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21화 (22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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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D-6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질척거리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우중충한 오후..

"윽..."

평범하게 복도를 걷고 있던 그녀는.. 뱃속 내부를 뒤 흔드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지면에 무릎을 꿇은채.. 자신의 배를 감싸안았다.

고통은 정말 일 순간.. 1초 혹은 2초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릐 몹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그 고통은 내장을 후벼파는것 같은 고통을 선사했고.. 그 짧은 진통탓에 그녀의 온몸은 물론이고.. 얼굴 전체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됐다.

"하아.. 최근들어 심하네.."

아무도 없는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댄 그녀는 거친 한숨을 내뱉은채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번이나 두번꼴로 진통을 느꼈던 그녀였지만.. 최근들어 많게는 7~8번 적게는 4~5 번 정도의 고통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녀를 덮치고는 했다.

거기에..

"역시 커졌어.."

그녀는 쓰다듬던것을 멈춘채 자신의 배를 양팔로 안았다.

예전에는 기분탓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확실하게 몇일전과 비교해 커진것을 알수가 있었다

명백하게 이상할정도로 빠른 성장..

"도둑고양이에게 가봐야겠네..."

이미 배를 찢는 고통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고통의 여운이 몸에 남아있던 그녀는 얼마동안 몸을 추스린 뒤 자신의 배를 감싸안으채 자리에서 일어나.. 목적지.. '나라'가 있는 진료실을 향했다.

"어라? 무슨일이세요?"

진료실의 문을 열어두고 약품의 정리를 하던 나라는 문앞에 방문한 그녀에 대해 눈치채고 작업을 중지한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진찰좀 해줘."

그녀는 자신의 배를 시선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라는 서둘러 진료대에 있는 약품들을 서둘러 아래로 내려놓은 뒤 진료대의 위를 탁탁하고 손바닥으로 두드렸고.. 그것이 이 위에 올라가 누우라는 의미라는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감싸안은채로 진료대의 위에 천장을 본채로 누웠다.

"최근들어 진통을 느끼는 횟수가 늘어났어."

"늘어났다고요..? 하루에 몇회나요?"

목에걸고 있는 청진기를 귀에 꽂으며 나라가 물었고.. 그녀는 말하는 대신 손가락 다섯개와 3개를 들어올리며 그 회수를 알렸다.

"8회요..!? 거의 3~4배나 늘었잖아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이틀전부터.."

"그럼 이틀전에 방문하셨어야죠!"

"아니.. 뭐 최근들어 바쁜거 같길래..."

"바빠보이는것 뿐이니까.. 애초에 이런것 밖에 쓸모가 없는 저니까.. 이왕이면 팍팍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라는 그런 자조섞인 말과 함께 쓴웃음을 지어 보인채 그녀의 배에 청진기를 가져갔고.. 굳이 그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채 나라의 진료에 몸을 맡기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니는 건강한거 같긴 한데... 그런데 기분탓인가요? 전보다 훨씬 더 부풀어오른것 같은.."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손댄 나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분탓이 아니라. 진짜로 커졌어."

"뭐라고요..!? 그걸 먼저 말하세요!"

그녀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라는 그녀의 원피스를 거칠게 걷어 올린채 속옷과 함께 불룩 튀어나온 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로.. 커졌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말했... 윽..!?"

반문 하려던 그녀는 재차 느껴진 진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채로 고통에 반항하듯 이를 꽈 꺠문채 몸을 움츠렸다.

"진통인가요..!? 괜찮으세요?"

"하아...하아... 어떻게든..."

여전히 짧지만 강렬한 고통에 그녀는 흠뻑젖은 자신의 얼굴을 옷소매로 거칠게 딲아냈고.. 덕분에 옷소매는 물을 머금은것 마냥 묵직해졌다.

"굉장한 땀..."

나라는 그녀가 흘린 땀의 양을 본채 걱정스러운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고 있던 나라로서는 아이가 움직임에 따라 그녀에게 어떤 고통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외벽과 내벽에 일체화 된것마냥 붙어 있는 아이가 움직인다는것은.. 그녀의 외벽과 내벽을 휘젖는것과 다름 없는것.. 본인이 아닌 나라로서 그 고통을 정확하게 알수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마취없는 상태에서 배안을 뜯어내는것과 다를바 없는 고통이라는것 만큼은 짐작할수가 있었다.

"다시 한번 검사를 진행해야겠어요."

"지금 바로.. 다들 불러올게요."

자신 혼자서도 시간만 들인다면 검사 기계들을 돌리는것도 가능했지만.. 도움이 가능한 인간들.. 파도 솔도 라도 시도.. 그리고 그 까지 있는 마당에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하지만..

"자,잠깐..!"

그녀는 서둘러 나가려는 나라의 팔목을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붙잡았다.

"무슨일이세요?"

"아니.. 그 뭐냐... 다들 바쁜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그녀는 코세이와 싸움을 위해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며 준비를 하고 있는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자신을 위해 그들이 업무를 내팽개치는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당신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요..?"

나라는 험악한 얼굴을 한채 그녀에게 잡혀진 자신의 손목을 거칠게 뿌리치며.. 격한 감정이 담긴 작은 목소리를 흘렸다.

"어..? 아니 그게..."

작은 몸집과 동안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위압감에.. 그녀는 다른 의미로 식은땀을 주륵 흘린채.. 평소라면 마구잡이로 반박했었을 입술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명심하세요.. 분명 이 아이는 당신과 미도의 아이기는 하지만..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미래를 짋어져 나가야할 소중한.. 아니 '희망' 과도 같은 존재라는걸요."

아이의 이름에 걸맞게 그녀의 뱃속에 있는것은 특별한 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능력이나 태생같은것을 떠나.. 이런 미쳐버린.. 세게에서 곧 태어나고 살아갈.. 미래를 만들어나갈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연구시설에 있는 인간들이 코세이와 결전을 벌일려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었다.

곧 태어날.. 혹은 한솔과 같은 어린아이가 살아가야할 미래를 이어나가기 위한 싸움이라고 할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뱃속의 아이.. '미레' 는 싸우려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희망.. 혹은 그 이름에 걸맞는 '미래' 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거기에..

"당신이 죽는다면 미도가 어떻게 될지는.. 당신이 더 잘알고 있겠죠..?"

"................"

그녀는 더이상 입술 조차 움직이지 못한채로 입을 다물어 침묵했다.

그 말대로.. 100년동안 같이 살자고 약속한것인 몇일 전인데.. 얼마 못가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이번에야말로 그가 망가져버릴것이라는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볼수 있었기 떄문이었다.

"아니면 홀애비가 된 미도를 제가 취하라.. 라는 걸 돌려 말하는건가요?"

나라는 평소답지 않은 도발적인 말투와 함께.. 명백하게 조롱이 담긴 미소를 띄운채 물었다.

"윽..! 아,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었어!"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양손을 들어올린채 항복선언을 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울컥하여 나라에게 한껏 매도와 비난을 퍼부었을테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잘못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한채.. 그저 더이상의 힐난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항복선언을 했다.

"용서해드릴게요."

악녀같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나라는 싱긋 하고 웃었다.

"............."

그 빠른 변화에 말문이 막힌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채로 '젠장..' 이라는 말을 웅얼 웅얼 거린채로 나라의 똑바른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도 그정도로 얌전하고 솔직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크윽..! 나.나중에 두고보자..."

고개를 돌린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수치심으로 인해 빨갛게 달아오른 귀만큼은 확인할수 있었단 나라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저는 사람들을 불러올게요."

이야기도 정리된 지금 이대로 멍하니 시간을 소비하는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 나라는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그녀에게 등을 돌린채로 문 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하지만 그 떄.

"야.. 도둑고양이..."

그녀가 조용히 나라를 불러 세웠다.

"무슨일인가요?"

고개만을 돌린채.. 아직까지 고개를 돌린채 토라진듯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라가 물었다.

"뺏지...마라...."

처음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나라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눈만을 껌뻑인채.. 그녀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욱더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의 색을 보고.. 그녀가 무엇을 빼앗지 마라 라는것인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풋..!? ":

참을수 없을정도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기위해 자신의 입가를 양손으로 틀어막은 나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웃음소리가 터져나오지 않기 위해 노력 했다.

그런 노력 떄문인지 다행히도 웃음소리가 흘러 나가는것은 막을수 있었지만.. 그 노력으로 인해 배가 미칠듯이 당겨와 죽을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아.. 걱정마세요. 안뺏을꺼니까."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안정을 찾은 나라는 새빨개진 귀의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 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려.. 이번에야말로 문을 통해 복도로 나간 뒤..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가장 가까운 목적지를 향해 걸어나갔다.

"정말.. 남의 남자를 뺏는 취미같은건 없다고요.."

나라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자신만이 들릴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린채 그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자신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친구나 동료 같은 관계로서의 호감.. 즉 '우정' 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연애감정같은건 단 1%도 없...

"................"

1%도 없다.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였던 나라였지만.. 차마 그것을 단정할수가 없었다.

분명 연애감정으로서 좋아하는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연애감정이 전혀 없다고 자신의 감정을 단정지을수가 없었다.

어쨰서...?

걸음을 멈춘 나라는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답은 간단히 나오지 않았다.

답은 간단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 대신 예전에 든 의문 한가지가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풀려 버렸다.

그 의문은.. 어느 한 '영화'의 결말

지금 시대로 치면 옛날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가위손' 이라는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병원에 있을 당시 자신을 괴물이라고 지칭하던 그 때 떠올랐던 의문..

그영화의 결말이 왜 지금에 와서 생각났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문뜩 떠올라 버렸다.

아니.. 사실상 완벽한 결말은 아니었다.

괴물과 여주인공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결과가 됐는지에 대한것은 쏙 빠져있는.. 반쪽짜리 결말.. 하지만 그 결말만큼은 확연하게 기억이 났고.. 그 당시 영화를 봤을떄도 상당히 애뜻한 감정을 느꼈다는것 역시 같이 떠올랐다.

"분명.. 둘이 맺어지지 않았었지..."

배드엔딩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결말..

괴물은 자신이 발견됐던 곳에 남겨지게 되고.. 여자주인공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여 할머니가 되어 손자들에게 둘러 쌓여 그떄를 회상한다는 그런 엔딩..

"왜 갑자기 떠오른걸까요.."

기억하지 못했던 그 결말을 왜 지금에와서야 떠올렸는지 나라는 알수가 없었다.

벌써 몇개월 전에 품었던 의문..

그런 의문이 왜 지금에와서 그것도 이런 타이밍에 떠올랐는지 나라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도무지 알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한가지 알수 있었던것도 있었다.

이 영화의 결말이 어렷을적 자신이 느꼈던 그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것..

그것 하나만큼은 지금도 그떄도 같다고.. 나라는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에 걸맞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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