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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20화 (22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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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워커홀릭인 그는 일단 마지막으로 돌리기로 하고..

경철은 가장 먼저 파도를 진료실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먹는것외에 최근 관심을 가지는 무엇인가는 없나?"

파도를 진료실의 중앙에 앉혀둔 경철은 질문을 던졌다.

"(관심이란것은 어떤 의미야?)"

생소한 질문에 파도는 고개를 갸웃거린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거라면 맨날 하고싶다 라거나.. 이런걸 하면 기분이 좋다거나.. 그런건 없나요?"

통역사(그)가 옆에 붙어있던 터라 나라는 바로 파도의 말을 이해할수 있었고 그 의문에 대합답이자 경철의 질문에 살을 덧붙였다.

"(밥 말고?)"

"그래 밥에 관련된걸 재외하고다."

재차 확인한 파도는 미간에 주름을 만든채 식사를 재외한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이 있나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뭔가 있는건가요?"

"(최근 욕탕에서.. 기분좋게 잠들었었지.)"

"그떄인가.."

경철은 요 근래 목욕탕에서 익사한 시체마냥 둥둥 떠다니던 파도를 떠올린채로 중얼거렸다.

"그건 좀.. 애매하지 않나요..?"

피로한 몸상태에서 열탕에 들어가면 왠만한 인간들은 그런식으로 노곤노곤해져 잠이들기 마련이었기에.. 지금의 질문에 부합하는 일은 아닌것 같다고 나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 그런것도 의외로 기호가 되기 마련이지."

경철의 생각은 다른것인지 나라의 말을 부정했다.

"흠..흠! 좋아.. 파도는 목욕 인가.."

경철은 침대 맡에 둔 파일을 연 뒤 그곳에 파도의 관심사(?)를 옮겨 적었다.

"그 외에 또 없나?"

경철의 질문에 재차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던 파도였지만.. 딱히 그 외에는 없는것인지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럼 할일을 하고 있도록 해라. 추후 통보하도록하지."

그렇게 용무가 끝나버린 파도는 그대로 퇴실했다.

"대장님.. 진짜 그걸로 된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목욕탕에서 잠들었다는걸로는..."

"평소랑 다르게 그만큼 욕탕안에서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는건 그 만큼 그것이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겠지. 거기에 실재로 목욕이 취미인 인간들이 없는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저도 목욕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게 과연 취미로 될지는..."

"뭐.. 일이 취미인 녀석도 있는데 그정도쯤이야..."

경철과 나라는 대화를 나누다 말고.. 통역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를 지긋히 바라봤다.

"으음.."

부정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부정해봤자 돌아오는 대답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굳이 부정하지 않은채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다음 들어와라!"

경철이 문 밖을 향해 외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솔도가 들어왔고.. 나라의 권유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

경철과 나라는 방금전 파도에게 했던 똑같은 질문과 설명을 솔도에게 전했고.. 솔도역시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것인지 고민의 색을 띄운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우연하게 연구소의 뒷산에 올라간적이 있었는데.. )"

"아! 혹시 등산이라던가..?"

산과 관련된 탓에 나라는 그런 추측을 했지만.. 솔도는 고개를 저어 부정하고는 재차 이어 말을 해 나갔다.

"(왠지 모르게 풀과 나무에 둘러 쌓이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듯한 느낌에 몹시 기분이 좋아졌던적이 있었다.)"

"산림욕인가. 흠흠.. 솔도는 산림욕..."

"그걸로 되는건가요..!?"

"물론이지. 산림욕이란건 충분히 취미의 범주에 들어갈수 있으니까."

경철은 경악하는 나라와는 전혀 다른.. 몹시 태연한 태도로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가며 말했다.

"다른건 없나?"

경철은 이번에도 파도떄와 같이 확인 작업을 했고.. 아니나 다를까 솔도 역시 더이상은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솔도를 내 보낸 뒤..

"저기 대장님.. 뭔가 너무 휙휙 지나가시는거 아닌가요..? 뭐랄까 이런 경우에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면서..."

적어도 그녀의 경우 환장의 몸상태에 대해 알기 위해 제법 많은 대활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경철이 하는 것은 상담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간결하고 짧았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특수한 상황의 저 녀석들에게는 이정도면 충분해. 적어도 그녀석들이 그런 말을 한것은 그떄의 기억이니 감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는 증거기도 하니까."

"그런건가요..?"

"그런거다."

나라는 여전히 경철의 말을 믿을수 없다는듯한 태도였지만.. 경철은 그런 나라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편채로 말했다.

"좋아! 다음!"

경철의 호령에 따라 문을 열고 이번에 들어온것은 라도 였고.. 앞의 두사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질문을 받은 라도는 그대로 생각에 잠겼고.. 얼마정도가 지나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뭐라고 할까.. 이 사람들 왠지 모르게 패턴이 거의 흡사하지 않나요..?"

여기까지 진행하는 자신들의 패턴도 똑같았지만.. 언제나 대답하기 전에 말하는 그들의 패턴이 똑같은것을 자각한 나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고.. 그것을 옆에서 들은 그는..

"형제니까?"

라는 애매한 말투로 말했다.

"아니.. 형제라고 해도 너무 똑같은거 아닌가요."

형제.. 실재로는 클론이었지만.. 각자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정도가 되면 짠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정도였다.

"(그냥 아무 생각도 목적도 없이  부지내를 걸어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왠지 모르게 상쾌한 기분을 느꼈어.)"

"흐음..흐음... 라도는  산보..인가."

경철은 역시나 종이에 라도에 과한것을 적고는.. 확인차 다른 생각나는것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역시나 떠오르는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라도를 퇴실 시킨 후..

"뭐라고 할까... 세 명다.. 취미..라고 할까 취향이라고 할까.. 조금 할아버지 할머니틱 하네요 목욕 산림욕.. 산보.. ."

물론 젋은 사람이라도 저런 취미나 취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세 사람이 말한 그런것들은 나라의 이미지상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즐기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리지널(코세이)이 2000살 넘게 쳐먹은 늙은이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네."

그는 자신과 똑같으면서도.. 확연하게 다른 그 존재를 떠올리며 말했다.

"2000살이라니.. 이미 늙은이고 뭐고 할게 아닌것 같은 느낌인데요..?"

"그정도면 화석..아니 미라급이겠군."

이야기만 들었지 실재로 대면한적이 없던 두 사람은 멋대로 코세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런말을 내뱉었다.

"뭐.. 어찌됐든 이제 한명 남았군."

"왠지 모르겠지만.. 시도씨의 취미는 분재나 그 비슷한 느낌의 식물관련 일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여지껏 나온 것들로 미루어 보아 시도 역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취미가 부합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추측을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 상담자인 시도가 일련의 과정을 걸치고.. 아니나 다를까..

"(그러고보니..)"

똑같은 말로 운을 띄우는 시도..

그 탓에 나라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올것 같은 기분이었다.

"(최근.. 우연하게 '음악' 을 듣게된 적이 있는데..)"

"어라.. 의외의 취향이네요.."

생각했던것과는 몹시 다른.. 오히려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취미였기에 나라는 조금 놀란 얼굴로 중얼 거린채 다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음악을 들으니 차분해지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었다.)"

"흠..흠.. 시도는 '음악' 인가..."

경철은 이번에도 시도의 취향에 관한것을 종이에 적어나갔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떤 음악을 듣고 그렇게 차분해지신거에요?'

"(노래 제목은.. 잘 모르겠다. 제목이 붙어있지않은 테이프였으니까.)"

"지금 시대에 테이프라니.. 상당히 아날로그틱하네요.. 그럼 혹시 노래의 멜로디나 가사를 기억하고 계시나?"

나라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시도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사를 말해 주실수 있나요? 혹시 제가 아는 노래일수도 있으니까. 가수랑 노래제목을 알려드릴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해볼게.)"

그렇게 말한 시도는 그떄의 노래 가사를 떠올리는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콩밭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

"칠갑산인가. 확실히 좋은 노래지."

가사의 한소절을 말했을 뿐인데 경철은 그 노래를 알고있는지.. 아니 상당히 좋아하는것인지.. 미소를 띄운채 노래의 제목을 중얼 거렸다.

"으,음.. 뭐라고 할까.. 어떤의미로 예상을 뒤집지 않았다고 해야하는걸까요."

나이 지긋한 분의 취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노래 자체가 나이지긋한 분의 취향이라는.. 어떤의미로는 반전이라고 할수 있고.. 어떤의미로는 예상 그대로라고 할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라는 조금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노래는 들어본적 있나?"

"(있어)"

"다른 노래를 들었을때도 그 노래와 같은 감각을 느꼈던 노래가 있었나?"

"(없어)"

경철의 질문에 시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흠흠.. 시도는 '트로트음악' "

경철은 방금전 작성했던 음악의 앞에 추가로 '트로트' 라고 기입했다.

"그걸로 된거에요..!? 좀더 질문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라가 반론을 펼치려 했지만..

"보통의 음악에 반응하지 않은걸보니 이 녀석의 취향은 뽕작.. 즉 트로트다."

경철은 단호하게 그렇게 단정 지어버렸다.

"하아.."

너무나도 단호하게 단정짖는 경철에 질렸다는듯 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내쉰나라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좋아 이걸로 상담은 종료! 나가봐도 좋다."

그렇게 마지막 상담자인 시도도 진료실에서 퇴실했다.

"파도는 목욕.. 솔도는 산림욕.. 라도는 산보.. 시도는 트로트 음악.. 이군."

경철은 시도가 나가자마자 자신이 작성한 종이를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내려갔다.

"분명 상담한건 10대의 청소년들이었던거 같은데.. 어째 7~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상당한것 같은 내용이네요."

아무리 봐도 10대의 취미나 취향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내용들이었기에 나라는 솔직한 심정을 입에 담아 이야기 했다.

"뭐 이정도면 충분히 평범한 편이지... 내가 아는 인간들 중에는 차마 입에 담을수도 없는 이상취향들도 많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들어볼텐가?"

"여러가지 의미로 듣고싶지 않네요..."

경철이 그정도로 말하는것이니.. 적어도 제대로된 취향이나 취미는 아닐거라고 짐작할수 있었던 나라는 얼굴을 굳힌채 경철의 그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현명한 판단이군... 어찌됐든 이걸로 이 녀석들의 기호는 알게됐으니.. 이걸로 녀석들에게도 제대로 몰두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돼겠군."

경철은 자신이 작성한 종이를 든채 걸터앉아있던 진료대위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정말 이런걸로 그 무시무시한 식탐이 고쳐질까요?"

"안된다면.. 그때가서 생각해보면 될 일이겠지."

경철은 종리를 팔랑팔랑 거리며 가벼운 태도로 말했다.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요..?"

"하핫!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경철은 종이를 팔랑거리며 움직이던 손을 멈춰 세운채 먹구름이 낀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 봤다.

태양은 물론.. '달' 조차 떠있지 않은 새까만 하늘...

그런 운치도 없고 기분만 꿀꿀해질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경철은 입가를 누그러트렸다.

"아직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야. 이게 안된다면 다른걸 차차 시험해보면 될일이겠지."

경철은 그렇게 말 한뒤 조용히 등을 돌려 진료실의 밖으로 걸어나갔고.. 이내 그 커다란 거체의 등은 진료실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남겨진 나라와 그는.. 방금전까지 경철의 등이 있던 문을 물끄러미 바라봤고.. 잠시동안 조용할정도의 침묵이 두 사람을 방문했다.

"아저씨.. 뭔가 좋은일이라도 있었던걸까?"

그런 침묵속에서 그가 입을열어 말했고...

"그렇네요..."

나라 역시 침묵을 깨고.. 무거워 보였던 경철의 등이 가벼워보이는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그의  말에 동의할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일상에피소드를 슬슬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스토리에 돌입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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