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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22화 (22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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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나라의 소집에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지식을 가진 5명 전원이 눈 깜짝할 사이에 검사실에 모였다.

"괜찮아..?"

그리고.. 그런 5인 중 가장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검사대

위에 누워있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상태를 물을 수밖에 없었고..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곤란한 얼굴을 한채

그의 손을 되잡아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어디가 안 좋다거나 한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런 그녀의 대신 검사의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돌아온 나라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어디 가 안 좋은 게 아닌데 이런 식으로 검사를 하는 것은 이상했기에.. 그는 말 끝을

흐렸다.

"어디가 안 좋다기보다는.. 예상 이상으로 아이의 성장이 빠른 거 같아요.. 물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 아이 평범한 아이는 아니니까요.."

차별 발언으로서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죽어가던 모체를 살린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데다가.. 이 아이의 태생을 생각하면.. 평

범한 인간의 아이와 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당신도 검사하는 걸 돕도록 하세요. 지식은 있죠?"

아직 불안함이 남아있는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

인 뒤.. 꽉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용히 놔둔 후 검사의 준비에 들어갔다.

"혹시 진통이 시작될 것 같으면 말해주세요.. 자칫하다가 장비를 망가트리면 안되니까

요."

무의식적으로 발휘되는 그녀의 힘이라면.. 나름 튼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밀기계

의 분류에 들어가는 검사  기계들은 단번에 고철덩이가 될 수밖에 없었기에.. 나라는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미리 진언했다.

"그걸 알면 나도 편했을 것 같다만... 뭐 진통이 와도 갱판 안 피게 조심할 테니까 안

심해."

자신조차 언제 어떤 때에 어디에서 진통이 오는지 알 도리가 없었던 그녀는 그런 약속밖

에는 할 수가 없었다.

"부탁할게요."

그렇게 말한 나라는 작게 미소 지어 보이고는.. 그와 4인조에게 눈짓으로 시작을 알렸

다.

그리고.. 약 2시간 정도가 되는 시간을 들여 중요한 검사들을 모두 끝낸 뒤..

진료실에는 그와 그녀.. 그리고 나라만이 남게 됐다.

애초에 다른 이들의 경우 검사를 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기도 하고.. 굳이 검사 결

과에 동참할 필요도 없었기에.. 다른 이들은 각자가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떠났

고.. 그와 그녀의 경우는 당연히 당사자들이었기 남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나라는 책상 위에 검사한 결과와 저번에 검사했던 결과를 나란히 놓은 뒤 비교해 갔다.

라고는 해도...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자랐네요.."

"자랐네."

그가 봐도 나라가 봐도 전에 찍었던 아이의 크기와 지금 찍은 아이의 크기는 명백하게

달랐다.

몇 주 전에 검사했던 결과로 아이는 약 6개월가량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고 친다면.. 지

금은 약 8개월가량.. 조급한 아이라면 나오려고 할지도 모르는 정도의 크기였다.

"한달도 안됐는데.. 이 성장 속도는 예상외네요.."

약 3주 만에 2개월치의 성장을 끝냈다는 것은.. 아이의 성장 속도가 거의 3배에 가까

운 성장 속도로 평범한 아이와는 확연하게 다른 성장 속도였다.

"만약 이 계산대로 성장한다면..."

나라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아이의 출산일을 계산해 나갔다.

보통 9개월째부터가 출산 시기라고 친다면..

1일에 약 3일씩 성장.. 그렇다면 10일 뒤가 그녀의 출산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몇일날 낳아야 하는 거야..?"

"그걸 정하는 건 제가 아니라.. 아이가 정하는 거니까.. 며칠이라고 콕 집어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단지 10일 뒤부터는 준비에 들어가는 게 좋을 거예요.

"10일..!?"

나라의 설명에 그녀는 경악했다.

코세이와의 결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6일.. 이제 곧 해가 지나가니 실질상 남은 것

은 5일 정도라고 할 수 있었고.. 그 말은 즉..

"자,잠깐..!? 그럼 나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아이를 낳아야 될지도 모른다는 거..."

코세이와의 결전 속에서 갑자기 산통이 시작되어 아이를 낳아야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

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남아야죠!?"

"당연히 남아야지!?"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그와 나라가 재빠르게 부정했다.

"어..? 어딜?"

"어디라니.. 당연히 여기에 남아야죠!"

"아니 그렇지만... 다들 싸우러 가는데 나만..."

그녀는 화내는 나라의 얼굴을 지나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 채 말

했다.

이 집단에서 가장 강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이 전투에서 빠진다는 것은 그는 물론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되는 일

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미가 없어도.. 우리끼리 알아서 할 수 있어."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그는 방긋하고 웃어 보였다.

"하,하지만..!?"

그러나 그녀는 불안한 얼굴을 숨기지도 못한 채 떨리는 눈동자로 그의 옷소매를 강하게

쥐어 잡은 채 불안해 떨 수밖에 없었다.

"어리광 부리지 마세요... 그러다가 전투 한중간에 산통이 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애

초에 당신과 아이의 상태는 '자연분만'으로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그녀와 아이는 제왕절개.. 그것도 상당히 고난도의 외과수술을 필요로 하는 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당연하게도 수술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는 곳에서는 불가능에 가

까운 일..

거기에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는 파도 솔도 라도 시도 그 거기에 나라를 포함한 이 6명

중.. 이 시설에 남아있는 것은 그를 제외하고 다섯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적으로 그녀가 아이를 무사하게 출산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5명이나 존재하

고 수술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그,그렇지만...! 그, 그래! 그래! 그럼 그 빌어먹을 자식과 싸우는 건 조금 미루자!

어차피 5월 5일 전까지만 찾아가서 족치면 될 일이잖아?"

그들이 코세이가 있는 제주도로 향하는 것은 코세이의 미친 계획의 실행일로부터 약 2주

간의 여유를 잡고 있었고.. 현재 남은 시간까지 하면 약 19일의 여유시간이 존재했다.

자신의 출산일이 10일 이후부터 시작이라고 한다면.. 계획 실행일까 지는 9일이나 남

은 셈이었고.. 그전에 수술을 끝낸다면.. 안심하고 그와 같이 싸우러 갈수 있었다...라

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변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조잡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10일 이후라고 기간을 잡아둔 것뿐이지.. 10일 이후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

었고.. 그 9일의 안에서 아이가 나오려고 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거기에.. 그들이 2주의 여유를 잡은 것은.. 어떤 변수나 시련이 자신들에게 닥칠지 모

르는 상태였기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로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의 계획대로 한다면.. 어떤 변수가 생겨버린다면 시간이 촉박해져.. 코세이

의 저지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2주의 여유시간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안타깝지만 그런 식으로 허비를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알잖아..? 그 녀석을 막으려면 조금이라도 여유의 시간이 필요해."

"알아..! 알지만.. 그래도!"

그녀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귀중하고 중요한 시간인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떼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위험천만한 전장에 그 혼자만 보낼 수가 없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이렇게라도 떼를 쓰

고 구차하게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이용해 조잡한 계획을 짜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를 혼자만 보낼 수가 없었다.

아이가 곧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은 순수하게 기뻤다.

기뻤지만.. 사지에 혼자 갈 그를 생각하면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태어나려는 거야!라며 뱃속의 아이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데려가려 하지 않는 그에게 화를 내는 것 역시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어디에다가 이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큭...!"

그리고.. 그 여파로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는 쇠로 만들어진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강

하게 쥐었고.. 쇠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인해 찰흙 마

냥 우그러져 그 원형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하세요."

그녀의 지금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 같은 우그러진 쇠를 본 나라는 그녀를 다

독이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더욱 격하게 끄는 원동력이 됐

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앉아있는 의자를 내리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순식간에 쇠로 만들어진 의자 하나를 고철로 뒤바꾸며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녀였지만..

이내 힘이 담긴 주먹을 천천히 푼 채 작게 심호흡을 했다.

아직 머리는 부글부글 끌어올라 뜨거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리분별을 할 정도의

판단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는 나지만 이 분노를 나라에게 푸는 것은 물론.. 이 자리에.. 이 연구시설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미안... 혼자서 머리 좀 식히고 올게.."

쥐어짜듯 어떻게든 그 말을 내뱉을 수 있던 그녀는.. 자신의 배를 감싸 안은 채 그와

나라에게서 등을 돌려 진료실 밖으로 향했다.

"미미..."

그런 그녀의.. 몹시 작고 나약해 보이는 등을 본채 그는 조용히 그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쫒아가지 않아도 돼요..?"

"응... 지금은 그 말대로 혼자 있게 해주는 게 날 거 같아."

물론 지금 당장 그 등 뒤를 쫓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던 그였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것보다 혼자서 머리를 식히고.. 아이를 낳을 최선의 준비를 해주는 쪽이 그에게 있어

서는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힘은 분명 큰 전력이기도 하고.. 승기를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게도 그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이 위험한 전투에 오지 않았으

면 하는 바람이었다.

절대로 죽게 하지 않게 지킬 생각이었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도 한번 그녀를

잃었던 전적이 있는 그로서는 솔직히.. 트라 우마급의 경험이었기에.. 웬만하면 그녀

가 위험한 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실상 이번 타이밍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최악이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최고..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달려가 위로해주고 싶고.. 그 몸을 꽈악 안아주고 싶은 충동감

에 휩싸일 것 같은 자신을 단단하게 속박한 채 그녀의 나약해 보이는 뒷모습을 그냥 지

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을까요?"

나라는 방금전 그녀가 보인 태도를 떠올리며 걱정스러움이 담겨진 목소리로 물었다.

"응..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는 강한 그녀를 믿는 마음과.. 자신의 희망사항을 섞은 말을 내뱉은채.. 방금전까지

그녀가 있던.. 지금은 아무도 없는 허무함이 감돌고 있는 공간을 조용히 바라봤다.

============================ 작품 후기 ============================

오늘 결혼기념일입니다!

이왕이면 좀더 밝은내용이었으면 좋았을것을..ㅠㅠ

하필 이 타이밍에 조금 우울한 내용이라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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