두기로 하고 그녀는 한솔과 같이 자

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레야..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나 주렴."

"아기야.. 빨리빨리 태어나렴.."

그녀와 한솔은.. 복도의 한중간에서.. 불룩 튀어나온.. 아이가 들어있는 그 배를 조심

스럽게 어루만진 채.. 어찌 보면 실소가 나올 것 같은 부탁을 진지하게.. 아직 태어나

지도 않은 아이에게 전했다.

그 순간..

"윽...!?"

"어,언니..!?"

그녀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차가운 복도의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땀을 폭포와 같이 쏟아냈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이상반응에 놀란 한솔이.. 무

너져 내릴 것 같은 그녀의 몸을 자신의 작은 몸으로 열심히 지탱했다.

"아,아니..괜찮아.. 괜찮아..후우..후우... 평소의 진통이니까..."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화가 난 걸까..?

"아니 하루에 몇 번씩 이렇게 움직이고는 하니까. 신경 쓰지 마."

혹시 자신 때문인가 하는 죄책감을 품고 있는 한솔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그녀는

한솔을 안심 시켰다.

"응.. 언니 방으로 돌아가?"

"그렇네.. 언제까지 이런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까..."

"내가 부축해줄게!"

"고마워."

그렇게 한솔이는 작은 몸으로 낑낑거리며 그녀의 몸에 힘을 실어 일으켜 세웠고.. 그대로 큰 차이가 나는 신장으로 그녀를 부축한다기 보다는 매달려 가는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녀의 방에 향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저녁 늦게 들어올듯 싶기에.. 조금 빨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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